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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카페의 한 구석에 자리하고 앉아, 약속시간이 다 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올 기미조차 안 보이는 애인 도경수를 기다리며 내린 결론이다. 사귄 기간은 5년. 고등학생 때부터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그래도 난 너밖에 없더라, 라는 마음으로 그럭저럭 여느 연인들 못지않게 잘 사귀어 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긴 권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었다. 예를 들자면, 약속 시간에 자주 늦는 도경수에게 화내는 것조차 지친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나름 어떤 이별 장면이 연출 될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던 것을 떠올리며 그들의 상황에 나와 도경수를 대입해보기도 했다. 뭐, 낙엽을 던지며 가, 가란 말이야! 따위의 대사를 날린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아, 여긴 카페니까 낙엽이 없겠구나.

  눈앞에 재생되던 이미지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혹시 도경수가 울어버리면 어떡하지? 좀 유명한 카페라 손님들이 많은데, 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 같았다. 이건 뭐, 여러분 여기 게이커플 한 쌍이 헤어집니다! 여성분들 대기하세요, 얼굴 반반한 솔로 남자 두 명이 생겼습니다! 라고 광고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참 이런 저런 망상 속에 사로잡혀 있을 때, 카페 문이 열리고 애인 도경수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칠칠맞기는, 가게를 나서는 손님과 부딪힐 뻔 한 도경수를 보며 혀를 찼다. 사람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더니, 도경수는 내가 이별을 말하려는 순간에도 늦게 왔다. 새삼 화나지도 않아서, 나를 발견하고 내가 앉아 있는 쪽으로 와 앉으며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은 하지만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도경수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도경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내 눈치를 살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눈에 띠게 표정을 굳혔다. 그래, 지금이 말을 꺼낼 타이밍인 것 같았다.



  “경수야.”
  “응.”
  “우리, …헤어지자.”
  “그래.”
  “……어?”
  “헤어지자며, 그러자고.”
  “어, 어 그래, 어. 응.”
  “가 볼게, 잘 지내.”



  그리고 도경수는 약속 시간에는 늦었으면서, 내가 줄곧 앉아서 기다린 시간이 허망하리만큼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도경수를 멀뚱히 바라보며, 잠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고, 도경수가 받아들였다. 그럼 우리, 이대로 진짜 끝인 건가?

  ……어라, 이게 아닌데.










이별에 대하여, type B
변백현x도경수
w.BM










  도경수가 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 카페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의 상황을 정리하자면 내가 먼저 이별을 말했다. 그런데 영 기분이 찝찝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한 이별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울고, 불고, 온갖 난동을 부리며 붙잡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헤어지는 이유나 물어보고 말겠지 싶었는데. 뭘까, 뼛속까지 시릴 정도의 저 쿨 함은. 새삼 도경수가 저렇게 쿨내나는 남자였던가 싶어서, 이별하는 순간에 도경수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건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친 쿨 함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처럼, 무슨 그런 이야기를 밥값보다 훨씬 더럽게 비싸지만 밥 먹고 나면 꼭 가게 된다는 별 다방에서 하니, 따위의 말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찝찝한 기분이 들진 않았을 것 같았다.

  원래 다른 사람들도 이별하면 차는 사람이 더 비참한가요, 라고 길가는 사람에게 묻고 싶을 정도로 비참한 기분이었다. 답답한 기분과 동시에, 조명 탓인지 눈가가 시려서 카페를 둘러싼 통유리 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어라, 비도 안 오는데 창문이 뿌옇다. 문득 볼을 타고 물이 흐르기에, 눈에서 땀이라도 흐르는 건가 싶어서 손을 들어 올려 닦아냈다. 설마, 나 지금 우는 건가? 내가 왜? 왜 내가 눈물이 나오는 건데, 원래 이별이 이런 건가? 어처구니없고 당황스러워서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점을 풀어낼 수가 없었다.

  왜, 내가, 더, 슬퍼?

  정말이지 마음 같아선 아무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고 상담이라도 하고 싶었다. 점점 심란해지는 마음에, 지금은 식어버린 커피를 쭉 들이켰다. 아, 맛이 없었다. 이것조차 비참해진 내 상황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더욱 슬퍼졌다. 아무래도 여기 더 있다간 통곡이라도 할 것 같아서 일단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눈물 날 정도로 날이 좋았다. 그래, 어떤 노래에서 그랬지.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 해봤니? 비오는 날 보다 더 심해. 딱 그 짝이다. 분명 겨울치곤 따뜻했고, 평소엔 낮임에도 우중충하더니 오늘은 유난히 해가 맑았다. 그래서 더, 비참해진 기분이 들었다. 한숨을 푹, 내쉬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거리를 걷자니, 오늘따라 커플은 뭐 이렇게 많은지. 정신차려보면 내 곁을 지나치는 다정한 연인들을 시린 눈으로 좇고 있는 내가 있었다.

  내가 왜 이럴까. 씁쓸한 기분에 공원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날은 따뜻한데 공원은 한산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을 때, 어디서 말다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3대 구경 중 하나인 싸움구경 이라니, 비참한 기분을 해소할 수 있을까 싶어서 신경 안 쓰는 척 곁눈질로 말다툼 하는 쪽을 보니, 아, 괜히 봤나 싶을 연인들의 싸움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경수와 나도 참 많이 싸웠었다. 그때의 나는, 괜한 승부욕에 휩싸여서 단 한 번도 져준 기억이 없었다. 져주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었지만, 나는 그 말 따위 깔끔히 무시했었다. 그래서 져주는 사람은 항상 도경수였다.

  저기 싸우는 연인들도, 남자는 여자를 이기고 있었다.

  이봐요, 그러지 말고 그녀를 감싸줘요. 날 봐요, 이런 내가 어때 보이나요.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아, 하마터면 연인들의 싸움에 잘 못 끼어들어 봉변당할 뻔 했다. 허튼 짓 못 하도록 전화해준 상대에게 고마워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액정에 뜨는 이름을 보니,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박찬열.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되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우울해진 기분을 토로할 수 있을 상대라는 생각에 전화를 받으니, 예상대로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전해졌다.



  “-똥백! 너 경수랑 헤어짐?”
  “어떻게 알았냐, 존나 빨리도 아네.”
  “-헐. 특종이다. 누가 누구랑 헤어져? 너 약 쳐 먹었어? 아니면 어디 아파? 예를 들면 머리 같은데. 아니 그전에 누가 찼는데, 설마 너?”
  “…무슨 반응이 그래. 그렇게 신기한 일이야?”
  “-어, 완전. 너랑 경수가 헤어졌다는 소리는, 너랑 내가 사귄다는 소리야.”
  “시발 무슨 그런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개소리를 지껄여!”
  “-그래, 네가 먼저 소름끼치는 개소리를 지껄였어. 아, 뭔가 기분 찝찝한데. 아무튼, 너 지금 어디야? 이별한 친구를 위해 위로 주 산다.”
  “야. 안 그래도 나, 지금, 졸라 기분 이상해.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 나, 막.”
  “-……변백현, 너 울어?”



  아, 또 울고 있었나 보다. 뒤늦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아직도 싸우고 있나 싶어서, 연인들이 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들은 이미 화해를 한 듯 다정하게 공원을 나서고 있었다. 결국 저렇게 될 거였으면서 싸우긴 왜 싸웠나. 내 일도 아닌데 허무해져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문득, 내가 참 많이 치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젠 셀프 디스까지. 참 가지가지 하는 구나. 전화기에서는 박찬열이 연달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따위의 말을 하고 있었다.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려고 말을 하려던 찰나 툭, 끊어지는 전화에 허탈하게 웃었다. 참, 박찬열다운 결정이라고 생각 했다.

  허탈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비참했다. 먼저 이별을 얘기한 사람치고는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라 슬펐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내 주변의 다른 연인들도 이렇게 헤어졌을까? 아, 아까 박찬열이 전화했을 때 물어볼 걸 그랬나 싶었다. 걔는,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사귀기도 많이 사귀고 헤어지기도 많이 헤어졌을 테니까. 그래도 박찬열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대신에 조금 더 골똘히 생각해보며, 도경수랑 사귀기 전에 사귀었던 여자애들과의 이별을 떠올려 보았다. 아마 기억하기로는, 그때도 이별이 이러진 않았던 것 같았다.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도경수는 지나치게 쿨 했고, 오히려 내가 더 비참했다.



  내 이별은 왜, 이 모양 인걸까.
  경수야. 네 이별도 그래? 네가 한 이별은 어때?










BM

찌질남 백현이와 쿨내나는 경수의 이별이야기.

를 주제로 쓰긴 했는데 찌질함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네요... :(

type D 도 조만간 뱉어낼게요.

아 그리고 내용에 삽입된 노래 가사는 전부 실존하는 노래 가사를 썼습니다.

R.ef - 이별공식 중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 해봤니? 비오는 날 보다 더 심해’

양요섭 - 카페인 중 ‘이봐요 그러지 말고 그녈 감싸줘요 날 봐요 이런 내가 어때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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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떡덕후예요 타입 디를 봐서 경수 속마음도 알고싶네요 이렇게 헤어지는 백도인가요 ㅠㅠㅠ슬프다..
11년 전
BM
떡덕후님 항상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헤어질까요? type D 를 기다려주세요 :)
11년 전
독자2
헐,, 신알신 신청이요!!! ㅜㅜ 암호닉도 맹구로 신청.. 경수의마음을 알아야될것같애ㅜㅜ
11년 전
BM
반갑습니다! 경수의 마음은 다음 편에서 나올 겁니다. 댓글 감사해요 :)
11년 전
독자3
작가님 작품 처음부터 다 봐온 독자로써 작가님은 정말 캐릭터를 잘 잡는 것 같아요ㅠㅠㅠㅠㅠ 마치 실제 성격마냥 너무 잘 잡아서 몰입도 잘되고 작가님 팬픽은 항상 기다리게 됩니다ㅠㅠㅠㅠ
11년 전
BM
항상 캐릭터는 잘 잡는데 제 필력이 부족해서 말이죠... 좋다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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