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형아!!!"
체육관에 가자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어주는 정국이 있었다. 자신을 반갑게 맞이한 정국은 선생님의 업어치기에 넘어가고 말았다. 얼굴을 약간 찌푸리며 신음하자 선생님이 정국을 일으켜주며 남편 왔으니까 잠깐 쉬었다 할까? 라며 장난을 쳤고 정국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 남편 아니에요!! 라며 소리를 질렀다. 어이 졸업생- 정국이 연습해야되니까 또 데리고 도망치기만 해봐? 아주 졸업생이고 뭐고 없이 재학생처럼 대해줄테니까. 유도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슬쩍 웃은 태형이 자랑스러운 졸업생이 되겠습니다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선생님이 다른 학생에게 가자마자 정국에게 뛰어간 태형이 정국의 등을 살살 어루만졌다.
"전정국. 안아파?"
"치이... 전정국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그래 우리 정국이. 안아파?"
살짝 내민 입술을 손으로 툭 치며 묻자 정국이 형 와서 하나도 안아프다며 해맑게 말했다. 태형과 정국은 이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태형의 학교는 유도부로 유명했는데 공부에 매진하는 태형이 보기에 체육특기생들은 무식하고 개념없는 사람들에 불과했다. 그런 태형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깨뜨린게 정국이었다. 학생회다보니 유도부와 이것저것 상의할 일이 많았는데 그때 유도부였던 남준이 태형에게 정국을 소개시켜줬고 하얗고 귀여운 정국을 본 태형은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정국을 졸졸 따라다니며 잘 챙겨주던 태형이었고 정국은 그 때마다 해맑게 웃으며 형밖에 없다는 말들을 했다. 아직 연인이라고 특정지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도 남편, 남편 거리는 바람에 두 사람은 두 사람의 고등학교에서 공식 부부였다. 태형이 졸업하면서 두 사람이 만날 일이 적어질 것 같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오는 태형덕에 태형의 대학교에서도, 정국의 고등학교에서도 두 사람은 여전히 부부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다.
"정국아."
"응?"
"영화보러 갈까?"
태형의 말에 정국이 안되는데... 나 옷도 도복이잖아... 하며 안절부절했다. 태형은 정국의 옷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어보이며 정국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선생님 안볼때 뛰자. 알겠지?
* * *
아직 해도 지지 않았건만 술집에 모이라는 과대의 문자를 받은 태형이 인상을 찌푸렸다. 오늘은 공강이 많은 날이라 시간을 내서 정국이를 보러 가려 했는데... 태형은 어쩔 수 없이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교 앞 술집에 도착하자 고등학교 동창인 지민이 저에게 손을 흔들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그 옆으로 앉자 지민이 말을 붙여왔다.
"표정이 왜그러냐? 부부싸움이라도 했어?"
지민의 머리를 한 대 때린 태형이 앞에 놓인 샐러드를 뒤적거렸다. 지민은 벌써부터 술을 넙죽넙죽 받아 마시고 있었고 태형은 혹시나 정국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저기. 여기 앉아도 되니?"
그 때 평소에 자신에게 추근덕대던 한 여자 선배가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이 상황에서는 안된다고 하는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앉으시라고 말한 태형이 속으로 여자 선배를 씹기 시작했다. 화떡에 치마는 짧고 렌즈, 향수 모두 저가 싫어하는 것들이었다. 아... 정국이 냄새 맡고싶다... 정국을 끌어 안고 냄새를 맡으면 땀냄새에 섞인 아기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정국은 땀냄새 난다며 떨어지라고 질색했지만.
"저기 태형아... 혹시 여자친구 있니?"
누가 들어도 호감을 표현하는 말에 주위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민이 하도 태형에게 부부드립을 쳤기에 태형의 과사람들 모두 태형에게 애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작 본인은 티를 안내서 과 여자들의 엄청난 관심사이기도 했다. 태형이 폰을 무심하게 만지며 없다고 대답했다. 동시에 태형에게 집중하고있던 여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민이 태형의 옆구리를 꾹꾹 찔렀다. 야 너네 부인 들으면 섭하겠다. 조용히 속삭인 말에 태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이면 얼마나 좋겠냐. 분명 서로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선후배사이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관계가 답답했다.
"여자친구 없으면 정연이랑 사귀던가!!"
저 여선배 이름이 정연이었던가. 주변에 별 관심이 없는 태형이 애써 웃어보였다. 선배들은 CC를 만들 생각에 신이 난 모양이었다. 카톡. 갑자기 울린 카톡음에 태형이 급하게 핸드폰 잠금을 해제했다.
[ㅇㅇ카지노. 현금 배팅~☆★☆]
내심 정국의 연락이기를 기대하고 있던 태형이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잠궜다. 핸드폰을 내려놓기 무섭게 다시 카톡알림이 울렸고 태형은 핸드폰을 내려놓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형 나 다쳐서 병원왔어ㅠㅠ]
정국이었다. 저가 원하던 연락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입술을 꾹 깨물고 정국에게 어디병원이냐고 문자를 보낸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태형탓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태형에게 몰렸다. 남자 선배들은 고백하는거냐며 장난을 쳤고 자신의 옆에 앉은 여선배는 얼굴을 붉혔다.
"와이프가 다쳐서 가봐야겠습니다."
태형은 그 말만 남기고서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태형의 와이프 발언에 과모임중이던 테이블이 찬물을 끼얹은 것 처럼 조용해졌고 여선배의 얼굴이 창피함으로 달아올랐다. 곧이어 지민에게 진짜 와이프 맞냐며 질문공세가 이어졌고 처음에는 맞다고 웃으며 대답하던 지민도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신경질을 내며 고등학교 때 부터 둘이 부부였다고 소리를 질렀다.
* * *
"전정국."
"형!!!"
병원 로비에 앉아있던 정국을 본 순간 몸의 긴장이 탁 풀렸다. 많이 다친 줄 알았는데 팔목을 살짝 삔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정국을 데리고 택시를 잡아탔다. 혼자 살고있는 정국의 집에 도착해 익숙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정국이 태형의 옷자락을 잡았다. 형아... 떨리는 목소리에 무심하게 대답했다. 왜.
"화났어....?"
"......."
"형아 화났어?"
"..... 전정국 너는 대체!!!"
정국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불안하고 초조했던 것이 정국에게 윽박지르는 꼴이 되어버렸다. 정국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궜다.
"미안해... 형 바쁜거 아는데.... 연락 할 사람이 형밖에 없어서..."
지금 내가 바쁜데 불러서 이러는거 아니잖아. 정국의 눈물을 본 태형의 마음이 아까보다 더 불편해졌다. 정국의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아준 태형이 정국을 끌어 안았다.
"걱정된다고."
"응...?"
"형은 너가 부르면 뭘 하든지 달려 올 수 있어. 바쁘든지 안 바쁘든지."
예상 외의 말에 정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머리를 쓰다듬어 준 태형이 말을 이었다.
"근데 아프면 걱정되. 그래서 유도고 뭐고 안하면 좋겠고..."
"형?"
"아씨... 너 걱정되니까 너 그냥 내 부인해."
태형의 고백에 정국의 얼굴이 빨개졌다. 정국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태형이 정국의 냄새를 맡으려 킁킁거렸다. 간지러워! 태형의 품에서 벗어난 정국이 뒤로 돌아 얼굴의 열을 식혔다. 태형은 갑자기 뒤돌아서는 정국에 거절당한건가 싶었다. 큼큼. 정국이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면 우리 같이 살아? 생각도 못한 정국의 발언에 태형이 백허그를 했다. 요 꼬맹이가 벌써 그런 생각을 하다니. 같이 살면 무슨 일을 당할지 어떻게 알고.
"전정국."
"형!!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사실 형이 아까 그렇게 불렀을때 나 되게 싫었는데 형 아까 되게 무서워서 말 못했다? 방금 운 사람 같지 않게 쫑알거리는게 예뻐서 정국의 몸을 돌려 정국의 입에 입술을 꾹 찍었다. 으악! 입을 가리며 어버버거리는 모습이 예뻤다.
"사랑해 정국아."
* * *
근데 유도도 안하면 안되?
아 형!! 내가 운동하는거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그런거 하니까 자꾸 다치지.
아... 이거....?
... 뭐야? 유도때문에 다친거 아니였어?
아...
뭔데? 말 안해줄거야?
아 그게...
남편 기다리게 할거야?
남편은 무슨??!!!
아까 같이 사냐고 물어본게 누구더라?
이씨... 사실... 내가 지갑에 형 사진 넣어가지구 다니는데 아까 어떤 애가 지갑을 가져가서...
너 내 사진 넣어다녀?
물어봤으면 좀 들어!!!
아... 미안.
그래서 걔 쫗아가다가 미끄러졌지 뭐.
와.. 그새끼 누구야.
아 왜그래 형!!!
우리 부인을 다치게 했으니까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아 됐어. 나 잘꺼니까 형도 자고가던가 말던가.
어? 나 자고가도 되?
.... 베개 하나밖에 없으니까 형 베고.
그럼 너는? 당연히 니가 베야지.
난 형 팔베개.
야! 나 팔아프거든?
그럼 집에 가던가.
아 팔베개.. 당연히 해줘야지!!! 갈까요 부인?
.......... 네 남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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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정한 태태가 보고싶엇...
난 정국 수가 좋은데 정국 수 분자는 많이 없는가보다...ㅠㅠㅠㅠ
숨어있지 말고 다들 나오세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