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 스탠딩 에그 A Perfect Day (with Windy) (inst.)
내 어린 복숭아 '야금야금 맛보기'
'아저씨 올 때 딸기 사 와요'
경수가 나의 퇴근시간에 딱 맞춰서 문자를 보냈다. 안 사올라치면 애교를 부려서 안 사올 수 없게 만드는 터라 차를 마트 쪽으로 돌린다. 경수가 먹고싶다던 딸기와 경수가 좋아하는 과자, 고딩들이 좋아하는 맵고 짭조름한 과자와는 먼 달달하고 폭신한 과자를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경수가 좋아할 것이 눈에 선해서 입꼬리가 슬슬슬 올라갔다. 요즘 얼굴이 활짝 폈다며 신수가 훤하다고 애인이라도 생겼냐 묻는 사람들에게 애인은 무슨, 그냥 코알라 한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라며 거짓말을 했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날 동물애호가 쯤으로 보겠지.
"아저씨!"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경쾌한 소리로 날 반기며 와락 안는 경수의 조그만 머리통이 보인다. 귀엽기는, 경수를 안아들어 입을 살짝 맞추고 이마를 맞대어 부비적거렸다. 귀여움 덩어리 도경수다 - 사실 경수는 내 폰에 '귀여움 덩어리'라고 저장되어 있다. 저번엔 내 통화기록을 살펴보더니 귀여움 덩어리가 누구냐며 경수가 질투를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 - 경수를 쇼파에 살짝 앉혀놓고 식탁 위에 마트봉지를 내려놓고 다시 쇼파에 앉으려는데 경수가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아, 아저씨! 저거 저렇게 놔 두고 오면 어떡해요. 빨리 김치냉장고에 넣구 와, 응?"
"아 조금만 있다가.. 나 너 보고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고."
"저거 빨리 안 넣고오면 스킨십 금지 할꺼야."
"아 안 되는데.. 좀 이따가 넣으면 안 될까?"
"넣고 오면 뽀뽀해줄께요. 빨리 다녀와요."
Yes, 나이스다. 경수가 순진해서 망정이지 내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면 다음부터 스킨십이 진짜 없을 지도 모른다.
그 만큼 경수는 자신의 생각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곧은 아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어린 내 애인정도 밖엔 안 되는데, 뭘.
맛보기니까 오늘은 이까지만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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