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이민형] Agape (아가페) : 절대적인 사랑
W. Dorothy_
“여주야, 민형이가 알아도 괜찮겠어?”
“민형이? 우리 민형이는 그런 거 신경 안 써~ 그리고 내가 왜 허락도 안 맡고 그냥 나왔겠어.”
“그래도…. 남자들이랑 논다는데 별말 안 해?”
“아, 글쎄 그렇대도?”
제 주변엔 늘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본인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늘 곁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남자친구가 있을 때여도 남자들과의 연락, 만남을 굳이 피하지 않았던 나였기 때문에 그동안 사귀어왔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제게 모두 같은 말을 했다. 불안해서 못 사귀겠어. 남자 좀 그만 만나면 안 돼? 나 역시 그런 남자들에게 (라 쓰고 구 남친이라 읽는) 늘 같은 대답을 뱉었다. 그냥 좀 이해해주면 안 돼?
그런 제 자유분방함에 지친 남자들이 이별을 고하고, 나와 민형이 처음 만난 건 더운 여름이 한풀 꺾여갈 때쯤이었다. 시민아, 아는 후배 중에 괜찮은 애 한 명 있는데. 소개 받아볼래? 민형과 처음 만난 자리는 나와 줄곧 친하게 지내던 재현의 권유로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였다. 민형과의 만남은 늘 만족스러웠고 나 역시 그런 그에게 진심을 다해 애정을 표현했다. 저를 배려하는 행동과 말투, 무한한 애정.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했던 저를 이해하고자 하는 행동들이 내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민형이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늘 오픈 마인드로 저를 대한다고 생각했다.
“응, 민형아.”
‘언제 집 들어가요?’
“글쎄, 잘 모르겠어. 늦어도 두 시 전엔 들어갈 거야.”
‘알겠어요. 출발할 때 문자하고 도착해서 전화 줘요.’
“알겠어, 녕아. 전화할게.”
민형은 제 유흥을 이해하고, 나는 그런 민형에게 늘 최선을 다해 받은 만큼의 배로 사랑을 전하려 했으며 이게 저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민형에게 할 수 있는 배려였고 예의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는 방식이었다.
***
[NCT/이민형] Agape (아가페) : 절대적인 사랑
W. Dorothy_
***
녕아, 누나 오늘 과모임 ㅠㅠ 집 들어가기 전에 연락할게~ 오후 08:04
[녕♡]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요 재밌게 놀고요 오후 08:05
느닷없이 잡힌 과모임에 당황스러움도 잠시, 민형에게 연락을 남기고 동기들과 술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제법 가벼웠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마시려나…. 잔뜩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할 학우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지만 오랜만에 모이는 과모임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괜히 들떠지는 기분이었다.
“김시민, 오늘 무슨 날이야? 하는 게임미다 다 지네~”
“오늘 술은 시민이가 다 마시게 생겼네.”
“나 아까부터 엄청 마셨는데, 이번엔 진짜 조금만 따라주라.”
“콜. 대신 꺾어 마시기, 없다?”
“콜.”
술 게임에서 연속으로 지고 있어 연거푸 술을 들이킨 탓에 급하게 취기가 몰려오는 듯했다. 더 마셨다간 두 발로 집을 찾아가기란 무리라고 생각이 들어 술 게임을 즐기기에 바쁜 테이블을 슬쩍 빠져나와 다른 테이블에 몸을 앉혔다. 왁자지껄하게 게임을 즐기는 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얼굴에 오른 열을 식히려 얼음을 오도독 - 씹고 있기를 한참, 얼추 자리가 파하려는 건지 이만 정리를 하자며 주의를 이끄는 과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형아 이제 끝나고 집 들어갈 거 같아 잘 자고 아침에 연락해 오전 4:51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어 민형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으면 그 너머로 인사불성이 된 동기들을 챙기는 태용이 보였다. 시민아, 애들 데리고 술 깰 때까지 텔이라도 있을까 싶은데. 너도 갈 거야? 저를 향한 물음에 아니, 라는 대답을 남기려는 찰나였다. 눈앞이 하얘지고 모든 소리가 메아리치는 기분이었다. 아, 씨발. 나 존나 취했구나. 어, 어…. 시민아! 김시민! 저를 부르는 태용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NCT/이민형] Agape (아가페) : 절대적인 사랑
W. Doroth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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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속 쓰려…”
“시민아, 일어났어? 우리 어제 존나 마셨다면서?“
“…뭐야? 여기 어디야?”
“우리 아침 강의 때문에 애매한 애들 많다고 방 잡았대. 남자 따로 여자 따로.”
“지금 몇 신데?”
“9시는 족히 넘었지. 잠깐 술만 깨고 가려고 했는데 다들 아예 잠들어서…. 덕분에 1교시는 자체 휴강이지, 뭐.”
쓰린 속을 뒤로 하고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면 익숙한 내 방 창문 대신 숙취에 절어 변기를 부여잡는 동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이 아닌 곳에서 외박을 했다는 생각도 잠시, 제 연락을 기다렸을 민형이 생각이 나 급히 핸드백 안에 고이 모셔진 핸드폰을 확인하면 부재중 전화 3 통, 읽지 않은 메세지 1 건이라는 알림 메세지가 화면 안을 장식했다.
부재중 전화 3건
[녕이♡] 오전 06:15
[녕이♡] 오전 06:27
[녕이♡] 오전 09:04
[녕이] 일어나면 전화해요. 오전 07:19
민형과 만나면서 단 한 번도 연락에 소홀하지 않았던 저인데. 몰골을 살필 틈도 없이 급하게 짐을 챙겨 나와 민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강의가 겹쳐 전화를 받지 않을까 싶었지만 수화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민형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여보세요?”
‘네, 누나.’
“녕아, 어디야?”
‘집이요.’
“밥은 챙겼고?”
‘아뇨.’
“저, 있지…. 민형아,”
‘누나가 저한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 알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집 들어가서 푹 쉬고.’
“…응.”
‘저녁에 봐요. 끊을게요.’
차분하게 가라앉은 민형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저녁에 봐요, 저녁에 봐요, 저녁에 봐요. 끊을게요, 끊을게요, 끊을게요. 이 두 문장이 메아리처럼 귓속을 웅웅거렸다. 아, 진짜 나 좆됐구나. 아무래도 민형이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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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이민형] Agape (아가페) : 절대적인 사랑
W. Doroth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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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형아, 왔어?”
소파에 나란히 앉은 모양치고는 나와 민형 사이에 흐르는 적막감이 썩 어색했다. 제 자취방에서 종종 홈데이트를 했던 터라 남녀 단둘이 한 집 아래 있다는 이유로 우리가 정적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아마 민형과 나, 둘 모두 하고 싶은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한참을 민형의 눈치만 보던 내가 답답함을 이기지 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민형아. 짧게 내뱉은 말에 민형의 고개가 저를 향했다.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던 민형이 덤덤하게 나를 불렀다. 누나, 하고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면 머리를 쓸어넘기던 민형이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
“어제, 뭐 했어요?”
“그게 있지…. 그러니까, 분명 과모임에 간 건 맞거든….”
“제가 누나한테 듣고 싶은 얘기가 뭔지 누나도 알잖아요.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줘요.”
“녕아, 누나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애들도 다 취하고 아침 강의 시간이랑 애매하다고, 다들 잠깐 술만 깨고 가려고 간 건데 아예 잠이 들었나 봐. 근데 누나는 진짜 이런 데 가는 것도 몰랐어. 알았으면 택시 타고 그냥 집에 왔지….”
“제가 누나 남자 만나는 거 터치 안 하고 술 약속 다 보내주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속 없는 등신 새낀 줄 알았어요?”
“…….”
“알아요. 누나가 남자랑 둘이서 모텔 갈 만큼 모럴 없는 사람 아닌 거. 누나한테 얘기 듣진 않았지만 동기들끼리 술 깨러 갔다가 전부 잠든 거라고 생각했어요.”
“…….”
“그래도 저한테, 적어도 이딴 좆같은 문자는 오게 하지 말았어야죠. 다른 남자 뒤에 업혀서 둘이 모텔 들어가는 사진이 저한테 왔으면 안되는 거잖아요. ”
“민형아….”
“제가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다 자유분방한 건 아니거든요.”
“…….”
“이유가 뭐가 됐든 네가 남자 끼고 모텔 들어가는 것도 이해해줄 만큼 너그러운 사람도 못되고요.”
“……”
“Honey, never let me down again with the same thing again. Okay?”
(자기야, 다시는 똑같은 일로 날 실망시키지 마.)
“…….”
“그렇지만 제가 누날 좋아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어요. 이리 와요.”
Dorothy
독방에서 넘어온 건데...
제가 진짜 글을 안 쓴지 너무 오래돼서 정말 짧은 이 글 하나 쓰는데 3일이나 걸렸답니다... ㅋㅋ
솔직히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넘치지만...
기다리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셔서 올려봅니다.
암호닉은 받지 않고 있어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