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들어온 유치원쌤 최승철 X 먼저 있었던 유치원쌤 너봉
#0.
봉여주는 승철의 대학 선배이다. (이젠 슴여덟이구 승철 이제 슴여섯임.)
대학 내에서 훈훈하기로 유명한 커플이였지만 둘 속내는 그게 아니었음. 사람들 많은 곳에선 서로 챙겨주고 걱정하고 아끼는 모습만 보여져서 그렇지, 같이 동거를 했었는데 틈만 나면 싸워대는게 둘의 일상.
어느날은 진짜 심하게 싸우고
(봉여주 안그래도 전부터 승철이랑 말다툼 있었고 친구 따라서 술 먹다가 친구가 다른 남자 만나보라고 남자를 부른거임. 여주가 안된다고 몇번 말했음에도 친구가 멋대로 슨페 아는사람 젤 많은 체교과 남자애 하나 데려와서 여주랑 이어줄려고 혼자 난리 브루스를 열었음. 결국 여주 열뻗쳐서 집에 가려는데 남자애가 자꾸 같이가재. 머리에 피도 안마른 새내기가 아주 패기가 넘쳐.. 승철 여주 찾으러 술집갔다가 걷지도 못하면서 남자애 손에 끌려 나가는 거 봣구여 그순간 핀트 나갔다)
담날 집나간 승철.
그 뒤로 학교도 갑자기 휴학했다고 함. 전화해도 안 받고 진짜 미친척하고 승철 본가 아파트에 숨어서 몇일 살았던 적도 있는데 못찾았었음. 동기들 멱살 잡고 흔드니까 그제서야 걔 군대갔다고...
#1.
잊고 살면서 가끔 화나면 기억에서 끌고 나와 욕하고 그렇게 살았는데 시골까진 아니고 작은 동네 유치원쌤으로 잘 지내고 있었음.
새로운 쌤 왔다고 해서 철수 콧물 받던 손 그대로 버선발로 뛰어내려감. 나이차 많이 나는 원장쌤 덕분에 저도 또래 있었으면 좋겠다구 생각했거든... 그리고 현관엔 익숙한 발끝이 보였고 고개를 들어보니
승철이였다고 한다.
' 인사해요 여긴 최승철 선생님. '
저도 몰랐는지 눈이 평소보다 배로 커지는 승철 보곤 어버버 놀란 입 못 다물다가 서로 간신히 고개 까닥함. 베실베실 웃는 모습은 어디갔는지 승철 점점 표정 굳고 여주도 갑자기 쿵 내려앉은 심장때문에 일시 정지되어버려서 시간이 잠시 멈췄었다.
" 원장님 제가 지금 철수 약 먹여야 해서...! "
결국 그 상황 피하려고 여주 허겁지겁 달려가다가 계단에서 고꾸라짐.
창피하고 짜증나고 어이없고. 정강이 너무 아파서 눈물 찌꼼 나는데 뒤에서 발걸음 소리 들리니까 민망함. 근데 발목 완전 접질렀거든. 일어나질 못해.. 승철이 일으켜 주려는데 손에 철수 콧물 가득이라 손도 못잡고 결국 뒷목 잡혀서 일어났다...애기들한테 승철이 소개시켜주는데 애들 눈이 초롱초롱. 옆동네 남자쌤 힘이 쎄서 잘 놀아준다고 소문 났거든. 드디어 제 유치원에도 잘생기고 튼튼해보이는 남자쌤 왔으니 잘 놀아주겠지! 싶어서. 승철 첫날부터 굉장한 시달림에 살아간다.
유치원 끝나니까 턱끝까지 다크서클 내려와서는 골골댐. 퇴근하려고 다 정리했는데 원장이 데려다 주겠대. 옳다구나 차에 올라탐.
근데 왜
최승철 옆에 있냐구요.^^;
맘같아선 얼굴 보기도 싫어 내렸지만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닌데 굳이 내가 힘들게 내려야하나 싶음.
오해한것도 승철이였고 숨은것도 승철인데 내릴거면 저가 내려야지 그렇게 차는 출발함. 어색함만 가득
근데 원장이 갑자기 승철 호구조사 한다. 애기 돌본 적 있어? 동기는 어디서 얻었어? 기본 체력은 있지? 그리고는 갑자기 결정타 때려버려
' 여자친구는 있어? '
그 말에 갑자기 마른침 넘겨버렸다. 승철이는 대답 꼬박꼬박 잘했으면서 그 질문에 잠시 뜸 들였음. 여주 냅다 자는척하는데
" 예 있어요. "
라고 했다.
그 대답 들으니 코가 쪼끔 시큰하더라...
#2.
집에 가자마자 술 잔뜩 엎어마시고는 골골대며 출근함.
여주 특징이 있는데 술 마시고 나면 담날 몸이 전체적으로 부음. 역시나 손이 젤 먼저 붓고 붓기도 안빠지는 바람에 애들이랑 놀다가 모르고 민지가 공들여 쌓던 블럭집 엎어버림. 민지 펑펑 우는 거 승철이 데려가서 둥가둥가 해주니 나아졌지만 민지가 여주 약간 미워하는게 눈에 보인다... 민지 유치원 온지 얼마 안 된 꼬맹인데 잘못 찍혀버렸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해장도 못해서 애들 자는 시간에 슬쩍 나가서 컵라면 사와서 휴게실 구석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는 라면 먹는데 승철이 벌컥 문 열고 들어옴.
합.
국물 들이키려다 문소리에 화들짝 놀라 국물 입속으로 들이 부었다. 혀 너무 아파 눈물이 핑 돌음.
" 뭐하냐. "
슨페 척척 다가와서는 여주 머리 위에 정수기 물 떠다 마심.
예기치 못한 반말에 괜히 그때 그시절 생각나버려서 가슴 흔들린다.(옛날에 동아리실에서도 이런 일 있었지 대판 싸우고 나서...((좋아서 그런 거 아님)
하지만 빡치는 건 빡치는 거야.
" 직장인데 호칭,말투 정리 좀 하시죠 승철쌤. "
" 휴게실인데 여기선 좀 쉬지? "
여주 주먹 부들부들임. 맘 같아선 제 라면국물 승철 얼굴에 엎거나 발등에 부어버리고 싶어. 연애할때도 재수 없었지만 더 재수없어졌냐;; 어이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는데 승철 갑자기 제 주머니에서 숙취 해소제 꺼내서 여주 이마에 톡 부딫힌다.
" 얼마나 마셨길래 내 손만하냐.
마셔. "
자존심 상하지만 안받아 먹을 이윤 없어.
자존심 내새울 관계는 이미 지났고 제가 안받아 먹으면 손해니까. 받아들고 벌컥벌컥 원샷함. 승철이 마시려고 받은 물까지 제가 들이키고 그대로 휴게실 나가버림.
#3.
동네 공원에서 벚꽃 보며 그림 그리기로 해서 오랫만에 돗자리 폈는데 구멍이 너무 커서 애들이 바닥에 앉는거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 어쩌지 원장쌤게 말씀 들렸더니 애들이랑 한바퀴 돌고 올테니 승철쌤이랑 같이 마을회관 가서 바꿔오래. 어색하게 둘만 남겨졌고 어쩔 수 없이 승철과 나감. 숨이 막혀버려...
" 여주쌤~~~ 쌤 꽃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 예뻐서. "
찬이가 유독 여주 잘 따르고 좋아하는데 진짜 핵 좋아한다. 나중에 꼭 쌤이랑 결혼할거래. 제 집 꽃집하는데 엄마 졸라서 장미 가져오고 그런 적 많다. 어김없이 떨어진 벚꽃 주워와서 여주 귀에 꽃아줬는데 그거 안빼고 와서 승철 걷는 와중에 자꾸 힐긋댄다.
" 곁눈질 따갑네요. "
여주 승철한번 째릿하고 말했는데 승철 켁켁댐. 들키니까 민망한가 보지? 칫;
" 거슬리게 그런 거 달고 다니니까 그렇지; "
궁시렁거리는데 못들은척 몇발 앞서나감.
" 창피하면 뒤에서 걸으세요. "
단화신고 발바닥 아프게 쿵쿵 걷는다.
아스팔트 익어서 발 뜨겁고 다시 깔은지가 언제인지 모를 보도블럭 여기저기 박살나서 구멍 많은데 팍팍 앞으로 나가면서 잔소리함.
" 아니 누가보면 자기는 엄청 잘생긴 줄 알겠네요?
그리고 직장이라고 몇번 말씀 드려요? 반말 좀 고쳐주실래요?
굉장히 기분 나쁘고 또 애들이....! "
화나서 막 걷다보니 구멍에 발 삐끗해 뒤로 확 넘어가 하필 바로 뒤에 승철이라 품 안에 폭삭 안겨버렸다.
둘다 잠시 놀랐지만 여주가 벌떡 승철이 밀쳐냄. 발목 시큰거려 주저 앉아서 제 발목 몇번 쓰다듬는데 승철도 따라 앉아 제 한손에 감아지는 여주 발목 만짐.
" 왜 만져요! "
여주 놀라 불같이 화를 내지만 승철 들은체도 않고 여주 업어 마을회관으로 감.
" 내릴래요.
내려달라구요. "
너 천천히 걸으면 내가 귀찮아서 그런 거니까 그냥 조용히 가. "
그렇게 다녀왔다... 다 끝나고 집에 가는데 여주 신발장에서 신발 갈아신는거 빤히 지켜보다가 입열음.
" 꽃이랑 한몸이야? "
그 말에 푸드득 놀라 제 머리 넘겨보는데 아직도 귀에 꽃혀있네. 승철 그만 빼라며 타박한다. 괜히 오기생겨 답도 안하고 신발 구겨 신다가 문 여는데 승철이 손목 잡고는 휴게실로 끌고 감.
" 뭐하세요!!! "
" 파스 뿌리고 가라고. "
쇼파에 앉히더니 파스 칙칙 뿌려주고 붕대 감싸줌. 집까지 절뚝대다 가면 밤 새겠어서 해주는 거래. 왜 그걸 니가 신경써? 그러니 내일 내가 혼자 애들 볼까봐. 하 망할놈... 말 너무 잘해....ㅋ..... 됐다며 손 탁탁 털고 일어나선 여주 귀에 꼽혓던 꽃 제가 채감.
먼저 가 뒷정리 좀 더 해야겠다."
그리고 그 꽃은 끝내 철이 뒷주머니로 들어갔다고..
(담날 찬이 꽈자사줌 쌤 예쁘게 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