はる
: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능력자 호시 (순영) x 평범한 너
↑ 브금 선택은 자유입니다 (๑❛ᴗ❛๑) ↑
***
학과를 위하여 건배!
건배에 -
씨발, 학과는 무슨. 이번에도 학회장이 그따구인데 잘 굴러가겠냐고. 저번엔 돈을 밝히는 어느 선배였는데 올해는 소문난 바람둥이다. 우리 학과는 망했나보다, 정말. 소주를 콸콸 소주잔에 따른 뒤 거침없이 마셨다. 그리곤 마요네즈를 듬뿍 찍은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었다. 속으로 학회장을 마구 곱씹으면서 말이다. 짭짜름한 맛이 입 안에 맴돌았다. 이번년도는 제발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세요. 쓰레기같은 새끼들이 내 근처에 안 붙기를, 제발. 아멘. 부처님, 하느님 전부 도와주세요.
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몰라, 걍 마시고 뒈지지 뭐.
너 그냥 가라, 엉?
지금 가면 또 말 나오지 않냐. 그럴 바엔 여기 있으련다.
옆에서 맥주와 소주를 말아 마시려고 하던 이지훈이 젓가락으로 잔 속을 톡 치며 말했다. 자기는 무리 안 하나. 콧김을 한 번 쐬고는 술을 더 마셨다. 그냥 가라고. 소맥을 제조한 이지훈이 한 입 마시고선 내게 말했다. 갑자기 챙겨주는 척이야, 진짜. 말을 무시하고 자꾸 술을 마시자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마시던 이지훈이 내 겉옷과 가방을 챙기더니 일어났다. 그러더니 내 옷 뒷목부근을 잡고선 끌어당겨 내 손목을 잡고는 가게 밖으로 나왔다. 시끄럽던 가게 내부의 소음이 잔잔해지자 그제서야 윙윙 울리던 머리가 차분해진 거 같았다.
자, 이거.
나 더 마실 수 있거ㄷ,
그냥 내가 가라고 할 땐 좀 가.
이지훈은 내게 내 겉옷과 가방을 던지듯 주고서는 다시 가게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그저 멍하니 이지훈이 들어간 가게 안을 쳐다보다가 겉옷을 챙겨 입고선 입만 꾹 다물고 집으로 향했다.
이지훈은 내 대학생활의 걸림돌이다. 달달하게 대학생활을 하려고 했건만, 이지훈 덕분에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고딩 때 원수지간인 우리 둘이 이렇게 변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만나기만하면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깎아내리기 일 수였는데. 아, 생각해보니 알 거 같기도 하다. 우리는 학기 말에 꽤 어색했었다. 그 이유는 이지훈의 갑작스런 사랑 고백 덕분이다. 그 거때문에 이지훈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고 지냈었으니깐. 걔가 날 좋아할리라곤 1도 몰랐으니깐. 그러다가 이지훈이 나와 같은 대학교에 합격 되자마자 이지훈은 내 뒤를 강아지마냥 졸졸 쫓아다녔다.
쨌든, 과거 회상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오늘따라 으스스한 거리를 혼자 걷다보니 몸에 오한이 돋았다. 그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내 앞에 왠 건장한 남자가, 아니 온 몸에 멍이 든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아, 씨발!
......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보니 그 남자는 움찔거리며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남자의 두 눈엔 공포감이 가득 몰려있었다. 정작 무서워해야하는 건 나인데. 위아래로 남자를 훑어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발 밑엔 많은 양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무작정 그 남자의 손목을 잡고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원래 남 도와주는 성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남자는 우리 집에 들어올 때까지 어린 아이처럼 내 소맷자락을 꼬옥 쥐고 있었다.
이것 좀 놔바요.
......
치료 해야 될 거 아니야.
......
설마, 말 못 해요?
남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세상에, 진짜 말을 못 한단 말인가? 그럼 내가 어디서 어떻게 도와줘야한단 말이지? 남자에게 들어와도 된다는 말을 해도 못 알아들을 게 뻔하니 남자를 집 안으로 데려왔다. 일단 소파에 앉혀서 남자의 발을 보니 깊게 패여있는 상처가 눈에 훤히 보였다. 비릿한 피 냄새에 헛구역질이 나와 입을 막고선 남자를 쳐다봤다. 조금 아플 거예요. 이해하지도 못하는 남자한테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솜에 소독약을 묻혀서 상처 부위에 두드렸다. 아프지도 않는지 남자는 내 어깨에 손만 차분하게 올려놓았다. 소독까지 다 하고 밴드도 덕지덕지 붙혔다.
나중에 병원가요.
......
병원 알죠? 주사기 있는데.
......
그래, 말 하지도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남자한테 이렇게 떠들어봤자 뭔 소용이 있겠는가. 방으로 가 전에 친오빠가 왔다가 안 가져간 옷들을 꺼내서 건넸다. 그리곤 옷을 갈아입으라고 동작을 취하니 남자가 상의를 곧바로 벗으려고 했다.
아, 아니. 여기서 말고요. 저 방에서 벗고 와요.
남자를 방에 데려다주고선 내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도 안 나오는 남자에 방을 슬쩍 열어 들어가보니 옷을 다 갈아입은 남자가 멀뚱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자요. 자는 제스쳐를 취한 뒤 불을 꺼주고서 나왔다. 이번년도는 무사히 지나가길 바랬는데, 년초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이를 행궜다. 그리곤 침대로 가 들어누웠다. 짜피 저질러 버린 일인데. 배게를 꼭 끌어안고선 잠에 취했다.
はる
: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능력자 호시 (순영) x 평범한 너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보니 남자가 언제 일어난 건지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씻겨야하는데... 착잡해졌다. 일단, 내가 먼저 씻고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샤워를 다 마치고 머리도 다 말리고 나오니 남자가 아까 전과 같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새 칫솔을 꺼내서 치약을 묻힌 뒤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조심스레 받더니 닦기 시작했다. 알아서 잘하는 남자에 옷까지 갈아입고 나오니 머리도 감은 건지 촉촉한 머리로 앉아있었다.
머리 말려야죠.
......
여기로 와요.
바닥을 툭툭 치자 남자는 총총걸음으로 내 옆에 왔다. 남자의 손에 드라이기를 쥐어주니 능숙하게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잘하네요. 손을 뻗어 남자의 등을 토닥여주니 남자는 좋아서 웃는 듯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머리를 다 말린 남자가 소파에 앉아있던 내 옆에 와서 가만히 서있었다. 이제 가요. 남자의 손을 잡고선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남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왜요?
......
밖에 나가기 싫은 거예요?
......
아무 말도 못하는 남자에 속이 답답해 뒈질 거 같았다. 답답한 가슴을 두어번 내려치다가 결국은 이대로 내두면 안 될 거 같아 억지로 남자를 끌어당겨서 슬리퍼를 신게 하고선 밖으로 나왔다. 남자는 내 뒤를 따라 천천히 걷더니 병원에 도착하자 동공이 마구 움직였다. 그러더니 내 손을 꼬옥 잡고선 고개를 정말 세차게 저었다. 나역시 고개를 젓고선 남자를 병원에 끌어당겨서 겨우겨우 접수를 하고 (이름을 말도 안 되는 걸로 짓느라 고생 좀 했다.) 진료실로 도착했다.
어떻게 찾아오게 되셨어요?
......
저기요?
아, 그 발바닥에 많이 상처가 나서요.
아, 그러시군요. 확인 좀 하게 슬리퍼 좀...
난관에 도착했구만... 한숨을 푹 쉬고는 뒤에 서있다가 남자 앞으로 가 슬리퍼를 벗겨줬다. 남자는 내가 다시 뒤로 가려고 하자 내 손을 꼭 잡더니 놓아주질 않았다. 당황하다가 남자의 손을 꼭 잡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께선 소독약과 밴드를 발바닥에 붇혀준 채 됐다며 보내줬다. 참으로 쿨하신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의 손을 다시 잡고 밖으로 향했다. 남자는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이다 무언가를 내게 건넸다.
......
이게 뭐예요? 호시?
......
설마 이름이 호시예요?
......
남자가 건넨 건 다름이 아닌 무슨 증 같은 거였다. 뭔지는 잘 몰랐지만 남자의 얼굴 사진과 함께 호시라는 이름이 써져있었다.
보기완 다르게 이국적인 이름이다. 근데 의사소통이 안 되니 뭘 할 수가 없었다. 진짜, 답답해서 뒷목잡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황급히 남자를 데리고 서점에 가 유아용 한글 떼는 책을 골라서 동화책 몇 권을 골라서 계산대에 올려놓으니 직원이 웃으며 '애기 거예요?'라고 물어본다. 낯선 남자랑 무슨... 기가 찼지만 애써 고개를 끄덕이고선 재빨리 집으로 향했다.
*****
남자를 내 앞에 앉히고선 책과 공책을 펴 남자 쪽으로 돌려 남자의 손에 연필을 쥐어줬다. 생뚱맞게 연필을 잡는 남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남자의 손을 바르게 고쳐주니 곧장 잘 따라했다. 그런 남자에, 아니 호시씨에 웃다가 기역부터 차근차근 알려줬다.
이건 '기역'이에요. 기역, 따라해봐요.
......
'기역' 말해보라니깐요?
기, 기역...
호시씨는 내 눈치를 보다가 드디어 입을 뗐고 나는 그런 호시씨에 너무 기뻐 호시씨를 와락 안아버렸다. 나의 행동에 잠시 당황하다 해맑게 웃으며 제 등을 토닥여오는 호시씨에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빠르게 떨어져 다른 것도 하나 둘 알려주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배울 수록 호시씨의 말수는 점점 늘어갔다. 몇 단어 밖에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되었다. 호시씨에게 샀던 동화책과 공책 한 권을 꺼내서 건네줬다.
여기는 호시씨가 있었던 일,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적는 거예요.
......
그리고 이건 책이에요. 호시씨 수준에 맞췄어요.
......
대답이요, 호시씨.
...호, 호시 꼭 책 읽어야 해?
네?
꼭 저것두 써야하구?
예상 외의 질문에 당황했다. 동공을 거세게 흔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안 하면 내가 없을 때 뭔 짓을 했는지도 알고, 한국어도 쭉쭉 늘 거 같아서. 내 대답에 입꼬리를 추욱 늘린 호시씨에 할 수 있다며 주먹을 꼭 쥐고 파이팅을 외치자 호시씨도 따라서 파이팅을 외쳤다. 그런 호시씨가 귀여워 웃으니 호시씨도 따라서 웃었다. 뭔가 육아를 하는 느낌이 드는 거 같았다.
배가 슬슬 고파와서 일어서니 호시씨가 덩달아 일어서서 날 쳐다본다. 이때까지 못 느꼈는데 의외로 키가 크다. 한참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올려다봐야하는 키차이에 호시씨를 올려다보니 아이처럼 순수하게, 해맑게 방싯 웃는다.
왜요?
호시 배구파.
근데요?
...... (당황)
호시씨가 당황했다. 너무나도 귀엽다... 햅스터 같다, 햄스터. 호시씨는 당황하다 내 팔목을 잡고선 작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너무나 귀여웠다. 지구 부셔! 아파트 부셔!
아, 알았어요. 호시씨 뭐 먹고 싶어요?
(!) 호시 그거 먹구 시퍼.
그게 뭔데요?
그... 꼬꼬댁하는 거어... 알잖아!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
치킨을 말하는 건지 알았지만 괜히 놀리고 싶어서 모르는 척하니 호시씨는 한껏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금세 울상을 짓는다. 잡고있던 내 팔목도 빼고선 소파 위로 가 나와 반대쪽으로 앉아버린다.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된 거 같다...
호시씨? 저기요?
......
저랑 말 안 할 거예요?
......
치킨 먹고 싶은 거 맞잖아요.
(!)
치킨이라는 단어에 바로 뒤를 돌아보는 호시씨가 너무 귀여웠다. 참... 의아하다. 고등학생 때 우주 최강 귀요미라 불리던 이지훈을 보면 전혀 안 귀여웠는데 쌩판 처음보는 남자가 귀여워보인다. 아, 이지훈이랑 원수 지간이라서 그런가. 치킨 사주겠다고 말한 뒤 주문을 하려고 전화를 거려는데 뒤에서 호시씨가 날 꼭 안아왔다.
호시가 먹구 싶은 거 시켜줘서 고마어.
저도 치킨 먹고 싶었는 걸요, 뭐.
호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이럴 때만요?
내 말에 해맑게 웃다가 날 풀어주고선 소파에 앉아 자연스레 티비를 켜서 예능을 보는 호시씨였다. 의사소통이 되니 마음이 안 답답하고 말하는 호시씨가 귀여워 미칠 거 같다. 애 하나를 돌보는 느낌이 든다. 힐링이 되는 거 같고... 귀여워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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