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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아, 지금 빨리 예슬이한테 가줘. 내가 너희 형부랑 지방에 있어서 예슬이한테 못 가볼 것 같아. 조카가 다쳤으니 가봐달라는 누나의 다급한 말에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즐기고 있던 나는 조카에게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황급히 달려가 만난 조카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은 조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나의 조카 예슬이는 이화여대에 다니는, 이화여대에서도 성적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는 똑부러진 학생이다. 리더십까지 있어서 학생회에서 일하는 아이다. 의사인 매형을 닮아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곧 잘했고 애교도 많았다. 더군다나 어머니의 유일한 손주라 그런지 집안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다. 예슬이는 누나를 닮아 얼굴도 예쁘고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마음도 예쁘다.


예슬이는 공부도 곧잘하고 사람을 위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뒤를 이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어떻냐는 매형의 물음에 예슬이는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지금도 어린데, 더 어렸던 고등학생이 뭐가 그리도 생각이 깊었던지. 조카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많으니 자신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노력해서 우리 사회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몇 년 전의 나는 부끄러워졌다. 어른들의 불찰로 너에게 이런 사회를 물려주고야 말았다. 나의 과제를 조카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삼촌이 된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예슬이는 나와 대조되는 자신감과 조금의 비장함을 갖고 말했다.

용감한 내가 더 용감하게 맞서서 이 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갈 거야. 그럼 내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나와 같은 이들이 나와 같은 노력을 하고, 그럼 이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지겠지. 그 작았던 아이가, 언제까지나 아이로 남아있을 것 같았던 아이가 이제 몇 년 후면 사회에 나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직접적으로 맞설 것이다. 나보다도 생각이 깊고 바른 아이이니 잘 해내겠지-라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이 아이를 보면 그 시절에 누구보다 찬란히 빛났던 네가 떠오른다.







권순영, 하면 모두가 알 정도로 너는 우리 학교에서 참 유명했다. 아니, 우리 학교 밖에서도 너는 참 유명했다. 몇 번 씩이나 사복경찰이 너를 잡으려 학교에 들이닥쳤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경찰조차도 너를 알고 잡으려 했다. 너는 자유를 위해 앞섰던 총학생회장이었고 거의 자유를 쟁취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를 보기란 참 힘든 일이었다. 매번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스쳐지나가면서 너를 보았었다. 너를 제대로 본 것은 승관이를 따라간 야독회에서 였다. 듣던 대로, 내가 줄곧 생각해왔던 대로 너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너의 눈에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고 나는 그런 너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너의 글을 읽게 되었다.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에 대한 너의 생각을 쓴 글이었는데, 너는 무어의 유토피아와 너의 유토피아가 다름을 주장하며 무어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너의 글을 읽으며 나는 내가 지적 허영에 빠져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너와 더더욱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런 나의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어느 날 야독회가 끝나고 모두가 들어갔을 때, 승관이와 나, 그리고 너만이 남았을 때, 네가 나에게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야, 네가 이석민이지? 나 그만 좀 봐. 닳아."

내가 너를 지켜본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나는 너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승관이가 넉살좋게 웃으며 말했다. 석민이가 너랑 친해지고 싶어하는거 어떻게 알았냐, 오늘 둘이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얘기라도 나눠라. 나 간다. 그렇게 승관이가 떠나고 그 당시에는 활발한 성격을 지녔던 나의 술 한 잔 하자는 말에 너는 사람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나 학교 밖으로 못나가. 술은 부잣집 도련님인 네가 사오는 걸로."




너의 말에 나는 흔쾌히 학교 밖으로 나가 소주를 사왔다. 평소 소주를 즐기지는 않지만 네가 원하던 것은 소주였다. 소주에는 인생이 담겨있다나- 우리는 그 날 밤을 세워가며 이야기를 했다. 날카로웠던 너의 첫인상과 달리 너는 웃음이 예쁘고 말에 재치가 있는 아이였다. 그런 너를 의아하게 쳐다보자 너는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재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너는 조금은 이상한 개그코드를 갖고 있었지만 특유의 귀여움에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다. 나의 예상과는 달리 대화하는 내내 너는 운동권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동이 트는 것을 보며 그제서야 우리는, 아니 달큰하게 취한 나는 마음 속 깊이 있던 말들을 꺼냈다.

"좀 의외다."

"뭐가?"

"나는 네가 운동권에 있어서 운동권에 대한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한 마디도 안 해서."

"내가 너에게 나의 사상에 대해 얘기하고 나의 사상이 옳아서 같이 운동하자면 할거야?"

너의 물음에 나는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거봐, 너 조금 있으면 유학간다며."

나의 소식을 알고 있는 네가 나는 그저 놀라웠다.

“너도 유명해. 진짜 책 읽으려고 야독회 나오는 부잣집 도련님.”



솔직히 말해 그 시절의 나는 활발한 성격탓에 존재감이 없는 사람도, 친구가 없는 사람도 아니였다. 지금도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지만 그 때는 이렇게까지 계산적인 것이 아니어서인지는 몰라도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 더 밝았고 나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깊은 교우관계라던가 정서적으로 교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유학을 가서도 연락을 하고 싶은 사람은 승관이를 포함해서 다섯명이 채 되지 않았었다. 의미없는 인간관계에 얽매이고 싶지 않고 한국에서의 남은 날들을 책을 읽는데에 소비하고자 야독회에 나온 것이다. 물론 너를 보려는 의도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 사이에 잠시 찾아든 침묵의 순간을 무너뜨린건 순영아-라며 너를 부르는 나의 자신감 없는 목소리였다.
너는 나의 그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했지만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이어서 해야지."

"아니, 그냥 종종 이렇게 만나서 얘기나 하자구."

"너가 잘 모르나본데, 나 비싼 남자야. 우리 가족도 나를 자주 못보는데."

"알아. 근데 나 이제 유학가기 전까지 딱히 할 일 없어. 책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요즘 내 일이야. 그냥 너 시간 될 때 만나서 얘기나 하자."

나의 말에 너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당연하다. 별 친하지도 않은 사내녀석이 갑자기 이야기나 하자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내가 내뱉은 말을 얼버무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나는 너와 친해지고 싶어 하고싶은 말을 꾹 참은 채로 너의 시선을 묵묵히 견뎌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네가 나를 빤히 쳐다본 시간은 3초가 채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시절의 나에게는 그 시간이 왜 그렇게 억만년같았는지. 나는 미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너의 허락을 기다렸다.

"그래봤자 만나는 날은 얼마 되지 않을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새벽에 너를 불러낼 수도 있는데?"

"괜찮아. 나 시간 많아. 부르면 올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의 나즈막한 물음에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예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예슬이는 대답했다.


학교는 학교 전반의 구조와 관련된 사업을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강행해왔어. 대학의 교수라는 사람은 4년만 있으면 졸업하는 학생이 무슨 학교의 주인이냐며 비웃고 스펙을 쌓으려한다, 빨갱이다라며 지식인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폭언을 학생들에게 내뱉었다고. 교육부에서 지원받은 금액과 진행 과정에 대한 정보 또한 불투명해. 신입생 모집 한 달 전인데 명확한 선정 기준, 추진 부서조차 없어. 총장은 비리의혹을 수차례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학교는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지. 고졸 재직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싫은 게 아니야. 교육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아주 평등해야만 하는 거야. 그런데 우리 학교에는 이미 고졸자를 위한 전형이 마련되어있어. 말 그대로 학위를 돈을 받고 판매하겠다는 거지. 여기서 그치는 문제는 아니야. 경력 단절 여성이나 전문대 졸업 여성에게 4년제 대학 졸업 학위를 수여하는 사업을 국가 주도로 벌인다는 것은,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하는 꼴이야. 사회에 만연한 생각이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개인의 주장과 국가적 차원에서 인정하는 것은 아주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는 거지. 인식을 바꿀 생각을 해야지 인정해버리면 어쩌자는거야. 삼촌도 많이 배웠으니까 알거 아니야. 대체 국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걸까? 왜 나는 보여주기 식 눈 가리고 아웅 같지? 우리는, 바보가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건 여기서 끝이 아니야. 더 나아가서 총장이 이 학교에서 물러나야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무언가 더 있다고.



예슬이는 나에게 많은 말을 쏟아내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예슬이 옆에서 담담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등을 토닥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예슬이는 끝내 눈물을 쏟았다.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연민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슬이는 정이 참 많은 아이니까. 나는 옆에 있으면서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나는 예슬이의 나이에 저런 고민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나는 아직도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의 가면을 쓴 멍청이였다.


알고 보니 예슬이와 함께 시위를 했던 학생은 20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건물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 여학생들이 총장에게 대화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총장과 만나기로 했던 시간에는 총장이 아닌 경찰 1600명이 어린 학생들을 맞이했다. 이미 인터넷에는 많은 기사가 올라와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왜 본관에 있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기사들이 대다수였다. 심지어는 학생들이 이기적어서 생긴 일이라고 말하며 학생들에게 손가락질 했다. 언론마저 중립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정말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너희가 정당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구나. 자유를 부르짖고 화염병을 던져가며 네가 쟁취한 자유는 참된 자유가 아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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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말을 읽고 계신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거니 일단 감사의 말씀!전합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게 처음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ㅎ

이 글을 2016년 여름에 쓴 글인데 어쩌다보니 인티에 올리게 되었네요!

혹시 시간이 있으시다면 글이 긴지 짧은지, 가독성은 좋은지 등등 피드백 부탁드려요..ㅠ

(이래놓고서 아무도 없으면 민망하겠지만 저는 당당하니까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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