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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 비꼬기]-00

 

 

 


그 해 입시는 피부에 따갑게 와닿을만큼 치열했다.
아직도 손가락 끝에는 얼룩덜룩한 물감들이 두서없이 발려있는 것만 같았다.
무언가 그려냈다는 것만 겨우 알려주는 그 흔적들은 그다지 감상적이게 느껴지지않았다.
흔한 미술 입시생들의 입시전쟁은 그 날렵한 붓끝에비해 투박하기 그지없고, 심지어 야만적이기까지했다.

여기까지는 그저 그 당시의 상황을 단편적으로 그려낸 회상일뿐.

당시의 나는 입시생 사이에서 에이스였다.
항상 내 이름은 상단에, 부러움과 경계심이 교묘히 섞인 칭찬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천재, 타고난 재능아, 그 조그마한 화실에서의 난 놈이었다.
누구든 한번쯤은 내 그림을 훑어봤고 누구나 한번쯤은 날 뒤에서 욕했고 누구나 한번쯤은 날 부러워했다.


나는 모차르트였다.
불쌍한 살리에르는 이 시대에서도 모차르트를 이기지 못했다.

 

 


***

 

 


그를 만난건 그 해, 그 봄.
이제 막 날이 풀려가고있었고 예비반 아이들이 입시반으로 바뀌는 아지랑이같은 소란 속이었다.
제각기 제 짐을 옮겨가며 자리를 바꾸는 그 혼란 속에 담당 선생과 묵묵히 대화를 나누는 그는 그저
예,예,하는 짤막한 대답과 주억거리는 고갯짓으로만 대화를 이었다. 잠깐 눈이 마주쳤단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그는 큼지막한 눈으로 순식간에 날 읽었다. 그 민망한 탐색전에 나는 애꿎은 빈 물통만 요란하게 두드려댔다.


그 후 몇일 후에야 그가 다시 학원에 찾아왔다. 또래라 하기엔 무언가 달랐고-당시의 내 주변은 온통 까까머리 어린애들 같았다-
새로 들어온 보조강사라기엔 당장 있는 선생 수만으로도 꽉차보였고, 어쩐지 낯이 익었다. 그렇담 분명 윗학년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이어진 담당 선생의 소개로 그는 재수생임이 알려졌다.
유난스러운 여자애들은 당장에 그의 얼굴이며 스타일, 키나 목소리따위를 캐치해내며 괴상한 환호성 또는 어줍잖은 미소로 반기기 시작했다.
사내놈들이야 다 그렇듯 별다른 반응없이 여자애들 소란에 야유나 보내며 제 할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자꾸만 쏠리는 시선이, 그가 날 지긋이 바라보고있다는 걸 육감으로 알려주고있었다.

그는 집요하게 날 바라보고있었다.

물론 그 시선은 아이들이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통에 금방 흩어졌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꿈속에서 그 시선과 다시 마주한다.
그만큼 내게 있어서는 그의 눈빛이 인상에 남아있어 쉽사리 잊히지않았다.
경계하는 것도, 호감을 표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눈빛. 그는 유달리 크고 순한 눈매로 약간은 우울하게 나를 보고있었다.
마치 배부른 맹수 앞에 선 한마리 초식동물처럼, 잡아 먹히지 않을 것이란걸 뻔히 알면서도 두려워하는 그래서 시선을 떼지못하는.

심히 우울한 눈매였다. 그는 이따금씩 그렇게 나를 빤히 쳐다보곤했다.
그런 시선에 익숙해질무렵 그는 어느 날엔가 내 파레트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살리에르와의 첫대화였다.

 

"이거..태운이꺼지?"

 

느릿한 목소리가 귓전에 흘렀다. 그는 생김새만큼이나 단정하고 담담한 소리를 냈다.
음,그래 풀냄새. 그는 어떤 의미로든 요샛말로 초식남이었던 것 같다.-물론 진짜 풀냄새가 나진 않았다. 그저 그려진 이미지일뿐.-
자꾸만 조심스레 파레트 위를 걷는 손가락에 괜스레 소유욕이 일어서 부러 파레트를 닦아내는 척 집어들고는 잘 개인 물감 위를
치덕거리며 닦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너무 건방져보이지 않도록 약간 가벼운 미소와 경쾌한 톤을 실어 대답하는 것도 잊지않았다.

 

"아,예-"


"저..너 이름이.."

 

그의 두번째 질문엔 떨림이 있었다.

 

"지호요, 우지호"

 

뜻없는 기대에 찬 나와 달리 그는 대답소리에 무심하게 먼곳을 한번 보고는 왠지 모르게 가식섞인 웃는 소리로

 

"혹시 태운이 동생이니?"

 

하며 물었다.
허,하고 헛웃음이 나올정도로 티나는, 알면서 모르는 척 묻는 꼴이 너무나 눈에띄어 나도 가식적인 웃음을 가득 지어보였다.
형이 이따금 말하곤 했던 불쾌한 웃음으로 -형은 순수하지않은 순진한 웃음이라며 질색하곤했다.-

 


"어, 저희 형 아세요?"


"작년에 같이 입시했으니까.."


"아,그러네-"


"태운이는 잘 지내?"


"예,뭐..."

 


아주 잠깐 그의 경직된 표정이 스쳐지났지만,

 

"태운이 진짜 잘그렸었는데"

 

곧장 그는 괴상하리만큼 환하게 웃어냈다.
나는 홀로 간파한 즐거움을 참을 수 없었다.

 

 

 

***

 

 

 

 

보통의 재수생들이 그렇듯 아직 틀도 제대로 잡히지않은 재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화제였다.
어영부영 물감을 덧바르는 아이들보다 정확하고 섬세한 채색에 하나 둘 그의 자리를 넘어다 보고있었다.
물론 나는 다가가지 않는다. 알량한 자존심이라기보다 그냥 귀찮았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끝엔

 

저정도는 할수있잖아?

 

 

비죽하고 입꼬리를 타고오르는 웃음이 뱀처럼 기어올랐다. 오묘한 정복감. 기괴한 자신감. 뒤틀리는 쾌감.
스스로의 천재성에 마음껏 도취된 손가락이 탁 소리가 나도록 연필을 내려놨다. 완성된 한장의 하도를 나체의 연인인냥
흐뭇한 기분으로 점검하자 우르르 아이들의 관심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 둘 애들 특유의 까랑까랑한 소리로

 


"야 우지호 대박, 하도 대박이야"


"와 미쳤네,이거 어떻게 칠하려고?"

 


비켜 새끼야 그냥 칠하는거지 뭐,하고 으레 아무것도 아니란듯 자기네들처럼 낄낄거리는 웃음은 서비스.
그 작은 쇼맨쉽에 아이들 입이 쩍 벌어진다. 관객 호응도 만점, 맛보기는 이정도면 됐고 오늘의 손님께선 어떠신가?


안타깝게도 오늘의 게스트께선 이쪽으로 시선을 두지않았다.철새마냥 다 떠나간 구경꾼들에 홀로 남은 섬마냥 외딴자리에서
묵묵히 붓질만 하고있을 뿐.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시선의 흔들림도 없다. 그는 첫만남과 다르게 이제는 나에게 관심을 두지않는다.

아니,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관심을 주기 싫은거겠지.


그렇다면 이 쇼의 히로인, 나 우지호는 직접 손님을 모신다. 엠씨는 게스트를 자극하고 관객들은 그 미묘한 신경전을 관람하면 된다.

 

"형"


"...."


"민혁이형"

 


그는 애써 못들은척 그림에만 고개를 쳐박고있다. 단정한 밑톤에 어울리지않는 불안한 묘사.


역시 그는 나를 인식하고있다.

 

 

형,지호가 불러요-하는 소리에 겨우 눈만 잠깐 치켜뜬 그에게 위압감을 느끼게끔 가까이에서 하도를 들이댔다.
하얀 종이가 그를 가득 가렸다. 그는 고작 4절지 도화지에 모든걸 가릴만큼 작은 존재였다. 존재감으로든 능력으로든.

 

조금 신경질적으로 화지를 밀어낸 그를 보고있자니 손마디가 간질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조증이 온 몸으로 퍼지는듯 한껏 깔깔대고 싶다.
늘 그의 앞에만 서면 미친듯 펌프질하는 심장과 조소가 번지는 떨리는 안면근육을 견딜수가 없다. 그가 또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 그림을보며 무슨 생각을할까, 나에게선 무슨 감정을 느낄까, 그는 나를 무시할까 무서워할까.
복잡한 생각들에 초조해진다. 그의 표정을 읽고싶다. 일그러진 표정, 구겨진 종이 끝같은 그 표정.

 

나를 피할수없잖아요 형은.

 

 

"여긴 무슨 색이 좋을까요?"

 

 

흥분을 감춘 내게 그는 첫날의 그 괴로운 웃음으로

 

 

"글쎄..."

 


내가 바라던 감정을 숨겼다.

관객은 모른다 히로인의 큐카드에 이미 적혀있는 게스트의 비밀을.

 


더보기

뒷 내용을 더 쓸게될지는 아직 미지수네요..

그냥 묵혀두긴 아까워서 올려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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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희귀커플링.......♥ 이런 소재도 완전 좋아요 으흐흫흐흫신알신하고 갈께요 암호닉은 핫촤
11년 전
독자2
신알신하고ㅓ가요ㅛ으오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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