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람 04 학교 첫날이 끝났다. 종례가 끝나고 개인 정보를 적고 가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나는 친구들이 모두 하교한 후에도 학교에 남아 있어야 했다. 저녁이 돼서야 학교 건물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교문을 향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도중 어제 그 벤치에 앉아있는 너를 봤다. 왠지 모를 느낌에 끌려 다시 한번 너에게 다가갔다. "안녕?" "안녕." 어제와 같았다. 내가 건넨 인사도, 너의 대답도. 너의 옆에 앉았다. 마치 어제 그랬던 것처럼. 표정은 어제만큼 밝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너의 대답을 들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 기쁨도 잠시 난 급식실에서 그 말을 듣고 상처받았을 네가 신경 쓰였다. "들었어..?" "뭘?" "급식실에서 나리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어., 나 소문 같은 거 잘 안 믿어. 그니까.." "사실이야." "........." "우리 아빠가 살인자인 것도. 아빠 말릴 사람 아무도 없는 것도. 그니까 너야 말로 나한테 신경 쓰지 마. 나랑 엮이려 들지 마. 안 그럼 너도 너희 할머니도 위험해. 우리 아빠 진짜 싸이코거든." "그거 협박이야?" "아니. 부탁이야." 또 다. 어제처럼 넌 자릴 뜨고 날 등진 채 걸어간다. 오늘은 널 어제처럼 가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아서 너의 발걸음을 막 쫒아갔다. 그럼에도 넌 내게 시선 하나 주지 않았고 난 너에게 끈질기게 말을 걸었다. "나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 아니."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면 난 괜찮아. 너희 아빠 몰래 친구 하면 되잖아." "학교에서 너랑 같이 있는 거 누군가한테 들키면 아빠 귀에 들어가는 건 한순간이야. 선생님들은 아빠를 무서워하거든. 일러바치는 거지." "그럼 학교 끝나고는 괜찮아? " "학교 끝나고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친구 해줄 거야? " "그땐 말 걸어도 돼?" 지민이는 한참 동안 대답이 없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날 쳐다봤다. 학교 끝난 후에만. 내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눈웃음도 입가에 웃음도 없었지만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척 행동했지만 눈이 마주치는 순간순간 알 수 있었다. 그는 날 싫어하지 않는다. 난 그 아이 모르게 안도했다. 지켜본 결과 지민이는 공부를 잘한다. 오늘 본 수행도 우리 반에서 혼자 백점을 맞았다. 공부에 자신 있던 나도 하나를 틀렸는데. 나보다 공부를 잘해서, 아니 그냥 네가 좋았다. 우린 학교에서 철저히 서로를 모르는 척하고 학교가 끝나는 종이 치면 학교 뒤 언덕에서 수다를 떨다가 따로 하교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해가 지는 건 순간이었다. "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 그냥. 넌 내 가족사에 대해 알잖아. 난 널 모르고. 진짜 이름밖에 아는 게 없네." "나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거 같아서 서운했어?"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지민이는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말은 아니라 하고 있었지만 빨개진 귀는 지나치게 솔직했다. "난 그냥 평범했는데.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았고 동생이나 오빠 언니는 없어. 아 나 강아지 키워. 이름이 홀린데 진짜 귀여워. 내가 다음에 꼭 보여줄게." "나도 강아지 좋아하는데. 아, 근데 넌 왜 혼자 할머니 집에 살아? 엄마 아빠랑 안 살고?"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난 두 달 후면 이 곳을 떠나 원래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외로움 속에 지민이를 혼자 두고 떠나야 한다. 우리의 이별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 오랜만이에요..ㅎ 많이 늦었죠? 분량도 거지야ㅠ헝ㅠ 죄송해요 엉엉 그래도 예쁘게 봐주세요(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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