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아이돌 만큼이나 유명한 놈 하나가 있다. 키는 170 초반에 머물러 있고 얼굴? 음, 잘생겼다. 멍멍이를 닮은 것도 같고. 하루에 한 번 꼴로 고백을 받는 거면 말 다한 거 아닌가. 공부도 나름대로 중간 쯤을 유지하고 있으며 운동도 곧잘 했다. 아, 또 뭐더라. 우리 학교 댄스부에 장까지 맡고 있다고 들었다. 축제 때 등 떠밀려 나가 부른 노래도 언뜻 들었을 때 꽤 잘 불렀던 것 같고. 게다가 길거리 캐스팅도 번번찮게 받는 놈이라 아마 뭐가 되도 크게 될 놈, 이라고 선생님들이 그러셨다. 그런 놈은 친화력도 좋아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으나 특이하게도 나에게 늘 관대했고 집요했다. 나와 그 놈이 친구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망설여야 했다. 친구? 만난 지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였으며 나는 조금도 그 아이에게 관심도 없었다. 근데 어떻게 사소한 정보까지 잘 아냐고 묻는다면 의도치 않게 공부 얘기보다 많은 듣는 이야기 주제가 그 놈의 이야기였기에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특히나 옆에서 조잘거리는 녀석 하나 때문에 더더욱. 그러니까 우리 둘은 친구가 아니었다. 그냥 놈은…….
“야. 점마 또 니 쳐다본다.”
“냅 둬. 저러는 거 한두 번도 아니고. 일일이 말해주는 니가 더 피곤하겠다.”
내 삐뚤사랑광이다.
삐뚤사랑광
구야 作
“점마는 꼬추 달고 쪽팔리지도 않는다나. 내같음 저래 훔쳐볼 시간에 니한테 말 한 번 더 걸어보겠다.”
벤치에 앉아 빠삐코만 쭉쭉 빨아대며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축구를 하는 남자 아이들만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실 보고 있다기보다 시선이 그리로 향한 것일 뿐 내 정신은 멍을 때리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러니 옆에서 주학년이 시잘떼기 없는 소리를 해대는 것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 저렇게 나 훔쳐보는 게 한두 번도 아니라니까 그러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을 놈에게 시선을 돌렸을 땐 참 빠르기도 하시지.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후다닥 고개를 돌리곤 급히 자리를 피했다. 쟤도 참 피곤하게 산다.
나는 직업 군인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자주 이사를 다녔다. 안 살아본 지역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닌 탓에 친구를 사귀는 게 힘들었으나 이번엔 정말 존나 재수없게도 이모 아들내미가 사는 동네로 이사오게 되는 우연 아닌 우연에 같이 다닐 친구가 생겼다. 인물은 봐줄 만해서 데리고 다니는데에 쪽팔림 따위는 없으나 말이 많다. 굳이 지 일이 아닌데도 매사에 관심이 많아 옆에 붙어서는 웬만한 기집애들 보다 시끄럽다. 아마 이것도 유전일 터다. 묵묵한 아빠와 조용한 엄마.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게 그나마 아재 개그를 칠 수 있는 나였고, 수다스러운 우리 이모 밑에서 태어난 게 시끄러운 주학년이다. 이모와 엄마가 만나면 늘 이모만 떠들 던데. 엄마가 이모를 만나고 오는 날에는 화장대 앞에 앉아 한참 동안 귀를 후벼파고 있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 요즘은 내가 그러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그러니까 저 놈이 나에게 이리 관심을 보이는 건 나보다 주학년이 더 관심을 갖는 주제였다. 나는 고작 1년도 보지 못 했지만 주학년은 저 놈을 친하진 않더라도 곁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봐왔다고 했다. 중 · 고등학교를 같이 나와서 유명 인사인 놈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 놈이 여자에게 관심을 내보인 건 내가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왜? 난 못생기진 않았지만 평범한 얼굴에 속했고 피부도 하얗기보단 정말 토종 한국인이었다. 게다가 키도 보통 여자 아이들에 비해 큰 편이라 남자 애들은 늘 내 옆에 서는 걸 꺼려하던데. 도대체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저리도 졸졸 쫓아다니는 지 모르겠다는 거다. 나의 잠재된 매력을 나도 모르게 알고 있는 걸까.
“쟤는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건 정말 진심으로 궁금한 점이었다. 저리 티가 나는데 정말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쯤되면 내가 먼저 말을 걸어주라는 주학년의 말에도 나는 내가 왜?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근데 정말 내가 왜? 나는 굳이 걸고 싶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걸 생각이 없었다. 코딱지 만큼도 관심이 없으니 걸고 싶지 않은 건 당연했다. 뭐든 아쉬운 사람이 손 내미는 거라던데 놈은 아직 아쉽지 않은 모양인가 보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실 난 놈의 이름도 잘 모른다. 박 씨인 걸 알겠으나 그 뒤의 이름은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주학년도 옆에서 하도 점마, 점마 거려서 이름을 직접적으로 듣는 건 자주 없었으니 알 턱이 없지.
“내였으면 저래 병신같이 안 굴었을 낀데.”
“지랄하지 마. 너였으면 저것보다 더 해.”
내 말에 반박하려다 할 말이 없는 지 입에 아이스크림을 무는 걸로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젖혀 빠삐코의 밑바닥을 제대로 보고 난 후에야 엉덩이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서자 자동적으로 따라 일어난 주학년이 또 옆에서 조잘거리는데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발. 10분이라도 입 다물고 있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걸까, 진짜. 머리를 헤집으며 어떨결에 고개를 들어올린 창가에서 눈과 코만 빼꼼 내민 채 또 나를 바라보고 있던 놈과 눈이 마주쳤다. 이런. 눈을 피할 타이밍을 놓친 건지 벙찐 얼굴로 나를 응시하던 놈은 쏙 사라져버렸다.
“혹시 말이야.”
“엉?”
“저런 걸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귀엽다고 해야 할까.”
주학년은 놈을 보지도 못 했고 내 질문의 상대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음에도 누군지 알았던 건지 놈이 머물었다 갔던 창가로 시선을 던졌다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보였다.
“고마 걍 귀엽다 해주라. 저런 순애보가 어딨노.”
그래. 이런 순애보가 어딨을까.
내 삐뚤사랑광.
(*^ㅁ^*) |
* 삐뚤사랑광 : 스토커(stalker)의 순 우리말. 제가 표현한 스토커는 순 우리말 삐뚤사랑광 같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마냥 귀엽게 느껴지는 것처럼 순수하게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다가가지 못 하고 뒤에서 지켜보며 쫓아다니기만 하는 그런 귀여운 스토커이자 순순한 순애보 지훈이로 표현했답니다. 첫 화라서 긴 걸 거예요. (아마도) 가볍게 다룬 소재이기 때문에 심오하다기 보단 정말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미모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연애? 를 다뤄보고 싶었어요. 사실 캐릭터 설정 자체가 주변에서 볼 수 없음. (ㅋ) 엄친아지만 마냥 귀엽고 순수하고 그 나이 또래에 맞게 보이는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어서 이렇게 쿰척쿰척 쪄보았답니다. 여주도 설명해서 표시했둣 정말 평범하고 또 평범하고 또 평범하답니다. 헤헷. 여주는 여러분이니까요. 꺄울 @>_<@ 암호닉 신청은 반드시 [구야] 이렇게 해주셔야 해요. 이렇게 안 해주시면 확인을 제대로 못 해 제가 모를 수도 있어요. 꼬옥 이렇게 해주셔야 합니다. 아마 암호닉은 3화까지만 받을 예정인데 잘 모르겠어요. 그건 차차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느리고 느린 사람이니 천천히 아주 처언천히 굴러갈 테니까 저와 같이 천천히 굴러가주세요, 열어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