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가 용국이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그날 부터 였을 것 이다. 초여름이었지만 선선한 날씨에 같이 등교하다 말고 제 집업을 내게 던지고는 운동장으로 뛰어가는 용국이에 평소라면 귀찮다며 집업을 내팽겨쳤겠지만 그날만큼은 뭔가 달랐다. 화창이 비추는 햇빛과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날따라 달라 보이는 용국이에 급격히 빨개지는 얼굴을 감추려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급히 발걸음을 옮겼었다. 그런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용국이었지만 제게 눈길도 안 주고 걸어가는 나에 금방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가는 용국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쿵쿵대는 심장을 부여잡고는 중얼거렸다. 뭐야… 나 왜 이래…?
그날 이후로 나는 용국이를 피하기 시작했다. 마주 볼 때마다 주체 못하고 뛰어 대는 심장에 도저히 전처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용국이가 말을 걸어올 때도 대충 말을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한 게 벌써 일주일이다. 그래서일까? 갑작스레 이렇게 마주하는 날이 오늘이 될 줄은 전혀 몰랐었다. 그것도 이렇게 둘이서만 같은 공간에 있을 줄은.
" 어떡하지…? 우리 수업은? "
" ……. "
" 너 진짜 열쇠 없어? 아… 다른 반은 체육 언제 하지? "
" …김여주 "
" …어? "
" 너 왜 나 피해다니냐? "
그러니까 이 상황을 설명하자면, 체육부 장인 김용국과 반장인 내게 체육 뒷정리를 시키신 체육 선생님에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뒷정리를 하고 있었을까, 창고 안에 체육 장비들을 차곡차곡 정리를 하고 있던 와중 갑자기 하나씩 쓰러지는 허들에 창고 문을 잡고 있던 용국이 허들을 잡느라 창고 문을 놓쳐버렸다. 잠겨버린 창고 문에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용국이한테서 멀리 떨어져 바닥에 깔려있던 매트에 앉아 푸념만 늘어놓고 있던 도중이었다. 갑작스레 내 머리 위로 떨어진 잠긴 목소리는 나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 …어? ㄴ, 내가 무슨…! 내가 무슨 너를 피해다니냐…! "
" 이제 안 피해다닐거지? "
" 그럼…! 내가 널 왜 피해! "
" 그럼 됐다. "
버벅거리는 나를 한 번 힐끗 쳐다본 김용국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는 이제 안 피해 다닐거지 라며 묻자 급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한 눈동자가 방황하며 이리저리로 굴러다녔다. 능청스레 여유로운 척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을 하니 그럼 됐다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잠깐만, 열쇠?
" …뭐야, 너 열쇠 있었어? "
" 응. "
" 근데 왜 없는 척 했어? "
" 너가 나 피하길래, 이렇게 아니면 말할 기회조차 없어서. "
열쇠가 없는 척 하던 김용국이 괘씸해 왜 열쇠가 있었으면서 없는 척을 했냐 추궁을 하자 용국이가 내놓은 대답은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났나….
*
체육 창고에 갇힌(?)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용국이를 피할 수 없었다. 쉬는 시간마다 내 자리로 찾아오는 김용국에 모르는 척 자리를 피하려 하면 내 이름을 불러오며 어디 가냐 묻는 김용국에 결국 나는 자리에 앉아 꼼짝달싹도 못했다. 아, 진짜 당황스럽네….
" 어디가? "
" 매점. "
" 같이 가자, 그럼. "
" ……. "
" 어디가? 매점 그쪽 아닌데. "
" 아… 나 화장실. "
나 안 피한다며. 다른 친구가 용국이에게 말을 걸어 용국이가 한눈을 팔 때 몰래 반에서 빠져나와 정처 없이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었을까 팔을 내 어깨에 두르며 어디 가냐 묻는 용국이에 애써 담담한 척 무심하게 대답했다. 매점까지 같이 가자는 용국이의 말에 이대로라면 매점으로 가기 전에 내 심장이 먼저 터질까 발걸음을 돌렸다. 붉어지는 볼을 식히려 화장실에서 세수나 할까 싶어 화장실로 향하는 내 어깨를 잡아 돌린 건 김용국이었다.
" …ㅍ,피하는거 아냐! "
" 그럼 뭔데? "
" 배가 아파서…. "
내 말에도 계속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던 용국이었지만 미간을 찡그리며 허리를 굽히는 내 모습에 금방 어깨를 놓아주었다. 어깨가 놓아지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내 등 뒤로 걱정스러운 눈빛이 닿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 아, 진짜 왜이래 김여주. 제발 정신차려…. "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모습이었다. 쿵쿵 요동쳐대는 심장과 벌겋게 달아오른 볼이 누가 봐도 내가 김용국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날 이후로 부인하고 있었던 감정들이 구름 마냥 두둥실 떠올라 나를 덮쳤다.
* * *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리네요!
몽글몽글한 짝사랑같은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미숙한 글 솜씨로 fail..
앞으로 자주 찾아 뵈겠습니당
잘 부탁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