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
03
"깼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체한다. 성규가 시청하던 TV에서는 지난밤 불타오르던 도시의 모습이 비춰진다. 어느 날 갑작스레 시작된 연속된 몰락. 원인은 알 수 없다. 망가져가는 도시는 다가갈 수 없고, 망가진 도시에 가면 남아있는 건 시체와 살기 위해 몸을 버둥거린 흔적들, 주인을 잃은 집만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일을 알아내기 위하여 학자들은 의문을 품는다. 도시인구에 비하여 시체는 현저히 적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만약 생존자가 있다면. 만약 그 일을 겪었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연속된 몰락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허나 카메라를 통해 전달되는 TV속 영상에는 사람의 그림자 조차 비치지 않는다.
타악-
성규가 탁자 위에 성열에게 줄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그 소리에 성열이 성규를 올려다보며 웃는다. 비록 일어나서 보는 얼굴이 우현이 아니라 성규라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서도 다행이다. 만약 우현의 얼굴을 봤으면 둘 다 표정이 좋을 리 없다. 뭐, 그건 나중일 이니까 제쳐 두기로 하고. 쇼파에 푹 기대며 앉는 성규의 옆에 폴짝 뛰어가 성규에게 기댄다. 아, 아. 따뜻하다.
기대오는 성열에 성규가 불편함을 느꼈는지 몸을 몇 번 비틀더니 팔을 들어 성열의 몸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성열은 딱히 피할 마음이 없었는지 가만히 TV를 바라보고 있다. 성규가 성열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다시 성열을 바라본다. 볼만한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바라보는지. 성규가 보기 좋게 살이 오른 성열의 볼살을 쭈욱 잡아 당겨본다. 성열의 미간이 구겨졌다.
"으으, 혀엉! 하지마!"
볼을 쭈욱 늘린 채 인상을 구긴 성열의 모습이 마냥 어린애 같아 성규가 배를 부여잡고 웃는다. 웃으며 손이 떨어지자 성열이 볼을 부여잡고 성규를 씩씩거리며 째려본다. 평소 성열과 놀 때면 어린아이와 장난치는 느낌을 받던 성규는 좀 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하여 더욱 괴롭혀 보기로 한다. 재깍재깍 반응이 오는 성열이 마냥 귀엽다.
도르륵- 쨍그랑-
식탁 위 꽃병이 성규와 성열 모르게 엎어져 구르다 바닥에 떨어진다. 꽃병이 바닥과 맞닿는 소리와 함께 쨍그랑 하며 파열음이 집안에 울려 퍼진다. 시끄럽던 집안은 물이라도 뿌린 것 마냥 조용해진다. 성규와 성열이 서로의 눈치를 보다 부엌으로 향한다. 뛰어 노느라 못 느꼈던 진동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릇들이 달달 걸리며 떨린다. 둘의 눈이 커진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성열이 성규의 옷자락을 잡는다. 긴장이 되어 손에 땀이 차는 듯하다.
"형."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성열의 물음에 성규는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성열의 손을 꼬옥 잡는다. 성열은 마냥 깨진 와인병과 성규를 번갈아 보고, 성규는 불안한 시선으로 마냥 바닥을 쳐다본다. 이 땅 속 울림이 불안하다. 어느 누구라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시작된 변화는 우리에게 겁을 주었고, 지금 그 변화는 우리들 앞에 실현화 되려 한다.
갑작스레 땅 속 울림이 더욱 커지고 가구가 흔들린다. 갑작스레 시작된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총성이 들린다. 총성? 이 평화롭고 안전하다 자부하던 도시에서 무슨 총성이란 말인가. 성규가 성열을 잡고 남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헤집는다. 성열 역시 총성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어느 때와도 다른 차원이 다른 공포. 성열을 보자 걱정된다. 우현이. 혼자 있을 우현이 걱정된다. 그리고 지금 성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현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했던 둘이기에 미안하다. 마치 자신이 찢어 놓은 것 같아서.
성규가 성열의 팔을 끌어 침실로 끌고 간다. 성열은 마냥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끌려갈 뿐이다. 성규가 성열을 침대 위에 눕히고, 이불을 뒤집어 쓰게 한다.
"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가 우현이 데려올께."
"형, 무슨 일인데 그래."
성열이 겁을 먹은 채 성규를 바라본다. 성규가 슬며시 웃더니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녀올게. 성규가 뒤를 돌아 문밖으로 뛰쳐나간다. 침대 옆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본다.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와 시계탑이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 사람들은 시계탑을 바라보고 있다. 꽤나 놀란 듯 입이 벌어진 채로 몇몇은 비명을 지르며 집안으로 뛰쳐 들어간다. 집안으로 숨어 들어가는 사람들과 다르게 우현과 성열의 집을 향해 달려가는 성규의 모습이 멀어져만 간다.
성열이 멀어져 가는 성규를 향해 창 밖으로 몸을 쭉 내어 손을 뻗어 잡아보려 애를 쓴다. 하지만 닿을 리 만무하다. 성열은 곧 몸을 이불로 덮는다. 어찌된 일이지. 하루 만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우현과 싸웠고, 자신의 집 앞에서 배회하던 남자는 나에게 미안하다 하였다. 그리고 의미 모를 울림에 와인병이 깨졌고, 밖에서는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총성이 들려오며 비명소리가 들린다. 옆에 있던 성규마저 우현을 찾으러 가버렸다. 지금 자신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 항상 옆에서 자신을 지켜줄 것만 같았던 우현이 없다. 성열이 이불 속에서 다리를 모으고 그 사이에 얼굴을 묻는다. 무섭고, 외롭다. 그리고 그를 잃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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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열심히 발을 뻗는다. 몇몇 사람들과 부딪치긴 하지만 이정도야 괜찮다. 시계탑을 거쳐야 갈 수 있는 우현과 성열의 집이 원망스럽다. 아무리 우현과 성열의 비하여 나이가 많다 하여도 겁이 나지 않을 리 없다. 자신이 지금 향하는 곳은 총성 음이 계속 들리고,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며, 불길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곳을 지나쳐야 하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우현을 찾으러 가는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시계탑을 에워싸고 있는 시내에 가까워지자 총성 음은 커진다. 모두들 시내에서 벗어나 자신과 반대쪽으로 향한다. 저 검은 안개 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일까. 짧은 시간 동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 머리 속에선 과부하가 일어난 듯 하다. 겁에 질려 자신 쪽을 향하여 달려오던 나풀거리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총성 음과 함께 성규의 앞에서 쓰러진다. 성규의 표정이 굳는다. 백인 이였던 어린 소녀는 자신의 품 속 꽃을 가득 안고 엎드린 채 자신의 피로 얼룩져간다. 성규의 안색이 파래졌다. 아, 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시계탑 주변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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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가운데 유유히 도시를 지키던 시계탑은 불에 활활 타고 있다. 그 주위에는 불이 옮겨 붙은 것인지 시내는 타오르고, 시계탑과 거리가 있는 우현과 성열의 집 앞 거리는 사람들이 다 집에 들어가 있는 것인지 거리는 조용하다. 오직 저 멀리 총성과 비명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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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지는 총성에 성규가 다시 골목길로 들어간다. 골목길은 이미 한차례 검은 무리들(편의상 검은 무리라 칭한다.)이 지나간 듯 사람들의 시체들이 이리저리 뉘어있다. 성규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피가 튀겨 철퍽이는 소리가 난다. 피비린내가 풍기는 거리를 지나자 시내와 가까워진다. 비명소리는 끊임없이 들리고, 간간히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금 이 상황이 짐작이 가지 않는다. 성규가 급히 뛰어가다 시체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그리고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 하자 자신의 그림자에 겹쳐지는 또 다른 그림자. 옆을 보니 검은색 군화가 보인다. 아, 검은 무리다. 성규의 정신이 아득해진다. 자신의 머리카락 사이를 가르고 들어와 자신의 두피에 닿는 차가운 금속으로 된 총구에 소름이 돋는다. 철컥.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난다. 내가 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성열과 우현의 보호자는 누가 되는 것일까. 비록 성인이라 하지만 둘은 마냥 어리다. 나의 친동생 같은 그들이, 나의 친자식 같은 그들이 걱정된다.
“응?”
“형, 뭐해.”
우현이 웃으며 손을 뻗고 있다. 아, 아. 다행이다. 만나서. 성규가 우현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무슨 일일까?”
그렇겠지. 우현이 쓰러진 검은 무리의 시체를 몇 번 뒤적이다 성규에게 총과 탄알을 쥐여준다. 총이라면 사용할 줄 안다. 이 세계와 총은 게임으로 장난감 총을 몇 번 쏴봤을 뿐이지만, 확실히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총을 사용할 수 있다. 성규가 총을 정리하는 사이에 우현이 성규의 주변을 둘러보다 표정을 구긴다. 이성열은?
“우리 집에 있어.”
우현의 말을 무시한 채 성규가 앞장서 골목을 내달린다. 뒤에서 우현이 성규에게 소리친다. 형, 제정신이냐고! 큰소리를 내는 우현에 성규가 멈춰서 뒤따라오던 우현의 입을 막는다.
“큰소리 내지마. 우리도 저 시체처럼 저 꼴 나기 싫으면.”
뭐? 앞장서가는 성규의 말에 우현이 얼굴을 구기며 되묻는다. 역시 어리다. 하나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이 이곳에 성열을 데려왔다면 지금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피할 몸이 한 개 이기에 그나마 그들의 눈을 속였지, 성열까지 왔다면 성규는 성열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따윈 없다. 지나가는 검은 무리들의 몸에 정확히 총알이 박힌다. 우현 역시 조용히 성규를 엄호하며 뒤를 따른다. 시계탑 근처 골목길이 되자 비명소리는 쉴 틈 없이 울린다. 검은 무리의 등장이 잦아진다. 매번 그들과 대면하기는 어려워 몸을 피해본다. 앞서 가다 여럿이 모여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검은 무리를 보고 성규가 발걸음을 멈추고 우현과 몸을 숨긴다. 검은 무리를 흘끗 쳐다보자 그들은 가면들을 벗어 담배를 피워 되고 있다.
“뭐 하러 잡아오라 하는 걸까요.”
검은 무리 중 금발의 백인인 남자가 앞에 있는 도시시민을 발로 툭툭 차며 불쌍하다 내뱉었다. 상사로 보이는 듯한 흑인은 담배를 다 피웠는지 바닥에 버려 짓밟아 불을 끄고 다시 가면을 뒤집어 쓴다. 그 모습을 보던 검은 무리들은 일제히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뭐, 인체실험 일 수도 있고. 상사로 보이던 흑인이 내뱉으며 그들은 이내 도시시민무리를 이끌고 시계탑 쪽으로 향하였다.
“이성열!”
조용한 집안이 공포로 다가온다. 급하게 침실로 올라가 이불을 들춰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방들을 뒤져보아도, 옷장을 뒤져보아도, 성열은 보이지 않는다. 문득 성열을 찾느라 신경 쓰지 못한 집안을 둘러본다. 반항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릇들은 깨져있고, 의자들은 넘어져있다. 그제서야 둘은 깨닫는다. 성열이 잡혀갔다. 만약 죽었다면, 굳이 반항하는 애를 잡아다 끌어 집밖에서 죽일 이유는 없다. 둘이 집밖으로 뛰어 나간다. 성규는 마치 친동생 같은 동생을 잃고 싶지 않고, 우현은 자신의 사랑스러운 애인을 잃고 싶지 않다.
“이성열!”
다급한 우현과 성규의 목소리가 비명 사이에서 울렸다. 그 모습을 보던 검은 무리들은 성규와 우현을 향해 총구를 겨누지만 성규와 우현이 서로를 엄호하며 그들에게 쏜다.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성열의 목소리에 둘의 고개가 돌아간다. 성열이 어떤 남자에게 잡혀 성규와 우현을 향하여 손을 뻗는다. 마치 그 손을 잡아 달라고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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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
안녕하세요! S2Yeol이에요:)!!! 죄송해요 제가 또 늦었네요 ㅠㅠ 지금 여러모로 멘붕이네요ㅠㅠ 갑자기 바탕체가 안써져요... 흡.. 아쉽게도 이번엔 키워드가 없네요. 사실 키워드도 몇개 안되요...:O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발전하는S2Yeol이 되겠스빈다 빠른시일내에 4화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어머 수정하니까 바뀌네요 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