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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루시 전체글ll조회 3485l 5

암호닉 ㅎ♡ㅎ

☞ 콜라 식탁 복숭아 큥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임에도 불구하고, 종인은 새벽같이 일어나 곧바로 자전거를 이끌고 신문배달에 나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얀 눈으로 다 덮힌 산 속 마을에서 눈사람을 만들기 바빴는데, 서울 시내로 고등학교 진학을 하게 된 이후로 시작된 하숙생활에 종인은 무섭도록 혼자였고, 외로웠다. 자신이 살던 곳은 전화도 웬만해선 잘 터지지 않는 곳이어서 가족들과의 연락도 닿기가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 고등학교 생활 자체가 종인에겐 너무나 버거웠다. 하지만, 힘들다고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 깊은 산 속에서 자신만 바라보고 사는, 전화로 항상 이 할미가 죽어야지, 죽어야지…만 되풀이하는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했고,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는 하필 월요일이라서 신문 배달이 끝나자마자 바로 옷을 갈아입고 학교로 향해야했다. 눈꺼풀은 자꾸만 감겨오고 자신도 모르게 뒤숭숭해 지는 마음을 이길 수는 없었지만 애써 모른척하는 것이 답이었다. 종인은 그런 여유를 느낄 새가 없었다. 누구보다 악착같이 벌어서 하루빨리 할머니를 더 좋은 곳에서 보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새벽같이 알바를 하면서도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종인에게 최대의 적은 잠이었다. 신문을 자전거 앞 바구니에 싣고 가는 이 순간에도 눈이 감길 지경이었다. 안 돼, 안 돼. 차디찬 새벽 겨울 바람을 상대로 자신의 뺨을 찰싹 찰싹 때리면서 마지막 배달지인 집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마지막 배달집이 종인 자신이 하숙하는 집의 바로 옆이라서 하얀 입김을 잔뜩 불고는 높다란 담벼락 안으로 신문을 던졌다.





“…….”





종인은 홀가분하게 자전거를 끌고 하숙집 담벼락 아래에 세워놓고는 아무말 없이 하숙집을 쳐다봤다. 하숙집은 신문을 보지 않았다. 종인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숙집에는 자신과 동갑,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 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아무런 말도 섞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서로 못 느꼈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학교가 끝나면 하숙집 아들은 바로 학원으로, 종인은 편의점 알바로 가야했다. 정반대의 일상을 사는 두 사람이었다.





자전거를 똑바로 세워놓고는 입김을 다시 후- 불고는 조심스럽게 대문을 여는 순간.



“…….”
“…….”




하숙집 아들이 문을 열고 나오다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교복차림이었다. 종인은 무심코 노란색 이름표를 쳐다봤다. '이태민'. 그 아이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쓸데없지만 줄곧 생각했었다. 그것도 잠시 종인은 태민이 자신을 위 아래로 훑는 시선에 당황했다. 아, 신문배달복. 신문배달을 하는것은 어쩌다보니 하숙집 가족들에게 비밀이 되어버렸다.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태민이 살금 살금 문에서 걸어나오면서 쉿- 하는 동작을 취했다. 종인은 바로 입을 닫았고 눈동자를 굴려가며 태민이 하는 양을 지켜봤다.



“지금 우리 엄마 깨어있어.”
“…아.”
“내가 소리에 예민해서, 먼저 나온거야.”
“…미안.”
“괜찮아. 전부터 알고있었어.”
“…….”
“나 밖에 몰라.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





종인이 눈을 깜빡거리면서 우물쭈물해 하자 태민은 작은 목소리로 빨리 들어가라는 말을 했다. 종인은 담벼락 아래에 세워둔 자전거가 생각나, 태민에게 말하려고 할 때 이미 태민은 밖에 나간 상태였다. 종인은 뭔가 싶어서 다시 대문쪽으로 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보니 태민이 낑낑 거리면서 자전거를 옮기고 있었다. 종인이 괜찮은데…! 하며 나오려고 하자, 태민이 다시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 대면서 빨리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정말 하숙집의 문가에서는 아주머니의 말소리가 들렸고 종인은 재빨리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종인이 묵는 방 앞에 다다르자, 아주머니가 문을 열며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태민아! 어디 갔니!”
“아, 저…답답해서 산책 좀 다녀왔어요!”
“날씨도 추운데 무슨 산책! 얼른 들어와!”
“네에….”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태민의 정수리가 종인의 시야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순간 위로 향했다. 그 바람에 내려다 보고 있던 종인과 태민의 시선은 공중에서 맞닿았다. 종인이 먼저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해보이자, 태민은 해맑게 웃었다. 종인은 무언가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뭐지. 이브라서 그런가. 고개를 갸우뚱하던 종인은 또 다시 칼같은 겨울바람이 볼을 스치자 양팔을 손으로 부비며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뭔진 몰라도, 조금은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w. Lucy










종인은 내일,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에 하루 더 편의점 알바를 해야한다는 전화를 받고 절망감에 빠졌다. 물론 딱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혼자 시내를 걷거나 할 참이었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는 건 고작 편의점 라디오에 울려퍼지는 캐롤이나 시덥잖은 사연들로부터일 거라는 생각에 종인의 어깨는 축 처졌다. 작년까지는 참 좋았는데. 그것들은 모두 추억이 되어버렸다. 책가방을 챙겨 신발을 신기 전에 책상 위에 엎어져 있던 액자를 다시 똑바로 세웠다. 액자 받침대를 다시 사야할 터였다. 왼쪽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그냥 다리를 찾아서 붙일까, 생각하다가 시계를 보고 급히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신발을 대충 구겨 신었다. 문을 열자마자 확 들어오는 차디찬 바람에 눈을 잔뜩 꼭 감았다 떴다. 종인은 아침마다 자신이 눈 앞에 펼쳐지는 이 동네의 풍경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부근에서 가장 비싼 하숙집이었지만 이 풍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그냥 덜컥 들어오겠다고, 어린 마음에 말했던 것 같다. 태민의 부모님은 아주 친절하고, 상냥했다. 종인을 가족처럼 대하려했고, 많이 챙겨주었다. 하지만 종인은 태민의 부모님이 그러면 그럴수록 왠지 모를 외로움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빽빽하게 알바를 하고 새벽 늦게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친절하던 태민의 부모님도, 이제는 종인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종인은 그게 훨씬 나았다. 차라리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게. 더 편했다.





종인은 풍경을 한번 바라보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계단을 내려갔다. 마당에는 태민의 교복 매무새를 다듬어 주는 아주머니와 멀뚱멀뚱 서 있는 태민의 모습이 보였다. 인기척에 태민이 종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종인은 아주머니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주머니는 보지 못한 듯 했다. 태민은 종인이 무안해 할까봐 자신도 같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뜬금없이 인사를 하는 태민에게 당황한 종인은 태민이 고개를 들자마자 큼큼, 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태민이 종인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 오늘 새벽에. 고마웠다고.”
“으응.”
“말…안 할거지?”
“당연하지.”





태민이 샐쭉 웃어보였다. 종인은 생각했다. 내가 요즘 저렇게 웃었던 적이 있었던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우울하진 않았다. 종인은 힘겹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주었고 먼저 대문을 열었다. 그 뒤로 태민이 따라나왔다.





같은 학교, 같은 반인 두 사람은 가는 길이 같을 수 밖에 없었다. 어색한 것을 제일 싫어하는 태민이 조금 앞서가는 종인의 발걸음을 따라잡아 말을 걸었다.






“너, 이름이 뭐야?”
“…김종인.”
“난 이태민.”
“알아.”
“알아? 어떻게?”
“명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태민의 얼굴을 쳐다보고 노란색 명찰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태민은 아…명찰…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명찰을 만지작거렸다.



“난 원래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응?”
“아, 아니. 아니야.”





태민은 실망스러웠다. 나는 우리 집 들어왔을 때부터 알았는데. 종인이 태민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되면서부터 태민은 줄곧 종인의 존재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형제가 없어서 외로움이 많던 태민에게 자신과 나이가 같은 친구인 종인은 굉장히 반가운 존재였다. 하지만, 친해질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종인이 알바가 끝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태민이 잠들어 있는 시간이었고, 태민이 학교에 가는 시간은 종인이 잠들어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였다. 교실에서 종인은 쉬는 시간에는 항상 자고 수업시간에는 그래도 졸지 않고 수업을 들었다. 종인보다 뒤에 앉은 태민은 항상 조용하고 말 없고 혼자만 있는 종인의 옆에 가서 말을 걸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무뚝뚝한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냥 눈을 뜨면 알바를 가고 학교를 오고 다시 알바를 가고. 태민이 관찰한 종인의 일상이었다. 물론 태민도 학교, 집, 학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종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전학온지 얼마 되지 않은 종인은 아무와도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왕따 아닌 왕따가 된 종인이었다. 종인은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태민은 왠지 모르게 그런 종인의 모습에서 자신과 같은 외로움을 느꼈다. 동질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였을것이다. 종인이 알바를 끝내고 돌아오거나 나가는 시간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뜨였다. 종인에게 예민하다고 말한 것은 단순한 변명이었다. 대문이 보이는 창문의 커튼을 걷고 항상 피곤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종인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꼭, 저렇게 살아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득 엄마가 해줬던 이야기를 떠올리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태민이었다.




“엄마, 종인이는 그럼 서울에 혼자 올라온거야?”
“응. 원래 살던 곳에는 할머니 혼자만 계시대. 종인이 혼자 할머니 챙기려니까 저렇게 맨날 알바하고 그러는거지. 어려서부터 저게 무슨 고생인지…….”
“그럼 부모님은…?”
“엄마도 몰라. 종인이가 그렇게만 말했거든.”





태민은 종인이 웃는 모습이 참 궁금했다. 대체 알바는 언제 쉬는건지, 정말 평소에 연락하는 친구는 없는건지. 게다가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종인이 알바에서 돌아올 시간에 맞춰 엄마와 아빠 몰래 나와 종인과 마주쳤고, 말을 걸었다. 진작에 말을 걸어볼껄, 후회가 되는 태민이었다. 종인은 분명 태민을 밀어내지 않았다.




“너는 내일 뭐해?”
“내일?”
“응. 크리스마스잖아.”





활짝 웃으면서 말하는 태민과는 달리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종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태민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는 종인에게 당황해서 물었다.




“왜, 왜…?”
“…난 알바 가.”




태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종인의 옆에서 졸졸 따라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종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앞질러갔다. 태민은, 종인에게 어떤 말을 건네줘야 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 * *









“자, 오늘은 이브니까. 여기까지.”




반장, 인사. 담임선생님이 반장에게 인사를 시키자마자 태민과 종인의 반 아이들은 벌써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다들 크리스마스라는 말에 들뜬 듯 보였다. 태민과 종인은 의외였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가방을 싸고 심지어 어깨에 매기까지 했는데 종인은 가만히 앞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태민은 뒤에서 역시 가만히 그런 종인을 쳐다보았다. 반장이 인사를 하고 우르르 아이들과 선생님이 나가자, 그제서야 종인은 가방을 싸고 어깨에 매고서 의자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가려는데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며 앉아만 있는 태민을 발견했다.





“넌, 안 가?”
“…너 알바 안 가면 안 돼?”
“…뭐?”
“나랑 같이 있자.”






뜬금없는 태민의 말에 당황한 종인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에 말도 안 걸던 애가 갑자기 왜 자신에게 말을 걸면서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이 있자는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고맙긴 했지만 알바를 빠지는 건 곤란했다.





“나 알바가야 되는데. 미안.”
“알바 그냥 한번만 빼면 안돼?”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는 태민에 종인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뭔가가 종인의 마음을 욱하게 만들었다.






“…알바가 무슨 학원인줄 아냐.”
“뭐…?”
“난 이거 짤리면 안돼. 넌 알바따위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나한텐 이게 생명줄이나 다름없어.”






종인은 자신도 모르게 애꿎은 태민에게 화를 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외로움. 아마도 그것일 것임이 틀림없었다. 잔뜩 상처받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태민에게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종인은 아무말없이 교실을 나갔다. 태민은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종인에게 당황해 종인을 잡지도 못하고 의자에 다시 털썩 앉았다. 종인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게 내가 심한 말을 했나…? 아무리 곱씹어봐도 자신이 심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태민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 한참을 생각하다가 태민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태민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미쳤어, 미쳤어! 아, 내가 왜 그랬지. 태민은 당장이라도 종인에게 달려가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꾸만 이 사실이 태민의 마음을 쿡쿡 쑤셔댔다. …종인은, 혼자였다.









* * *









“안녕히 가세요.”






드디어 마지막 손님을 끝으로 크리스마스 이브, 아니 크리스마스의 알바가 끝이 났다. 시계는 오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잠깐 집에 다시 들렸다가 점심때 다시 나와야 할 터였다. 지난 달,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지셔서 편의점 알바를 불가피하게 빼야할때는 그렇게 안 빼주더니 자신보다 3살 더 많은 알바생은 여행을 간다고 하니까 바로 빼주는 사장에 종인은 신경질이 났다. 가뜩이나 돈이 없어서 무시를 당하느라 하루하루가 힘들어 죽겠는데 이제는 심지어 나이가 적다고 무시를 당하는 현실에 종인은 씁쓸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 날, 할머니가 쓰러지셨는데도 찾아가보기는커녕 안부전화도 못 드리고 지나쳤었다. 그 다음날 종인이 죄송하다며 울먹거리며 전화를 했을때도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딱 하나였다. 종인아, 미안하다……. 이 할미가 얼른 죽어야지…. 종인은 전화를 끊자마자 방 구석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7년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다. 할머니의 사진이 꽂혀져 있는 액자 뒤로 숨겨져있는 부모님과 종인 자신의 어렸을 때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꺼내들고 종인은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었다.





편의점에서 나와보니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종인은 흰 입김을 뿜으며 고개를 들어 자신의 위로 쏟아지는 흰 눈을 바라보다가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왠지 저 위에서 부모님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종인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다 웃었다. 엄마, 아빠. 저 잘 살고 있어요.





눈이 많이 와서 꽁꽁 얼어붙은 길을 걸어가야 하다보니 평소에는 10분이면 도착하는 하숙집에 20분이나 걸려 도착했다. 평소와 같이 대문을 조심히 열고 계단으로 향하는데 하숙집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인영이 종인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태민? 태민은 끼익-하면서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어서 터벅터벅 들어오는 종인의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위에서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종인의 얼굴이 보였다.





“종인아.”
“너, 설마….”
“오늘은 조금 늦었네.”






태민이 싱긋 웃으며 종인을 쳐다보자 종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태민의 옷차림새를 살폈다. 츄리닝 바지에 니트 한장을 달랑 걸친 태민은 굉장히 추워보였다. 그렇다고 이렇게 태민을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해버리면 태민의 부모님이 잠에서 깰게 분명했다. 종인은 한숨을 내쉬고는 쪼그려 앉아 있는 태민의 어깨를 잡고 일으키고는 자신이 입고 있던 교복 마이를 벗어 태민에게 덮어주고 어깨를 감싸안았다.



“…….”
“너네 부모님 아시면 안되니까 우선 내 방에 들어가 있자.”




태민이 아무말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종인은 태민의 어깨를 고쳐 감싸안고서 계단으로 올라갔다. 태민은 처음 올라가보는 종인의 방을 볼 생각에 설레는 것도 있었지만, 종인에게 어떻게 사과를 해야할지 몰라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옆을 보니 바로 옆에서 자신을 감싸 안고 있는 종인의 모습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올라가보니 태민 자신도 처음보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을 다물수가없었다. 종인은 가다말고 우뚝 서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태민이 걱정스러웠다.




“너 감기걸려.”
“…예쁘다.”
“…….”
“이걸 맨날 너 혼자만 봤어? 치사하다.”
“…기다려. 옷 갖고 올게.”





아무리 말해도 계속해서 풍경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태민에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 얼른 방에 들어가서 따뜻한 옷을 찾으려니까 마땅한 옷이 있지 않았다. 종인은 어쩌지, 하면서 고민을 하다가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자신 눈 앞에 놓여져 있던 것을 들어 올렸다.





태민은 멍하니 풍경을 내려다보는데, 갑자기 자신의 위에 턱 하고 올려지는 무거운 것이 뭔가 하고 뒤를 돌아 봤더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큰 솜이불을 자신의 몸 위에 덮어주는 종인의 얼굴이 있었다. 태민은 처음보는 종인의 얼굴이 웃기기도 하고,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는 종인의 행동이 귀여워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태민이 이불을 꼭 잡고 웃음을 터트리자, 종인은 태민이 웃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멍하니 태민이 웃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아아, 너무 웃겨.”
“…….”
“너 원래 이렇게 웃긴 애였어? 진작에 말하지.”




종인은 대체 자신이 어떤 웃긴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태민의 질문에 어깨를 그저 으쓱해보였다. 눈을 부비적거리며 한참을 웃던 태민은 코와 귀가 빨개진 종인의 얼굴을 보고 이불을 한손으로 꼭 잡고 다른 손으로는 종인의 팔목을 이끌어 자신이 서 있던 자리로 갔다. 종인이 영문을 모른채 자신을 쳐다보자 태민은 덮고 있던 이불을 크게 펼쳐 들고 한 쪽을 종인의 위에 덮어주었다. 종인은 얼떨결에 이불 한 쪽을 손으로 잡았다. 큰 이불 안에 고등학교 남학생 2명이 붙어 있는 모양새는 둘이 생각해도 우스운 꼴이었다. 조용하던 둘이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너도 웃을 줄 아는구나.”
“나도 인간인데.”
“난 네가 맨날 정색을 하고 있길래 웃는법을 까먹은 줄 알았어.”
“…거의 그럴 뻔 했지.”
“응?”
“아, 아니야.”





종인은 자신이 이런 얘기를 또 꺼내면 분위기가 다시 우울해질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래,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종인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풍경을 내려다보자 그런 종인을 쳐다보던 태민은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
“괜찮아.”
“아니야. 정말…진짜 미안해.”




고개를 푹 숙이고 계속 미안하다며 말을 하는 태민에게 종인은 더 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 욱 한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따지고 보면 태민은 미안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종인은 난처해져 고개를 푹 숙인 태민의 볼을 툭툭 건드렸다. 태민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 정말.”
“진짜…?”
“네가 잘못한 것도 없고. 그냥 나혼자 그런거야. 너무 신경쓰지마.”
“그래두우….”
“울 필요까지도 없는데.”





종인이 차가운 바람에 발그레져 있는 태민이 위로 흐른 눈물을 닦아주며 고개를 살짝 숙인 태민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태민은 종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화르륵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고 눈을 크게 뜨며 허리를 곧바로 피고 동네를 내려다보았다. 당황해하는 태민의 모습에 종인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동네를 내려다보았다. 태민의 집 앞에 있는 교회에서는 은은한 캐롤이 흘러나왔다. 종인은, 어쩌면 이번 크리스마스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 *










“안녕히 가세요.”





종인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면서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라디오에서는 하루종일 캐롤이 나왔고 행복한 사람들의 사연이 쏟아져나왔다. 새벽까지 계속해서 알바를 안 가면 안되나며 찡찡대는 태민을 간신히 설득시킨 후 종인도 찝찝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 어느때보다도 알바를 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악착같이 돈 버는 것에만 신경을 쏟던 종인의 일상에 태민의 존재가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종인은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다른 것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 나쁜 느낌인 것 같지 않아 그 느낌에 위로를 받으며 알바를 시작했다. 그래도 뒤숭숭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었다. 그때, 계산대 위에 올려져있던 종인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전화 올 곳이 없는데. 혹시 할머니가…?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급하게 받은 종인은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태민?




- 나 누구게.
“…태민이야?”
- 어? 바로 맞추네?
“나한테 전화할 사람은 너 밖에 없어.”
- 그래? 기분 좋다.




천진난만하게 솔직하게 좋다고 내뱉은 태민의 순수한 말에 종인은 푸흐흐 웃었다. 그리고 굉장히 신기했다. 전화 한 통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기쁘게 할 수도 있는거구나. 종인은 태민이 정말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 어제 너 잘때 적어왔지롱.
“하여튼…. 지금 집이야?”
- 아니. 밖이야.
“아…….”
- 네 선물 고르고 있어.
“선물…?”
- 응! 기대하고 있어. 이따 봐!





바로 전화를 뚝 끊는 태민에 기뻤던 마음이 한 순간에 또 시들시들해졌다. 그래도 자신의 선물을 고르고 있다는 말에 기대가 안 된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핸드폰을 계산대에 내려놓고 피식 웃고는 종소리가 나자,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종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김종인, 메리 크리스마스!”
“태민아.”





종인의 앞에는 활짝 웃고 있는 태민이 있었다. 종인은 당황스러움도 잠시 입꼬리가 사정없이 올라가려는 것을 꾹 참고 계산대를 올려 태민의 앞에 섰다.





“어떻게 알고 왔어?”
“바보. 오늘 아침에 내가 미행한 것도 모르고.”
“미행했었어?”
“응. 너 진짜 둔하더라. 내가 엄청 티나게 쫓아갔는데.”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 태민이 종인은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태민이 자신에게 전화로 한 얘기가 생각이 나 물었다.







“내 선물은?”
“뭐야, 김종인. 그렇게 신경안쓰는척하더니 선물 밝히고 그런 애였어?”
“안 줄거면 말고.”
“아니, 아니야! 줄게.”
“뭔데.”
“음, 잠깐 뒤돌아 서있어.”






종인은 태민이 하라는 대로 순순히 뒤를 돌았다. 부스럭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고 태민이 이제 봐도 돼!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종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이태민.








“짠! 내가 선물이야. 완전 좋지?”









얼굴에 리본을 달고 해맑게 웃는 태민이 종인은 그저 귀여웠다. 표정 관리가 미치도록 안되는 종인은 손바닥을 이마에 가져다대면서 웃었다. 애매한 종인의 반응에 태민은 눈꼬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뭐야, 김종인…. 종인은 헛기침을 몇 번하고 시계를 봤다. 12시가 되기 5분 전, 그러니까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5분 전이었다. 잔뜩 풀이 죽어 있는 태민을 흘끗 보고는 편의점 유니폼을 벗어 놓고는 핸드폰을 챙기고 태민의 손을 잡고 편의점에서 나와 아직도 캐롤이 울리는 교회 앞으로 태민을 이끌었다. 종인이 뭘 하려는지 보고 있던 태민은 자신을 꽉 안는 종인의 행동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고마워.”
“뭐, 뭐가?”
“네 선물.”
“어?”
“잘 받을게.”
“저기….”
“환불은 안할테니까 걱정하지마.”









태민이 무슨 말이냐고 입을 열려는 순간 종인은 태민을 꼭 안고 있던 팔을 풀고 허리를 살짝 굽혀 태민의 귀에 속삭였다.







“태민아, 메리 크리스마스.”










12시를 알리는 교회의 종이 치고 종인은 태민의 얼굴에 손을 얹고 다른 팔로 허리를 끌어 당겨 키스했다. 갑작스런 종인의 행동에 당황하던 태민은 그것도 잠시 눈을 꼭 감고 공중에 어색하게 떠 있던 팔로 종인의 옷을 움켜잡았다. 그런 태민이 귀여운지 더 꼭 껴안으며 더 깊게 키스했다. 교회 종이 울릴수록 종인과 태민의 키스는 계속되었다.










종인은 생각했다. 태민은, 자신에게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 * *







종인아, 태민아. 메리 크리스마스!
오타 수정은 주말에 하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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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카탬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정말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네요ㅠㅠㅠ 잘 봤습니다-
11년 전
독자2
카탬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진짜 카탬 너무 좋아요ㅠㅠㅠㅠ둘이 영원히 행쇼해라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허류ㅠㅠ식탁이에요! 오늘 카탬 처음읽어봤는데 우아....새벽에 설리설리하고 좋네요..////으앙 달달해요달달해ㅠㅠㅠㅠㅠ종인이는멋있고 태민이는귀엽고ㅠㅠㅠㅠ.... 외로워하던 종인이가 태민이랑 행쇼하게되서 정말다행이에요ㅠㅠ 둘한테는 가장특별한 크리스마스가 됬겠지요?ㅎㅎ
루시님 이제좀있으면 2012년도끝이네요ㅋㅋㅋ한해마무리잘하시고 이제1월은더춥다는데 옷따숩게입고다니세요!ㅋㅋ 2013년도파이팅!!행쇼S2

11년 전
독자4
카탬이라니!!!! 굉장히 적절하도다!!!! 아주 바르도다!!!!ㅠㅠㅠㅠ 자기전에 좋은글 읽고갑니다ㅠㅠㅠ 얼마만의 카탬인지.. 감격의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ㅠㅠㅠㅠ 사랑합니다작가님.하트.
11년 전
독자5
헐 카탬이라니....!! 왜 이제서야 봤는지ㅠㅠㅠ이런 새벽에 이런글 정말 사랑합니다...ㅠㅠㅠㅠ너무 귀엽네요ㅠㅠㅠㅠ좀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네요ㅎㅎㅎ
11년 전
비회원22.120
하ㅏㅏㅏㅏ...... ㅠㅠ 작가님 감사합니다ㅠ 카탬이라니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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