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좆됐다.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자마자 스치고 지나간 건 어제의 그 장면.
"넌 웃는 게 더 예쁘다고 했잖아."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이건 존나 위험한데.
솔직히 전 남친이라는 타이틀만 없으면 강다니엘은 완벽하긴 했다.
잘생겼지, 성격좋지, 집안좋지, 지금은 스펙까지 완벽하지.
나는 왜 쟤랑 헤어져서...
내 사고의 흐름이 지난 과거에까지 이르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휘저어봐도 지금 내 앞에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강다니엘, 이제는 팀장으로 마주한 내 전 남친은 존나... 아찔했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택시 태워줄게. 황대리님이 좀 정리해줘요."
전남친을 회사에서 만났다 後
본인의 키보다 더 커보일 정도의 피지컬을 가진 다니엘이라 그런지 여자치고 꽤 큰 키의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부축도 잘 했다.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취한 건 아닌데 괜히 그가 민망할까 싶어 뒤뚱뒤뚱 걸음을 맞춰 걷다 번화가와 꽤 떨어진 공원 벤치에 앉았다.
"저기, 팀장님. 저 술 다 깼어요. 감사합니다."
"..."
"...팀장님?"
"00야."
"...네?"
"더 예뻐졌네."
지금 얘 좀 취한 거 맞지.
오후에는 그렇게 못 본 척을 하시더니 이제와서 그렇게 나오면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는 내 마음은 크게 요동치잖아, 이놈아.
솔직히 지금 이 상황 누가봐도 이상한 상황이다.
전 애인, 그것도 지금은 회사의 팀장과 나란히 앉아있는 이 상황, 너무 아이러니한 거 아니야?
예뻐졌다는 개소리(사실대로 말하자면 아주 설레는 발언이었지만 자존심이 상하니까 개소리라고 해두자)와 예전과 변함없는 특유의 웃음기 띈 얼굴에,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간간히 들려오는 번화가의 노랫소리.
이거 진짜 위험한 상황인데.
머릿속에서 웅웅 거리며 울리던 사이렌이 멎어들고 다니엘과 나의 사이는 아슬아슬하게 가까워졌다.
웃음기가 가신 다니엘의 진지한 표정은 예나 지금이나 존나 섹시해서, 눈만 이리저리 굴리다 침만 꿀꺽 삼키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에 피식거리며 웃던 그와 동시에 입술에 말캉, 하며 닿는 건 다니엘의 입술이었다.
취해서, 어지러워서, 시끄러워서, 그딴 이유 다 모르겠고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세상에 다니엘과 나만 있는 듯한 기분이였다. 4년의 공허를 채울 만큼의 진한 키스는 아니었다.
그냥 짧은 입맞춤 정도. 입술을 떼고 난 후에도 우리는 서로 눈을 떼지 못했다.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보는 다니엘의 얼굴은 대학생때와는 다른 성숙미가 물씬했고 더 남자다워진 것 같았다.
나한테 예뻐졌다고 할 건 뭐람. 자기가 더 잘생겨졌는데.
제대로 된 생각회로가 망가져서 그런 건지 그냥 다니엘을 보고만 있는데도 방금 전 입술의 감촉이 생생했다.
난 지금 취했고, 정신이 멀쩡하지 못하고, 지금 이 분위기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스치자마자 다니엘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췄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술내음이 밀려오고 내 허리를 감싸는 다니엘의 팔뚝이 느껴졌다.
오랜만의 전 연인과의 입맞춤은 내게 숨겨져있던 배덕함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입술 사이로 들어오는 혀를 밀어낼 수 없었다.
다니엘의 윗입술을 살짝 깨물고 입을 뗐다.
"다리에 힘 풀릴 것 같아."
그제서야 온 몸의 신경 세포가 제자리를 되찾은 듯한 느낌에 나는 지금 상황을 정리하기에 바빴다.
키스... 키스한 거다, 우리.
분위기 조성은 강다니엘이 했지만 끝까지 질척거린 건 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멋쩍게 뒷목을 긁적이는 다니엘을 뒤로 한 채로 집에 가야겠다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택시타고 데려다줄게."
"아니에요. 그냥 혼자 갈게요. 안녕히가세요."
못내 아쉬운 표정의 다니엘을 뒤로하고 그렇게 택시에 몸을 맡겼다.
그래도 꽤 술을 마신 상태라 그런지 몸이 노곤해지는 게, 곧 잠에 들 것 같기도 하고.
그 순간 '카톡' 하는 소리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다니엘이 보낸 카톡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
카톡방에 들어갔을 때 보이는 건 택시 번호판.
진짜, 미쳤다. 나는.
+ 좀 짧죠... ㅎㅎ
원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어제 밤부터 급하게 썼어요
약간 단편식으로 끝낼 글이었는데 너무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매하게 끝내려는 게 제 목표! 입니다 ㅋㅋㅋㅋㅋㅋ
현실에 이런 남자는 없기 때무네... 쥬륵...
어쨌든 충동적으로 다녤과 뽀뽀를 함 해봤네요
헙 최대한 표현을 자제한건데 문제있으면 말해주세요 ㅠㅠ!!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그리고 신알신 해주신 분들 다들 넘 감사해요 감동에용 ㅠㅠ ♥
더보기 같은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렇게 씁니다 혹시나 거슬리시면 죄송해요 ㅠㅠ ..
그리고 줄간격이 왔다갔다 하는데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어요... ㅎ
어쨌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