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어. 진짜 미쳤나봐."
"아무리 세상 좋아졌다지만 그래도 저건 아니지."
"소름끼쳐. 어떻게 손 잡고 마주보고 사랑을 하지?"
"제정신이 아닐거야 둘다."
"...나갈까?"
그래. 어쩐지 오늘따라 유독 기분이 좋더라.
날씨도 좋고 오늘 입으려고 급하게 주문했던 옷도 시간 맞춰 도착하고
파스타 먹고싶다고 속으로만 외쳤던 내 맘을 어떻게 알고 멋진 레스토랑에 데려가더니.
분위기 좋은 카페.
그를 비추는 해질녘 노을빛.
핸드메이드 머그잔에 담긴 카푸치노와 라떼.
모든게 완벽했는데.
"봐봐 맞지? 뱀파이어 맞지? 옆에 앉은 여자는,
그냥 사람. 아니야?"
"야 나 소름끼쳐. 빨리 나가자. 여기 더 있기 싫어졌어."
소름끼친다.
소름끼친다고 했다.
.
.
뱀파이어의 존재가 온세상에 알려진지도,
그리고 온세상의 뱀파이어들이 인간과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시작한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들에게 호의적인 사람들
그렇지않은 사람들
관심없는 사람들.
나는 그중에서도 관심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유리씨, 괜찮아요? 표정이 안좋아."
괜찮을리가 없지만, 정말 걱정스러워 하며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그의 표정을 보면
괜찮지 않다는 내 말은 다시 속으로만 삼키고.
"왜요? 아까 옆테이블 사람들 때문에?
괜찮아요 나는. 그런거 신경 안써.
그냥 난 혹시라도 다니엘이 상처받거나 기분 상할까봐.
그래서 그래."
이렇게 착하고 예쁜 남자를,
사람들은 소름끼친다고 한다.
사실,
그를 만나고 나서부터 둘이 걸어다닐 때마다 우릴 쳐다보는 시선들.
창백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의 하얀 피부,
보통 인간들과는 다른 빨간 입술과
유독 튀는 검정색 셔츠, 검정색 자켓과 검정색 바지, 검정색 구두.
누가 봐도 '나 뱀파이어 맞아요.'라고 말하는것 같은 그는
내 애인이고
뱀파이어다.
*
*
*
*
"속보입니다.
최근 발생한 연희동 연쇄살인에 사용된 살인 수법과 동일한 살해 피해자 시신이
오늘 낮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야산에서 발견됐습니다.
피해자의 목 주변에는 연희동 연쇄살인과 마찬가지로
뱀파이어의 어금니로 추정되는 자국이 있었으며,
피해자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
"보지마요 저런거.
계속 뉴스 나오고 기사 뜰 때마다 당신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지,
혹시라도 겁 먹고 나한테서 도망가지 않을지.
무서우니까
저런 건 절대 보지마."
떨리는 손으로 급하게 TV를 끄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이 사람은 지금 분명
말은 저렇게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거다.
요즘 발생하는 연쇄 살인의 범인이 뱀파이어 일것이라는 추측들과
(100% 뱀파이어지만 아직 공식 발표가 없었기 때문에-)
만약 정말 뱀파이어라면
아마 그들은 다시 세상에서 배척 당하고
갇혀 살것이 분명해진다.
자신들의 존재가 밝혀진 이후 인간들을 해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공존하게 된거니까.
다시 배척 당하고 숨어 살면 나랑 같이 있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불안한거다 이 남자도, 나도.
*
*
*
*
*
"야!! 미친.. 사토가 죽었대!!! 하.. 씨발 ...
뱀파이어 이 새끼들 그냥 싸그리 잡아서 불태워 버렸으면 좋겠어...
그 용인 야산 시체.. 그거 사토래."
사토는 내 대학교 동기, 일본인 친구다.
시험 끝나고 용인에 있는 캠핑장으로 놀러간다더니.
뱀파이어한테 당한거다.
나랑 다니엘이 같이 본 그 뉴스에 나온 살인 사건 피해자가
내 친구라는 거다 지금.
동기들과 교수님들 다같이 장례식장에 가기 전,
오늘따라 연락이 뜸한 그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무슨일 있는건가. 일이 바쁜가.
부재중 뜬거 보면 다시 연락 주겠지라고 생각한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가방속에 넣었다.
*
*
*
*
장례식장은 싫다. 울음소리와 비명소리, 위로 섞인 한숨소리..
지난주에 시험 잘봤냐며 해사하게 웃으며 말을 걸던
사토의 모습은 저 네모낳고 딱딱한 영정사진에 있었다.
"카톡-"
음성 메시지?
참나, 요즘 아무리 카톡 카톡 한다지만 굳이 왜 음성을 보내는건ㅈ..
[다니엘]
다니엘?
그냥 전화를 하지, 왜 녹음을 해서 보낸걸까.
화장실로 잠깐 들어와서 그가 보낸 녹음 파일을 재생하려는 그 순간,
갑자기 복도에서는 소리만으로 한번에 알수 있을만큼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으로 들어오는 발소리와
그 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울부짖음.
그리고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유리문에 희미하게 비치는 경찰차의 빨갛고 파란 불빛도.
"내가... ... ...너........그.....를 .... 을 거야..."
뭐라는거야..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다니엘이 보낸 녹음 파일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 .너 ...의 ...... 그 ... 깨.. 를... 을.. 거야."
하도 듣다 듣다 안들려서 짜증나는 바람에 그냥 전화를 했지만
그새 전화는 또 꺼져있다.
뭐하자는거야 정말.
짜증섞인 표정으로 화장실을 막 나왔는데.
다니엘?
"안녕? 역시 여기 있을 줄 알았어."
그는 날 보며 웃었고,
그의 주변에는
내가 소리로만 확신하던 기자들과 경찰들이 몰려있었다.
그에게 마이크를 최대한 가까이 들이밀며
질문 하는 기자의 한마디에 나는,
"강다니엘씨! 왜 서약을 깨버린 겁니까?!
인간을 해치지 않기로 약속 한것 아닌가요?
사토씨와는 무슨 연관이 있는건가요?!
왜 경찰 조사도 받지 않고
본인이 죽인 피해자의 장례식장에 나타난겁니까?!"
나는 주저 앉았다.
"나는 죽은 그 일본인과는 아무 연관이 없어요.
단지 '나의 그녀'가 살고있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계속 지켜보다가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밥을 먹은 것 뿐이지.
그 일본인이 그녀와 친구사이 였다는건 조금 늦게 알았지만.
아, 그런데 그 연희동 살인은 내가 한게 아니에요.
난 옆에서 유인만 했지, 난 그 피 안먹었어요."
온 몸이 떨린다.
떨리는 온 몸을 간신히 붙잡고 일어나는데
툭- 하고 떨어진 내 핸드폰을 본 그가
그의 주머니 속에서 꺼낸 핸드폰을 내게 흔들어 보이며 웃다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기를,
"내가 너의 그 깨끗한 피를 먹을거야."
녹음 파일 내용이었다.
그 말을 뒤로 그는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사라졌고,
난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 채 일어날 수 없었다.
버림 받았고
배신 당한거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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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욤(_ _)
이번 다니엘 무대보고 뱀파이어 싱크 쩔어서 ㅠㅠㅠㅠ
심심해서 쪄본고에욤
ㅠㅠㅡㅠ이힝ㅎ,ㅣㅎ,희희희
분위기가 많이 어둡져? ㅠㅠ
다니엘은 뱀파이어고 나는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둘이 사랑을 하는 사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다니엘에게 여러분은 그저 먹잇감 이었던겁니다 !!
두둔,.!!!!
날도 더운데
길고 못생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ㅠㅠㅠ
하트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