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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 전체글ll조회 182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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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Park Ji Hun / Hwang Min Hyun







 우리 집엔 아빠가 없다. 






 엄마 혼자서 날 키웠다. 아빠랑은 내가 엄청 어렸을 때 이혼했는데, 그 뒤로 지금까지 양육비 한 푼 못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엄청 바빴다. 매일같이 투잡을 뛰고, 야간 공장 일을 해서 난 거의 낮에만 엄마를 볼 수 있었다 -물론 황민현은 우리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혹시나 싶어서 말 안해줬다-. 그러던 우리 집 형편이 좀 나아진 건 5년 전 여름 즈음이었다. 엄마는 원래 건축을 전공했었는데, 좋은 취업처가 없어서 그동안 쓰리디 업종을 전전하다 드디어 대! 기! 업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엄마가 바쁜 건 전과 똑같았지만, 초과 근무를 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받아서 좋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엄마는 3년 전에 전근을 갔다. 






 여기에서 네 시간쯤 떨어진 대구, 회사에서 얻어준 집으로.






 당시는 중3 겨울 방학을 앞둔 시기였는데, 황민현이 계속 내게 친한 척을 핢과 동시에 난 잠시 동안 반 인싸가 되었었다. 생전 말을 섞어본 적 없던 꾸미는 거 좋아하고 말 많은 여자애들이 우르르 몰려와 나한테 말을 걸었으며 남자애들이 장난을 쳐왔다 -황민현과 이성적으로 엮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럴 때면 황민현은 부정도, 시인도 하지 않은 채 의미모를 미소를 짓고 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반 단합을 한답시고 노래방에 여자애들끼리 놀러가게 됐고, 거기서 내 인생 네 번째 불행이 시작됐다. 






 노래방에서 부르라는 노래는 안 부르고 폰만 만지던 지영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얘들아ㅠㅠ 준영이 오빠 지금 여기로 온다는데… 어떡해?"

 "안준영 오빠? 그 오빠 네 남친 아니야?"

 "웅웅 오빠가 자기 친구들이랑 같이 놀재!! 대신 노래방비 내주고 이따 나가서 맛있는 것도 사주겠대ㅎㅎ"

 "아 진짜? 그럼 불러~"

 "알았오!ㅎㅎ"






 모르는 남자랑 같이 노는 게 내키진 않았지만 티내지 않았다. 그 뒤 노래방 기계가 딱 20분을 남겨뒀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웬 더럽게 생긴 남자 6명이 들이닥쳤다. 죄다 이상한 허세에 찌들어 있었으며, 심지어 생긴 것도 별로였다. 지영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중에서 제일 못생긴 오빠 품에 안겼다.






 "오빠 왔어?"

 "응ㅎㅎ 지영이 모하고 이써쬬?"

 "지영이능 오빠 기다렸징~! 얘들아 인사해 내 남친이야 ㅎㅎ"






 애들이 너도나도 고개 숙여 인사하자 생기다 만 복어같은 생김새를 지닌 그 오빠가 씩 웃으며 우리한테 손을 들어보였다. 난 워낙 나대는 걸 안 좋아했기 때문에 그 오빠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수그리고 폰을 하다 노래방 시간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먹자골목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숙인 목이 아파 관절 운동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이상하게도 그 안준영이란 오빠가 날 빤히 보며 두꺼운 입술을 위로 올리고 있었다. 정말 징그러운 미소였다. 난 귀신 본 사람처럼 놀라며 나보다 키 큰 다른 여자애 뒤에 숨은 채 소심하게 걸었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오빠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그나마 개중에 생긴 게 제일 나은 오빠였다.






 "넌 이름이 뭐야?"

 "네?"  

 "이름이 뭐냐고 ㅎㅎ"

 "아… 김여주요."

 "아 그래? 어디 살아?"

 "ㅇㅇㅇ이요."

 "여주는 원래 말이 짧나 ㅎ"

 "…아…."






 당황스러워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 오빠가 귀엽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에서 담배 찌든 냄새가 풍겨오고 있어 역겨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가식적으로 웃으며 계속 길을 걸었다. 정말이지 어색해 죽을 것 같은데 그 오빠는 눈치 없이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어댔다. 그러다 막 일행이 고깃집으로 들어가던 참이었다. 그 오빠가 내 어깨를 세게 잡아 걸음을 멈추게 했다. 






 "…?"

 "번호좀ㅎ"

 "네?"

 "번호 알려달라궁 ㅎㅎ 아 뭐 별건 아니고 너랑 계속 연락하고 싶어서~"

 "아…ㅎㅎ"

 




 난 그 오빠의 손에서 폰을 빼앗듯 낚아채 화면에 번호를 꾹꾹 눌러찍었다. 원래도 양아치를 안 좋아하는데 엮이게 돼서 기분이 더러웠다. 그렇다고 면전에 대놓고 꺼지라 할 깡은 없어서, 연락이 온다면 띠껍게 답장해서 싹을 잘라버릴 생각이었다. 






 그뒤 늦은 밤에 집에 가서 씻고 침대에 누웠다. 막 핸드폰을 켜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있는 게 보였다. 






 안녕 여주야? ㅋ


 아 네


 나 누구게 ㅋ


 몰라요;


 나 준영이오빠야 ㅋ






 순간 폰을 던질 뻔 했다.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그 명란젓같이 두껍던 입술이 둥둥 떠다녔다. 아니… 내 번호를 따간 건 다른 사람이었는데 왜 이 오빠가 나한테 문자를 한단 말인가.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연이어 문자가 도착했다. 






 -사실내가 현차니한테 너 버노따달라구햇어 ㅋ 맘에들어서






 갈수록 놀라웠다. 내가 알기로 이 오빤 우리 반 지영이랑 사귀는 사이인데…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되지…? 지영이한테 말해야 되나…? 너무 혼란스러워 죽을 것 같았다. 어떻게 사귄 친구들인데… 지영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다시 예전 그 악몽같은 생활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애들한테 예전같은 눈총을 받게 되는 게 무서웠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 자기 자리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던 지영이가 날 불렀다. 지영이 옆에 죄인같은 포즈로 가 서자 지영이가 뭔가 속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야 김여주~ 너 장현찬 오빠한테 번호 따였다며?"

 "응? 누가 그래?"

 "혜진이가 어제 다 봤대~ 기집애. 잘 되면 알지? 여주 캐리~"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 뒤에 뭔가 훌쩍한 게 턱 걸렸다. 나는 황급하게 뒤를 돌아봤다. 아마 지금쯤 내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을 게 뻔했다. 







[프로듀스101/황민현/박지훈] 개판이야 03 | 인스티즈








 황민현이었다. 한 쪽 어깨에 가방을 걸쳐맨 황민현이 지영이를 빤히 보면서 웃고 있었다. 







 "아 우리 민현 어떡해~ㅠㅠ 여주 벌써 누가 채갔는데! 그러게 빨리빨리 기회를 잡았어야지~"

 "그러니까 그게 뭔 소리냐고 ㅋㅋㅋ"







 황민현이 굳은 얼굴로 웃으면서 지영이를 재촉했다. 누가 봐도 자기 말에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아서 짜증난 걸로 보였다. 그러자 여태까지 우는 척을 하고 있던 지영이가 낯빛을 바꾸며 말했다. 







 "아 아직 넌 못 들었겠네ㅋㅋ 얘 어제 황현찬 오빠한테 번호 따였잖아~ 둘이 분위기 개쩔었음ㅋㅋㅋㅋ 내가 얘네 이어준 거나 다름없다?"

 "아 ㅋㅋ 그래?"

 "웅웅. 여주야 너 안영희 오빠랑도 사겼었잖아! 현찬이 오빠 그 오빠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벤츠야 진짜 믿고 사겨도 돼."

 "아… 응…."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됐다. 손톱을 갉작거리며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 나는 지영이랑 황민현이 투닥거리고 있을 때를 틈타 재빠르게 내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노려봤다. 갈 곳 잃은 분노의 대상이 웃기게도 핸드폰이 되어 있었다. 저 핸드폰이 영원히 울리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때 누군가 내 옆자리에 와앉았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ㅋㅋㅋ 걔 연락 기다려?"






 황민현이었다. 저 '걔'는 장현찬 오빠를 지칭하는 게 분명했다. 더없이 우울하게 옆을 돌아본 나는 "아니거든…." 하고 대꾸한 뒤 다시 핸드폰을 바라봤다. 학교에 있을 때 그 새끼한테 연락 오는 걸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오늘은 폰을 낼 생각이었다. 핸드폰 걷는 시간에 폰을 들고 일어서자 황민현이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폰 내게?"

 "웅…."

 "대신 내줄까?"

 "그러던가…."






 황민현이 폰을 내러 앞에 나가자마자 책상 위에 축 늘어졌다. 정말이지… 살기가 싫었다…. 이대로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냥 나 혼자만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다른 차원으로 가고 싶었다.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그 누구랑도 말하지 않고, 연락하지도 않고…. 아니 아예 이 세상 남자들을 전부 칼로 찔러 죽이고 싶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숨어야 되는데! 이때까지 나한테 잘못한 건 다 남자들이었잖아. 


 그때였다. 






 "김여주!"






 황민현이 내 등을 가볍게 치며 소리쳤다.






 "김여주우."






 무시하려는데 한 번 더 내 등을 쳐온다. 결국 짜증스레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아 뭐."

 "1교시 영언데. 어학실 안 가?"

 "……."






 그러고보니 어느새 교실이 텅텅 비어 있었다. 요새 영어 시간마다 어학실에 가서 영화를 본단 사실 또한 뒤늦게 생각났다. 왜 황민현밖엔 날 깨우지 않았는지에 대한 야박함이 서서히 밀려들었다. 신경질적으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날 황민현이 불러세웠다. 






 "김여주."

 "……."

 "같이 가."






 뒤돌아봤다. 뒷문을 잠근 황민현이 열쇠가 매달린 출석부를 챙기며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약간 쌀쌀한 날씨임에도 춥지 않은지 셔츠에 마이밖에 입지 않은 채였다.  






 "어젯밤에 뭐했길래 그렇게 푹 잤어?" 

 "…몰라도 돼."

 "그 형이랑 톡하다가 밤 샜냐?"

 "아니거든!"






 민감한 부분을 긁는 통에 빼액 소리치자 황민현이 약간 당황한 얼굴로 뒷머리를 만졌다. 






 "아… 그래."






 그걸 보니 갑자기 미안해져서 입을 다물고 걸었다. 내가 괜한 애한테 짜증을 낸 것 같았다. 날 따라 말없이 걷던 황민현이 잠시 뒤 다시 말을 걸어왔다. 






 "김여주."

 "……."

 "김여주우."

 "……."

 "야."






 손에 뜨거운 뭔가가 닿아왔다. 황민현의 손가락이었다. 더이상 황민현을 뿌리치거나 밀어낼 기운도 없어서 가만히 있자 황민현이 내 손을 단단히 깍지껴 잡아왔다. 






 "여주야."

 ";;왜 불러 자꾸."






[프로듀스101/황민현/박지훈] 개판이야 03 | 인스티즈






 그제야 대답하며 뒤를 돌아봤다. 황민현은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달달한 얼굴로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냥 불러봤어."

 "엉."

 




 우리는 손을 잡은 채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가슴 속이 이상했다. 답답하면서도 미열이 있는 것처럼 뜨거웠다. 온 신경이 황민현이 쥐고 있는 왼쪽 손에 가 몰린 것만 같아서 약간은 불쾌하기도 했다. 계단을 한 층 더 내려가 별관 복도를 걷는 우리를 누군가 큰 소리로 불렀다. 최유진이었다. 






 "헐!! 너네 뭐해?!!"

 "어?"

 "왜 손잡고 걸어!! 사귀냐?"

 "안 사귀…" 






 낭패다 싶어 잡은 손을 풀어내려 하며 대답하려는 순간. 황민현이 제 손에 힘을 꽉 주며 내 말끝을 잘랐다.






 "글쎄?"







[프로듀스101/황민현/박지훈] 개판이야 03 | 인스티즈

 





 '글쎄'? '글쎄' 라니. 황민현이 드디어 미친 게 분명했다….






 그 모호한 태도에 잠시 굳은 최유진이 곧이어 헐… 하는 소리를 내며 어학실로 달려갔다. 그제야 손을 놔준 황민현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노린 게 분명한 그 태도에 속이 터질 것 같았다.






 "ㅋㅋㅋ재밌네."

 "1도 재미 없어; 앞으론 이딴 장난 치지 마."






 짜증스레 손을 툭툭 털며 말했다. 황민현은 대답하지 않은 채 그저 걷기만 했다. 






 어학실에 들어가자마자 애들이 나를 반겼다. 워 황민현~ 김여주랑 손 잡았다며? 웬일이래~ 진짜 쟤 좋아하냐? 얼레리 꼴레리~ 황민현은~ 김여주를~ 좋아한대요~. 너스레를 떨던 애들이 곧이어 큰 소리로 합창하듯 외치기 시작했다. 사겨라! 사겨라! 사겨라! 쪽팔려 죽을 것 같았다. 놀리기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다…. 모호한 태도로 그저 웃고만 있는 황민현을 쏘아보다 내 자리에 가 앉았다. 어학실 자리는 번호순이라 황민현이랑 안 앉아도 된다는 것에 안심이 됐다. 






 아니 아니 취소.






 앞에 서서 떠들던 지영이가 내 앞자리에 와 앉자 그제서야 지영이 어학실 자리가 내 앞이었다는 게 생각났다. 나는 경기 일으키듯 놀라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제발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았으면 했지만, 예상했듯 지영이는 의자를 뒤쪽으로 당겨와서 나랑 마주보고 앉았다.  






 "여주야ㅋㅋㅋㅋㅋ 너 황민현이랑 진짜 손 잡았어?"

 "어? 어 그게… 응."

 "허얼ㅋㅋㅋ 현찬이 오빤 어쩌고."

 "하하… 그러게…?"

 "너네 둘이 진짜 사귀게?"

 "아냐 아냐 황민현이 그냥 장난치는 거야."

 "근데…"






 지영이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황민현이 진짜 너 좋아하는 것 같애."

 "…뭐어?!"






 쿵.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듯 했다. 


 휘둥그레하게 눈을 뜬 내게 지영이가 조용하게 속삭였다. 






 "진짜야~ 내가 쟤 한두 번 봐? 쟤 저러는 거 태어나서 처음 본다니까? 쟤 여자 별로 안 좋아해서 이상한 소문 나면 딱 잘라. 근데 너한텐 안 그러잖아."

 "에이…. 황민현 전에도 다른 애랑 썸탄 적 있었잖아."

 "아 그건 걍 쟤 딴엔 친구로 연락한 거였는데 소문이 이상하게 난 거였어. 진짜 다 걸고. 믿어도 돼."

 "ㅎㅎ좋아하는데 왜 고백도 안 하겠어… 그냥 장난으로 재밌으니까 저러는 거지."

 "너 현찬이 오빠랑 잘 돼간다고 하니까 존나 정색하는 거 못 봄…? 그건 장난으로 나올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니까?"

 "…아무튼 아냐."






 딱 잘라 말하자 지영이가 한숨을 푹 내쉬며 "어휴. 불쌍한 우리 민현이~" 하더니 의자를 앞으로 돌리곤 폰을 꺼낸다. 아무래도 안준영 그 새끼랑 연락하려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난 이어폰을 귀마개 역할로 귀에 끼곤 책상 위에 엎어졌다. 그럴 리 없겠지만, 설사 황민현이 정말로 날 좋아하든 말든 내 알 반가. 내 사정이 이렇게 복잡한데…


 세상이 온통 요지경이었다.
















 종례 시간이었다. 폰을 돌려받은 내게 갑자기 황민현이 유독 친한 척을 하며 징그럽게 치대왔다. 






 "여주야 나한테도 그 형이랑 연락한 거 보여 주라~ 내가 보고 어떤 남잔지 파악해줄게."

 "미친… 내 폰을 네가 왜 봐?" 

 "아 제발ㅠㅠ 응? 비번 풀어 주라~"

 "싫어 바보야!"






 큰 소리로 외친 뒤 핸드폰을 사수하기 위해 줄행랑치기 시작했다. 뒤에서 황민현이 무서운 속도로 날 따라오고 있었다. 바람에 앞머리가 완전히 뒤집어져서 좀 웃기기도 했다. 내가 달리기를 잘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황민현을 따돌리기 위해 별관으로 미친 듯이 내려가 구석진 곳에 숨었다. 진정되지 않는 호흡을 죽이기가 힘들었다.






 한 5분쯤 거기에 웅크리고 있었을까, 다행히 아무런 기색도 느껴지지 않는 게 날 잡는 걸 포기하고 집에 간 듯 했다. 난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너무 열정적으로 달렸더니 다리 근육이 놀라서 미친 듯이 후들거렸다- 1층 현관으로 갔다가 다시 구석쟁이로 도망갔다. 황민현과 그 친구들이 1층 현관이며 정문 입구 등을 장악하고 있었다. 자꾸 두리번거리는 게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게 분명했으며, 그 대상은 나일 확률이 높았다. 정문에 있다면 후문에도 있을 테지… 가슴이 벌렁거렸다. 나는 찐따처럼 살금살금 2층 교사용 화장실 맨 끝 칸에 숨어 핸드폰을 꺼냈다. 그 엿먹을 새끼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더불어 황민현한테서도.






 애깅~ㅎ 왜 답장이 업오 ㅠ 팅기는 거야?? 


 너 어디야 지금






 미친… 튕기긴. 어딘지 알려주면 뭐하게… 머리가 돌 것 같았다. 변기통 뚜껑 위에 무릎을 세우고 앉으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황민현이었다.






 볼륨 아랫키를 눌러 소리를 꺼놓고 아예 무시하려는데 황민현은 지칠 줄도 모르고 줄기차게 전화를 걸어댔다. 잊을 만하면 다시 울리는 전화벨에 미칠 것 같았다. 이대로 간다면 노이로제에 걸리거나 폰이 방전될 것 같단 생각에 핸드폰 배터리를 분리하려는 순간 황민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분주하게 핸드폰 뒷껍질을 열려던 손이 그대로 타의에 의해 멈췄다. 






 -김여주?

 "……."

 -어디야? 문자 봤지. 왜 답장 안 해?

 "……."

 -아 어디냐고. 입 아프니까 빨리 말해.






 목소리에 짜증이 배어 있었다. 아니 대체 왜…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그걸 느끼자마자 굳어있었던 손을 움직여 통화를 끊었다. 눈물이 절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열기로 인해 얼굴이 연신 후끈댔다. 아침에 바른 미백 선크림이 지워졌을 것 같았다. 눈물을 닦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변기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였다. 






 "아 황민현은 걔가 어딨는 줄 알고 찾아오래."

 "그니까. 무슨 미친 놈도 아니고…."






 화장실 문 너머로 남자애 두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온 몸이 굳었다. 황민현은 내가 학교 안에 머무르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할 때 숨소리며 통화 너머 목소리가 울려서 내가 화장실 안에 있단 걸 알아챘을 지도 모른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있을 때 화장실 문 열리면서 자동 센서가 달린 불이 켜졌다. 곧이어 선명한 발자국 소리. 절망스러웠다. 맹수 앞에 놓인 힘없는 쥐새끼가 된 것 같았다. 남자애들은 화장실을 대충대충 발로 밀어보며 저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았다. 






 "아 그래서 김아현이… 존나 웃기지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그래서 차였냐?"

 "엉…. 형아 위로해주라 ㅠㅠ"






 걔네가 나를 찾는 일에 그다지 신경을 기울이고 있지 않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나는 몰래 화장실 잠금쇠를 열고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이윽고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야 없는 것 같은데?" "그러게. 걍 집 간 거 아냐?" 남자애 하나가 낄낄거리며 내가 있는 맨 끝칸 문을 발로 슬쩍 밀었다. 밀린 문이 내 종아리 바로 옆에 와 멈췄다. 






 곧이어 발소리가 멀어졌다. 내내 숨을 참고 있던 나는 그제야 호흡을 토해내며 변기 위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바보같은 신세가 되었단 것에 대한 비참함이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내가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학교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다. 숨고 눈치보는 법 없이 당당해야 했다. 계속 이렇게 군다면 나중에 커서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없을 지도 몰랐다.






 마음을 다잡은 난 그대로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다. 들킬 지도 모른단 두려움에서 벗어나진 못했으나 나한텐 용기가 있어야 했다. 난 그대로 황민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주야?






 신호가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를 받은 황민현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나 역시도 반갑게 대답해주었다. 그 중간중간 새어나오는 흐느낌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 이 나쁜 새끼야. 나 김여주다 어쩔래!"












여주 수난기는 계속됩니다..ㅠㅠ

민현 무서워 ㅠㅠ

전 노래 브금은 Melanie Martinez - Play date 입니당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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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과거얘기 저기 왠 쓰레기가 이름 혹시 노린건가욬ㅋㅋㅋㅋㅋㅋ진짜 더러워요 여자친구있으면서 너무 싫어요 진차..여주야 왜 지영이한테 말을 못해 그냥 하지 ㅠㅠ
7년 전
독자2
와 진짜 너무재밌어요 드라마보는거같아요 학교2013 이런거요!!!! 애들 성격묘사도 너무좋아요 ㅠㅠㅠ 신알신하고갈게요!!!
7년 전
독자3
재밌어용!
7년 전
독자4
할헐헐렁헐헝 너무 명작이네요 민현이 뭔 이야기인지 계속 알고싶네요ㅜㅜㅜㅜ 혹시 암호닉 받으시는가용?
7년 전
피아제
혹시 암호닉 어떻게 받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용..? ㅠ-ㅠ
7년 전
독자5
제가 만약 암호닉을 뿕으로 했다고 하면은 "작가님 뿕이에요" 이런식으로 하는게 암호닉인데
보통은 독자분들이 '[암호닉]신청하고 갑니당' 하시고 그다음 화에 작가님들이 글 앞쪽아님 뒷쪽에 정리 해주세용

7년 전
독자6
설명을 잘못해서ㅠㅠ 이해 가시나요ㅜ?
7년 전
피아제
아하 알겠어요! 암호닉 어떤 걸로 하실 건가요??
7년 전
독자7
피아제에게
아핫 다행이네요ㅜㅜㅜ

7년 전
독자8
뭐야진짜 미년이 왜저러는거에요ㅠㅠㅠㅠ 안준영은또뭐야 진짜 여주 주변엔 왜저런애들밖에 없어요 ㅠㅠ
7년 전
독자9
보는데 왜 심장떨리게무섭지......??.?.?..?...ㅋㅋㅋㅋㅋㅋㅌㅋㅌㅌㅋㅌㅌㅌㅌㅌ깜짝ㅋㅋㅋㅋㅌㅌㅌㅌㅌㅌㅌ
7년 전
독자10
오우.. 대박.. 로맨스릴러인가요.. [괴물]로 암호닉 신청하고 갑니다!
7년 전
독자11
으허으허 빨리 다음화 시급해요 진짜시급합니다 아니 안준영 왜그러는데!!!!!! 여주가 뭔 잘못을 했다고!!!!!!!(비속어 남발) 후하후하 우리 황제님 그렇게 여주를 찾는 이유가 뭡니까!!!!!! 다음이야기를 빨리 보고싶어요!!!
7년 전
독자12
암호닉을 받으신다면 [99]로 신청하겠습니다1
7년 전
비회원254.204
너무 재밌어요 ㅠㅜㅠㅜ 필력 짱짱이십니다 ㅠ 민현아ㅠ
7년 전
독자13
헐 저한테는 처음보는 장르인데 넘나 취향저격입ㄴ다.... 작가님 감사합니다,,,,,ㅏ랑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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