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김종현은 모태솔로일 것이다
또, 또 김종현이 웃는다. 그만 웃어줘라 진짜.. 심장에 해롭다. 아 정말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될 것만 같다. 괜히 지긋이 팔을 괴고 김종현을 바라보았다. 어쩜 저리 이쁘게 웃지? 혼자 감탄하느라 울상을 지으며 김종현을 바라보는데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있던 김종현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정말 꿀이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만 같은 눈빛으로 답을 해줬다. 방실방실, 김종현을 향해 미스코리아 못지 않은 미소를 팡팡 날리는데 또, 또 시작이다. 김종현이 눈을 자꾸 이리저리 피한다. 생긴건 막, 어! 박력 넘치게 나를 안아줄 것만 같은데 눈을 자꾸만 피한다. 나, 진짜 화나려고 해.
괜히 혼자 화가 나서 책상에 머리를 박고 끙끙 앓았다. 아니, 왜 자꾸 피하는 거냐고. 우리는 썸 타는 사이 맞잖아, 아니야? 나만 바라봐, 어딜 보는 거야. 내 머릿속은 이미 영화 한 편을 찍고 있었다. 나 혼자 이러니까 내가 이상한 사람 같긴 한데 난 김종현의 썸녀고 김종현은 내 썸남이다! 드라마처럼 남자가 꼭 고백하고 어필해야 한다는 법도 없고 난 계속 어필을 할 것이다. 진짜다..
" 너 나 때문에 이러는거야? "
책상에 머리를 박고 흔들고 혼자 난리를 피우고 있었는데 누가 내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고 쓰다듬었다. 벌떡 일어나 보니 세상에, 종현아. 지금 내 머리 걱정해주는 거야? 비록 보잘 것 없고 든 것도 없는 머리라서 백날 박아도 상관없는데, 지금 내 머리 걱정하면서 쓰다듬어준 거야?
" 김종현, 너 너무해. "
" 아, 김여주 머리 자꾸 박지 말고 왜. 내가 너 화나게 했어? 응? "
" 몰라. "
" 에이, 나 때문에 화 단단히 났구만. 왜, 들어줄게. 나 봐봐. "
아까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어필하겠다고 다짐하던 여주는 어디가고 아기처럼 괜히 앙탈부리는 김여주만 남았다. 그럼 어떡해, 김종현 네 앞에만 서면 어린아이처럼 자꾸만 작아지는데.. 자기를 보라며 눈을 다시 맞추는 김종현이 내 앞에 앉아있는데 새삼 너 진짜 잘생겼다.
" 김종현 너가 아까 먼저 나랑 눈 마주쳐놓고, 내가 완전 귀엽게 쳐다봤는데 너 왜 눈 피해. 진짜로, 서운하다? "
" 지금 귀엽게 날 봐주는 너랑 보고 있잖아. 그래도 서운해? "
"야, 무슨.. 아니지. 아니지! 넌 진짜 오늘도 잘생겼어. 어, 그러니까 용서가 막 된다. 용서가 돼! "
너무 아무말을 했나..? 잘생겼다고 김종현 찬양을 실컷 하고 나니까 김종현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난리가 났다. 우리 종현이 손은 또 어찌나 큰지.. 저 큰 손 하나로 얼굴이 가려지네. 김종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교복 바지에서 초콜릿 두개를 꺼냈다. 하나는 화이트 초콜릿, 하나는 다크 초콜릿. 그러더니 수업 중에 피곤하면 이거 몰래 먹으면서 잠 쫓으라며 화이트 초콜릿을 내 손에 쥐어줬다. 다크는 자기가 먹으면서 잠 깨야한다며.. 진짜 김종현 널 안좋아 할 수가 없다.
분명히 김종현은 모태솔로일 것이다
점심을 먹고 교실로 가려고 친구들이랑 복도를 걷고 있는데 친구가 내 어깨를 퍽퍽 치더니 말했다. 야, 김여주 쟤 김종현 맞나? 반 앞에 김종현과 여자 후배애들이 모여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즐겁게 하는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랑도 저렇게 즐겁게 대화한 적은 없었는데.. 괜히 질투가 났다. 여자후배애들이 김종현의 팔에 매달려서 뭐라고 찡찡 대기는 하는데 김종현이 그걸 밀어내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지? 화가 머리 끝까지 차서 친구들과 반 문을 세게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김종현이 봤다.
" 여주 밥 잘 먹었어? "
" ... "
후배들이랑 대화하고 있던 김종현이 대화를 다 끝낸건지 곧바로 반으로 들어와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일부로 옆을 안보고 입만 삐죽 내밀고 있었다. 나 이만큼 화났고 삐졌으니까 나랑 대화 계속 하면서 화 풀어줘! 이기적인 생각이긴 했지만 평소에 썸 타는건지 마는건지 나만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어서 김종현의 마음이 많이 궁금해졌다.
" 오늘 점심 별로였어? 난 맛있게 먹었는데 여주 네 취향은 아니었나보네. "
" .. 그런거, 아니거든. "
" 그래? 그럼 왜 입이 이렇게 막 삐죽 나와있어? "
" 몰라두 돼."
나 너에 대해 많이 삐졌어! 내 마음을 알아봐줘. 하며 입을 더 삐죽 내밀고 왜 그러냐는 김종현의 물음에 모른다고 답을 했다. 그랬더니 김종현이 내 표정을 살피더니 의자에서 일어나서 그럼, 나 가보겠다고 말을 했다. 가긴 어딜가, 나랑 같이 있어줘!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괜히 더, 더더 삐진 척을 하고 대답을 안 했더니 김종현이 정말 그대로 교실을 나가버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김종현 진짜 나 혼자 썸타는거야?
진짜 모태솔로지, 너? 왜 내 마음을 몰라줘!
분명히 김종현은 모태솔로일 것이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김종현을 집 앞으로 나와달라고 불렀다. 나는 나 나름대로 어필도 했고 애교도.. 어! 애교도 나름 부렸는데 김종현이 별 반응도 없고 그래서 서운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히나 혼자 좋아하는 감정을 앓으며 끙끙 대는게 얼마나 힘든지 얘는 알까? 괜히 김종현 집 앞에서 틱틱 대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너는 곧 내려왔고 내 앞에 서서 무슨 일 있냐고 눈을 맞추면서 물었다.
" 야, 김종현. 진짜 오늘 좀 서운했다. "
" ... "
" 너는, 어? 잘생기면 다지? 나 말고 다른 여자 후배랑 신나게 떠들구 말이야. 잘생겨서 할 말은 또 없네. "
답 없이 그저 내 눈을 피하는 김종현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다고 내가 말을 멈출 것 같아! 보란듯이 난 계속 내 할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은, 다 말할거야!
" 김종현, 내가 너 진짜 많이 좋.. "
" 어.. 아, 맞아. 나 물 끓이다가 나왔다. 할 말 길어? 들어가봐야 하는데. 내일 다시 얘기하자 진짜. "
" 뻥 치지마. 누가봐도 너 지금 나 피하는걸로밖에 안 보여. 이 바보야. "
다 거짓말. 내 말을 듣기 싫어서 별 핑계를 대가며 피하는 김종현의 태도에 잔뜩 속상해져서 김종현의 팔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지금 말 안하면 나 나중에 정말 다 포기할 것 같아서.
" 나 너 많이 좋아해, 종현아. "
이 말을 꺼내자 김종현이 정자세로 굳어서 나를 지긋이 내려다 보았다. 대답이나 해, 김종현. 사실 대답 듣는게 많이 무서운데 답을 해줘야 우리의 이 애매한 사이도 끝이 나지. 괜히 김종현에게 보채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김종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여주야, 너 그거 알아? 내일 사귀면 100일 때가 네 생일인거. "
" ... "
" 조금만 기다리지 그랬어. 내가 너 나 좋아하는 거 모르겠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됐는데. 내가 내일 고백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너 입에서 나 좋아한다는 말 나오니까 좋다. "
내 기억 속의, 내 머릿 속의 모태솔로 일 것만 같은 김종현은 다 환상이었나보다. 김종현이 조곤조곤 100일 때가 내 생일이라고 말해주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 손을 잡고 다시 미소를 지어주는 김종현을 보고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너무 구별이 안갔으니까.
" 여주야, 내일 우리 다시 만나자. "
[ 정말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사랑과 관심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ㅜ_ㅜ
생각보다 저번 편 보고 다들 너무 웃겨하시더라구요! 앞으로는 설레는 글로도 찾아올게요.
그리고 저번 편은 단편으로 낸 작품인데 다음 화를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고민고민 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암호닉 적어주셨던 분들 암호닉은 정리 중입니다..! 읹지 않아요 8ㅅ8
원하는 소재나 멤버 있으면 편하게 남겨주셔도 좋아요! 최대한 반영 가능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