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향 ( Summer Breeze )
3월 X일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2일, 우리는 처음 만났다.
교실에서 제일 키가 크다며 멋쩍게 웃는 너의 웃음에 나는 반해버렸고,
어딜 가든 한 뼘은 더 큰 너의 동글동글한 뒤통수를 사라질까 눈으로 바삐 쫓았다.
웃는게 예뻐서, 예뻐서.
4월 21일
오늘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긴생머리인 나와는 다르게 귀여운 단발머리를 한 여자애가 네게 다가와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는 것을 보았다.
다행인지, 너는 그 여자애를 그냥 보냈다.
오늘따라 짜증나게 멋있는 너를 괜히 쏘아보았다.
... 역시 짜증나.
4월 24일
내가 교실 뒤편에서 거울을 보고 있을때 너는 다가와 말했다.
"못생겼어."
"뭐?"
"아니, 나. 나말이ㅇ,"
"우씨, 죽을래!?"
"나라구, 나. 나 못생겼다구."
개구지게 웃는 네 어깨를 살짝 밀쳤다.
나 안 못생겼어!
너,
너는.. 잘생겼어.
4월 28일
원우야,
나는 니가 눈을 맞춰오며 내게 말을 걸어올때 머리속이 새하얗게 번져와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
내 머릿속엔 온통 너뿐이야
어디에 있던, 뭘 하던 너만 생각나
처음엔 그냥 괜찮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세상에서 니가 제일 좋아
나는 가끔은 니가 너무 좋아서 감당이 안돼, 원우야.
지금 너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때로는 지금이 아닌 나중에, 내가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었을때 만났더라면, 하고 생각을 해
반짝반짝 빛나는 너에 비해 나는 너무 초라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
네가 너무 좋아 원우야.
6월 8일
좋아해.
좋아해 원우야.
너는 이런 나를 알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네가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지만 곧 그게 내 욕심이라는걸 깨닫지.
아니, 난 애초에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용기조차 없는걸.
네 앞에만 서면 바보처럼 입을 벙긋거리고 자꾸만 네 눈을 피하게 되는 나를 너는 알까.
그냥, 평생 몰라주라.
네 옆에서 친구, 하다못해 같은 반 친구로라도 남고싶어.
내 마음을 네가 안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웃어 넘길까, 그대로 멀어질까.
나는 항상 너를 생각해.
둥둥 떠다니는 구름 속에 너를 담아 하루종일 너를 그려.
아무도 보지 못할 이곳에 너를 담아내고, 너를 쓰고, 너를 생각해.
그냥 네가 나를 숨 못 쉴 정도로 꽉 안아주었음 좋겠다.
여기 네 안에 평생 갇혀도 좋으니, 이대로만 있어줘.
가까워질수록 더 멀어지는 우리 사이에 선을 그어놓을게.
그 선을 넘지도, 밟지도 않을게.
그러니 그 자리에만 있어줘.
이렇게 멀리서라도 바라볼래.
그냥 가끔 내가 너에게 손을 흔들었을때, 웃어주라.
환하게, 웃어주라.
나는 그거면 돼, 원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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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좀 부끄럽지만 이 짧은 조각은 제가 쓰고있는 일기장 틈틈에 올해 3월부터의 제 짝사랑 H에 대한 부분들 중 몇개를 잘라내서 엮은 조각입니다.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이 아니라 그 내용이 적긴 하지만서도.. 엄청 설레고 그런건 아니지만 한번쯤은 올려보고 싶었어요. 참고로 제 짝사랑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 매일매일이 소설인 제 일상속에서 H와 있었던 에피소드도 더 가져오고 싶었지만, 그냥 가볍게 푸는 내용이니 이정도만 하기로 할게요. 음, 요즘 자꾸 저를 헷갈리게 하는 H에 대한 한탄 정도로 하면 될까요. 너무 짧아서 포인트를 받기도 애매하네요. 나중에, 조금 더 나중에 더 긴 내용으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 - 이 글을 봐서도, 알아서도 안되는, 원우를 닮은 내 짝사랑 H에게 이 글을 바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