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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형이 생길거야.
별 말 없이 밥알을 헤집던 손동작이 멎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눈동자, 그 무덤한 시선과 눈이 마주친 여자가 웃었다.
너보다 두 살 많구, 애아빠는 중국인이야. 계속 중국에서 살았는데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거든. 그래서 같이 살기로 했어. 세훈이 이리저리 배회하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웠다.
- 아직 만나보지는 못하고 사진만 봤는데 정말 예쁘게 생겼더라구. 잘생겼다고 해야되나…. 물론, 우리 세훈이도 너무 잘생겼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만의 상상에 들떠서 자신의 앞에서 조잘거리는 저 빨간 입술을 찢어버리고 싶다고, 세훈은 문득 생각했다.
헤프게 흘리는 웃음에는 백치미가 가득 묻어난다. 머릿속을 둥둥 배회하는 높은 목소리. 세훈이 조금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뒤로 밀리면서 바닥과 긁히는 소리가 나자 여자가 고운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 먼저 올라가 볼게요.
한참이나 남은 밥을 망설임 없이 개수대에 털어넣은 세훈이 등을 돌렸다. 오세훈! 등 뒤로 날카롭게 박히는 여자의 목소리가 끔찍하게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