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유난히도 추웠던 날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누나와 함께 등교하기로 한 첫날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아침부터 일찍 떠지는 눈에 빠르게 준비를 마친 나였다.
“아 누나 목도리 안 하고 올 것 같은데.”
나는 장갑을 끼지 않아 붉어진 손을 매만졌다. 누나는 언제 오려나.
“진영아 많이 기다렸어?”
“아뇨. 저 좀 전에 왔어요.”
누나는 늦잠이라도 잔 것인지, 머리는 뻗쳐있었고 나는 누나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붉어진 다른 한쪽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 누나 목에 둘러주면서 누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 진짜, 내가 알람을 5개 맞추고 잤는데….”
“응응.”
“그걸 다 꺼버렸어.”
“응응.”
“너 내말 듣고 있어?”
“응응.”
아 뭐야, 하나도 안 듣고 있잖아! 누나는 툴툴 거리면서 자신의 머리를 휴대폰 액정으로 확인했다.
아 진짜 배진영, 큰일 났다. 누나가 이렇게 좋아서 어떡하냐.
두근두근 로맨스!
in 연극부
연극부 부장 김여주 x 연극부 부원 배진영
1
누나를 처음 만난 건 동아리 홍보였다.
“배진영, 어디 동아리 들어갈 거야?”
“아직 못 정했어. 근데 아마도 밴드부 갈 듯.”
“이응. 난 연극부 갈 거야.”
아니 저럴 거면 왜 물어본 거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은 채 멍하니 교탁만을 바라보았다. 신입생이라면, 동아리 로망이 있잖아. 근데 진영아 너는 왜 이리 시큰둥하니. 친구는 옆에서 쫑알쫑알 설명했고, 나는 한귀로 듣고 흘렸다. 우리 학교는 동아리를 중요시 여기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근방에서 이름 좀 날린 동아리는 대부분 우리 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동아리라는 댄스부, 연극부, 그리고 밴드부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누가 우리 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충 10명 정도 들어온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제 32기 부장, 김여주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동아리 소개차원에서 나왔습니다.”
“아 부장님, 너무 긴장하신 거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제 32기 차장, 박지훈입니다. 저희 연극부 진짜 재밌어요!”
그러면서, 차장이란 사람이 계속해서 연극부에 대해 소개를 했다. 사실 그 소개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극부 부장이란 사람은 계속해서 자신의 손끝을 매만지면서 차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계속 시선이 가는 것이. 그리고 그 행동은 결심으로 이어졌다.
“야, 나 연극부 들어갈래.”
“엥, 너 밴드부 거의 확정 아니었음?”
“너 친구 없을까봐 같이 들어가주는거야.”
“새끼. 배려심은 알아줘야해.”
2
나는 동아리 홍보지에 붙어있는 번호로, 짧게 지원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돌아오는 문자는
우와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 날짜와 시간은 나중에 문자로 드릴게요ㅎㅎ
이거였다.
솔직하게 말해, 너무 귀여웠다.
3
연극부는 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동아리답게, 지원자 역시 많았다. 면접 대기실에서 친구는 뭐가 그리 불안한지, 다리를 덜덜 떨면서 자기가 준비한 대본을 외웠다. 나는 다리 떨지 말라고, 복 나간다고 말하면서 친구의 다리를 아프지 않게 때렸다.
“아, 배진영이 다리 때려서 내 다리 부러짐.”
엄살은. 친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아픈 척 연기를 했고, 나는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지원자 배진영 군 들어오세요!”
연극부 면접은 지원자 혼자 들어가서 면접 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내 이름이 불리자, 면접실로 들어갔다. 면접장 안에는 대략 10명 정도의 면접관들이 있었다.
“어, 배진영 학생? 연기 부탁드릴게요.”
“부장님 긴장하셨어요?ㅋㅋㅋㅋ학생이 뭐예요. 지원자라고 해야죠.”
“ㅋㅋㅋㅋㅋㅋ김여주 안 어울리게 긴장 하냐.”
“하, 놀리는 건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진영이 연기 봐야한다고요.”
응? 나는 선배님의 마지막 말에 놀라며 쳐다보았다. 언제부터 내 이름이 저렇게 설레는 이름이었지. 나는 괜 사리 긴장이 되어, 헛기침을 몇 번 한 후에 입을 열었다.
“저, 연기 시작하겠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연기 망친 것 같다. 안녕, 내 연극부….
4
배진영 학생ㅎㅎ! 연극부 합격되셨어요! 연극부 첫 모임이 있을 예정이니, 참석해주세요!
아 미친, 붙었어!!!!!
나는 한밤중에 침대에서 소리 지르면서 굴렀고, 내 소리를 들은 여동생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그리고 나의 모습을 한 번 보더니, 조용히 하라면서 방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내가 그렇게 시끄러웠나. 나는 머쓱해져 뒷머리를 긁으며 친구한테 문잘 보냈다.
님 붙음? 오후 11:00
ㅇㅇ 님은? 오후 11:20
ㅇㅇ 붙음 오후 11:30
열 ㅊㅋㅊㅋ 오후 11:50
ㅇㅇ 너도 오전 12:00
친구한테 그렇게 카톡을 보내고, 나는 침대 이불을 끌어안았다. 보니까 연극부 첫 모임이 내일이던데.
나는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서서히 잠에 들었다.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재밌을 것만 같은 기분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수줍은 작가의 말~
썰 아닌 썰 형식으로 연재될 것 같아효,, 읽어주셔서 감사해효,, 그리고 사랑해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