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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l조회 776l 1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여보세요.”
[야, 난데.]




낯익은 목소리다. 보나마나 뻔하지, 뭐. 이틀 전 집을 뛰쳐나간 박우진의 목소리였다. 




“근데.”
[나 돈 좀 빌려줘.]
“나 돈 없어.”
[아빠가 용돈 안 줬냐?]
“어.”




안주긴 개뿔. 너 집 나갔다고 네 몫까지 왕창 줬어. 그러게 집을 왜 나가선.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박우진은 욱 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그 날도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간 거고. 쥐뿔도 없는 놈이 나가서 뭘 하겠다고. 수화기 너머로 박우진의 긴 한숨이 들려온다. 




“그만 배기고 집 들어와.”
[너는 그 집에서 살고싶냐?]
“못 살건 없지.”
[박지훈인가, 걔가 너 안 괴롭히지?]
“너만 할까.”
[야 너 자꾸 그 따위로 답할래!!!!]
“시끄러워. 끊는다.”
[아, 잠깐만!!! 그럼 나 부탁 하나만 들어……]




전화를 끊었다. 뒷말은 안 들어도 뻔한 스토리였다. 제 방에 있는 비상지갑을 가져다 달라거나, 아니면 저금통을 가져다 달라는, 그건 박우진이 집을 나갈 때마다 해왔던 관례였다. 중학교 2학년때도 녀석은 이와 같은 행동을 똑같이 했었다. 그땐 한 4일 배겼나? 




“아직도 애 구만, 애야.”







8월 13일. 여름방학이 시작한지 2주가 지난 날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방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여름방학이 성적이 올리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수학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나 배고파.”




박우진이었다. 늘 있었던 일이었기에 나는 놈의 말을 무시하고 공부에 몰두했다. 그런 나의 행동에 화가 난 것인지 시끄럽게 노래를 불러대던 듣기 싫은 목소리가 내 방에 울려 퍼졌고, 그때 2주 만에 아빠가 모습을 드러냈다. 




옆엔 낯선 여자와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또래 남자애 한 명과 함께. 




그리고 그 날, 박우진은 집을 나갔다. 또라이라는 별명에 알맞게 놈은 미친사람처럼 발광을 했다. 펄펄 날뛰며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 아줌마는 누구고 저새낀 누구냐고!!!!!!”
“박우진. 조용히 안 하지.”
“아, 진짜 좆같네!!!!!”
“박우진!!!!!”




제 성에 못 이겨 박우진은 그대로 집을 뛰쳐나갔고, 남아있던 아빠와 나, 아줌마와 남자애는 부엌으로 가 식탁에 마주보고 앉았다. 도우미 아줌마가 먼저 차려놓고 간 저녁 밥을 먹으며 박우진의 밥으로 추정되는 고봉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여주 네가 지훈이 좀 잘 챙겨줘. 알았니?”
“네.”
“어머, 안 그러셔도 되는데…당신도 참.”
“이제 지훈이도 우리 식구야. 당신도 마찬가지고. 지훈이 너도 여주랑 잘 지내라. 알았니?”
“…….”




지훈. 남자애의 이름은 지훈이었다. 




“어머, 얘가 왜 대답을 안 해. 지훈아, 알겠다고 대답 해야지.”
“…….”
“얘가 진짜 왜 이런대? 박지훈. 버릇없이 지금 뭐 하는……”
“당신도 참.. 하루 아침에 아빠가 생겼는데 녀석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지훈아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




박지훈은 끝까지 답을 안 했다. 그리고 여전히, 박지훈은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 온 2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학원에 다녀와 집안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향기가 났다. 힐끗 신발장을 보니 박우진의 신발이 보였다. 어디서 구르다 왔나. 신발 구석구석 진흙이 묻어져 있다. 




“어, 왔냐?”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익숙한 폼 새로 한 쪽 손엔 수건을 든 채 머리를 탈탈 털고 있는 박우진이 말을 걸었다. 가뿐히 그 말을 무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내 방 옆에 자리잡은 박지훈의 방 문이 벌컥 열렸다. 




박지훈, 박우진, 나. 이틀 전 박우진이 집을 나간 이후로 셋이 마주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알 수 없는 적막감이 흘렀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박우진은 박지훈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학교 가면 큰일나겠네. 박지훈 왕따 예약인가. 




“뭘 봐.”
“…….”




박우진이 건넨 말이었다. 저, 욱한 성질 또 나왔다. 저걸 말려야 하나 냅둬야하나 고민이 됐다. 그냥 방으로 들어갈까. 사실 놈들의 싸움에 내가 끼어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나는 그대로 방 안으로 태연스럽게 모습을 감추었다. 







숙제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을 땐, 박우진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박지훈은 방 안으로 들어간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컵에 물 한잔을 따르고 천천히 들이켰다. 시원한 촉감이 목을 타고 내려온다. 막혔던 게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물 한잔도 존나 감정이입해서 드십니다요.”




언제 온 것인지 내 옆에 선 채 내려놓은 컵에 물 한잔을 따라 마시는 박우진이다. 




“시비 걸 거면 가.”
“야, 오늘 밖에서 밥 먹자.”
“나 돈 없…”
“나 어제 아빠한테 용돈 받음.”
“아, 내일 숙제 있는 거 깜박했네. 너 혼자 먹어야겠다. 미안.”
“너 숙제 없는 거 다 알거든. 내일 학원 안 가잖아.”




스토커냐?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야 오늘 아빠 안 온대. 도우미 아줌마도 휴가 갔는데 너 집에서 쫄쫄 굶을거냐?”
“라면 끓여 먹으면 되지.”
“씨발 됐다, 됐어. 나도 너 말고 친구 존나 많어!!!!!”
“어. 걔들이랑 먹어 그럼.”




쿵쾅쿵쾅. 성난 박우진의 발걸음이 집 안을 울렸다. 굳이 녀석과 밥을 함께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분명 비싼곳만 들어가겠지. 그리고 또 지랄을 해댈게 뻔하다. 가령, 스테이크를 썰며 ‘X발 X나 안 썰어져!!!!’ 라고 소리를 친다거나.




거실로 나가니 집 안은 고요했다. 박우진은 집을 나간 듯 했고, 보란듯이 TV는 켜 있었다. 나보고 끄란 소리지 지금. 하여튼 유치하다. TV를 끄고 방 문 고리를 잡았을 때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흐느끼는 소리였다. 분명, 누군가 울고있는 울음소리였다. 박지훈. 생각해보면 놈은 나보다, 아니 박우진보다 훨씬 불쌍한 놈일지도 모른다. 울고있는 그 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말없이 방 문을 지켜주는 것뿐. 그냥, 예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우진이는?”




아침 밥상 앞에서 박우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설마, 어제 안 들어온건 아니겠지. 내게 묻는 아빠의 눈빛이 낯설다. 퀭 한 눈. 오늘 새벽에서야 집에 들어오신 것 같다. 




“아직, 자니?”
“아,…아니요. 어제 친구네 집에서 숙제 한다고…”
“숙제? 허허. 그 놈이 드디어 철이 든 모양이구나.”




웬일인지 아빠가 그냥 넘어갔다. 하긴. 박우진이 집에 없는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밥 한 숟갈을 떠 입으로 가져갔다. 반찬으로 나온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 우물우물 씹었다. 삭막한 분위기에 먹은 것들이 다시 올라올 것만 같았다.




“아 참. 오늘부터 지훈이 학교 가기로 했어요.”




박지훈의 엄마가 생각났다는 듯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전화 안 해도 되겠어?”
“네. 당신 이름 말하니까 금방 화색이던데요? 여주랑 같은반으로 배정 해 주셨어요.”
“다행이네. 그나마 우진이놈 보단 여주가 나을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박지훈의 엄마가 내 눈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에 나는 어색한 미소로 화답했다. 슬쩍 앞을 보니 국에 밥을 말아 꾸역꾸역 먹고있는 박지훈이 보인다. 다행이다. 맛있게 먹어서. 









박지훈과 함께 등굣길에 올랐다. 이기사 아저씨에게 인사를 한 뒤 뒷좌석에 올라타자 차장 너머로 멍하니 서 있는 박지훈의 얼굴이 왠지 슬퍼 보인다. 




“지훈학생, 안 타?”




보다못한 이기사 아저씨가 박지훈을 불렀고 그러면 녀석은 물끄러미 차장 너머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과한 썬팅으로 밖에선 안이 안 보일 법도 한데, 어쩐지 박지훈은 차 안에 타 있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녀석의 눈은 굉장히 슬퍼 보였다.




“지훈학생! 학교 가야지!”




결국 이기사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박지훈을 뒷좌석에 앉혔다. 졸린건지, 아니면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알 수 없는 표정에 괜히 내가 더 눈치를 보게 된다. 


Mp3을 꺼내 이어폰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자연스레 영어듣기를 들었다. 영어듣기 1회분이 끝날무렵, 이기사 아저씨께서 운전한 차는 찬샘고 앞에 도착했다.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책상에 앉아 수학책을 폈다. 그리고 어제 미처 풀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시 복습했다. 새로운 얼굴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나를 따라 말없이 2학년 4반 교실로 들어선 박지훈은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야 근데 쟤도 김여주랑 같은 차에서 내리던데?”
“헐 그럼 쟤도 고아야?”
“낄낄. 야, 너 고아냐?”




더러움으로 뒤 덮인 놈들의 물음이 계속 되었다. 이젠 저런 말 쯤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온 신경을 수학문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머리맡으로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어 그림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쓰레기통.”
“…….”
“어딨어.”




그림자의 물음에, 나는 손가락으로 교실 뒤편에 마련되어 있는 쓰레기통을 가리켰고 그러면 그림자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기뻐서 짓는 미소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미소. 줄곧 녀석이 그래왔던 것처럼 처음으로 보는 녀석의 미소는 그랬다. 그리고 목소리마저. 




교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박지훈은 표정없는 그 모습 그대로 방금 전까지 자신을 둘러쌓은 무리들에게 다가갔다. 그 중, 내가 고아라는 것을 말한 우찬수의 앞에 우뚝 섰다. 




“뭐, 고아새끼!!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우찬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나는 눈치 챌 수 있었다. 지금 우찬수는 박지훈에게 쫄은 것이 분명하다. 우찬수의 눈은 겁에 질려 있었다. 문득 박지훈의 눈은 살기가 가득 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 아파 새꺄!! 놓고 말해!!”




박지훈은 말없이 우찬수의 뒷덜미를 잡아 끌었다. 그 모습을 마냥 바라보고 있는 반 아이들. 그 누구도 박지훈을 말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나는 꽤 흥미진진한 장면에 어느새 손에 쥔 샤프를 놓고 박지훈과 우찬수를 바라보았다. 




“아악!!!!!!!!”




그리고, 박지훈이 우찬수의 머리를 쓰레기통 안으로 집어넣은 것은 순간이었다. 




“대박. 쟤 미친 거 아니야?”
“헐. 우찬수 어떡해.”
“박우진도 모자라 쟤한테 또 당했어. 대박.”
“박거리는 건들면 안 된다니까.”




우찬수의 절규를 끝으로 상황은 막을 내렸다. 누가봐도 박지훈이 승자인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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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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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08.40
주제부터 짱..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
6년 전
독자1
하 대박 아니 작가님 .... 진짜 와 예 참 말이안나오네요 와 진짜 아 너무 사랑해요........ 하 뭣같은 월요일 전에 이 글 읽게ㅜ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글 써주신거 자체가 넘 감사해요 와 대박 진짜 쩌네요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하 아니ㅜ작가님 사랑해요 이ㅜ말 밖에 못 할거같아요 사랑해요
6년 전
독자2
헐.. 분위기 짱이에요ㅠㅠㅠ 아픙로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 전개 입니다ㅠㅠ 학교생활하는 우지닝 지훈이ㅠㅠ 챙겨 읽겠습니다 소중한 그 쪄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비회원39.195
지훈이의 작력에 놀라고 우진이한테도 혼났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네요
6년 전
독자3
분위기가 진짜 대박 ...,,, 작가님 진짜 너무 사랑해요ㅜㅜㅜ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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