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강다니엘] 연하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법
W. 라시
02 : 연하남과의 연애방식
"누나, 나랑 연애할래요?"
..라고 수줍수줍하게 말하던 강아지는 어디가고, 3개월이 지난 지금 나에게는 아직도 자기가 강아지인줄 아는 대형견 하나가 붙어있다. 덥다고 살짝 밀어내도, 떨어지기 싫다며 나에게 머리를 부비부비 한다. 그 모습에 심쿵당하고 마는 나는 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누나."
"응."
"나 누나네 회사로 취직할까요?"
"우리 회사 들어오기 힘든데?"
"내가 못 들어갈 것 같아요?"
한창 목표로 할 회사들을 정할 시기여서, 카페에서 노트북을 함께 들여다보며 검색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를 쳐다본 다니엘이, 우리 회사에 취직하겠단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나름 좋긴 하다. 복지도 좋고.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니 조금 놀랐긴 했다.
"근데 왜? 갑자기."
"..누나 회사생활 즐거워 보여서요."
"야."
"네."
"뻥치지말고 똑바로 얘기해."
워낙 잘 웃는데다가 감정이 표정으로 다 드러나는 다니엘은, 유난히 거짓말도 잘 못했다. 거짓말을 할 때면 눈꼬리가 저렇게 파르르 떨리고 애굣살이 어색하게 올라온다. 바로 캐치한 내가 다니엘의 턱을 잡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 안다는 내 눈빛에 잠시 아무말도 없더니 결국 시무룩해지며 입을 연다.
"누나네 회사.. 남자가 너무 많아요."
"뭐?"
"신경쓰여요 진짜. 난 아직 학생이고, 차도 없고, 그런데 그 회사 사람들은 나한테 없는 게 많잖아요."
"녤."
"..."
"그 사람들이 아무리 돈이 많고 차가 좋고 그러면 뭐해. 니가 아닌데."
요즘 유독 불안해하고 신경쓰는 다니엘이어서, 안심시키려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잠시 뒤, 조금씩 스멀스멀 접히기 시작하는 다니엘의 눈에 내가 방금 얼마나 오글거리는 말을 한 건지 깨달았다. 다니엘이 점점 웃기 시작함과 동시에 내 얼굴은 한겨울의 난로마냥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를 웃으며 바라보는 다니엘을 피해서 고개를 돌려 푹 숙였다.
"아 누나 ㅋㅋㅋㅋㅋ"
"..."
"왜왜. 나 봐봐요."
"안돼."
"돼. 빨리요. 빨리."
"아 놀리지 말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를 옆에서 웃으며 계속 콕콕 찌르던 다니엘이 자꾸 고개를 들으라고 해서, 계속 도리도리 고개를 젓다가 욱해 고개를 들어 뭐라고 하려는 찰나에 다니엘의 양 손에 얼굴이 잡혔다. 무슨 상황인지 인식하기도 전에 입술에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아 귀여워 죽겠어 진짜.."
"...이게 누나보고 귀엽대, 혼날라고."
"아으으, 귀여워.."
여전히 양 손으로 내 얼굴을 잡은 채로 나를 보며 귀엽다는 말을 한다. 괜히 민망해진 내가 시선을 돌리며 작게 궁시렁대자, 더 크게 웃으며 나를 끌어안은 다니엘이 앓는 소리를 낸다. 여전히 하는 말은, 귀여워. 내 머리가 닿은 다니엘의 가슴팍에서 조금 빠르게 뛰는 다니엘의 심장소리가 기분좋게 들려온다. 괜시리 내 볼이 더 붉어지는 느낌에, 팔을 뻗어 다니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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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질투가 많은 편이다. 회사 특성 상, 남직원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그걸 알게된 다니엘은 그게 무척이나 신경쓰이나 보다. 정작 아버지뻘 상사만 가득하고 내 또래는 별로 없는데 말이다. 어제도 아버지뻘 상사가 시킨 일 덕에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눈도 거의 뜨지 못한 채로 지하철을 탔다. 출근시간이라 앉을 자리도 없어서, 겨우 봉 하나를 잡고 기대섰다. 이 상태로 족히 삼십분은 가야 해서, 한숨을 푹 쉬는데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여보세요.."
'아이고, 목소리 다 죽어가네.'
"피곤해.."
'몇호칸이에요?'
화면 가득 뜬 다니엘의 사진에 피곤한 와중에도 입꼬리가 골라간다. 전화를 받자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더 어리광을 부려본다. 몇호칸이냐고 물어보는 말에 조금 의아했지만 곧 알림판을 찾아 말했다.
'서있어요?'
"응..자리 없어."
'눈은 뜨고 있고?'
"..그럼!"
귀신같다 정말.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고있으니 나른해져 봉에 기대 거의 눈을 감듯이 하고 있었는데. 찔려서 괜히 더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대답 없이 작은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웃고 있는게 확실하다. 아, 목소리 들으니까 더 보고싶다.
'나 보고싶죠.'
"응."
'..그렇게 바로 대답하면 좀 설레는데.'
다니엘이 매일 나에게 날리는 멘트가 몇개인데, 새삼스레 이렇게 작은 거에도 좋아한다. 여전히 눈은 뜨기 힘들지만, 기분은 또 좋아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때 들려오는 이번 역 안내를 들으니, 아직 열 정거장이나 남았다. 급 피곤이 몰려와 눈을 꾹 감는데 볼이 꾹 눌리는 느낌이 난다. 깜짝 놀라 움찔하고 눈을 뜨니,
"눈은 뜨고 다녀야죠."
다니엘이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이라 말도 못하고 눈만 껌뻑였다. 그것도 그럴만 한게, 다니엘의 학교는 우리 회사와 반대방향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놀래킨 당사자는 뭘 그렇게 놀라나며 내 볼을 만지작댄다.
"너 학교는? 아니 나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고?? 아니지. 너 설마 쨌어??"
"누나. 하나씩. 다 대답할게요."
"어..어 그래."
"학교는 오전 수업 휴강이고, 누나 맨날 타는 지하철 이시간에 여기 지나고, 짼거 아니에요."
당황스러움에 다다다 쏟아나온 궁금증에 대한 답을 다 듣고 나니, 진정됨과 동시에 반가운 감정이 차올랐다. 다니엘이 대답을 마치자마자, 오늘따라 더 듬직한 품에 안겼다. 이럴 때에는 지하철에 사람이 많은 게 좋은 것 같기도?
"저기요 이름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진짜요? 안돼? 진짜로?"
"...아 진짜 요즘."
"응?"
다니엘이 딱딱한 말투로 농담을 날리자 여전히 다니엘의 허리에 팔을 감은 채로 올려다보며 나름 애교라는 걸 떨어봤다. 혀 짧은 소리는 도저히 무리고, 눈을 약간 크게 뜬다던가. 뭐 이런. 농담을 할 때만 해도 웃고 있던 다니엘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아,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가 싶어서 슬금슬금 품에서 나오려는데 그런 나를 끌어당겨 다시 안는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따뜻하다. 가만히 안겨있으니 내 귀에 소근소근, 왜이렇게 예뻐요. 하는 말이 들려온다. 다니엘이 많이 해주는 말인데도 아직도 부끄럽다.
때마침 내가 내릴 역이 다 되어서 다니엘의 손을 잡고 함께 내렸다. 내려도 여전히 사람이 많지만, 잠을 잘 못자서 부은 눈으로 걸어갔을 길이지만, 오늘따라 기운이 펄펄난다.
"근데 진짜 왜 왔어?"
"음..누나 근무환경 감시하려구요."
"엥??"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혼내줘야죠."
"너 여기 취직해야되는데?"
"..아..그러네요."
다소 멍청해 보이는 대화인데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우리 둘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아, 광대 아파. 지하철 출구로 나와서 몇 분 걸으니 어느새 회사 앞이다. 마음같아서는 근처라도 한바퀴돌고 들어가고 싶은데, 출근시간이 나를 제지시킨다.
"아쉽다."
"그럼 오늘 쨀까요? 난 학교 누난 회사."
"씁. 영원히 쨀 일 있어?"
"아..보내기 싫은데."
조금 시무룩해진 다니엘의 손을 잡고 손등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하고 나니 약간 민망해서 웃어보이니 눈이 다 사라질 정도로 웃던 다니엘이 성큼 다가와 내 입술에 입을 맞춘다. 여기 회사 앞인데! 내가 놀라서 찰싹, 아프지 않게 때리니 웃으며 날 바라보던 다니엘이 갈게요. 한다.
"밥 잘 챙겨먹어요."
"응. 너도."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든 다니엘이 다시 지하철 역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맨날 지루하게 느껴지던 출근길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쉬운지. 미련이 남아서 다니엘의 뒷모습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남친인지 등짝도 참 잘생겼네 하고 생각하던 와중에, 갑자기 뒤를 돈 다니엘이 다시 다가온다.
"응?왜?"
뭐 놓고 갔나 싶어서 두리번 거리는데, 다니엘의 손에 얼굴이 잡힌다. 결국 한번 더 뽀뽀를 하고 나서야 지하철 쪽으로 뛰어간다. 아, 진짜 행복해. 얼굴에 피어오르는 웃음을 숨기지 않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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