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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언제나, 여전히. -2013기념픽
w.우왓
또각, 또각. 구둣발 소리가 주차장 안을 가득 울렸다.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뽀얀 입김이 올라왔다. 주차된 차의 문을 여는 손가락 끝이 발갛게 얼어 있었다. 그래, 너무나도 춥고 시린 2012년의 마지막 날아었다, 오늘은. 코를 한 번 훌쩍 들이마신 성규가 몸을 작게 떨고는 서둘러 차 안으로 다리를 밀어 넣었다. 바깥과 그리 다르지 않은 온도에 손을 뻗어 히터를 최대치로 켜는 것도 모자라 코트 단추를 아예 끝까지 잠궈버리고 목도리를 더 단단히 동여맨 성규가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부드럽게 움직이고, 이내 주차장에서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집에 도착한 성규가 외투도 벗지 않고 소파에 풀썩 누워 뻑뻑한 눈을 문지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진짜, 악덕 사장 같으니. 꼭 이렇게 마지막 날까지 직원들 일을 시켜야 성이 차나. 자기는 나오지도 않을 거면서- 궁시렁거리던 성규가 주머니에서 웅웅대는 휴대폰에 흠칫하며 몸을 일으켰다.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나른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성규가 일으켰던 몸을 다시 눕혔다. 여보세요-
[퇴근했어?]
"어, 우현이네."
[그럼 나지 누구겠어. 집이야?]
"으응, 집이지. 너는?"
[글쎄, 내가 어디 있을까.]
"어?"
[나 문 좀 열어주라. 여기 밖이 좀 춥네.]
잠시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던 성규가 급하게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가 잠금을 해제하고 문을 열었다. 뭐야, 남우현. 아무도 없잖아. 금세 뚱한 표정이 된 성규가 몸을 돌린 찰나였다.
"으악!"
"어딜 그냥 들어가려고, 나 여기 있는데."
급작스레 허리를 확 껴안아 온 우현에 혼비백산한 성규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아, 간 떨어질 뻔했잖아! 버럭 성질을 내는 성규에 우현이 킥킥대며 성규를 한 번 꽉 껴안고는 떨어졌다. 그래도, 새해는 애인님이랑 맞아야 되는 거 아니겠어? 싱글대며 느끼한 대사를 뱉은 우현이 다시 밖으로 나가 비상구 위에 곱게 올려 둔 케이크 상자를 가지고 들어와 문을 꼭 닫았다.
드디어 밝은 빛 아래서 본 우현은, 성규의 눈에 아주 조금, 정말 조금 가관이었다. 새빨개진 코끝과 귓볼, 바람을 맞아 잔뜩 헝크러진 머리칼. 작게 풋, 하고 웃은 성규가 우현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슥슥 쓰다듬어 정리했다. 많이 추웠나보네. 걸어왔어? 걱정어린 목소리로 묻는 성규의 목소리가 우현의 귓가를 작게 울렸다.
"아니야, 차 타고 왔어."
"거짓말. 맨날 빵집 갈 땐 차 세우기 불편하다고 걸어다니면서."
"아, 진짜. 넌 날 너무 잘 안다니까."
역시 우린 천생연분인가봐- 하고 덧붙이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우현을 살짝 쨰려본 성규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추운데, 진짜. 괜히 케익을 왜 사. 방으로 들어가 담요를 한 장 가져와 우현에게 살짝 던진 성규가 우현의 옆에 앉았다. 엉덩이가 소파에 닿기 무섭게 허리를 감아오는 우현에 성규가 팔꿈치로 우현을 약하게 밀어내며 툴툴댔다. 붙지 좀 마아- 추워서 그래, 추워서. 춥다는 말에 단번에 잠잠해진 성규에 우현이 작게 웃었다.
"자, 이제 케익에 촛불 꽂자!"
탁자에 가만히 놓여 있던 케이크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꺼낸 우현이 초를 찾아 상자를 한참 뒤적거렸다. 상자를 뒤집어 탈탈 털고서야 툭 떨어지는 초 봉지에 시익 웃은 우현이 이내 초를 케이크에 꽂기 시작했다. 케이크에 꽂힌 초는, 딱 두 개. 앞으로 우리 둘이서만 평생 가자는 의미로, 두 개. 촛불에 불을 붙인 우현이 성규를 케이크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셋까지 세고 같이 부는 거야. 소원 꼭 빌고, 알았지? 자, 하나. 둘,
"셋."
훅, 촛불이 꺼지고 꾹 감겼던 두 쌍의 눈이 뜨였다.
"소원은 말하면 안 이뤄지는 거 알지?"
"에이, 나한테도 안돼?"
"어, 안돼."
단호한 성규의 말에 우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변함없는 성규에 결국 고개를 끄덕거리며 우현이 한 발 물러났다. 그래도 난 내 소원 얘기하고 싶은데.
"난 내 소원 얘기할래."
"음, 그러던가."
"나는, 성규 네 옆에 평생 있는 거."
"아 진짜- 완전 오글거려."
...나랑 똑같잖아.
아무 말 없이 오도카니 앉아있는 성규에 우현이 설핏 웃더니 성규의 얼굴에 불쑥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는 얇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놀라는 성규의 입술에 작게 쪽, 하고 뽀뽀했다. 뭘 그리 곰곰히 생각하시나- 하고 이번에는 코에 한 번 쪽. 내가 옆에 있는데- 하고 또 이마에 쪽. 그리고,
"내가, 많이 좋아해."
말을 끝낸 우현이 성규의 뒷목을 잡고 입술에 깊게 파고들며 키스했다. 부드럽게 닿아오는 우현의 입술에 성규가 자연스레 눈을 내리감았다. 나도, 진짜 많이 좋아해 우현아.
그리고, 그런 둘의 뒤로 시계가 톡, 하고 12시를 가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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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악ㅋㅋㅋㅋㅋ 누가 내 손발 좀 펴줘요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제가 퀄리티는 보장할 수 없다고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어휴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