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하성운] 옆집 사는 작곡가 A
Written by. 핏치
때는 늦은 여름이었다. 늦여름답게 매미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온 힘을 다해 울어댔고, 처음에는 시끄럽다고 원망만 했던 것들이 이쯤 되니까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 그래도 매미 소리로 아침잠을 못 이루는 것은 여전했다.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대부분은 그냥 일찍 일어나, 못 이룬 잠을 낮잠이나 저녁잠으로 때웠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낮잠조차 못 자게 된 이유가 있었으니,
♬♪♩-
저 지긋지긋한 음악 소리. 한 일주일 전쯤 옆집에 누군가 이사를 왔다는 것도, 이 아파트가 방음이 잘 안 된다는 것도, 모두 알았지만 이런 상황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떤 날은 피아노, 어떤 날은 기타, 어떤 날은 쿵쿵거리는 음악을 하루 종일 틀어놓고 있으니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옆집에 찾아가 보려 했지만, 쓸데없이 많은 나의 겁 때문에 시도도 하지 못했다. 옆집에 찾아갔다가 저 옆집 사람이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면 어떡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끔찍한 상상들에 나는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것도 병이다, 병.
방금의 낮잠도 저 음악 소리 때문에 베개로 두 귀를 막으며 깨버렸다. 생각해보니 억울했다. 고작 저 옆집 사람 하나 때문에 내가 수면부족을 겪어야 해? 잠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고작 저 시끄러운 음악 하나 때문에? 급격히 차오르는 화는 걷잡을 수 없이 그 크기를 더해갔다. 나는 쿵쾅대는 걸음과 함께 현관문을 열고 나가 옆집 초인종을 마구 누르기 시작했다. 많이, 조금 많이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저기요! 옆집인데요!"
"....."
"안에 계시는 거 다 알고 왔거든요? 좀 나와봐요!"
"....."
"그래요, 그냥 여기서 말할게요. 옆집 사는 사람인데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으니까 제발 조용히 좀 해ㅇ..!"
벌컥-
큰일 났다. 잘생겼다.
.
.
.
옆집 사람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가설을 세우고 왔지만, 이렇게 잘생겼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잘생겼다, 그것도 엄청. 할 말을 잃어버려 어버버거리는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물어왔다.
"지금 저 시끄럽다고 오신 거 아니에요? 그쪽이 더 시끄럽게 하시면 어떡해."
"아, 저... 그게..."
"그쪽이 소리 지른 거 때문에 내가 작업 망치면 그쪽이 책임질 거예요?"
이건 마치 학창시절에 선생님께 혼나는 느낌이랄까. '너 왜 교무실 앞에서 떠들었어!' 이런 느낌. 분명 따지러 온 건 나인데 저 사람이 나에게 따지고 있다. 왜 시끄럽게 했냐고. 근데 저거 내가 물을 말인데.
"저기요, 그쪽이 쿵쿵거리는 좆같은 음악만 틀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죠!"
"좆같은 음악이요?"
"네, 좆같은 음악이요."
"지금 제 음악 보고 좆같다고 하셨어요?"
어쩌면, 내가 여기 오기 전 상상했던 것들 중 하나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남자의 표정만 봐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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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가 현관문을 쾅 닫았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다리에 힘이 풀려 현관문에 기대 주저앉았다. 그 남자의 표정은 분명, 금방이라도 날 죽일 것만 같은 표정이었어. 그래도 뭐라고 말은 했으니, 양심이 있다면 시끄럽게는 안 하겠지 하는 생각에 피곤한 몸을 다시 침대에 뉘어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
그래, 양심이 없었다. 조용히 하기는커녕, 더욱 커진 음악 소리에 저도 모르게 꽉 쥔 주먹을 부르르 떨며 현관문을 열자 현관문 앞에 붙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트잇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 좆같은 음악 앞으로 더 많이 들려드릴게요^^'
별로 좋지 않은 인연이 하나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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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구름이 글잡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쓰게 된 글이에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