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데 조금 이상한 학원물 |
" 전학생이 왔단다. "
전학생이라는 말에 스읍, 침을 닦으며 성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 골 아파. 몇 시간을 잔 거야….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끔뻑이며 시계를 확인하니 정확히 점심시간이 끝나고도 1시간 42분이라는 시간이 흘러있었다. 헐, 씨발. 나 점심시간에도 안 깨고 잔 거임? 미친. 내 밥. 점심시간을 고작 '잠' 때문에 놓쳤다는 죄책감에 성재는 으으, 짧게 신음을 흘렸다. 교탁 뒤에 선 선생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시던지 민혁의 귀에 제대로 박혀 들릴 리가 없다. 오직 머릿속엔 '밥' 이라는 단어만이 성재를 괴롭혔다.
" 어…, 안녕. 내 이름은 이민혁이구, 1년 꿇었어. 복학생이야. " " 아오. 씨발. 정일훈 개새끼. 어떻게 점심시간에 날 안 깨워주냐. " " 편하게 대해줬으면 좋겠구…. 잘 지내보자! " " 미친. 그것도 낚지볶음 나오는 날에. 아, what the fuck. "
그럼 이민혁 너는, 저기 혼자 중얼거리는 애 보이지? 육성재라고, 쟤 옆에 앉으면 된단다. 첫 입학 이후 처음 들어보는 담임 선생님의 자상하고도 인자한 가식 돋는 투의 말에 민혁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중얼중얼. 뭐가 잘 안 풀리는 듯이 머리를 잔뜩 쥐어뜯으며 허공에 대고 짜증을 부리는 성재에 민혁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으어, 내가 싫은가…. 조심스럽게 가방을 걸곤 쭈뻣쭈뻣 성재 옆자리에 앉는 민혁. 먼저 인사를 해야 하나 힐끔힐끔 눈치를 보던 민혁이 결국 화를 못 이겨 책상에 퍽, 하고 소리 나게 엎드리는 성재에 저도 모르게 짧게 헉, 하고 놀란 소리를 낸다. 엉엉. 엄마. 짝지 무서웡.
*
밥 달라고 요동을 쳐대는 자신의 배에 성재는 결국 쉬는 종이 치는 동시에 벌떡 일어나 매점을 정확히 3.265419초 만에 가는 엄청난 기록을 내세웠다. 거칠게 숨을 들이키며 아줌마 저어기 쵸파 빵이요! 라며 애절하게 울부짖는 성재에 아줌마는 주섬주섬 쵸파가 그려진 포장지에 담긴 빵을 성재에게 건네준다. 잔뜩 굶주린 배에 얼른 영양을 공급해줘야겠다. 푸욱, 라는 괴상한 소리를 입으로 내며 포장지를 찢고는 재빨리 빵을 한입 크게 베어 무는 성재. 아, 이제야 살 것 같네. 잔뜩 죽어있던 표정에 그제야 생기가 잔잔히 돌았다. 마시쩡! 약간 들뜬 발걸음을 힘차게 구르며 소란한 교실로 다시 들어간 성재는 그대로 쵸파 빵을 땅에 떨구었다.
" 쟨…, 누구야. "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고 있다는 걸 발견한 성재는 그대로 Shock. Electric Shock. 전 전 전류들이 몸을 타고 흘러 다녀…. 입가에 잔뜩 묻은 크림을 닦을 생각도 안 하고 넋 놓고 바라보았다. 창가 너머 은은하게 비추는 따스한 햇볕…. 그 나른한 햇볕 사이에 아름답게 빛나는 저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땅바닥에 진하게 뽀뽀를 한 빵을 주울 겨를도 없이 성큼성큼 자신의 자리로 가 털썩 소리 나게 앉는 성재. 갑작스러운 성재 등장에 무언가를 열심히 필기하던 민혁이 고개를 들었고,
" 와. 개싼다. 진짜. "
눈이 마주친 성재는 그대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 뭐가 이리 예뻐. 진짜. 나름 성재의 약간의 격한 감탄사라고 할 수 있다. 여기 남고 맞지? 존나 순수 돋게 생겼네.
" 싼다고? " " 어, 엉…. 너 개싼다. 미친. 이름이 뭐야? " " ……. "
민혁의 눈에는 성재가 좋게 비칠 리가 없다. 처음 볼 때부터 무언가에 홀린 듯 중얼거리며 혼자 엎드리지 않나…. 종이 치자마자 짝지를 쳐다도 안 보고 나가지 않나…. 더구나 드디어 딱 얼굴이 마주쳤는데 하는 소리가 개싼, 싼다고…? 뭘, 뭘 싸!
" 으어. 나…, 이, 이민혁인데. "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고민하던 민혁이 꾸역꾸역 대답하자 성재는 민혁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 남자? " " 응? 당연하지…. " " 대박. "
뭐가 대박이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자신에게 눈을 못 떼는 성재에 민혁은 괜히 오싹해지는 기분에 닭살 돋은 팔을 벅벅 문질렀다. 그나저나 얘 뭘 먹은 거야. 입가에 웬 크림이…. 민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무자비로 닥치는 자신을 향한 짝지의 관.심.폭.발에 민혁은 뭐라 맞받아줘야 할지 막막했다. 그냥 무시하자. 무시…. 민혁이 싱긋 웃으며 다시 열심히 필기하던 공책에 다시 시선을 박자 성재는 말 없이 눈을 끔뻑거리다 이내 아, 맞다! 내 빵! 이라며 벌떡 몸을 일으킨다.
" 악!!! 내 빵이 왜 이래!!!! "
그리고 처참히 찌그러진 쵸파 빵을 보며 경악을 하는 성재. 민혁은 그런 성재의 절망감 씐 뒷모습을 보다 이내 푹, 무겁게 한숨을 쉰다. 학교생활 잘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