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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배진영] 누나가 너무해! | 인스티즈

누나가 너무해 !

본격 배진영 중심 스토리
여주누나..너는 love..





1


초등학교때는 새학기 첫날이 되면 항상 설레는 마음을 안고 준비했었다. 중학교때는 초등학교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대로 내심 기대했었고,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됐던 해엔 같이 손을 맞잡고 방방 뛰었더랬다. 그랬던 시절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벌써 일년이 지났고, 오늘은 진영의 고등학교 2학년 새학기 첫날이였다.




"일어났어? 앉아있어 금방되니까."




부스스한 머리로 방을 나서며 티셔츠 속으로 배를 긁적이던 진영은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콧노래를 부르던 저의 형 민현을 발견했다. 저와 여덟살 차이. 더군다나 큰 카페의 점장까지 맡고있는 민현은 예전부터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대신 앞치마를 두르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진영은 아무런 어색함 없이 식탁 의자에 털썩 앉았다. 진한 커피향이 코를 자극하며 반쯤 남아있던 잠을 깨웠다. 그에 진영은 설마하며 물었다.




"설마 아침이 커피라던가, 커피라던가, 커피는 아니겠지?"

"커피라던가 커피라던가 커피야. 그리고 어제 카페에서 슬쩍 가져온 빵!"

"아, 형은 여기가 카펜줄 알아?"




민현이 아침이라고 준비하는 것들을 들은 진영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한국인은 밥 힘, 밥은 한식. 몰라? 민현의 뒷통수에 대고 불만을 토하던 진영은, 민현이 이렇게 밥 대신 빵과 커피를 준비할때마다 형이 카페 대신 요즘 동네에서 제일 수입이 짭짤한 서노네같은 고기집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매일 잘 구워진 고기를 부위별로 먹었을텐데.





2





3월이 되었는데도 활짝 핀 꽃들을 흔들고 진영을 스친 바람은 아직까지 겨울때처럼 차가웠다. 결국 민현이 차려준 빵과 커피로 속을 채운 진영은 교복만 입고 나온 저를 탓하며 팔짱을 낀 채로 몸을 움츠렸다. 그렇게 몇분 걷자 보기 싫은 학교가 나왔고, 진영은 몇달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터덜터덜 교문을 지나 배정된 반으로 향했다. 2학년 5반이였다. 교실 문을 열자 먼저 와 앉아있는 지훈이 진영의 눈에 들어왔다.




"너 선생님한테 가서 진영이랑 같은 반 되게 해달라고 빌지 말랬지 내가."

"미친놈."




지훈은 진영과 초등학교때부터 쭉 같은 학교를 다닌 제일 친한 친구였다. 중학교 2학년을 마지막으로 같은 반이 되 본 적이 없는데, 올해는 운이 좋게도 같은 반으로 배정된 두사람이였다. 진영이 지훈과 말장난을 치는 사이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고, 그렇게 하나둘씩 교실을 채우더니 곧이어 강당으로 모이라는 안내 방송이 교내에 울려 퍼졌다.




"헐 대박."




같은 반이 된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강당으로 걸어가던 진영은 누군가를 가르키며 입을 쩍 벌렸다. 지훈을 비롯한 진영의 친구들이 뭐냐며 진영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여리여리한 여자가 친구들과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영의 주위에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곧 헐, 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터져나오며 모두 놀란 눈으로 여자를 쳐다봤다.




"쟤 설마 김필숙이냐…."

"미친, 그런듯."

"쟤 왜 반에 반이 돼서 왔냐..?"




김필숙이라면 작년 진영에게 고백을 하고 거절당한 뚱뚱한 여학생이였다. 성격이 좋은 친구라 저와도 꽤 친하게 지내고 친구도 많았었는데, 방학동안 얼굴책에서도 안보이고 가가오톡 친구목록에서도 어느 순간 안보이더니 이제 보니까 왜 그랬는지 알겠다. 진영은 감탄을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넌 아쉽겠다. 김필숙 살빼니까 괜찮은데?"

"난 너처럼 속물이 아니라 필숙이 뚱뚱해서 찬거 아니거든."

"지~랄."




그렇게 정적은 또 다시 필숙을 주제로 사라졌고, 진영은 내심 씁쓸한 마음을 안고 강당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아, 김필숙 카톡 다시 만들었나... 진영이 슬쩍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패턴을 푸는데, 안그래도 시끄럽던 주위가 갑자기 더욱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야, 쟤야? 요즘 인터넷에서 완전 뜬. 어어 맞는듯, 실물도 엄청 예쁜데? 웅성거리는 소리에 가가오톡 친구목록을 천천히 넘기던 진영이 화면에서 눈을 돌렸다.




"뭐야."




뭔데 시끄러워. 미간을 좁히며 주위를 둘러보던 진영이 다시 핸드폰으로 고개를 돌리려 할 때 즈음, 학교를 일년 다니면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진영에게서 시선을 돌렸지만 진영 저는 그러질 못하고 계속 그 여자를 주시했다. 핸드폰 화면이 꺼진것도 모른 채, 계속.

혹여나 아까처럼 헉이라던지 헐이라던지 소리라도 내며 손짓하면 핸드폰 게임이 정신이 팔려있는 저의 친구들이 따라 볼까봐 혼자 보고 혼자 놀란 진영이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천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명찰 색깔을 보니 저보다 한 살 많은 3학년이 분명했다. 명찰에 `정여주` 라고 적혀있는걸 똑똑히 본 진영은 속으로 여주누나, 여주누나 곱씹었다.

진영의 18년 인생 중 여주는, 아까 본 필숙이가 생각도 안날만큼 매우매우,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 제일 예뻤다.





3





진영은 그 날 이후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했다. 머리도 왁스로 살짝 세웠으며, 거울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일부러 3학년 복도쪽을 지나는건 당연했고, 지나갈때면 멀쩡한 걸음걸이도 신경 쓰고 지금 저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하며 표정관리도 했다. 그러면서도 여주를 볼때면 떨리는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갔다. 여주를 등지고 걸어가며 진영은 항상 후회했다. 배진영 존나 바보! 호구같은 놈! 그래도 여주누나랑 또 마주쳤다! 예쁘다!




"야."

"아닌데?"

"나 아직 아무것도 안물어봤는데?"

"미리 대답해 주는건데? 아닌데? 졸라 아닌데?"

"구라 즐. 너 저 누나 좋아하지?"




요 며칠동안 진영의 행동은 나 요즘 3학년 선배 좋아하는 중이다! 그 선배 정여주다! 라고 등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과 같았다. 쉬는시간만 되면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다 대며 3학년 복도로, 점심시간만 되면 두리번 두리번, 무의식적으로 교과서에 여주누나..♥ 라고 적고 화들짝 놀라며 지우는 모습을 지훈은 모두 보았다. 비웃었다. 그리고 물었다. 그것도 진영의 심장을 쿵하게 만드는 엄청난 핵직구로.




"티 많이 나..?"

"그냥 광고하고 다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정도?"




자기 일 아니라며 얄밉게 대꾸하는 지훈을 보며 진영은 울상을 지었다. 아니, 그 정도로 티가 났단 말이야? 마음이 심란해진 진영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분명 여주도 어느정도 저의 존재를 눈치 챘을것이라고 생각한 진영이 울상을 짓던것도 잠시, 어떡하지 이제? 하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선 지훈의 팔에 매달렸다.




"야, 뭘 고민하냐. 여자는 그냥 키크고 잘생기면 다 좋아해. 예를 들어 나같은 남자."

"너 키..."

"닥쳐. 그냥 그 누나한테 가서 번호 물어봐. 쪽팔리게 훔쳐보고 다니지 말고 좀. 너랑 다니기 졸라 창피해."




진영의 소금 쳐진 행동들이 생각난건지 지훈은 괜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우 소름. 그래도 몇년동안 진영과 붙어다니면서 처음으로 진영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지훈은 내심 가슴이 벅찼다. 애지중지 키우던 딸을 시집 보내는듯한 정도? 아련한 눈빛으로 진영을 바라보던 지훈이 다시 한 번 진영에게 강조했다.




"남자는 무조건 얼굴이랑 키! 누나 번호 좀 주세요!"

"…."

"이럼 그냥 끝!"





4





지훈에게 조언을 들은 진영은 그 후로 몇번이고 여주를 찾아가 번호를 물어보려 했지만 막상 행동을 하자니 뗀석기 백개로 저의 쿠크를 때려부시는 느낌을 받아 그러질 못했다. 결국 오늘도 훔쳐보기만 한 진영은 서글픈 마음에 야자를 째고 터덜터덜 민현의 카페로 향했다. 그런 와중에도 진영은 1학년은 선택야자면서 2학년부턴 의무야자인 학교 제도에 불만을 가졌다. 왜냐하면 아픈척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카페에 가면 야자를 쨌다고 민현에게 왕창 잔소리를 듣겠지만 상관없었다. 디스 이즈 마이 웨이...




"형!"




학교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보이는 민현의 카페에 도착한 진영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진영의 목소리가 카페에 올려 사람들의 이목이 그에게로 집중됐지만, 진영은 아랑곳 하지 않고 두리번거렸다. 민현을 찾는 것이였다. 그런 진영의 모습에 한창 테이블을 청소하던 아르바이트생 대휘는 정색을 하곤 진영에게로 다가갔다. 아, 저 형 또 왔어.




"진영이 형, 제발 좀 조용히 하면서 들어오면 안돼요? 형 때문에 맨날 나만 혼난,"

"야, 우리 형 어딨어?"

"아니 일단 제 말,"

"점장실? 오케이, 마저 일해. 아 나 아이스티 한잔만 타주고."




대휘의 말을 두번이나 끊고 제 할말만 던진 후 점장실로 달려가는 멀어지는 진영의 뒷통수를 보며 대휘는 인(忍)자를 마음에 새겼다. 이런 일이 한두번도 아니고 뭐! 매번 있는일인데 뭐! 점장 동생이면 다지 뭐! 시발!




"아 개빡치네?!"




대휘는 오늘도 들고있던 행주를 바닥에 던졌다.





5




 
대휘의 말을 듣고(무시하고) 점장실로 달려간 진영은 또 벌컥 문을 열었다. 점장실 안에서는 인자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민현과 그의 오랜 친구이자 패션을 전공으로 하는 의건이 커피를 한잔씩 들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진영의 등장에 하던 얘기를 멈춘 두 사람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진영을 바라봤고, 진영은 어, 의건이형 왔어? 하며 민현의 옆으로 쪼르르 걸어가 앉았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오, 진영아 너 오랜만이다."

"너 야자는?"

"그러게 형, 잘 지냈어? 머리색 또 바꾼거 보니까 잘 지낸 것 같은데?"

"나야 뭐 항상 잘 지내지."

"너 야자는?"

"아 계속 걸어와서 힘들어 죽겠네."

"너 야자는 이 새끼야?"




해맑게 웃으며 의건과 짧은 안부를 나누던 진영에게 민현의 시선이 고정됐다. 야자는 어떻게 된거냐며 몇번이나 물었지만 못들은 척 대답은 커녕 저를 쳐다보지도 않는 진영의 모습에 결국 민현은 뒤에 단어 하나를 더 붙혔다. 진영은 그런 민현의 말에 순간 소름이 돋아 황급히 민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영은 이럴때마다 민현이 차라리 굳은 표정으로 욕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가오톡 이모티콘 세번째에 자리잡고 있는 (미소) 이모티콘과 흡사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저런 욕을 하는게 더 무섭기 때문이다.




"오늘은 공부할 기분이 아니였어."

"항상 아니잖아."

"그건 그래. …아니, 아닌데? 아니거든?"




민현에게 혼이 날까 덜덜거린것도 잠시. 곧 평소대로 돌아온 진영은 왜 야자를 빠졌는지 이유를 묻는 민현과 궁금하다는듯 저를 쳐다보는 의건에게 입학식날 여주를 본 것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세세하게 말해주었다. 더불어 지훈이 키크고 잘생긴 남자라면 만사 오케이라고 한것까지, 싹 다. 고작 그런 이유때문에 야자를 빠진 진영이 괘씸했지만 민현 역시도 진영이 이런적은 처음이라 이번 한번만 봐주자는 심정으로 진영의 얘기를 끝까지 들었다.




"아니지. 키크고 잘생겼다고 해서 다 되는게 아니지."

"나도 동감. 네 친구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네."

"그럼 뭔데?"




진영의 말이 끝나자 민현과 의건은 너나 할것없이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유는 그동안 훔쳐보기만 한 진영이 답답해서, 또 답답해서, 그리고 지훈의 조언이 마음에 안들어서. 물론 여자들이 보통 키 큰 남자와 잘생긴 남자를 선호하긴 하지만, 키크고 잘생긴 것만큼 중요한게 매력이였다. 매력도 그저 될듯 말듯한 매력이 아닌, 엄청 센 매력! 멀뚱멀뚱 그럼 뭐냐고 묻는 진영에게 의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요즘은 패션이 좋아야 여자들이 좋아해 진영아."




훈남 패션, 남친 패션. 몰라? 의건은 들고있던 커피를 휙휙 흔들며 모른다고 하면 한 대 때릴듯한 말투로 진영에게 말했다. 속으로는 그게 다 뭔데..? 를 연발하면서 결코 입밖으론 꺼내지 못한 진영이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곤 알, 알아.. 라고 작게 대답했다. 옷을 뭐 어떻게 입어야 잘 입는걸까. 혼란스러움에 진영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가던 그때, 옆에서 이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민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의건의 의견에 반박아닌 반박을 내세웠다.




"물론 옷 잘 입는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내 생각엔 목소리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목소리는 또 왜?"

"여자들은 청각이 발달해서 목소리 하나에 호감도가 왔다갔다 해."

"아냐, 그래도 옷 잘 입어야 호감도가 더 팍팍 올라가."

"우리 진영이는 아무거나 걸쳐도 다 잘 어울리거든?"




진영아, 잔잔한 노래 하나 피아노 치면서 불러주면 어느 여자든 다 넘어가. 진짜야, 형 믿어봐. 아니라니까? 옷이 먼저야 진영아. 겉모습으로 먼저 사로잡아야지, 안그래? 진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는 민현과 의건의 말을 들으며 진영은 혼자 고뇌에 빠졌다. 그러고보니 여자들이 이선균 목소리를 그렇게 좋아하지 참. 근데 저번에 여자애들끼리 얘기하는거 들어보니까 어깨깡패가 수트 입는게 올킬이라 그랬는데….




"아 이대휘는 내가 아이스티 부탁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가져다 줘!"




진영이 입술을 삐쭉였다.





6





다음날, 햇살에 비춰 더욱 반짝이는 여주가 환하게 웃으며 복도에서 친구와 얘기를 하고 있었고, 멀찌감치 떨어진 복도 창문에 기대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진영은 혼자 끙끙거리고 있었다. 주변인들이 도와준답시고 던져준 말들이 다 다르니, 연애 초보인 그는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그저 평소처럼 여주를 눈에 담고만 있던 그때, 진영과 친한 형인 우진이 뭐하냐, 라며 진영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혀엉…."




밤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우진에게 시선을 돌린 진영의 눈 밑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크서클이 보란듯이 자리잡고 있었다. 수척해진 진영의 얼굴에 우진이 흠칫 놀라며 하얀 진영의 두 볼을 저의 두 손으로 짝, 소리나게 감싸쥐었다. 너 얼굴이 왜 이러냐? 우진의 물음에 진영은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일 번, 키크고 잘생긴 남자. 이 번, 목소리 좋은 남자. 삼 번, 옷 잘입는 남자. 형 생각엔 몇 번인 것 같아?"




뭔 개소리야. 뜬금없는 진영의 질문에 우진의 미간이 잠시 좁혀졌다.




"야."

"왜."

"답. 사 번, 입 잘 털고 눈웃음 쩌는 남자."




그렇게 말을 끝낸 우진이 히, 하며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니, 세 개 중에 고르랬더니 웬 사 번..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눈이 사라진 채 히히 거리는 우진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버린 진영이 그건 또 뭐야! 라고 소리쳤다.




"멘트가 중요해 인마. 드라마 대사 같은 거 봐봐. 나 너 좋아하냐. 내 안에 너있다 그런 거. 괜히 명대사라고 떠도는 게 아니라니까?"

"...그걸 하라고?"

"중요하다는 거지. 그리고 보통 여자들은 웃을 때 눈이 막 사라지는 남자 좋아하더라고."




내 전 여자친구가 그래서 나 좋아했잖아. 순간 진영은 몸에 닭살이 돋는걸 느끼곤 양손으로 팔을 비비적거렸다. 그러면서도 우진의 의견 역시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 진영의 머릿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난 잘생기고 키가 커야하는걸까, 목소리가 좋아야 하는걸까, 옷을 잘 입어야하는걸까, 눈웃음이 쩔어야하는걸까. 또 다시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진 진영이 문득 고개를 들고 눈으로 여주를 찾았을 땐, 이미 텅 비어버린지 오래였다. 헐, 어디갔어!




"너 정여주 좋아하지?"

"어?"

"맨날 훔쳐본다고 소문 다 났어. 정여주도 아마 알껄?"




그러니까 그냥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안되냐 답답아. 너 보다가 환멸 날 것 같아. 우진의 표정만 봐도 정말 진심이였다. 특히 환멸이라는 단어를 꺼낼 땐 벌레 씹은 것 마냥 보기 좋게 구겨져 진영이 제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정여주 매주 토요일 오후 네시에 사거리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 끝난대."




우진은 그 말을 전하며 진영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었다.





7





"야, 어때? 괜찮아?"

"못봐줄 정도는 아님."




토요일 오후 네시 1분 전. 진영은 혼란스럽던 머릿속을 `다 필요없고 진심만 전하자` 로 정리했다. 어차피 여주도 다 아는 마당에, 나도 교복을 벗고 사복을 입으면 마냥 후배가 아니다! 라는걸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우진이 알려준 학원 앞까지 찾아온 진영은 구렛나루를 매만지며 끌고 온 지훈과 함께 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 연습한 멘트와 예상한 상황들을 계속 떠올리며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입술을 혀로 축이던 진영은 사람이 하나둘씩 나올때마다 고조되는 긴장감을 참을 수 없었다.




"여주누나는 왜 안 나와?"

"기다려봐. 떨려죽겠어."

"나오면 일단 가서 번호 물어봐."




키크고 잘생기면 무조건 알려줘, 걱정마. 진영이 긴장하는걸 눈치 챘는지, 지훈이 떨고있는 등을 두어번 쳐주었다. 훤칠한 남정네 두명이 학원 앞에 서 있으니 학원을 나오던 학생들의 시선은 당연히 두 사람에게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 누구 기다리나? 둘 혹은 세명씩 팔짱을 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여학생들은 조용히 수군거리며 진영과 지훈을 지나쳤다. 하지만 진영은 지금 그런 상황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입안에서 뜨거워진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동시에 그토록 기다리던 여주가 진영의 눈에 꽉 차올랐다.




"헐, 존예.."

"아 빨리 가 미친놈아!"




긴 생머리를 뒤로 한번 넘기는 여주를 보며 순간 심장어택 당한 진영을 지훈이 밀어버렸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진영이 심호흡을 크게 한번 내쉬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당당히 여주에게 걸어가려던 순간, 학원에서 나와 여주 옆에 서는 한 남자의 모습에 내딛으려 한 발이 멈칫, 그대로 정지했다. 진영 저가 보는게 맞다면 저 사람은 분명 옹성우다. 아니, 확실히 옹성우야. 성우이라면 진영의 옆학교에서 잘생겼다고 소문이 난 3학년 남학생이였다. 근데 왜 여주가 성우을 보며 웃는거고, 왜 성우이 여주의 손을 잡는걸까.




"뭐냐 저건…."

"…."




지훈이 인상을 팍 찡그린 채 중얼거렸다. 진영은 순식간에 벌어진 믿고 싶지 않은 광경에 멍하니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바라봤다. 둘이 사귀는거야..? 입을 떡하니 벌린 채 멀어져가는 둘을 잡지도 못하고 굳어 버린 진영의 시선이, 고개를 돌려 저를 보고 입꼬리를 올리는 성우의 시선과 부딫혔다. 저 형 지금 일부러 나보고 비웃은거지.. 그런 성우의 모습에 정신을 차린 진영이 부들부들 거렸다.




"야, 배진영..!"




이런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생각 못한 지훈이 당황하며 진영의 어깨를 잡았지만, 진영은 꿈쩍도 않고 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결국엔 옹성우처럼 키크고 잘생긴거, 목소리 좋은거, 옷 잘 입는거, 달달한 멘트 치면서 눈웃음 쩌는거 다 합쳐놓아야 되는 거였어!!!! 시바!!!!! 여주에게 그동안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관심 밖이였던 성우에게 하루 아침에 첫사랑을 빼앗겨버린 진영은 속상하고 분한 마음에 발 앞에서 굴러다니던 캔을 뻥 차버렸다.




"여주누나!!!!!!!"




내가 많이 좋아했는데.. 누나도 알았다면서 어떻게 홀라당 남자친구를 만들어 버릴 수 있어요.. 진영은 좀 더 일찍 말을 걸지 못하고 바라만 본 자신의 지난 날들이 너무 후회됐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점점 시야에서 흐릿해지는 여주는 여전히 예쁘고, 예뻤다.




"아씨, 뭐야!"




그 시각, 진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무릎을 굽혀 신발끈을 묶고 있던 대휘는 어디선가 날라온 캔에 머리를 맞았다. 안 그래도 피씨방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중에 걸려온 전화 너머로 지금 집에 안 들어오면 죽여버리겠다는 엄마 때문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던 대휘는 벌떡 일어나 따가운 곳을 황급히 손으로 문지르며 표정을 구긴 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결국 솟구치는 화를 참지 못해 바닥에 뒹굴고 있는 캔을 있는 힘껏 차버렸고,




"개빡치네 진짜!!!!"




그 캔은 또 한번 날라가다 결국,




"아..!"

"뭐야, 괜찮아 성우야?"




진영에게 비웃음을 날리곤 여주의 손을 잡고 봄을 만끽하던 성우의 뒷통수를 제대로 강타하였다.






누나가 너무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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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와... 와 저 진짜 지금 너무 감탄사 밖에 안나오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 글 귀여운것도 모자라서 웃긴 요소까지 이렇게 잘 쓰시면 ...그러시면 이 글이 빨리 초록글로 가야할것같은데요... 아 진짜 로맨스 코미디 물이라고 하기엔 귀여움이 많이 크고ㅠㅠㅠㅠㅠㅠ뭐죠 이글ㅠㅠㅠㅠ진짜 딱 취향저격 당하고 쓰러져있어요ㅠㅠㅠ작가님 디테일 너무 대단하신데요...저 암호닉 만들고 싶은데 만들어도 되나요ㅠㅠㅠ
6년 전
독자3
앗 작가님 필명 안쓰시군요ㅠㅠㅠㅠ아니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진짜 넘 좋아...
6년 전
독자4
왘ㅋㅋㅋ진짴ㅋㅋㅋ 어떠캨ㅋㅋㅋ 넘귀여워용ㅋㅋㅋㅋㅋㅋㅋ대박 ㅠㅠㅠ 오또캐 ㅜㅜㅜ 나오는 캐릭터들 하나하나 다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 지녕이어떠캨ㅋㅋㅋㅋ 옹한테 뺐겼옼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여주 훼이크~~ ㅋㅋㅋㅋㅋㅋ 다정한 민현잌ㅋㅋㅋ 웃으면서 욕하는거에서 진ㅋ자 빵터졌어욬ㅋㅋㅋㅋㅋ 핳ㅎㅎㅎ 작가님 진짜 글이 너뮤 귀엽고 윸쾌해서 힐링되는 기분이에요 ♡♡♡ 으어엉 신알신이 읍따 ㅠㅠㅠ
6년 전
독자5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짱요]로 신청햐도 될까용 ?!?!? ^-^
6년 전
독자6
아 진영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이렇게 귀여운거야 킂
6년 전
독자7
아 이거 글 뭐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귀여운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좋다 너무 좋아요 어떡해,,, 작가님 진짜 필명 안쓰시는건가요,,ㅠㅠ 제발 써주세요오,,ㅠㅠㅠㅠ
6년 전
독자8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9
헐ㅋㅋㅋㅋㅋㅋ뭐지 이 대반전결말은..?ㅋㅋㅋㅋ 결국 여주는 성우랑 사귀고있었고 진영이는 귀엽게 짝사랑마무리한건가요? 진짜 필력좋으세요ㅠㅜㅜ 너무 재밌어요 근데 필명을 사용안하시네요 작가님이 쓰시는 다른 글도 보고싶어요ㅜㅠㅜ
6년 전
비회원222.132
작가님 대박 너무 재밌어요 진짜 글 너무 잘 쓰시는것같아요
6년 전
독자10
아 작가님 세상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휘가 너무 웃겨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반전에 반전 최곹ㅌㅌ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11
반전결말ㅌㅌㅌ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 진영이 너무 귀엽네요ㅜㅜㅜㅋㅌㅌㅌㅋㅋㅋㅋㅋㅋㅋ 남자는 다합쳐져야되나봐욬ㅌㅌㅋㅋㅋㅋㅋ
6년 전
비회원102.130
대박.......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2
ㅋㅋㅋㅋ배진영진짴ㅋㅋㅋㅋㅋㅋ 괜찮아 진영 너의 고딩미를 응원해 누나는 ㅠㅜㅜ 암호닉 받으시면 ❤️[배고딩]❤️ 으로 신청해도 될까요 작가님? 진짴ㅋㅋㅋ진영아,, 그래 그렇게 완벽한 남자를 조아한단다!! 잇츠 유! 잇츄!! 배진영!! 바로 너!! ❤️ 여주가 정씨인 이유도 있는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넘 궁금하고 ㅠ 대휘 ㅋㅋㅋㅋㅋㅋ 진짜 깨알로 너무 귀엽잖아요ㅠ 그리고 지훈이랑 초반에 말장난하는거 너무 제 유우머 포인트 취향저격!! 선생님한테 빌지 말랬지 !~! ㅋㅋㅋㅋㅋ 자까님 신알신 신청하구갑니다 사랑해요.. 아니 필명이 없으시쟈니ㅜㅜㅜㅜㅜ 신알신 못하는저 주거라,,
6년 전
독자13
girls girls girls-SHINee ㅎㅎㅎㅎㅎㅎ
6년 전
독자14
재밌어요 ㅠㅠㅠㅠㅠㅠ 웃기고 재밌고 귀엽고 ㅋㅋㅋㅋ 진영이 짘짜 귀여워서 어뜨케
6년 전
독자15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영이 너무 귀엽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반전으로 성우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박인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잘 보고가요•
6년 전
독자16
아 귀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영이더 귀엽구ㅠㅠㅠㅠㅠㅠ대휘도 ㅋㅋㅋㅋㅋㅋㅋㅋ어쩌다 진영이 복수를 해줫네 ㅎㅎ 귀여워요 ㅎㅎ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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