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본 건, 화창한 여름날 내가 이 학교로 전학을 온 그날이었다. 교실에 선생님과 함께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수많은 시선들이 나에게 꽂혔다. 한껏 떠들던 아이들도 쥐죽은듯 입을 닫았다. 터덜거리는 걸음걸이로, 선생님의 뒤꽁무늬만을 따라갔다. 교탁에서 발걸음을 멈춘 선생님을 바라보고는, 쭈뼛거리며 교탁 옆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아이들이 낯선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워 시선을 교실 뒤에 위치한 사물함으로 거두려고 하던 그때. 니가 내 눈에 들어왔다.
가장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교실 뒷편 창가에 앉아, 열심히 창문 밖을 쳐다보던 너는 내가 목소리를 떼는 그 순간까지도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새하얀 피부에 검정색 긴 생머리가 바람을 맞아 너의 어깨 너머로 흘러내릴때, 나는 그때 아마 처음 사랑을 느낀 것 같았다.
그래, 어린 나이다. 고작 18세니까. 하지만, 이건 사랑이 분명했다. 전 여자친구에게도 이러하게 깊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자기전에도, 심지어 제일 좋아하는 밥을 먹고 있을때도. 너는 무엇을 할까?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하며 너의 생각으로 하루를 가득 채웠다. 또 어떨때는, 아니. 어떨때도 아니였지. 항상 학교에 가면 너의 자리를 바라보고, 너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그러다가 수업을 놓친 적도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이나 많았다. 자, 이래도 사랑이 아닌가?
너는 웃는 게 아주 예뻤다. 멍청하게 정신을 놓고 너를 계속 바라보게 할 만큼이나. 물론, 내가 똑똑하다는 말은 아니다. 내 성격은 항상 밝았다. 친구들 말로는 항상 자신감이 가득하며, 잘 웃고, 꽤나 당당한 성격이라고 했다. 근데, 요즘따라 자꾸만 기분이 우울해지는 게, 평소와는 아주 달랐다. 요즘 니가 자꾸 우리반 옹성우라는 남자아이랑 놀기 바빴다. 아마 둘은 꽤 친한 듯 보였다, 내가 전에 말을 걸었을때는….
"저,저기."
"…뭐?"
"안녕, 너 이름이제?"
"근데, 너 누구?"
"…아, 응?"
"…뭐야, 존나 찐따같애."
응, 그랬다. 니가 쓰레기 처리 당번일때, 남몰래 소각장으로 향하는 너의 뒤를 밟았다. 정말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고 싶었던 거였다. 너의 성격은 학교에서는 이미 자자했다. 전학오고 일주일만에 너의 성격을 대충 알게 되었을 정도니까, 뭐. 속된 말로 애들은 너를 싸가지 없다고 칭했다. 그리고, 너는 학교 안에서 이름을 꽤나 날리는 애들 중 한명이었다. 그래, 쉽게 말하면 일진. 그에 비하면 난…, 니가 표현했던 대로 표현하겠다. 난 찐따다. 그렇다고 정말 친구가 없는 찐따는 아니었다. 나도 꽤나 인싸고…, 아니 사실, 평범하지만
너의 앞에서는 한없이 샌님이 되어버렸다.
*
똑같은 날이었다. 표현하면 입 아플 정도로. 더운 날씨에 습기까지 가득했다. 짜증스러움이 넘쳤다. 이 날씨에 에어컨도 안틀어주는 학교는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툴툴거리며 창문을 열었다. 그래도, 꽤나 선선하게 바람은 부는 것 같네. 아까전엔 하나도 안불었었는데.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성격이었다.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거고. 아무 생각없이 바람을 맞고있으면, 전학생이라는 얘기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별 관심은 없었지만, 의무적으로 눈을 흘겨 전학생을 찾았다.
어쩔 줄 모르며, 시선을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니 딱 보아도 전학생이라는 티를 내는 것 같았다. 여자애만큼 허연 피부에, 눈꼬리도 축 처진게 여간 여성스러운 게 아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었다. 흥미없는 눈으로 전학생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시선을 창밖으로 거뒀다. 아, 날씨 좋다. 아무 생각없이 새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징그러울 정도로 진하게 들러붙는 눈길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시선이 느껴지는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급히 눈을 피했다. 뭐야, 재수없어. 왜 쳐다보고 난리? 전학생을 위아래로 느리게 흝었다. 하복 상의 끝단을 만지작 거리는 폼이 딱 봐도 소심의 완전체였다. 저런 성격 정말 싫다. 한숨을 내쉬고서는 다시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구름이 참 예쁘다.
나는 주변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내 친구와, 가족 빼고. 친구의 기준은 나랑 연락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두면 편할 것 같다. 심지어 반 아이들의 이름도 모르는 수준이다. 사실 알아서 좋을 거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다 헤어질 사람들인데, 뭐하러 굳이 이름까지 기억해? 그런 나에게도 반 친구 한명이 생겼다. 옹성우라고. 성격도 쾌활하고, 재밌어서 친구했다. 우리 반에는 좀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뭐. 잘된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날은, 쓰레기 처리 당번이 되었다. 열이 머리끝까지 받았다. 이 더운날에 소각장에 가서 쓰레기를 좀 태우라고 했다. 다른 애 시켜요! 왜 저한테 그래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다른 애들도 한번씩 다 돌아가며 했던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교실 뒷편에 위치한 쓰레기통을 들고 소각장으로 향했다. 뭘 이렇게 많이 먹은건지, 과자 봉투가 한가득이었다. 3층부터 1층까지 쓰레기통을 들고 내려가려니 땀이 안날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소각장에 도착하니, 무슨 사우나 들어온줄 알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쓰레기를 태우고 있을때 뒷통수에서 익숙한듯,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저기."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자 조금 무언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사실 누군지 잘 모르겠다.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이 개고생을 하는 나를 멀리서만 바라봤다는 생각에 한껏 날을 세우고는 대답했다.
"…뭐?"
"안녕, 너 이름이제?"
나의 말투와는 달리, 굉장히 침착했다. 근데, 쟨 내 이름 어떻게 알아? 난 쟤 누군지 모르는데. 사투리를 고치고 있는 중인지, 조금 어색한 표준말과 사투리가 섞여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목소리도 굉장히 작아서 더 심했던 것 같기도 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근데, 너 누구?"
"…아, 응?"
나의 질문에 어리바리만 때리고 있으니 답답함이 한가득이었다. 등쪽에선 불을 지피고 있으니 뜨겁고, 앞쪽에선 말도 안통하는 애랑 말하려니 답답하고. 날씨는 또 조온나게 덥고. 불쾌지수가 극에 달한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눌러왔던 짜증이 표출되며, 조금 싸가지 없게 말했던 것 같다. 좀, 미안하기도.
"…뭐야, 존나 찐따같애."
나의 말에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건지, 작은 탄식을 내뱉으며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던 애가 등을 돌려 재빨리 뛰어갔다. 생각해보니, 좀 많이 미안했다. 괜한 죄책감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만나게 되면 사탕 하나 쥐어주면서 사과해야겠다. 나도 등을 돌려 큰 부지깽이로 쓰레기들을 뒤적거렸다. 마음이 착잡했다. 뭔데 자꾸 신경쓰이지.
단편으로 쓰려고 쭉 써내려갔는데, 분량이 무슨 영화 한편 쓰겠더라구욤 T^T..
그래서 막 끊다보니 굉장히 이상해진 느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개인적인 저의 만족감을 위해 풋풋한 글 하나를 써보고 싶었어욤..제송해요.
그리고 이건 그냥 버리는 글이니까 (정말 마음대로 써놓고 처리 못할 것 같은 글) 구독료는 없습니다!
그냥 뭐옄ㅋ이런글도 쓰냐? 하고 가볍게 읽고 넘겨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핫...
혹시나 오타가 있다면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주세요 T^T 전 많이 부족해요..♥
-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