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콘서트 메인 이벤트! 성열이와 성종이의 뜨거운 트러블메이커!"
성열이 연습실에 들어오자마자 우현은 박수를 짝짝짝 치며 깐족대기 시작했다.나머지 멤버들도 모두 웃고있었고 화제의 중심 성종만 성열의 눈치를 보고있었다.이게 무슨일이지? 머리를 굴리던 성열은 생각이 난 듯 손가락을 탁 튕겼다.
"이성종이랑 트러블메이커 하는거야?"
"우리 성열이 이해 빠른데?"
별로 안 놀라,재미없게. 투덜거리는 우현을 모른척 하고 연습실 의자에 걸터 앉아 자신을 보며 과장된 웃음을 짓고있는 성종에게 다가갔다.이거 니 아이디어냐? 옆에 놓여 있는 물을 마시며 눈은 성종을 향해 물었다.끄덕끄덕 고개를 흔드는 성종에 성열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너 근데 여장하는거 별로 안 좋아 하잖아."
"그니까 그게요.."
말 끝을 흐리는 성종을 보고있던 동우가 으하하 웃으며 끼어들었다.
"야, 이성열. 니가 여자야."
동우의 말 한마디에 구석에서 이 상황을 보고만 있던 명수의 웃음이 터졌고 성종은 성열의 눈치를 보며 잠시 자리를 피했다.형, 저 꼭 장현승 선배님 역할 할래요.. 라는 말을 남기고.
-
그래 할게, 하면 되잖아!
거실로 나온 성열은 제각기 각자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멤버들에게 소리쳤다, 아니 일종의 선포였다.
"대신, 한다면 난 제대로 해.빨간 나시 원피스에 가발쓰고 진짜 여자처럼 안하면 나 안한다."
이성열 미쳤냐. 성열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만 있던 멤버들이 웃음이 터져 숙소를 데굴데굴 굴러다녀도 성열은 아랑곳 하지않고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나 진짜 한다면 해. 성열의 오기가 가득 담긴 눈빛을 읽은 성종은 괜히 하자고 했나 싶은게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
"마지막에 진짜로 나랑 뽀뽀하는 거 아님 나 안해."
성열의 충격적인 한 마디에 정신 못 차리고 숙소를 굴러다니던 멤버들도 성열을 일제히 행동을 멈추고 멍청히 쳐다봤고 성종도 토끼눈이 되어 에? 하고 바보같은 소리만 냈다.저 형이 진짜 미쳤나, 하는 눈빛만 내리 보내는 성종이였다.
"난 한다면 진짜 한다고 했잖아, 그렇게 알고 난 오늘 피곤해서 먼저 잔다."
성열은 내가 이겼어 하는 웃음을 지은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문을 열었다.이성종을 골리기 위해서라면 뭐, 여장 그거 한번 해 보지 뭐. 아까 성종의 눈이 왕방울만 해지며 당황하던걸 떠올리며 크크 웃은 성열은 꼭 자신이 그 무대는 책임지고 완벽히 소화 해 내리라 다짐했다.
성종과 멤버들은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성열이 바람을 일으키고 간 자리만 바라보고 있었다.허, 하고 터진 누군가의 헛웃음을 기점으로 어이없는 헛웃음은 전염처럼 번져갔다.
"이성종 어쩌냐."
멤버들은 성종을 안쓰럽게 보기만 할 뿐 이 상황을 제지하지는 않았다.재밌는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는데 무너트릴 바보가 누가 있겠는가.
다음 날, 눈 밑에 다크써클을 매달고 방에서 나온 성종은 늘 그렇듯 냉장고로 가 찬물을 꺼내 따라 마셨다.어제 성열의 말이 꽤나 신경쓰였는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성종이다.지금 와서 엎어버리자고 할수도 없고. 소파에 누워 커다란 담요를 덮은 채 색색 잘도 자고 있는 성열을 흘겨보았다. 분명 나를 놀리려고 한게 맞아, 그럼 내가 피할 이유 없잖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곤히 자고있는 성열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형보다 더 독한 사람은 저예요, 두고 봐.
트러블메이커의 첫번째 연습이 시작되었다.나머지 멤버들은 큰 연습실에서 각자 솔로곡 또는 듀엣곡을 연습하고 성종과 성열은 지하의 조그마한 연습실을 쓰게 되었다.지하실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성열의 코를 찌르자 어휴, 하며 인상을 찌푸리다 조그마한 연습실 문을 열었다.이미 연습실 안은 트러블메이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무 선생님인 채린은 몸을 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성열과 성종은 사람좋게 인사를 한 후 겉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섰다.채린은 노래를 끄고 둘에게로 다가와 시덥잖은 농담을 몇마디 주고받다 연습하자는 성종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듯이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들의 수업은 꽤 순탄했다.아니, 아직 그들이 접촉하는데 까지 진도가 안나간터라 그런 것 같았다.성열은 여자 춤이라 소화하기 힘들 것 이라는 모두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잘 따라가고 있었다.이렇게 저렇게 섹시한 표정도 지으면서.
" 자, 이 부분에선 성종이가 열이 허리를 쓰다듬어. "
이, 이렇게요? 당황한 걸 티내지않으려 대담하게 성종이 성열의 허리를 쓰다듬었다.움찔하는것이 느껴지자 괜히 이상해 헛기침을 하고 밀착했던 몸을 떼내었다.
" 응. 그렇게 하고 다음에 성열이가 성종이 어깨에서 손가락을 걸어가듯이 움직여. "
채린의 시범을 보고 성열은 다시 성종에게로 다가가 힘 없이 늘여뜨려져 있는 성종의 팔을 끌어 자신의 허리에 휘감고 손가락을 천천히 그의 어깨에 가져다 대었다.그저 자신의 어깨부근에서 요염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다 얼굴이 뜨거워진 성종은 고개를 돌렸다.
" 너네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갛냐. "
힘들어? 10분 쉬자. 채린은 흐르는 후덥지근한 공기에 손 부채질을 하며 연습실을 나갔다.채린이 나가고 난 후 연습실은 정적만 흐르다 자신이 무슨 포즈로 있는지 깨달은 성열이 황급히 성종의 품 안에서 벗어났다.
" 춤도 별거 없네. "
누가봐도 고의로 하는 헛기침을 몇번 흘리며 성열은 성종에게 들으라는듯 크게 말했다.성종은 그렇다며 싱긋 웃으며 연습실 구석에 선풍기로 가 그저 멍하니 앉아있었다.연습실엔 미묘한 기류만 흐르고 있었다.아주, 미묘한. 아씨 내가 이래서 이거 안하려고 했던건데. 성열은 거칠게 머리를 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