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에 1년의 절반이 뚝딱 지나가버린 6월의 하루는 더럽게도, 아주 더럽게 매서운 햇볕을 내리쬐고 있었다.
오늘의 날씨를 조금 예쁘장하게 표현해보자면 '거리의 비둘기가 곧 익혀질 것만 같다' 였다. 조금 더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비둘기 즉석 구이.'
시험도 끝났겠다, 옷도 사재껴가면서 구린 텐션 좀 업 시키고자 밖으로 나왔는데 날을 조금, 많이 잘못 잡은 듯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김지연 홍대 가는 날이 바로 저기 구름 위의 신이 햇빛에 인간구이 해 먹는 날이구나.
홍대는 참 사람도 많아. 홍대 땅 매입해서 도로에 아무도 발 못 디디게 할 수 있나, 라는 엉뚱한 상상은 안타깝게도 잠시 고이 접어둬야 했다. 왜냐, 저 앞엔 춤추는 존나 귀여운 자이언트 곰 인형이 있으니까.
-엄마, 쩌거 봐아. 곰 사람이 춤 쭤! 춤!
-어머, 덥겠다아. 지현아, 사진 찍을래?
-시러.
왜 싫어, 저렇게 귀여운데. 난 찍을 건데, 괜히 유치한 거에 환장하는 이상한 사람 되는 것 같잖아.
자이언트 곰 인형은 지가 어린이한테 까인지도 모른 채 어색한 춤사위만 내비추고 있었다. 아이돌 군무인지, 막춤인지 모를 어색한 몸짓에 대해 가벼운 감상평을 남기자면, '시급 값 참 못 한다.'
그래도 얼빵한 게 귀엽게 생기긴 해서 사람들이 자꾸만 흘끗거리며 지나가긴 했다. 더운 여름에 곰 가죽 뒤집어 쓰고 고생하는데 모순적으로 겉모습이 귀여워서 아마 지금쯤 안에서 어색하게 춤추는 알바생은 땀으로 샤워하고 있을 거다. 조금 불쌍했지만 뭐, 저것도 돈 벌자고 하는 거니까. 나 편의점 알바할 때와 별 다를 게 없는 거다. 더 편할지도 모른다. 누가 인형탈을 훔쳐가진 않으니까.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폰을 찾아내 사진을 찍기 위해 슬금슬금 다가서는데 아무것도 없이 사진만 찍어달라기엔 살짝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결국엔 편의점을 다녀왔다. 부담되지 말라고 물로 사 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내 지갑에 부담 안 되는 걸로 고심 끝에 고른 거다. 오늘 보고 아마 다신 안 마주칠 곰이니까.
톡톡.
"저기요, 저 사진 한 장만..."
-음, 움??????
뭐라는 거야. 탈 두께가 어떤데 대화를 하려 하지? 바본가. 영 이상한 곰돌이었다.
곰은 음, 움 하더니 솥뚜껑만한 손을 파닥파닥 휘적였다. 아무래도 찍어줄 테니 폰을 가져오라는 몸짓에 가까웠다. 감사합니다, 하고 셀카 모드로 찍었는데, 곰 얼굴 혼자서 화면 전세내는 바람에 내 얼굴은 곰 인형이 분 풍선껌만 하게 나왔다.
나름 주려고 사온 건데 안 줄 수 없는 물을 전해주기 위해 팔을 조금 뻗자, 곰 인형은 갑작스레 춤에 심취한 채 열심히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톡톡.
뻗은 팔을 못 본 건가 싶어 뒷태만 보이며 열심히 온 몸을 흔드는 곰을 다시 두어 번 건드렸다.
-우웅?
곰 탈 쓰더니 이 사람, 곰이 됐나. 두꺼운 탈 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목소리도 곰 같아서 조금 웃겼다.
살풋 웃으며 사 두었던 물병을 건넸다. 멀뚱멀뚱한 곰 인형 표정이 아주 볼만했다.
"사진 찍어주셨으니까, 이거."
곰은 흠칫, 흠칫 하더니 이내 두터운 손을 불쑥 내밀어 내 손과 물병을 꼭 쥐었다. 스키 장갑보다 두꺼운 걸 끼고 있으니 물병 하나 집기도 힘들겠지. 낑낑대다 결국엔 잘 쥐었나 싶었더니 물병을 슥 놓쳐버렸다. 후다닥 주우러 몸을 앞으로 기운 곰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물병을 향해 힘겹게 팔을 뻗은 그 순간,
툭
.
.
.
데구르르...
물병보다도 빠른 속도로 굴러가는 저 돌덩이 같은 건 아마도 곰 머리겠지. 곰 인형의 머리가 빠져 도로를 구르는 광경을 두 눈으로 보게 된 어린아이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내 뒤의 곰의 몸을 가진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머리랑 물병은 제가 주워다드릴게...
"전... 정국?"
"... 안녕,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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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이웃]입니다. 핳... 글잡은 안 오려고 했는데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진부한 스토리에 아직 에필록 뿐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비루한 저지만 잘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