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는 없던 비가 올 것 같아서.
비를 싫어하고 겁이 많은 너는, 혼자 비오는 밤길을 걷는 걸 싫어하니까.
그래서 널 데리러 왔어.
깜빡한 건지 연락이 없길래 깜짝 놀랄 너를 생각하며 데리러 왔어.
버스정류장에 앉아 너를 기다리는데 평소보다 늦어서 전화를 걸었어.
근데 배터리가 없는 건지 받질 않더라.
한참을 기다려도 안오길래 엇갈렸나 싶어서 너의 짚 앞으로 왔는데,
왜 너는 다른 사람과 있는걸까.
그런 너에게 가까이 갈 수가 없어서 전화를 걸었어.
“여보세요?”
평소처럼 전화를 받는 너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널 잃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밥은, 밥은 먹었어?”
“응, 먹었지.”
“집이야?”
“응, 왜?”
“그냥 어디서 뭐하는지 걱정돼서.”
“뭐야, 갑자기. 오빠는...”
그러다 나를 본건지 갑자기 네가 말을 멈췄어.
그리곤 그 사람을 급하게 보냈어.
전화를 끊고 너에게 가는데,
너한테 가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오빠......”
“비가 오는데 전화를 안받길래 걱정돼서 와봤어. 너 비오는날 싫어하니까.”
내 말에 넌 아무 말도 안해.
왜 그래, 아니라고 해야지.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아니라고 해야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해야지.
난 괜찮으니까, 너만 있으면 되니까 아무 말이라도 해 봐.
왜 아무 말도 안해, 왜.
한숨을 쉬는 내 모습에 겨우 너는 대답을 했어.
“미안해.”
“내일 얘기하자.”
미안하다는 너의 말에 난 그냥 돌아설 수 밖에 없었어.
그냥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네가 헤어지자고 할까봐.
나를 잡지 않는 너를 두고 뒤돌아왔어.
내일은 너에게 전화를 걸지 못할 것 같아.
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을 자신이 없어.
다 알면서도 너를 잡을 것 같아.
알아, 바보 같은 거.
다 아는데, 너를 보낼 자신이 없어.
네가 원하는 대로 너랑 헤어질 자신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