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이봄
황제를 위하여
무슨 미련이 남아 뒤돌아봤니.
뒤도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려.
아, 오르페우스!
황제를 위하여
황제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최상위 포식자의 부재에 교실은 엉망이었다. 그 지랄 맞은 성격에 의외로 지각 한 번 한 적 없던 황민현이었다.
그런 녀석의 자리가 아침 자습 시간 내내 비워있다 보니 평소에 황제의 눈치를 보며 입 다물고 있던 녀석들이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끄럽다, 그치?”
도무지 자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진 교실 상태에 절로 미간을 찌푸리자 다니엘이 웃으며 물어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내 반응에 다니엘은 괜스레 울상을 지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는 책상에 걸려있던 제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자, 새 거니까 걱정 말고.”
녀석이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낸 건 주황색 3M 귀마개였다.
하얗고 커다란 손바닥에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는 귀마개가 꽤나 귀엽게 느껴져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장난감을 물어온 대형견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교실 뒤편 우산꽂이에 꽂아둔 황민현의 우산이 자꾸만 내 신경을 긁었다.
창밖은 어제와 달리 창창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나 날이 맑은데, 황제는 학교에 안 오는 걸까.
나는 아침 자습 시간 내내 녀석이 오기를 기다렸다.
별 다른 뜻 없이 그저 황민현이 없는 교실이 너무나 시끄러워서.
그래서,
비도 오지 않는데, 자꾸만 녀석의 우산에 시선이 갔다.
*
“아마, 열감기일 걸.”
오전 수업이 끝나도록 황제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주인을 잃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를 보며 끙끙대는 날 눈치 챈 건지 강다니엘은 김재환에게 황민현의 결석 사유를 물었다.
“감기?”
“응, 걔 원래 비온 다음 날에 자주 아파.”
그래도 결석까지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김재환이 저도 의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하네. 중얼 걸리는 김재환의 볼이 스푼으로 두드린 푸딩처럼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 말에 난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어제 우리한테 우산을 빌려주는 바람에 감기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을 가장한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슬쩍 옆을 보니 다니엘도 나와 같은 생각인 건지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져있었다.
“어제 우리한테 우산 줘서 그런 거 아닌가.”
다니엘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교실 바닥을 톡톡- 두드리는 녀석의 발끝이 녀석의 미안한 감정을 대변했다.
“아닐 걸. 걔네 집이 보통 부자냐. 태우러 오라고 하면 태우러 올 기사도 있을 텐데 그 성격에 있는 우산 남 주고 비 맞고 갔을 리가 없어.”
하다 못해 남의 우산 뺏어 쓰고 갈 놈이잖아. 내 친구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래.김재환은 쓸데없이 냉철했다.
김재환의 말에 다니엘이 동의하는 듯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걔네 집 갈 건데, 정 마음에 걸리면 같이 가든가.”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여 멍하니 교실 바닥만 보고 있던 내게 김재환이 말했다.
도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녀석의 말에 고개를 두 번이나 끄덕인 걸까.
나도 도무지 내 속을 모르겠다.
*
회색빛. 색감이라고는 없는.
황제의 방을 수식하기 적당한 단어다.
김재환을 따라 온 황제의 집은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집은 아니었다.
정원 딸린 단독주택을 머리에 새기며 도착한 곳은 올 블랙 유리로 마감된 고급스러운 오피스텔이었다. 그리고 들어선 황제의 방은 온통 잿빛이었다.
“뭐야.”
나름대로 숨을 꾹 참고 들어선 방이었는데도 인기척이 느껴진 건지 침대에 파묻히다시피 누워있던 황제가 짜증 섞인 소리를 냈다.
숲 속에서 사자를 마주친 토끼처럼 나는 더 숨을 죽였다. 아, 김재환이랑 강다니엘이 죽 사오는 동안 먼저 들어가 있으라는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들은 걸까.
뒤늦게 파도처럼 후회가 밀려왔다. 그렇다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나갈 용기도 없었다.
“김재환. 괜찮고, 귀찮으니까 가.”
녀석은 눈도 뜨지 않은 채로 갈라진 목소리를 냈다. 목이 아주 맛이 갔네.
살짝 보이는 황민현의 얼굴은 늦봄 양귀비마냥 붉었다. 늘 칼같이 잘 정돈되어있던 머리칼도 땀에 젖어 제 멋대로 흐트러져있었다.
“야, 근데 재환아. 유달리, 걔.”
짝 아직도 그 전학생이냐. 내가 바꾸라고 했는데.
히끅. 갑자기 나온 내 이름에 놀라서 딸꾹질이 나왔다.
그 소리에 뭔가 이상하단 걸 눈치 챈 황제가 무겁게 감겨있던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기를 두어 번 더 반복했다.
“뭐야, 너.”
“아니, 김재환이 같이 와도 된다고 그래서.”
그게, 어제 우산 빌려줘서 아픈 건 아닌가 싶어서.
중언부언. 눈치를 보며 띄엄띄엄 말하니 황제가 기가 차다는 듯 짜증 섞인 한숨을 뱉어냈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 황민현은 삐딱한 시선으로 날 직시했다.
나는 그 눈을 피해야할지 함께 마주해야할지 답을 정할 수가 없었다.
“너 진짜 뭐하는 애야.”
황제가 젖은 뒷머리를 헝클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달리야, 너 눈에 보일 때마다 존나 거슬리거든.”
근데, 이 쪼끄만 게 눈에 안 보이면 짜증나 미칠 것 같아.
지금 황민현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파악이 안 됐다.
나는 그저 판옵티콘 같은 녀석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푹 숙여 발끝만 바라보았다.
“그니까 존나 거슬리게 내 눈에 보이는 데 있어. 앞으로.”
지금은 고개 들고.
역시나, 녀석과 있으면 숨이 막힌다.
*****
킬킬... 민현아 달리가 거슬려...?
너 그거 짝사랑이야. 방치하면 답도 없는데 난 방치할 생각이야. 꺄흐흑,,,
할미왔어여. 댓글 좀 많이 달아줍쇼 (굽신)
댓글 보는 맛에 이 할미 글씁니다.
[암호닉]
뿜뿜이
집착쪼하
시릿
연우
해야
브룩
모찌
(혹시 암호닉 신청했는데 여기 없다면 다시 말해주세요... 이 할미 노안이라 그럽니다...홀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