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시대
부제: 민현이를 위로해줘
***
김재환
야ㅑ야야 김여주
야아아아아아
김재환
좀 봐라
(사진)
(동영상)
??
김재환
너 민현이 알지ㅋㅋㅋㅋㅋ
??
김재환
왜 키크고 우리반
아ㅇ 응 그 인기 많은 애
김재환
ㅇㅇ내가 진짜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허튼 소리하면 죽는다
김재환
아아아ㅇ 좀 들어봐
ㅇ
김재환
너네 반에 황민현이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는 애 있다ㅋㅋㅋㅋㅋㅋ
? 그걸 왜 나한테 말하ㅣ
김재환
안 신기해?
ㅇ
김재환
제에발 성의 좀
와우 대박사건
김재환
;;;;
진짜 누군지 안 궁금함???
ㅇ
김재환
;;;;그냥 말을 말자
뭐지. 지금 싸우자는 건가 영문 모를 김재환의 카톡에 여주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내가 아무리 몰라도 황민현은 아는데, 워낙 많은 아이들에 입에서 오르내리기도 하고 학교 안에서는 민현은 거의 선망의 대상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여주 또한 민현을 처음 마주쳤을 때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지만 이내 자신과 다른세계의 사람이라 자각한 후 민현은 여주의 관심 밖에 난지 오래였다.
잠시 펴질 듯했던 여주의 미간이 아까보더 더 좁아졌다. 그나저나 내가 얘가 누굴 좋아하든 내가 알 반가
김재환
진짜 안 궁금해?
ㅇ
김재환
진짜로?
ㅇ
김재환
한번만 궁금해 해줘라.....
아
누군지 알고싶은 거 같기도
김재환
맞춰봐ㅋㅋㅋㅋㅋㅋㅋㅋ
;;; 내가 왜
김재환
제발..
아 알겠다
김재환
ㅋㅋㅋㅋㅋㅋㅋㅋㅋ헐??
그치???? 느낌이 확 오지????
응
김재환
아 다행이다ㅋㅋㅋㅋㅋㅋㅋ
김종현
김재환
??????????????????????
아니야?? 딱 느낌이 오는데?
김재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현이 여자 좋아해.....
혹시 모르지
나ㄴ 또 자주 붙어다니길래 그런 줄
김재환
김종현이 알면 기겁할 듯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잠시만
야;; 나도 같이 붙어다녀ㅋㅋㅋㅋㅋ
넌 안 어울려
김재환
아 존심 상해
재환은 한숨을 푹푹쉬며 민현을 바라보았다. 불쌍한 우리 민현이 어쩌다.... 재환은 끝내 여주와의 카톡을 접어버렸다. 더이상 의미있는 대화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였다. 물론 대화를 한다고 해도 여주가 제대로 된 답장을 할 건지가 관건이었다. 재환은 민현이 쉽지않은 길을 걸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여주는 노려보았다. 매점의 아이스크림을. 벌써 푹푹찌는 날씨에 더위를 많이 타는 여주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겉이 뜨거운 게 아니라 속이 뜨거웠다. 앞으로 더 더워질텐데 어떡하지. 여주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교복 치마 주머니 속 동전을 만져보지만 해봐야 작은 거 세개가 만져졌다. 값비싼 매점 아이스크림을 사먹기엔 역부족이었다. 돈을 내기 위해선 적어도 2배는 더 필요했다
"꺄학학학학학하"
멀리 급식실 입구부터 자기주장 확실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주는 재환이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야 김재환"
"아 씨 깜짝이야"
"너 돈 있냐"
갑작스런 여주의 등장에 재환은 발걸음을 주춤하고 움직였다. 하마터면 뒤에 있던 다니엘의 코에 머리를 정통으로 박을 뻔 했다.
"있겠냐"
그러면 그렇지. 잠시나마 올라갔던 여주의 어깨가 다시 내려갔다. 그러자 재환은 슬금슬금 옆에 눈치를 보았다. 돈 있는 사람? 김종현? 있어? 하곤 여주 몰래 친구들에게 눈치를 줬다.
"왜? 뭐 먹게?"
"아 응 더워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려고"
여주는 터덜터덜 다시 매점 앞으로 갔다. 재환 말고 다른 친구들을 기다려 볼 심보였다. 그러자 재환은 재빠르게 주섬주섬 느릿느릿 지갑을 열고있는 종현의 지갑을 낚아 채 천원짜리 몇 장을 챙겨 살짝 귀가 붉어진 민현에게 내밀었다.
"기회다. 잘해라"
마치 재환의 한마디가 유명 우정 영화의 명대사와도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곤 빠르게 자신의 친구들을 챙겨 은근 슬쩍 여주 뒤에다가 아 맞다 . 민현이 갑부잖아. 근데 우리 얼른 가야되는 거 아냐? 빨리가자. 하며 누가봐도 어색한 말을 흘리곤 떠났다.
***
여주는 거의 아이스크림을 녹일 기세로 바라보았다. 결국 오늘은 못 먹는 건가. 하곤 다시 입을 다셨다. 아이스크림에 넋이 나간 사이 여주 뒤로 큰 그림자가 살짝 드리워졌다.
"먹고 싶어?"
바로 뒤 낯선 목소리에 여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살짝 비틀했지만 여장부가 되어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돼. 라는 생각에 조금 뻗은 민현의 손이 무색하게 중심을 잡았다.
"응..."
여주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게 그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민현은 순간 팡실하게 올라온 여주의 볼을 잡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았다.
"사줄까?"
"응?"
얘가 언제 봤다고 아이스크림을 사준대. 그렇게까지 안쓰러워 보였나? 여주의 머리 속에 이런 저런 생각이 가득찼다.
"니가 왜?"
확 들어오는 여주의 돌직구에 민현은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다시 민현은 트레이드 마크인 사람 좋은 미소로 여주를 바라보았다.
"그냥 사줄게 먹자"
"그래"
굳이 사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여주는 먹을 것을 사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라는 가훈을 곱씹으며 나중에 갚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
비싼 거 먹어도 괜찮다던 민현의 말을 극구 거절하고 여주는 평소 친구들과 많이 사먹던 막대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아무런 생각 없이 포장지를 뜯은 탓에 속에 보이는 건 잡을 수 있는 막대 대신 먹음직스러운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이가 시려 차가운 것은 잘 못 베어먹는 여주는 아차. 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 였다. 그런 찰나 갑자기 까만 머리통이 훅 다가와 여주의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쥐어주는게 아닌가.
"맛있다"
순간 여주는 마치 처음 민현을 봤을 때처럼 가슴 한 쪽이 간질거렸다.
***
본격 민현이의 쑥맥 여주 길들이기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