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se Lindh - Hush)
따스한 오후,
아직 봄이 굳건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병원 안은 햇빛으로 가득했다.
걸음을 멈추고 햇빛에 손을 뻗어보는 의미없는 행동을 하다가
나는 이 곳에서 멈춘 것을 후회했다.
"다리부터 점점 굳어갈 겁니다."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
"...죄송합니다."
심각한 대화를 듣고 있으니 무슨 이유인지 그의 노래들이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곧 그의 노래들이 미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노랫소리를 따라 걷다 보니 비상구 앞에 도착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계단에 그가 앉아있었다.
"......"
'......'
그렇게 우리는 비상구에서 처음 만났다.
-
이후로 비상구는 우리들이 만나는 장소가 되었다.
나는 항상 그늘이 진 계단에 앉았다.
"여기로 와. 햇살 좋은데."
그래서 못 가. 햇살이, 너무 좋아서.
'......'
"...진짜 이상한 애야."
말 없이 고개를 젓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웃더니,
결국 그가 내 옆으로 왔다.
우리는 지금까지 제법 만났지만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그가 휴대전화로 노래를 틀면 나는 노래를 들었다.
그뿐이었다.
"넌 어디가 아픈 거야?"
'......'
그래서 그가 건넨 말에 어떻게, 어떤 말로 대답해야 할 당황했고, 막막했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내가 난감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는 다른 질문으로 말을 돌렸다.
"이름은?"
물론 여전히 막막한 질문이었지만.
'......'
"이건 말하기 싫어도 말해주지, 좀."
'......'
"쳇, 알았어. 대신 나도 안 알려줄 거야."
삐진 척 하며 볼을 부풀리는 그가 귀여웠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눈을 감고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우리는 한참이나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들었다.
-
따스한 오후, 우리는 비상구에서 처음 만났다.
사실은,
만나기 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그가 입원한 후, 그의 병실에선 매일 밤 음악이 흘러나왔고,
나는 매일 밤 그의 병실 앞에서 음악을 들었다.
'...뭐하고 있었어?'
비상구를 여니 그는 거친 숨을 뱉고 있었고, 약간 들떠보였다.
"나 보여줄 거 있어!"
그는 숨을 깊게 들이시며 집중하더니 순식간에 물구나무를 섰고,
'...옹성우!'
한 쪽 손을 떼려는 순간, 팔을 삐끗하고 균형을 잃었다.
다행히 그의 순발력으로 그의 몸은 사뿐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바닥에 누워 숨을 고르며, 아쉬운 지 주먹을 줬다 폈다 반복했다.
"...아까는 됐었는데..."
'다리 괜찮은 거야?'
"팔을 걱정해야 하는 거 아냐?"
'......'
"다 알고 있었네."
'......'
"이름도, 상태도."
'......'
"치사해."
할 말을 잃고 입술을 다무는 나를 보고,
그는 땀을 닦던 팔로 얼굴을 가렸다.
'어릴 때부터 춤 추는 걸 좋아했대."
'......'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대."
'......'
"...춤추고 싶어."
'......'
"살고 싶어."
그날 밤, 그의 병실에서 흘러나온 노래들은 평소보다 볼륨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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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X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