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연애, 남친새끼가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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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방학 내내 안 보이더라, 바빴어?"
"아, 저요?"
"다니엘은 그래도 종종 술 마시러 나오고 그러던데."
"저야 뭐 맨날 집에 붙어있었죠."
역시 이 자리는 참석하는 게 아니었다. 저새끼 지금 분명 내 심기를 일부러 건드리는 게 분명했다. 입만 열면 다니엘 다니엘.
조금 남아있던 맥주를 털어넣었다. 물론 술자리에서 강다니엘 얘기가 나오는 건 별 대수도 아니다. 내가 있는데 걔 얘기가 빠지면 이젠 좀 섭섭할 정도랄까. CC라는 게 원래 모든 이들의 술안주가 될 것을 감수하고 강행해야 제맛이다. 모든 게 적당한 선 안에서 이루어질 때 말이다.
"다니엘 부를까?"
"네? 왜요?"
"아니-, 다들 얼굴도 아는데 오랜만에 같이 술 한 잔하면 좋잖아. 안 그래?"
"... ..."
"부르자. 어때. 너네 다 좋지."
문제는 이 새끼가 그걸 모른다는 거다. 급기야 한 술 더 떠서 강다니엘을 부르자고 설쳐대는 선배를 멀뚱히 쳐다봤다. 너같이 나이도 많고 화도 많은 복학생이 좋냐고 물어보는데 누가 싫다고 그래.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을 조용히 삼켰다. 워낙 사범계열 애들끼리는 술도 자주 같이 마시고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니엘과 구면이라 더이상 말릴 수도 없었다.
핸드폰에 대고 강다니엘에게 답지도 않은 친한 척 하는 꼴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강다니엘이 정말 싫어하는 부류답다.
"야야, 너 안 오면 여주는 누가 데려다 주냐?"
"...?"
"아니-, 내가 봐도 좀 많이 마신다 싶더니만 글쎄...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새끼는 선배가 말을 하는데 끊고..."
분명히 거절했다. 강다니엘이 선배있는 자리에 나오겠다고 오케이 했을 리가 없다. 근데 선배가 저렇게 얘기를 하면 말이 달라진다.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가 취했다는 듯이 강다니엘에게 거짓말을 흘리는 선배를 모두가 쳐다봤다. 보아라, 자기 없는 곳에서 취하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강다니엘 때문에 절제하던 내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 되는 순간을.
"저 안 취했어요, 선배."
"취했다고 해야 다니엘이 얼른 오지. 안 그러냐?"
"선배가 다니엘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네요."
뻔뻔하게 안주를 먹으며 시끄럽게 쩝쩝대는 선배의 모습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어쩜 저런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시원한 맥주로 속을 달랬다. 저 사람 밑에서 배우고 졸업할 아이들이 있다니 재앙이 아닌가. 아이들만큼 단순하고 어쩔 때보면 아직도 애새끼같은 강다니엘도 감당하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선배랑 다니엘만큼 앙숙인 사이가 없다. 벌써 1년 전 일인데,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게 만든달까. 아직도 나를 좋아하느냐고 묻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양 손가락, 양 발가락을 사용해도 부족하다.
선배는 자신의 통화 이후로 조금 묘해진 이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가만히 비어있던 내 잔에 소주를 가득, 존나 가득 따라줬다. 사랑하는 만!큼...! 우렁찬 목소리로 스타트를 끊은 비지엠이 중간에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어떤 넌씨눈 새끼야? 결국 선배가 따라준 술을 전부 입에 털어넣었다.
"하..."
"어, 왔냐? 앉아, 앉아. 뭘 서있어."
"... ..."
참 거지같은 타이밍에 탄식했다. 고개를 젖혀 술을 털어넣고 고개를 바로 하니 그런 나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는 강다니엘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순식간에 시끄러워진 분위기에 휩쓸려 잔소리는 스킵. 술고래 등판에 선후배 가릴 것 없이 강다니엘을 박수로 환영했다. 뻘쭘하게 엉덩이를 움직여 다니엘이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야야, 니들은 왜 갑자기 여기 껴 앉아있어? 있던 자리로 가-! 좁아 터지겠네."
"아 오빠-, 좁은 사람이 일어나야죠! 전 편하고 좋은데요?"
나만 좁다고 느낀 게 아니었구나. 썅. 다들 이리로 모인 거구나.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수많은 인원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있는 꼴을 보아하니 누가봐도 여자애들 머릿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뭐하자는 거야, 이거. 나보고 여기로 온 남자후배는 없나? 어디보자... 기웃기웃 주변을 살펴보다 가만히 좀 있으라고 툭치는 강다니엘 때문에 관뒀다.
올해 종강파티 때 강다니엘을 처음봤을 우리과 새내기들부터 시작해서 방학 중에 남친이랑 깨진 동기, 모솔인 후배까지. 오늘은 좀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야, 이건 그냥 포옹..."
"마셔."
"...아니 나 힘들어. 포옹 정도는 그냥..."
"포옹을 나 말고 누구랑 하겠다는 건데."
"...마실게, 마실게."
코를 막고 가득 따라져있는 술잔을 깨끗하게 비웠다. 어떤년이 하자고 한 왕게임에 죽어나는 건 나 하나 뿐이었다. 12금 왕게임이라 내 기준 포옹 정도는 그냥 쿨하게 한 번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녀석에게 자비란 없었다. 흑기사 해줄 생각은 1도 없어보이네. 망할 것. 자기 화났다 이거지.
"야, 니 여친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흑기사도 한 번 안 해주고."
"무리는 무슨. 얘 술고래라 취하려면 멀었어. 계속해."
"...야."
내가 취하면 주변인들에게 달라붙어 예뻐해달라고 지랄하는 걸 아는 강다니엘은 연애 초반부터 내가 취하는 걸 매우 싫어했다. 물론 주량이 소주 3병인 나에게 자주있는 일은 아니었다. 술을 많이 마셨다는 이유로 강다니엘과 크게 싸웠던 적은 그동안 딱 한 번 뿐이었을 정도로. 새삼... 나란 사람도 대단하다. 존나 듬직한 여자친구가 아닐까.
근데 지금은 말이 좀 이상하네. 남들은 자기 여친 취하면 절대 안 된다고. 남들 앞에서 아주 금이야 옥이야 다룬다던데 이새끼는 대체... 내가 이런 강다니엘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 앞에서 나를 가리켜 술고래니 뭐니, 계속하라고 부추기는 모습은 살짝 황당했다. 너도 오늘 좀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1번이 6번한테 가서 키스해."
"아, 선배 제 거 보셨죠."
"우리 여주가 1번인 모양이구나!"
남자선배들의 환호가 터졌다. 선배가 웬일로 조용히 있나 했더니 기어코 입을 열어 깐족거렸다. 내가 강다니엘을 쳐다보면서 눈빛으로 짜증을 부리는 틈을 타 내 번호와 강다니엘 번호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저 미친놈이 야동이 궁한가 왜 맨날 술자리에 껴서 지랄인지 모르겠네.
결국 녀석을 건드렸다. 야야. 우리보고 키스하래. 키스가 대수야? 어? 맨날 하는 게 대수냐고.
"하고 그냥 가자."
그렇게 원하는 거 한 번 보여주고 집에 가고 싶었다. 우리가 못 할 줄 알고 기세등등하게 비아냥 거리는 선배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멋지게 퇴장하고 싶었다.
"......"
"...그걸 왜 마셔?"
"안 할 거니까. 벌주."
"...허,"
이어지는 야유 속에 문득 올해 초 잠깐 강다니엘이 좋다며 졸졸 쫓아다닌 후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쟤 표정 뭐야? 이 분위기는 또 뭔데. 묘하게 상하는 내 자존심 뭔데.
"재미없다. 나 그냥 먼저 일어날게."
민망함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무덤덤하게 흘린 술이나 닦고있는 강다니엘을 두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빠져나왔다. 모두에게 진 기분이 들었지만 그 자리에 더 있었다간 내 앞의 맥주를 강다니엘 머리 위로 부어버릴 것만 같아서. 응, 그래서.
남들 앞에서 챙겨주긴 커녕 무슨 자식새끼 강하게 키우듯이 말하질 않나, 술집에 들어와서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한숨부터 쉬질 않나. 그래, 말은 안 했지만 그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강다니엘이 들어서자마자 다 우리만 번갈아 쳐다보는데 날 보면서 그 한심스럽다는 눈빛은 뭐냐고. 어?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그 한숨 뭐였냐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지 그럼 버블티 시켜먹냐고. 시발. 곱씹어 생각하니까 그거 되게 화나네.
나름 여자애들이 선망하는 남친인 걸 어떡해.
다정하고 자상한 남자친구는 바라지도 않았다. 좀 가식적이더라도 너가 한 마디 한 마디 좀 신경써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려고해도 다른 여자애들 시선이 자꾸 눈에 들어왔으니까.
"거기 서."
"... ..."
"안 들려?"
"하던 게임이나 마저 하고 오세요. 니가 뭔데 따라나와."
금세 손목이 잡혀 몸이 훽 뒤집어지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언쟁이 이어졌다.
"무작정 가버리면 다야?"
"그럼? 내가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으면 뭐가 좀 달라지니? 너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어?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데-,"
"...후..."
"한숨 쉬지 마. 짜증나. 너야말로 화난 게 있으면 똑바로 말을 해. 사람 짜증나게 이딴식으로 굴지 말고."
"뭐?"
"오랜만에 과 애들 불러놓고 술 마시는데 와서 뭐하는 거야? 너 나 개망신 주려고 작정했니?"
"말 그딴식으로 할래?"
"이럴 거면 왜 나왔어? 내가 취해서 길바닥을 굴러다닌다는 말을 들었어도 그냥 집에 있었어야지."
차라리 술자리에 끼지 말고 그 자리에서 바로 나를 데리고 나왔어야지.
"가서 놀아. 빠져줄테니까."
"김여주."
"따라오지 마. 거기서 더 오면 진짜 끝이야."
"......"
작가는 격렬한 걸 좋아합니다! 사랑도, 싸움도 격렬한 거! 무조건 격렬! 사랑해 격렬!
반응 없으면 조용히 글삭하겠읍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