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예쁨-펜타곤
내가 선생님에 대해 좋아하는 점을 말하자면 하루 종일 말 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딱 웃는 모습이 좋아서이다. ‘웃는 얼굴이 잘생겼다’라기 보다는 ‘그 모습이 좋다.’
그러면 너는 그 모습이 왜 좋냐고 반문할테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내 대답은,
‘그러게. 그건 왤까?’
선을 그어주시든가요, 옹성우 선생님!(02.선생님의 웃는 모습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진아.”
“왜.”
“넌 이상형이 뭐냐?”
내가 물은 질문에 답이 없자 나는 휴대폰을 보던 손을 내리고선 우진에게 고개를 돌렸... 아 표정이 여간 썩은게 아닌게 괜히 봤다.
“...미쳤냐? 나랑 너랑 그런 말할 사이야?”
“내가 너 이상형 물어보고 나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어? 아님 뭐 너한테 멜로눈깔을 했어? 걍 남자 이상형이 보통 어떻게 되나 이런거지.”
“그럼 옹성우의 이상형이 뭘 것 같냐고 물어봐.”
“알아?”
“알겠냐.”
***
내가 입학하고 약 한달동안 옹성우 선생님에게 구애하고 치대고 하면 알아낸 것이 세가지가 있다.
첫째, 옹성우 선생님은 잘생겼다.
이것은 내가 뭐라고 설명안해도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평균이상의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선생님이 잘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을테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둘째, 옹성우 선생님은 여친이 없다.
내 사랑이 골키퍼있다고 굴할 사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도덕심이라는게 있지 주인있는 사람을 훔치는 것은 내 취미가 아니라서 말이지. 어쨌든 그는 여자친구가 없다. 이게 매우 중요하다.
아무래도 선생님의 주변 여자들은 시력이 매우 안 좋거나 평균이하의 심미안을 가진게 분명하다.
“선생님, 질문있어요.”
“쓸데없는 것만 아니면 되는데 뭡니까?”
“여기 소설 속 화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반려를 통해 자신의 인식을 새롭게 바꾸고 성장했는데...”
처음에는 의심하는 얼굴로 내 말을 듣던 선생님이 꽤 집중한 얼굴로 내 질문을 듣는다. 그리고 내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런 빈틈이다. 자연스럽게...자연스럽게.
“선생님은 그런 반려가 있어요?”
자연스러웠다. 전방 1m 아이들의 표정변화 감지 무. 내가 기다리는 것은 이것에 대한 대답뿐이다.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벌어지는 선생님 입술에서 나올 대답이 이렇게 떨릴줄이야. 아니요 아니요 제발 아니요...
저 입술모양은 누가봐도 모음들중 저모음, ‘ㅏ’에 해당하는 입모양이다. 선생님이 ‘나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라는 터무니 없는 대답만 아니라면 90퍼센트, 아니 99퍼센트 대답은 ‘아니요’다.
“나가요.”
“역시, 여자친구는 없음. 없음? 아...나가요?”
“저번주에 수업시간에 사적인 질문하면 어떻게 하기로 했죠?”
“나가기로.”
[제가 진짜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수업시간에 이상한 질문하면 나갈게요.]
나는 과거의 나를 매우 증오한다.
“진짜 나가요?”
“그럼 가짜게요?”
또, 또 그 웃음. 일종의 벌을 주는 그 상황에서는 그 웃음은 어찌나 좋은지, 그리고 뒷문을 통해 복도로 나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곁눈질하고 최대한 오래 보기 노력했는지 복도에 나왔을 때는 눈이 뻑뻑해서는 눈을 마구 비볐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웃음은 바보처럼 실실 나를 웃게 했다.
“뭐가 좋다고 웃냐?너는?”
“선생님 웃는 게 좋아서.”
“왜 좋은데?”
박우진의 질문에 나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잘생겨서? 그것도 어떻게 보면 타당할지 몰라도 웃는 모습이 잘생겨서 좋아한다면 꼭 그게 선생님일 필요는 없다.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도 잡지의 모델들도 선생님보다 잘생긴 사람을 찾자면 물론 힘들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왜지? 웃는 모습이 좋은 이유?
“잘 모르겠어. 그냥 좋아.”
“트루러브라며, 근데 이유도 몰라?”
“트루러브니까 이유가 없는거야. 넌 막 영화같은거 안 봤어?”
멜로 영화들을 보면 항상 등장하는 대사들이 있다.
[좋아하는데에 이유는 없어, 그저 너라서 좋아하게 된 거야.]
옹성우 선생님에 대한 나의 사랑도 마치 영화같은 사랑의 한 종류인 게 틀림없다. 누가 뭐래도, 누가 뭐래도 말이다.
“그럼 선생님이 너한테 날 왜 좋아하게 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려고? 그냥요? 완전 신뢰 제로인데.”
“...”
“일주일 뒤에 남친 생겼다고 자랑할 만한 신뢰성이야.”
***
‘선생님에 대한 내 사랑의 신뢰도가 그 정도로 바닥이라고?’
작은 돌멩이가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기분이다. 진지해보이지 않다고? 솔직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내가 한 짓들이 진지했다고 말한다면 박우진이 죽을 때 까지 놀릴만큼 가벼워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솔직함 문제지 나의 사랑의 경중 문제가 아니다. 나는 좋아하면 표현하는 사람인 것이다.
“나 때문에 삐진 거야? 왜 오늘은 그 인사안 해?”
주...주인공이 나타났다! 선생님이 생각에 빠져(그 생각도 선생님의 생각이었지만) 지나갈 뻔한 진짜 옹성우 선생님이 굳이, 굳이 그저 지나칠 수도 있는 나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는 것은 그린라이트 아닌가요?
“여자친구 있을 것 같으니까 흥미가 딱 떨어졌어?”
“아니예요. 전 그런거 신경안써요.”
“무서운 여자네, 그럼 수업시간에 내쫓아서?”
“오히려 좋았어요.”
“야, 그건 진짜 무섭다.”
그 말과 함께 웃는 선생님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 마음은 가벼운 것도 아니고 이유없는 좋아함도 아니고 그냥 저 모습이 좋았다. 그것뿐이다.
“설마 울어?”
“아니요.”
내 앞에서 당황한 채 급히 손사래를 치는 선생님이 안절부절 못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얼굴을 내게 가까이 해 목소리를 낮췄다. 뭐가 그리 비밀스러운지 누가 들을지 경계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 여자친구 없어요. 그니까 울지 말아요.”
“그럼 왜 대답 안 해 줬어요?”
선생님은 입꼬리를 크게 휘어 접으며 내 앞에서 빙글 돌며 멀어졌다. 손으로 머리를 바치며 마치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과 표정으로, 나와 같은 또래의 소년처럼 크게 대답했다.
“나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렇게 울거면서요. 나를 이렇게 따라다니고 좋아해주는 사람은 김여주면 족해요!”
이것은 분명한 반칙이다. 선생님은 지금 레슬링에서 상대편 선수에게 대포를 쏜 격이다. 그리고 그 레슬링, 링 안 상대편 선수는 나이다. 나는 지금 선생님께 완전히 졌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선생님은 나를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아주 조금 정도 더 신경쓰시는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