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앞에 프롤로그가 있어요.
-이 글은 단편입니다.
*
2017년 4월 11일
p.m 7:34
나는 그자리에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나는 주저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이야?
10년전 그날의 전화가 10년후인 오늘 다시 걸려온다니
길가에 지나가는 이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다들 콧방귀를 뀌고 무시할 불가능한 일이였다.
멍하니 일기장을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전화기와 일기장을 들고
다락방을 나와 침대에 누웠다.
다시보니 전화기는 콘센트에 연결도 되있지 않았었다.
나는 패닉상태로 자기합리화를 시작했다.
그래, 이건 꿈이야 진짜 피곤해서 꾸는 개꿈일거야.
한참동안 누워 빙빙 돌다 머리맡에 두었던 일기장에 머리를 박았다.
아..아프다. 꿈이 아니였다.
나는 체념을 하고 일기장을 펼쳐 다시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
아빠차에서 내려 공기를 힘껏 들이켜 보았다.
서울에서 오는내내 안그래도 좋지않던 몸이 멀미까지하여
거의 반쯤 죽어갔는데, 역시 시골은 공기부터 다른건가
나는 몸을 금방 회복하였다.
할머니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바로 다음날 학교를 갔다.
어색한 자기소개를 하고
교실 맨끝 창가쪽에 비어있는 자리로 가 앉았다.
쉬는시간이 되었고,
아이들은 하나둘씩 내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많은 질문들에 어색한 미소로 답변을 해주고 있을때
누군가 다가왔다.
"안녕, 내가 실장이니까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
*
실장의 이름은 정세운이였다.
놀랍게도 정세운은
할머니와 가장친한 동네 아주머니의 아들이였고,
그랬기에 정세운과는 종종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정세운은 매번 나에게 먼저 다가왔지만
나는 정세운을 피하고 말았다.
왠지모르게 정세운을 보면 얼굴이 빨개지는게 꼭
내가 정세운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학을 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학교에는 슬슬 익숙해졌지만, 학교건물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나는 길을 몇번 헤매였다.
그렇게 길을 헤매던 나를 보았는지
정세운은 점심시간에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여주야 혹시 오늘 시간돼?"
정세운은 실장의 의무라며
방과후에 자신이 학교구경을 시켜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다 나의 머뭇거리는 몸짓을 눈치챘는지
약속장소와 시간을 말해주고는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시간은 점점 약속시간에 다가갔지만
나는 약속장소에 가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고 말았다.
정세운과 같이 있다면 또 다시 얼굴이 빨개질 것이고
나는 그것을 들키기 싫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정세운에게 연락이왔다.
"왜 안나왔어 김여주"
"ㅇ..어?"
"왜 안나왔냐고..기다렸잖아"
"미안.."
"..내일 학교에서 보자"
세운이는 날 많이 기다린 듯 했고,
화가 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순간도 나는 정세운의 목소리에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
그날 이후 난 내가 정세운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했고
그에게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정세운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이동수업과
등하교도 몇번 같이 하다보니
어느순간 나와 정세운은 많이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워낙 성격도 좋고 얼굴도 반반한지라
정세운은 인기가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여자애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기도 했다.
그정도로 나는 정세운과 자주 붙어다녔다.
*
정세운은 우리집에 자주 놀러왔고,
나도 그만큼 정세운의 집에 자주 갔었다.
그날은 내가 정세운네 집에 놀러간 날이었다.
같이 시험 공부를 하자고 만났지만
우리는 어느샌가 펜을 내려놓고
어머니가 주신 과일을 먹으며 만화책을 읽고 놀았다.
한참을 만화책에 집중하다, 내옆에서 조잘대던 정세운이 조용해짐을 느끼고
나는 정세운을 바라보았다.
정세운은 어느샌가 잠들어 있었고,
나는 만화책을 내려놓고 그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정세운은 피부도 좋고 속눈썹도 기네..'
그렇게 한참을 정세운의 외모에 감탄을 하고 있을때
정세운이 눈을 번쩍뜨고 말았다.
"왜? 잘생겼어?"
나는 그렇게 정세운에게 더욱 더 빠져버렸다.
*
그 날이후
정세운은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러 나를 놀리듯
나에게 애교를 떨던지, 스퀸십을을 하던지
내볼이 빨개지면 그 볼을 가지고 또 놀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이런 희망고문을 참지 못하고 방과후에 정세운을 불렀다.
정세운은 또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무슨 말을 할려고 표정이 이렇게 진지해?" 라며 볼을 꼬집는 등, 장난을 걸었고
나는 그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내 어깨에서 떨어뜨렸다.
"정세운, 너 내가 좋아하는거 알지?"
내 말을 들은 정세운의 얼굴은 당황한듯 보였고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는 것 같네,
그래서 나 이렇게 희망고문 하면서 가지고 노는거야?
내가 니 장난감이야?"
정세운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무슨.."
"니가 그렇게 할수록 난 힘들어 세운아.."
난 더이상 정세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미안한데 앞으로 같이 못다닐 것 같다.
너 보면 이 마음 못 접을 거 같아."
나는 그렇게 정세운을 운동장에 세워두고 집에 돌아왔다.
씻지도 않고 방문을 닫은 체 베개에 고개를 처박고 한참을 울었다.
내가 왜 그랬지, 정세운한테 왜 그랬을까.
몇시간을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씻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불을 끄고 천장을 바라보며 잠이들려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수화기를 잡았다.
"여주야"
정세운이였다.
"할 말 있으니까, 니네집 앞 강변에서 만나자"
정세운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미안 못갈것같아"
"기다릴게"
나는 끊긴 전화를 몇분 간 바라보다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 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왔다.
대문을 열고 나가니 밖은 소란스러웠고,
구급차와 경찰차들이 세워져있었다.
무슨일인가싶어 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트럭 한대가 강에 빠질랑 말랑 걸터있었고
술에 취한 아저씨가 수갑을 찬채 경찰차에 타고있었다.
세운이는 그 날 강물 깊은 곳에 잠들어버렸다.
*
일기장의 마지막장을 계속 되뇌이며 읽었다.
'세운이가 죽었다.'
나는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울고말았다.
내가 그날 일찍 세운이를 만나러 갔다면 세운이는 살아있을까
아니 그전에 내가 세운이에게 고백같지 않은 고백을 하지 않았더라면
세운이는 아직 내옆에 있지 않을까
한참을 울다 나는 생각했다.
그럼 그 날 그날짜에 다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 날만을 기다렸다.
*
당일이 되었다.
오늘은 10년전 세운이가 죽은 날이며
세운이의 기일이다.
나는 오늘 세운이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그때 그 시간을 기다렸다.
하루종일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밥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며, 방안에서도 나가지를 못했다.
내 신경은 온통 전화기에 꽂혔고, 시선은 전화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전화기를 쳐다보는데
전화가 울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들었다.
"여주야"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에 울음이 나올뻔했다.
"할말있으니까, 니네집 앞 강변에서 만나자"
그날과 똑같은 세운이다.
"아니 세운아 그냥 지금 말해줘"
"전화로 말하기는 그래서 그래"
"나 지금 못나가. 지금 말해줘"
"아...조금이면 되니까 잠깐 나와주면 안돼..?"
정세운이 마음처럼 나오지 않는다.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세운아..제발 지금 말해줘"
나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당황했는지
정세운은 한참을 뜸을 들였다.
이내 정세운은 목을 가다듬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좋아해"
"나도 너 좋아한다고,
너는 내 대답도 안듣고 어떻게 그렇게 가버리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
안녕하세요, 핸조미 입니다 :-)
제가 급하게 쓰느라 글이 엉망이네요..
이 글은 사실 열린결말인데요..히히
제가 생각해본 결말도 끄적이고 가볼게여...
결말은 여러분이 마음껏 생각할 수 있쑵니다!!
뒷 이야기 (完)
|
나는 그렇게 정세운과의 통화를 끊고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이게 진짜 말이 되는 일인가.. 내가 진짜 미래를 바꿨을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머리가 깨질듯 아파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또 다시 생각했다.
나는 그저 향수에 잠겨 저 강물속에 잠들어 있는 정세운에게 갔다 온 기나긴 꿈을 꾼 것이라고
눈이 반쯤 감겨 정신이 몽롱할 즘 휴대폰이 울렸다.
메시지
보고싶다. 서울 언제 올거야 여주야?
발신인- 세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