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즐비한 음료수 진열대 앞에서 한 참을 기웃거리던 소녀가 있었다.
음료수의 종류가 너무 많다, 차라리 한 두가지 였으면 모 아니면 도로 선택했을 텐데.
나열된 채로 힘껏 제 몸뚱이를 뽐내는 번들거리는 깡통들을 보며 소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결정했어, 이걸로 마시자! 멀리 있던 레몬에이드 음료수에게 손을 뻗던 찰나였다.
"……."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소년이 등장했다. 소년의 등장에 소녀가 바짝 굳는다. 소년은 소녀의 옆에 섰다. 그리고 소녀가 그랬던 것 처럼 음료수 진열대를 한 번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명 소녀와는 느낌이 달랐지. 소년은 목적지가 분명해 보였다. 소년이 팔을 뻗었고, 소녀가 그제서야 아차- 하고 가장 가까운 음료수를 아무거나 휙 집어챘다.
"엄마 나 다 골랐어!! 가자!!!"
그렇다, 소녀는 내일 떠나는 현장체험학습 가는 길, 버스에서 마실 음료수를 고르고 있었다.
"밀키스? 너 이거 돈주고 사먹는 애들 이해 안된다며?"
"내가 언제?! 오늘부터 밀키스는 내 최애 음료야!! 가자! 빨리!!!"
소녀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끌었다. 계산대로 후다닥 달려가 이 쪽으로는 눈길 한 번 주지않고 계산을 급하게 한 채로 호로록 마트를 나가버리는 소녀를, 소년이 가만히 굳은 채로 눈에 담았다.
…내 밀키스.
마지막 남은 밀키스를 눈 앞에서 빼앗긴 소년은 어쩔 수 없이 자매품 암바사를 집어 들어야 했다.
-8년의 짝사랑은 사람을 18년으로 만든다-
정세운 / 임영민
죽어라고 복잡하다. 어렸을 때 부터 복잡한 건 싫었다. 여러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더 더욱 싫었다. 그런데 이젠 하다하다 첫사랑이자 짝사랑과 남자친구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내가 싫었다. 누군가에겐 쉬운 선택일 수 있겠지만, 당연히 현남친이지 X년도 아니고.. 하고 한심해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죽겠으면서도 마음은 죽어라고 한 방향으로 정해지지 않았던 거다.
결정 지을만할 때 쯔음이면 공식처럼, 알람처럼 머리가 아프고, 마음도 아팠다.
나를 사랑하는 임영민이 상처받는게 싫었다.
그 결과 정세운을 상처입혔고,
내가 사랑하는 정세운을 상처입히기 싫다고 하지만,
내가 임영민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녔다.
'영민이형 한테 좀 잘해, 정세운한테도 확실히 하고. 둘 다한테 못할짓 하는거다 너.'
친구가 정의로운 척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변명이라고 몰매를 맞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나름 노력했다. 큰 맘 먹고 미쳐서 정세운에게 피해다니자는 말도 했고, 의도한 상황은 아니었어도, 그가 보는 앞에서 대담하게 임영민이랑 입맞추고서 마주친 정세운에게 당당하게 '내 대답이야.' 하며 싸이코패스처럼 굴었다. ……그래, 난 쓰레기야. 하지만 제일 답답한 점은 딱히 여기서 뭘 더 해야할지 모르겠는거다. 정세운을 아예 무시하고 피해다니자니, 이미 여러번 실패해 온 전적과
'이렇게 쳐박아 두면 마음이 편해요?'
그가 했던 그 말이 튀어나온 돌부리 마냥 턱 걸렸다. 약속 했잖아요,나 봐주기로. 당당하 듯 먹먹하게 말해오던 정세운도.
어떡해야 좋을 지.
'영민이형을 사랑하면, 더이상 나를 피할 이유 없잖아요.'
그는 내 머리 꼭대기 위에서 날아다니다 못해 야자수 나무를 두 그루 심어 키우고, 장성한 야자수 나무의 뚱뚱한 몸통에 해먹을 동여 매고는 해먹 위에 누워 한가롭게 피서를 즐기며 바베큐 파티까지 즐기기 직전으로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데.
그리고 제일 분하게도, 내가 그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데.
나는 어젯 밤 자취방 한 켠에서 바싹 말려서 들고 온 주황 우산만 더 꼭 여며쥐었다.
나는 어리석게도 정세운을 내칠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정세운이 자신의 발로 나에게서 도망치는 것 뿐이다.
-
고민은 쉽사리 그치지 않는다. 오전은 그렇게 고민만 해대다가 장렬하게 날려 먹었다. 제일 빡치는 점은 정세운에 대한 잡념을 끊어낼만 하면
'웬 우산? 오늘 비온대?'
라고 물어오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나는 다시금 정세운에 대한 생각이 나도 모르게 리플레이 됐다는 사실이다.
"아니 그런거 아니고, 이 우산… 하.."
이상하네 얘, 그치? 말하다 돌연 한숨이나 푹푹 쉬어대는 나를 보며 대답을 듣다 만 사람들은 저들끼리 이야기를 숙덕숙덕 섞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또 내 생각은 재생되어 버린다. 누군가가 내 머릿 속 에서 정세운의 영상필름이 장착된 빔 프로젝터를 키고 저 멀리 달아나버리는 것만 같아. 그럼 나의 세포들은 빨려들어가는 것 처럼 그 영상 앞에 옹기종기 앉아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정세운이 주황색 우산을 가지고 있대,
그런데 편의점 알바생의 말로는, 주황색 우산은 일주일 전 소나기가 올 때에 다 팔렸다고 했잖아.
"…이름,"
그럼 정세운은 적어도 일주일 전 부터 그 우산을 가지고 있었던 거네.
일주일 전 소나기가 올 때엔, 임영민이 정세운과 내 우산을 사 들고 빗 속을 해매었던 그 날이고,
나는 그 날, 결국 임영민과 거리 위 에서 마주쳤었지.
"…성이름."
정세운도 어쩌면 그 날,
일 주일 전 그날,
내 우산을 사들고
나를….
"성이름!"
"어?!"
책상을 쿵 내려치는 소리에 내가 어깨를 떨었다. 영상의 상영이 급격하게 종료되고 여러 세포들은 한산하게 흩어졌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옆 친구의 얼굴을 훑었다. 나사빠진 고철을 보듯이 답답한 표정이었다. 당장이라도 내 정수리를 주먹으로 두 어번 꽝꽝 내려칠 것 같아 겁이나서 급하게 말을 덧붙혔다.
"왜 불러?"
"교수님이 너 과대 대신에 프린트 복사 좀 해서 돌리래."
"뭐? 부과대는?"
"과대랑 부과대 둘 다 바로 수업 듣다가 오잖아, 니가 걔네랑 친하니까 하래."
아니 무슨, 이럴때만. 딱히 과대랑 부과대랑 친하다고 허전한 알파벳 성적 앞에 +를 더 얹어 주시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입술을 삐죽삐죽 내밀며 온 이목구비로 탐탁치 않음을 표출해내면서도 몸은 교수님의 충실한 노예이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아, 혹시 정세운을 마주치면 우산이라도 돌려줄까, 싶어서 우산을 만지작 대는데 옆에서 화장을 고쳐대던 친구가 피식 웃으며 그랬다.
"오늘 얘 정신 빠져서 안돼, 정세운 시켜~."
그 이름 세 자에 내가 뚝 굳는다.
나는 평소에 그의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으니 그렇다 치는데, 문제는 왜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우뚝 굳냐는 거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등골에 오싹하고 한기가 스친다. 고개를 들자 앞 문으로 막 문을 열고 들어오던 정세운이 보였다. 허..헉, 씨발, 멍청하게 입이 벌어지려는데 거울을 들여다 보느라 아직 정세운을 보지 못한 친구가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정세운이 얘 존나 좋아하잖아."
야 미친, 동기 한 명이 화장을 하던 친구의 팔뚝을 툭 건드린다. 마스카라가 번진 친구가 아 씹, 하며 욕설을 잔뜩 입 안으로 구겨넣고 자신을 친 사람 쪽을 향해 고개를 틀다가 정세운을 발견한다. 씹, 바알-..헐. 센,ㅇ.., 말이 꼬리를 이상하게 꼬아대며 다시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정세운도 다시 돌아 조용히 나가 자취를 감췄다.
그를 따라 나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 해야하는 걸까,
아님 따라나가 잔인하게 주황우산을 돌려주며 못 박아야 하는걸까.
들썩이는 엉덩이 만큼이나 머릿 속은 혼잡했다. 결국은 우산을 잡지도, 정세운을 찾으러 나서지도 않았다. 멍하니 프린트를 뽑으며 찍혀져 나오는 따끈한 종이들만 손 끝으로 무의미하게 매만져댔다.
그러고보니 정세운의 그 얼굴, 언젠가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
멍청하게 놓인 먹잇감을 낚아챈 하이에나는 어디까지 무서워 질 수 있을 것인가.
언젠가 한 번 품었던 적 있던 의문이었다. 그걸 내가 직접 실험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실험대에 선 이가 정세운이 될 줄은 더더욱 몰랐고. 다른 이유는 없었다. 정세운의 얼굴이 딱 그랬기 때문이었다. 딱 '멍청하게 놓인 먹잇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황망하기 그지없는 얼굴. 다소 잔인했지만 악의는 없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이었다. 항상 크게 동요없이 제 할말 꼬박꼬박 해왔던 정세운이, 그렇게 하므로써 나를 존나 혼란스러운 태풍 속으로 쳐넣기만 했던 정세운이.
"정세운이 얘 존나 좋아하잖아."
그 말 한마디에, 그렇게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표정은 처음 봤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본 적 있던 얼굴이었다.
'정세운이 나를 좋아하지.'
일주일 전, 임영민의 팬미팅과 정세운의 소규모 팬미팅이 동시 개최됐던 그 재수없는 자리에서 내가 아무렇게나 막 내뱉었던 말이었다. 그 날 분위기는 18년 전통의 국밥집 마냥 시원하게 말렸었다. 아무 말 없이 자리를 퍽 차고 나가버린 정세운을 기점으로 말이다. 그 때도 다들 그랬다. 정세운의 처음 보는 모습에 다들 당황해 아무 말도 못했었다.
그 때의 그 좆같던 상황을 제일 피하고 싶던 건 나면서,
결국은 내가 그 곳을 파헤쳐 들어간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생각하는게 맞다면,
내가 정세운에게서 도망치는게 아니라
정세운이 나에게서 도망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렇다면 임영민에게 가야하는 나에겐,
선택의 여지란 없잖아.
나는 가설을 세우기 시작했다.
-
정세운이다.
생각보다 기회는 빠르게 만들어 졌다. 정세운은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손에 들린 우산을 꾸욱 여며쥐고 그의 앞에 다가섰다. 정세운은 피하지 않았다. 다만 눈에 띄게 굳어있을 뿐 이었다. 정세운과 마주치면 도망다니기 바빴던 내가 당당하게 정세운의 앞으로 걸어나가자 정세운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나에게 집중되었다. 아직 나와 임영민과 정세운, 이 지긋지긋한 삼각관계에 대한 관심의 온도는 식지 않았는지 사람들은 죄다 자신들이 진지해져 침을 꿀꺽 삼켜대기 시작했다.
사람이 주변에 없었으면 했는데.
내가 세운 가설이 맞다면 정세운 너는 엄청나게 상처받을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상처를 받을 바에는,
그래도 가능한 혼자 있을 때가 나을 테니까.
그러나 이제 네가 받을 상처에 크기에 대해서 내가 더이상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는 너를 쳐낼 수 없었다.
빌어먹을 짝사랑 때문인지, 첫 사랑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그냥 물러터져서 였는지, 혹은 내가 여전히 너를 사랑해서 였는지, 어쨌든 수만가지 이유로 나는 너를 쳐내지 못했으니까,
네가 나에게서 멀리 도망칠 수 있기를.
나는 잔인하다.
"고마워 정세운."
"……대답 필요없다고 했잖아요."
내가 내민 우산을 멀거니 내려다 보던 정세운이 그랬다.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덧붙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미리 말하지만, 나는 십팔년이다.
"너 나 좋아하잖아."
미안해 세운아.
"이 정돈 해줘야지, 날 존나 좋아해주는데."
하지만 난 임영민에게 가기로 했다.
그렇게 질렀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씹팔년이다.
그렇게 내 9년의 짝사랑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
정세운이 다시금 굳는다. 당장 누가 망치로 그의 명치를 내려치면 그가 쩌저적 하며 산산조각 나버릴 것 처럼.
내가 세운 가설은 간단했다.
정세운은 유독 자신이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키는 데에 민감했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이 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정세운이 성이름 좋아하잖아.' 라는 문장이 내뱉어지면 당장 지구가 두 쪽이라도 난 사람처럼, 아니 지구가 두쪽나는 걸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끝끝내 막지 못한 사람처럼 절망감에 가득 차오른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그는 끝내 거짓말을 치거나 도망쳤다.
결론은,
성공이었다.
나의 말에 정세운은 딱 그런 얼굴을 했다.
먼저 그 자리를 피한 건 나였지만, 정세운은 끝내 나를 뒤쫓지 않았다.
-
다 끝났다.
9년의 짝사랑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앓았던 것 보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끝이었다. 뭔가 더 소설같은 일이 있을 줄 알았다. 이게 내 최선이었지만, 분명 내가 생각한 나와 정세운의 끝은 이런게 아니었다. 어디서 부터 엉켜버린 걸까, 어디서 부터 이렇게 복잡해 진거고, 어디서부터 이렇게 아무도 깔끔하게 행복해지지 못하는 애석하고도 무안한 결말이 암시된 걸까.
집에 오는 내내 심란했다. 더 이상 심란해하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임영민을 택하는게 옳은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로인해 정세운이 상처를 받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
잘 한거야. 이게 최선인거야.
속으론 그렇게 자기합리화 이론을 펼쳐댔다. 그게 진짜 최선이었던 거지?
꽃 중의 꽃, 자기합리화.
그래 최선일거야, 라는 그 자기합리화의 꽃밭 속에서 나는 뒹굴었다. 밭을 빼곡하게 채운 꽃들에서는 임영민의 향기가 났다. 정확히는 임영민의 따뜻한 품 속 깊숙이, 내가 돌아가고 싶던 그 곳의 향기였다. 그러나 간간히 꽃밭을 정신없이 뒹굴 던 도중엔 정세운의 향기가 나던 꽃도 있었다. 그 시절 정세운의 향기, 그럼 나는 꽃가루 알레르기도 딱히 없으면서 코를 킁 하고 먹었다. 괜시리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였다.
울긴 왜 울어, 눈물이 나긴 왜 나냐고.
씨발, 그러니까 그게 진짜 최선이었단 거지? 이런 거지같은 년아..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사랑했던 그 시절 정세운의 얼굴과, 방금 전 내가 단단히 엿맥이고 온 정세운의 얼굴이 교차한다.
정세운을 그렇게 만든 건 나다.
끝을 이렇게나 무안하게 만든 건 나야.
정세운에게는 다시 돌아가 사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래서 정세운에게 전하지 못할 사과까지도 임영민에게 가서 사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걸어서 몇분 안걸리는 거리였지만 사실 걸어갈 힘도 없을 뿐더러 거리를 또 나돌다가 정세운을 만나게 될까봐 두려웠다. 나는 찌질하다, 겁쟁이야. 최악이야. 버스 자리에 앉아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온 몸이 수몰되는 감정을 느꼈다.
-
정류장에서 내려 터덜터덜 자취방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 잠시 침대에 눕자. 그리고 임영민에게 전화하자. 다 끝났노라고, 영민이 너만큼은 아니겠지만 좀 힘들었다고.
그리고,
"이름아."
미안하다고.
불려진 내 이름에 고개를 들기도 전에, 나를 끌어 품에 가둔다. 임영민이다. 임영민은 내 자취방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스치듯 본 임영민의 얼굴은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고 보니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은 지 두어시간 이나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영민의 품은 따뜻했다.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아까 자기합리화의 꽃밭에서 맡았던 그 따뜻한 향기가 끼쳤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당당하게 상처줘버린 정세운 따위의 얼굴도 간혹 생각났다. 나는 그럴 때면 더 임영민의 품 속 깊숙이 파고 들었다.
돌아왔어.
"미안해."
돌아오는데 헤매, 너를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
그리고 어쩌면 이건, 정세운을 향한 사과였을지도 모르겠다.
-
스물,다소 복잡한 시작이었다.
가려던 대학엔 몇 점 차이로 불안권이 뜨길래 원서를 넣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염불 외우고 다니던 학교라 그런지 주변인들은 원서라도 넣어보지, 하고 나보다 더 아쉬워 했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별 아쉬움 없었다.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열망하던 학교의 로고 밑에 [정세운 - 불합격] 이라고 뜨는 그 순간이 아찔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소 멍청한 도피방법이었지만.
가고 싶어했던 학교와 동일한 라인이라고 많이 거론되는 대학에 가고 싶어했던 과와 비슷한 과에 왔다. 학교 생활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만족하며 학교에 다녔다.
[이번 역은 OO대, OO대 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입니다.]
단 세 가지, 미지근하기 그지없던 내 스물에 불을 지피던 사건이 있다.
첫 째, 내가 다니는 대학과 내가 다니고 싶던 대학이 같은 호선에다가 3역 밖에 차이가 안나던 나름 가까운 대학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였다. 그렇다고 해서 OO대 역에서 학잠이나 과잠을 입고 우르르 타는 사람들을 봐도 딱히 부럽거나 했던 건 아녔지만.
둘 째,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마지막으로 셋 째, OO대학교 역에서 네가 그 학교의 잠바를 입고 기차에 올라 탔을 때였다.
특히 마지막 사건은, 불을 지피는 걸로 모자라 내가 담배까지 태우게 된 계기인 걸, 너는 아마 모를 것 이다.
나는 내가 좋아서 담배를 피우는게 아니다, 네가 좋아서 피우는 거지.
너는 아마 이 사실을 끝까지 모를 것 이다.
너에게 평생 전하지 못할 테니까.
-
와 늦게 왔다.. 정말..늦어서 미안해요 왜냐면 떡밥이 많았잖아요 저도 떡밥 좀 앓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ㅎㅏ(변명)..
여러분 그리구 드디어 아무생각 없이 한 편 한 편 써내던 818의 뒷 내용이 잡혔어요! 818 여주 진짜 가면 갈 수록 대박이니까 지금은 욕을 아끼고 나중에 .. 하셔도 충분하실 겁니다.(머쓱) 아무튼 큼직큼직한 뒷내용이 다 잡혀서 그런지 왠지 글쓰기가 더 힘들더라구요.쓸 말이 없어서 사실 세운이 시점도 다음화나 다다음화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냥 이번편에 조금 써서 내버렸네요.
? 그런데도 분량이..실화인가요.. 하셨다면 미안해요 이게 최선이여써요 진자..
사실 818 스토리붕괘 안되고 화력유지해서 최소수량 차면 제본 내야지 호호헤헤하고 친구랑 번외 구성생각,책갈피생각,표지생각,배송생각(김칫국 818탱크) 다 생각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제본이고 나발이고 완결도 안날지도 모르겠네요.
왜냐면 굵은 스토리만 잡아놓고 남주를 아직도 못정했거든요. 말이야 방구야 하시겠지만 진짜입니다. 와우예요. 남주 정하기 직전까지만 다 짜놓고 그 이후로는 백짓장입니다. 솔직히 저도 모르겠어요. 하..진짜..삼각관계...(할말하않)(대규모에 무계획)
오늘 다소 마지막화 같은 분위기 개쩌는데 마지막화는 아니고요, 818은 한 50%정도 전개 된 것 같아여. 전반은 탐색전이었다면 후반은 더 치열한!! 걍 개싸움이 될 전망입니다.
와 아무튼 818은 그렇다 치고 영동 녹음 축하해. 포팡 뭐하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쁜거 축하해. 아흑..너무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