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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무슨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아리다.
오늘 태형이가 자신의 여자친구라며 내게 소개해 주었다. 너는 무슨 생각으로 내게 소개해 주었을까. 내가 너의 친한 친구라서? 좋은 여자인지 봐 달라는 의미에서? 무엇이든 다시 생각해 봐도 아프다. 왠지 모르게 태형이가 밉다.
태형이와 친구가 된 것이 아주 옛날 일은 아니지만 알 것도 다 알고, 편해질 대로 편해진 그런 사이, 그게 우리였다.
그런 내가, 태형이가 누구랑 사귀는 걸 모를 수가 있어? 태형이는 항상 내 옆에 있었고, 매일 나랑 있었는데, 여친을 사귈 수 있냔 말이야. 시간이 없잖아, 시간이. 누구랑 만나서 연애할 시간이 있어? 그렇다고 태형이가 무슨, 뭐야, 어플 깔아서 여친을 사귀진 않았을 거잖아? 내 말 좀 들어봐. 가능한 일이야? 너도 태형이 성격 알잖아. 그런 애가 아니잖아, 태형이가. 지민아, 나 심각해. 태형이가 언제 여친을 사귀었을까?
'아, 말실수다. 저건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심각하다니. 지민이가 뭐라 생각할까. 태형이한테 말하려나? 설마.'
"태형아, 박지민을 죽이는 게 좋겠어. 어떻게 생각해?"
"아, 불쌍한 우리 지민이! 넌 내가 여친 있는 게 그렇게나 심각했냐고."
와중에 깔깔대며 웃는 네 모습이 참 예쁜 것 같다. 아니, 잠시만. 예쁘다고? 김태형이? 내가 저런 생각을 다 하다니 요즘 나도 참 피곤한가 보다.
"아니야... 김태형, 너 여친 안 만나? 나랑 이러고 있어도 돼? 여친이 질투 안 해?"
"어? 아니야, 안 해. 그러는 너는 남자 친구 안 만들 거냐?"
"... 아, 몰라. 나 집에 갈래. 먼저 간다!"
"야! 어디 가!"
왜 저런 질문을 할까. 그것보다 전처럼 나를 따라 나와주지 않는 태형이가 밉다. 아니, 여친을 사귀고 나한테 불친절해진 거 같다. 뭐 그게 당연한 거겠지만... 밉다, 미워.
전화를 받지 않는다. 데이트하나? 뭐, 이제 막 시작하는 파릇파릇한 커플을 내가 방해하는 거겠지. 그래도,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내가? 김태형을? 아냐, 설마. 정말 내가 태형이를 좋아하는 걸까. 그럴 리가 없다. 태형이는 친구야. 친구라서 보고 싶은 거야. 태형이는 여친이 있다. 여친이 있으니까 나한텐 관심도 없겠지? 아니, 왜 결론은 나일까. 정말 내가 태형이를? 아, 그냥 문자나 보내볼까.
"태형아, 무슨 생각해."
"아, 그냥."
"그럼, 그 여자애?"
"뭐 그런저런 이유지. 어쨌든, 누나 고맙다. 나중에 밥 한 번 살게."
"그래, 그때는 그 여자애랑 같이. 질투하겠다."
"질투는, 걔 안 그래. 얼른 가, 얘 전화 왔어."
"안 하는 척해도 다 한다? 잘해, 놓치지나 말고."
전화가 끊겼다. 어쩌지, 다시 걸어봐야 하나? 진짜 얘가 질투를 할까. 나를 좋아하긴 할까? 이건 궁금하다.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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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짧고 답도 없는 간단한 조각이라 올리기도 뭐 하지만 썸 아닌 썸을 즐기고 싶어서 하나 던지고 감미다 총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