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처럼_01
"오늘도 고생했다"
나 스스로를 쓰다듬어주며 팩을 붙이고 오랜만에 기념일계산기를 켜보았다.
군인 남자친구를 기다릴 땐 매일매일 보며 기다리는게 낙이었는데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2012년 5월 19일을 기준으로 오늘까지 총1880일.
저 애매한 숫자는 뭘까 멍때리던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났다면 어땠을까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그러나 이젠 진짜 지워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갑자기 뭐에 홀린듯 메모리에 있던 그동안의 모든 것들을 다 지워버렸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너를 완벽하게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얼굴 사이사이로 흐르는게 물일까, 내 눈물일까.
어느새 얼굴은 눈물 범벅이되고 내 마음속에 너는 더욱 더 가득 차오른다.
지웠는데,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보고싶다. 자꾸 보고싶다. 미쳤나보다.
"내일 아침에 얼굴 엄청 붓겠네... 어차피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뭐."
언제쯤, 니가 떠오르지 않는 날이 올까.
왜 잠잠하다 꿈에 또 다시 나타나는지,
왜 자꾸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지.
황민현, 너 진짜 뭐야.
-2012년 2월-
예비소집일로 인해 반에 들어가는 순간 흠칫 했다.
'아니 무슨 여기 군대야?'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정원40명인 반에 여자 5명이 왠말이냐고요.
검정 패딩으로 무장한 군단이 바글바글. 치마입은 우리보다 춥냐.
어째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는게 아니라 그냥 모르곘다. 이 어이없는 상황, 뭐지.
이렇게 된 이상, 조용히, 열심히 입시만 바라보고 살아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여학생이 저게 다야?" 라고 말씀하시는 담임선생님.
1년돋안 담당하실 반 파악도 안하고 오셨나...
"얘들아, 자리배치는 어떻게 할래?" 라고 묻는 임시반장의 물음에 '짝 지어서 앉자, 한 줄씩 친한애들끼리 앉자' 등등 교실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여주와 나머지 여학생 4명은 히터와 창문이 동시에 가까운 맨 왼쪽에 한 줄로 앉았다.
그 뒤엔 자연스럽게 민현과 성우가 앉게 되었다.
한 반에서 어색해하던 3월이 지나가고, 어느 정도 진로상담과 파악을 마친 아이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밤까지 달릴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독서실로 향했다.
민현이와 다니엘 그리고 여주의 삼각관계를 그릴 예정입니다.
민현이와 여주가 고-대학교까지 이어지는 러브라인, 다니엘은 후에 등장합니다.
감사합니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