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가이드는 왜 그래?
낯뜨거운 '각인'이라는 말을 뱉고도 여유로운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남자는 점점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동시에 침대 모서리 끝으로 뒷걸음질했다. 오,오지마! 그러자 남자의 눈썹 한쪽이 찡긋 올라가더니 한껏 이불을 말아움켜쥔 내 팔을 잡아챘다. "하아아..." "몸에 힘이 다빨리는 기분이다" 남자의 몸에서 가이딩이 흘러 나오자 덜덜 떨긴 무슨, 몸은 본능적으로 남자쪽으로 이끌렸다. 가이딩을 이런 맛에 받는 구나. 가이딩 약물로는 나아지지 않던 묵은 피로를 던져놓는 느낌이었다. "이리와. 붙어있으면 더 잘 된다." 그래...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싶...은 생각이 들 찰나 몸이 조금 나아졌는지 내 볼에 열기가 일어오르면서 망할 부끄러움이 다시금 치올랐다. 잡힌 팔을 쳐내고 몸을 한껏 웅크리니 남자가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고개를 푹 숙이고 나로써는 큰 용기로 남자에게 질문했다. "너 누구야." "뭐라고?" "너 뭐하는 놈이냐고!" "목소리가 안들린다. 그렇게 무릎에 얼굴 파묻고 있으면 소리가 들리겠나?" 침대 매트리스가 갑자기 솟아올랐다가 바로 내 옆에서 푹 꺼졌다. 웅크린 내 옆에 딱 붙어 귀속말로 뭐라고? 하고 남자가 작게 속삭였다. 으아악! 갑작스러운 남자의 등장에 얼굴을 들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 내 모습을 보더니 으흐흐-하고 웃는다. "얼굴을 쳐다보면서 얘기를 해야지." "저쪽으로 좀 가줄래?" "알았다. 쳐다보면서 얘기하니까 가주는거다." 남자는 화장대 의자를 끌고와서 내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그리고 뭐 어떤 말이라도 해보라는 듯 씨익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다시 물을게. 너 누구야." "나? 강다니엘. 그리고 보시는대로 가이드" "여긴 왜 온거야." "그건 니가 더 잘 알텐데. 부센터장님, 각인. 이정도면 됐나?" 부센터장님의 최대한 노력이 이거였단 말인가? 부센터장님과 다시 한번 면담을 요청해야겠다. 나는 가이딩을 안 받게 도와달라는 말이었지 가이드에 대한 노력을 원한것이 아니었단 말이야... "일단 각..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오늘 가이딩 고마워. 이제 가봐도 될 것 같아." "어딜?" "가이드 센터 숙소. 너네 숙소!" "부센터장님이 많은걸 얘기 안해주셨네..."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내 방을 요리 조리 걸어다니며 구석구석까지 살펴보았다. 또 내 얼굴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봤다. 내 숙소는 넓지만 원룸이다. 킹사이즈 침대 하나에 주변 필요한 가구 빼고는 배치해놓지 않은, 좋게 말하면 심플한, 나쁘게 말하면 텅 빈 방이다.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이리저리 부산스레 살피는 것이 퍽 대형견 같았다. "숙소 되게 좋다. 너 여기서 혼자 살아?"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다시 파묻고 끄덕했다. "음... 둘이 살기에도 충분한 크기네. 애초에 부센터장님이 2년 전부터 노리신건가?"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이 숙소 이제 공동 명의야. 너랑 나" 너랑...나....너랑.......나? "너랑...나?" "김여주랑 강다니엘. 너랑...나" 이게 무슨 멍멍이 소리야... "부센터장님, 아니 김혜수씨. 계급 까고 얘기합시다 우리. 오래 봤으니 이정도 해도 되죠? 이게 최선이었어요?""..." 부센터장님의 눈초리에 살짝 움찔했다. 그러나 나는 밀어붙어야했다. "생각을 좀 바꿨어요. 어제 가이딩 받고나니까 괜찮더라구요. 그러니까 2달에 1번 가이딩 받는 걸로 합시다. 센터장님도 이득, 나도 이득. 좋잖아요?" "그거에 대해 내가 더이상 말이 안나오게 해줄래?" "각인은 너무 섣불러요. 22살에 무슨 각인이에요!" "먼저 하면 할수록 센티넬의 능력은 향상돼. 요즘 유행 모르니? 자연계열센티넬은 성년 되자마자 각인한다더라." "무슨 조선시대입니까? 예? 조혼 뭐 이런거?" "맘에 안들면 다른 가이드랑 각인하던지. 각인은 못바꿔. 국가에서 정해놓은거야." "아 부센터장님..." "돌아가." 부센터장님의 말을 듣자마자 나름 반항한답시고 오른쪽 발을 쿵! 하고 굴렸다. 그러자 부센터장님은 다시 서늘하게 쳐다보셨다. "아 그리고. 저는 제 숙소에 누구 들이겠다고 한 적 없는데요?" "각인하려면," "...?" "그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스트레스로 입원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줘" "..." 내가 숙소로 돌아오자 마자 강다니엘은 어제 못한 가이딩을 해야한다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금방 손에 식은땀이 차 축축이 젖었다. 나는 강다니엘의 손을 붙잡지 않고 묵묵히 바닥을 쳐다보았다. 강다니엘은 나의 행동에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올렸다. "가이딩 안할거야?" 내가 가이딩을 거부해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묻는 강다니엘 앞에서도 얼굴이 터지도록 달아올랐다. 아직까지는...못하겠다. 부끄러움과 거부감이 엎치락, 뒤치락 했다. "...나 임무 가야돼. 다음에 가이딩 해줘." "너 임무 없잖아." "있어."
"없는거 알아." "오래 걸릴거야. 먼저 자던지... 알아서 해." "김여주!" 그대로 문을 닫고 나왔다. 역시...아니야...지금은 아니야. 그렇게 3일동안 숙소에 들어가지 못할만큼 억지로 임무를 만들어냈다. 힘이 다 소진되도록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밤이 되면 숙소에 들어가지 않고 동료 센티넬 방에서 잠을 청했다. 마주치면 그때는 가이딩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마지막 임무를 끝낼 때 쯤, 내 몸은 이미 가이딩을 원하고 있었다. 2주 할 분량을 4일동안 끝냈으니 말을 다 할 수 없을정도로 피곤에 쩔어있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김여주! 너 도대체..." 여주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깨위에 올려진 다니엘의 손을 끌어내려 맞잡은 여주는 다니엘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몸이 본능적으로 최대한 가이딩을 받으려고 하는 노력이었다. 다니엘은 몽롱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여주의 눈빛에 당황했고, 또 쉼없이 빠져나가는 가이딩 기운에 한번 더 놀랐다. "너 뭘 했길래...!" 아무말 없이 여주는 다니엘의 목에 팔을 둘러 키를 낮추고는 뭘했냐며 타이르는 듯한 입술을 잠깐 쳐다보고는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능숙치 않은 입맞춤이었다. 가볍지만 긴, 여주에게는 그저 살기위한 몸부림이었다. "살 것 같아..." 다니엘은 가이드를 해온지 처음으로 얼이 빠졌다. 내가 아무리 이런 가이딩을 많이 해봤다지만...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여주를 붙잡은 다니엘은 여주를 조심히 안아 침대로 향했다. 그리곤 가이딩을 계속 하면서 곤히 잠든 여주를 끊임없이 관찰했다. 얘는 진짜...뭐야. 쉼없이 빠져나가는 가이딩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여주를 조심히 안고 잠에 들었다. 같이 누워있는 걸 보면 또 기겁을 하겠네. 여주의 반응이 상상되어 다니엘은 짧게 웃었다.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더블입니다. 댓글 너무 감사드려요! 덕분에 용기를 얻어 한편 더 씁니다. 사실 단편으로 해버릴까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연재 텀은 제가 수험생이라 딱히 말씀을 못드리겠습니다ㅜㅜ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힘이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