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후회안해요?
김형태가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의 뜨거움과 열렬함, 설레임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 김형태와 나에게는 체온정도의 미적지근함만이 맴돌고 있었다.
어제저녁 달콤한 키스도 사랑한다는 애정어린 표현도 김형태와 내겐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별을 전하는 나를 대하는 김형태의 얼굴은 차이는 남자의 얼굴과 많이 달랐다. 평온함마저 느껴지는 웃음은 내가 김형태에게 차이는것처럼 보이게 했고, 그 당사자인 김형태와 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역시 김형태는 내 이별선고에 슬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겨워 한것도 아니였다. 그저, 재밌다는듯이 실실 웃으며 나를 쳐다볼 뿐이였다.
…너 다른놈 만나는거 알어.
내가 감정을 꾹꾹 눌러담으며 슬쩍 김형태를 쳐다보자 김형태는 짙은 눈썹을 한번 까닥였다. 그게 어때서요? 김형태는 지나치게 당당했다. 내가 자신을 놓을수 없다는걸 김형태는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다른게이들 처럼 자존심을 굽히며 김형태를 받아들이는 입장도 아니였고, 김형태가 내게 여자를 만나지말라고 한것도 아니였다. 그런데 나는 김형태에게 약자였다. 김형태가 나를 버리고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아야하는.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나는 언제까지나 좁은 옥탑방에서 다른남자의 향수냄새를 풍기며 들어올 김형태를 기다려야 한다는걸.
내가 바닥만 쳐다보고 있자 김형태가 웃음기가 싹 가신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
형, 후회안하냐고 물었어요. 난 형이랑 헤어지고나서도 여전히 다른사람이랑 뒹굴거예요.
회색 콘크리트 바닥에 김형태의 운동화가 예쁘게 자리잡아있었다. 반짝반짝거리는 새 운동화는 김형태의 새로운애인이 해준게 틀림없었다. 나는. 김형태에게 한정판 하이탑을 안겨줄만큼 능력이 많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내가 신고있는 낡은 스니커즈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헤어지자. 후회, 안해.
잠깐 멈칫한 김형태의 새 운동화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진짜 헤어진거다. 나는 허탈함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울고불고질질짜고 오만진상을 다 부릴거같이 굴던 장범준은 의외로 대견했다. 오히려 김형태와 함께 계약한 옥탑방문제가 먼저 떠올랐다. 우스웠다. 나는 김형태를 사랑하지 않았던것일까.
나는 길 한복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 연애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