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고등학생과 연애하기 : W h y n o t ?
01화 : https://www.instiz.net/writing?no=4052568
02화 : https://www.instiz.net/writing?no=4065604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어? 어 그냥 좀...."
"누나랑 완전 친하지!"
"아 네... 그렇죠... 아니 그렇지."
생각지도 못한 박지훈의 급 등장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우리 집은 나와 진영이만 살았다. 그 이유는 반평생 환자들을 보며 응급실에서 치열하게 일 해온 엄마 아빠가 이 생활에 지쳐 내가 20살이 되던 해에 귀농을 결심 하시고 재빨리 진행해 시골로 내려가셨다. 둘이서 살아온 집에 내 친구들이나 진영이 친구들이 온 적은 있었어도 자고 가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심지어 카페에선 매번 존댓말을 썼으니까 지금은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의도치 않게 반존대를 썼다. 사람이 우스워 보인다.
"누나 말 편하게 하세요!"
내 불편함을 알았는지 먼저 저렇게 말해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그래. 뭐 배고프거나 하면 말해."
분명 예의상 자리를 비킬려고 한 말이었는데.
"배고파요!"
박지훈은 덥석 물어버린다. 지금 9시가 넘었는데 배가 고파....?
"아....그래?"
당황스러움을 한껏 감추려 노력하며 냉장고에 뭐가 있드라... 빠른 시간 안에 뇌를 돌려 생각을 하는 와중에 심각한 표정을 지은 진영이가 입을 떼었다.
"형 그거 못먹어."
"어?"
"누나가 해주는거 진짜 못먹어."
"괜찮아~ 더 한것도 먹어봤어~"
다 나가주시죠.
대충 며칠 전 엄마가 보내준 김치를 가지고 김치 볶음밥을 해서 주니 나름 맛있게 잘 먹었다. 내가 한 밥은 못먹을 거라던 진영이도 배가 고팠는지 먹었고. 난 이제 할 게 없겠구나 싶어서 거실에 소파에 앉아있었다. 외출 때 옷 그대로다.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게 편한 옷 입고 소파에 퍼질러 누워있는 거였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불편해 불편해!
"너희 누나는 남자친구 있어?"
티비를 틀어놓고도 하나도 귀에 담지 않은채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갑자기 들려온 내 남자친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마시던 물을 뿜었다.
"아하하하! 어머 저거 너무 재밌다!"
"아 개 더러워."
"앗 미안! 실수했다~"
"누나는 저게 재밌냐?"
아무 생각없이 튼 티비니까 내가 그 내용을 알 리가 있나. 내가 튼 방송은 불교방송이었고 난 거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웃는 척을 했다.
"어 웃기네~ 하하.."
둘의 눈치를 보면서 뿜은 물을 휴지로 닦아냈다. 그러던 와중에도 그 둘의 대화를 엿듣는 건 끝나지 않았다.
"우리 누나 남친? ...있을 것 같애..?"
"응."
"저런 사람이..?"
"예쁘시잖아."
물을 닦아 축축한 휴지를 버리러 휴지통을 가던 와중에 그 말을 듣자마자 다리의 힘이 풀렸다. 쓰레기통 앞에서 절을 해대는 나의 모습은 참 추잡하기 그지없을 것이었다.
"아 진짜 왜저래. 술 마셨어?"
그래도 지 누나가 걱정이라도 되는 것인지 진영은 밥 숟가락을 놓고 부축 해주려 다가왔고 나는 괜찮다며 바로 일어나서 다시 소파로 갔다. 머리가 아프다. 아니 심장이 너무 아프다. 지훈아 그만해 누나 죽어.
"누나 남친 없을 걸. 남자인 친구는 있어도."
"그렇구나.."
"나도 그런 건 잘 몰라. 형이 직접 물어봐."
"누ㄴ.."
"어?!"
엿듣고 있다는 걸 광고라도 하고 싶은 건지 내 입은 방정 맞게도 '누나' 겨우 이 두글자가 끝나기 전에도 반응을 해댔다. 도대체 어디까지 할거냐 성이름?
"누나 남자친구 있어요?"
"완전 없어."
"근데 형 그런건 왜 물어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준 진영이가 기특했다. 나와 성진영은 동시에 박지훈을 쳐다봤고 박지훈은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아... 그냥 궁금해서."
시덥잖은 반응에 나는 박지훈을 쳐다보던 시선을 거두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솜에 클렌징 오일을 묻히니, 밖에선 잘 먹었단 소리와 설거지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쟤는 어쩜 인성도... 세수를 끝내고 목에 수건을 두르고 밖으로 나가니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박지훈이 보였다. 성진영 이 놈은 우리 지훈이를 두고 어딜 간거야. 나는 재빨리 얼굴에 조금 남은 물기를 닦고 다가가 어깨를 톡톡 쳐서 깨웠다. 박지훈은 서서히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췄다. 그 순간 한 오초동안 박지훈의 얼굴을 보며 감탄했던 것 같다. 순간 든 오만가지 (지훈이에게) 위험한 생각들에 바로 내 몸을 바로 세웠다.
"어... 성진영은 어디로 가고 너 혼자 여깄어?"
"...진영이 여자친구 만난다고 누나한텐 말하지 말고 슈퍼간다고 하래요."
어... 니가 방금 다 말했네요.
"이게 진짜 이 시간에 어딜 나가."
난 바로 소파 앞 탁자에 있던 내 핸드폰을 켜서 성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전화를 받지 않아 기계음 언니가 계속 혼잣말을 하던 와중에 박지훈이 내 손을 덥석 잡더니 말했다. 엄청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을 했다. 그래도 내 눈은 커진게 느껴졌고 손에 힘이 들어간 것도 느껴졌다. 얘는 애가 왜 이렇게 거침이 없니. 누나 심장 약하단 말이야.
"누나."
"어?"
아닌 척 하지만 전화기를 들고 있는 내 손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갑자기 진지해진 표정이랑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심상찮았다.
[연결이 되지 않아..]
"누나, 저 어때요?"
[삐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전 누나 처음 봤을 때 부터..."
[삐-]
"좋았는..."
"와악!!"
".....?"
정말 아무 뜻 없었다. 좋아서 소리 지른 것도 아니고 싫어서 소리 지른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정말 놀라서 소리를 냈다. 사람이 이만큼 놀라면 정말 별 짓을 다하는 구나 싶었다. 그제야 내 얼굴이 점점 빨개지면서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지훈이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내 손을 놓더니 성진영의 방으로 갔다. 총총총....
"아 씨 뭐야 왠 음성녹음이야."
여자친구와 헤어진 성진영은 집 가는길에 와 있는 음성녹음을 불안하게 보면서 누나가 보낸 음성녹음을 들었다.
[....와악!!]
"아 씨발!"
갑자기 당한 고막테러에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누나가 진짜로 미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진영이 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걔를 혼낼 상태가 아니었다. 난 지금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이 말을 들어놓고 박지훈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부터 멈추지 않는 심장놈이 날 너무 괴롭게 했다. 정리해보자면 그 만우절 때 부터 삼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박지훈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카페를 들려서 똑같은 음료를 사 갔고 오늘은 성진영 친구로 우리 집까지 와서 갑자기 나한테 고백을 했다. 그럼 박지훈이 내가 일하는 카페를 매일매일 왔던 것도 날 좋아해서였구나..
나는 만우절때 박지훈을 처음 봤을 때 부터 박지훈을 좋아했다. 그럼 뭐가 문젠가 저 고백을 받고 사귀면 되는게 아닐까... 싶다가도 박지훈의 나이가 자꾸 아른거렸다. 심지어 저 놈이랑 친구라는데 어떡하냐고!
"하.... 진짜 미치겠네."
결심했다. 나가서 무슨 얘기라도 하자. 나도 널 좋게 생각하긴 하는데 넌 내 동생의 친구고 넌 아직 고등학생이야! 이런 식으로. 난 누나니까 이정도 말은 자신있게 할 수있어. 그치? 나는 내 방 밖으로 나갔다. 성진영의 방이 존나 더러워서 누울 공간이 침대 위 밖에 없는데 남자 둘이서 거기서 자기엔 좀 그랬는지 진영이는 거실에 이불을 펴고 있었다.
"어 누나 왜?"
진영 놈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성진영의 방의 문을 열어제꼈다.
"아 누나 형 옷..!"
.............
"......."
"......."
아아.... 난 왜이럴까.
--------------------------------------------------------
자주 뵙네요! 제목도 주제도 연애하기 인 만큼 최대한 진도를 뺄려고 노력했어요.
빠르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아직 성에 안차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ㅠㅠ!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댓글 써주시는게 저한테는 가장 큰 힘입니당.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ㅎㅎ
(치환이 잘 안됐거나 다른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살짝쿵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