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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ssom : 회색 일상 속 작은 꽃


6:20 AM

늘 그랬듯 기계적으로 눈치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람을 덜 뜬 눈으로 더듬더듬 끄고 일어나 이불을 가지런히 펴 놓고 부엌에 나와 레몬조각이 두 개 담긴 물병을 꺼내 쪼르르, 한 컵 마시고.
외출 준비를 하며 화장대 앞에 앉아있는데  어느 새 옆에 다가온 고양이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오늘도 늘 처럼 똑같이 예뻐진 얼굴을 보고 두어번 미소짓는 연습을 한 뒤, 향수까지 손목에 톡, 목덜미에 톡.

간단한 화장품이 든 파우치를 담은 백을 들고, 집에서 연장근무 했던 자료들과 서류를 챙겨놓은 작은 박스까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고양이 밥 까지 까서 먹여두고.
굽이 높지않은 힐 까지 신은 후 가방과 박스를 챙겨, 신발장에 있던 차 키를 챙겨 현관문을 나선다.

여기까지. 7:30 AM

*

6:30 AM

15분 간격으로 맞춰둔 알람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울리는 알람까지 다 듣고, 겨우 일어나 이불을 아무렇게나 헤쳐놓고 터덜터덜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세수를 하고. 잘생긴 척을 해대며 면도를 하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나와 페트병 째로 물을 벌컥거리며 마시고, 턱에 흐른 물을 쓱 닦고.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어, 몸에 딱 예쁘게 핏 된 정장을 꺼내 하나하나 입고, 시계를 차고.
시원한 향의 향수까지.  첫 출근이니까 유난히 더 신경 써 머리를 만지고, 미미한 혈색의 립밤까지 바른 후 딱 필요한 것만 든 서류가방을 챙겨 나와 깨끗이 닦아놓은 구두를 신고, 차 키를 챙겨 현관문을 나선다.

여기까지. 7:25 AM


*


언제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먼저 출발하는 까만 아우디 한 대. 언뜻 비치는 운전대를 잡은 손을 보니 꽤 젊어보이던데.
처음엔 좀 궁금했었다. 항상 매일 아침 출근하려 지하주차창의 자동문을 나오면 항상 타이밍 좋게 내 앞을 지나가는 익숙한 차.
일주일에 한 두번도 아니고, 출근하는 5일 내내 비슷한 타이밍에 출발을 하니 뭔가 얼굴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데 어떻게 출근할 때 한 번을 안마주칠까.
일부러 마주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금쪽같은 아침시간에 쓸데 없이 금방 지나가는 남자 얼굴 하나 보겠다고 좀 더 부지런해지기도 싫고.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며 걷는데 점점 보이는 얼마 전 새로 뽑은 하얀 아우디에 손을 뻗어 삐빅. 문을 열고 조수석에 박스와 백을 조심스럽게 놓았다.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오래 걸릴 것 없이 매끄럽게 차를 출발시켜 회사로 출발한다.

이젠 회사 가기 싫단 말을 중얼거리는 것도 지쳐, 거의 기계처럼 살고 있다. 일 특성상 야근도 많고, 몸도 피곤하니 연애는 꿈도 못 꿨었고. 마지막 연애가 언제였더라.
힘든 일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보통 애인을 만나 찡찡거리면 풀린다는 친구의 말에도 별 감흥이 없어진지 오래. 그냥 이젠 내 고양이 슈가랑 사는게 훨씬 힘이 된다.
여자 인생에 자고로 맥주와 고양이만 있으면 최고 아니겠나 싶은 생각에 연애세포를 스스로 죽이고 살았었나. 한 1년 전까지만 해도 연애 못하는 내가 불쌍하기도 했다.
서럽기도 했는데 이젠 해탈일까 포기일까 체념일까. 별 생각 없이 사는 것도 힘들고. 사내연애의 폐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입장으로서 엄두도 못내고.

이젠 30살이 가까워지니 거의 포기하게 되더라. 보통 서른이 되면 주변에선 넌 이제 소개팅이 아니라 선을 볼 나이다, 결혼은 언제 하냐 잔소리를 하지만,
어린 나이에 능력을 인정받고 팀장까지 쭉쭉 승진한 커리어 덕에 별 간섭들은 없다. 참견받는 걸 워낙 싫어하는 성격인 탓에 예민한 소리를 들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정색해버리기도 하고.
내가 애인이 없는 이유는 딱히 연애에 욕심도 없는데다, 눈이 굉장히 높다. 웬만한 남자도 눈에 안차는 저 인공위성 쯤 달린 눈높이에 소개팅도 거의 까버리기 마련이였고.
번호를 달라며 가끔 다가오는 같은 회사 사원에도 철벽을 쳐버리는 성격에 소문도 퍼져버려, 그냥 딱, 솔로.

화려한 솔로. 그게 내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


"안녕하세요-"


굳은 표정으로 출근했지만 회사를 들어가는 순간부터 작은 미소를 띄우며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다른 팀 사원들에게 활짝 웃으며 목례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탄다.
천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멍하게 보고있다가 사무실이 있는 층에 내려 부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평소보다 분위기가 좀 다르다.
우리 층 A섹션은 편집 부서 직원들의 자리가 있고, 한켠의 넓은 공간엔 옷을 걸어놓은 행거들이 있고 화장품 등등, 잡지 출간에 들어갈 협찬품을 정리하는 공간이었는데
그 물품들은 다른 회의실을 정리를 해서 들어가버렸고, 주말에 공사를 했던건지 다른 팀이 옮겨오는 듯 책상과 컴퓨터들이 우리 팀 자리와 같은 구조로 놓아져 있었다.

8시 30분까지 출근이지만 아직 이른 8시라 사원들이 얼마 없었다. 탕비실에서 모닝커피를 타서 나오는 에디터에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 미리 하루 일과를 정리해놓는 습관 덕에 팀원들도 편하고, 일도 효율적으로 하게 돼 조금 피곤하더라도 습관을 들여버렸다.


잡지사의 편집부는 중요한 코어팀인 만큼 일이 굉장히 많다.  에디터들이 주로 이루어진 탄소의 팀이 코어팀. 나는 주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팀을 이끌어가고 책임지는 위치이다. 근데 실질적 편집장은 따로 있고. 근데 별 일은 안한다. 낙하산이라. 그래서 나만 바쁘고 힘들다. 부편집장의 역할까지 해내느라 내가 이렇게 사는거지.
매일 야근열차를 타는 팀원들의 원성에 에디터라도 늘려주든지 다른 사람이 어시스트 할 수 있는 일들은 나눠서 하면 좋을 거 같다고
몇 주를 매일 편집장을 들들 볶아서 결국 얼마 전 신입 에디터 면접을 봤었다. 경력이 좋지만 쉬고 있던 편집장의 지인을 팀장으로 올린다던데. 새로 생긴 편집부 2팀의 새로운 자리를 보며 드디어 야근열차를 하차하는건가 싶어 나오는 샐샐 웃으며 일과를 나누고 정리하고 있었다. 속속들이 들어와 인사를 하고 가는 2팀 팀원들에
어려서 좋겠다.. 파릇파릇하군. 하는 생각을 하며 엄마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아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모든 팀원들이 출근을 하고 전체 회의와 신입 가이드를 하려 두 팀 사이의 공간에 있는 큰 책상에 앉아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 한개 더 놓여진 의자를 보고
어리둥절하는데 부서 문을 열고 들어오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남자에 시선이 집중됐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네요. 오는 길에 접촉사고가 나서."


지금 걸어들어오는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잘생겼다. 존나 잘생겼다. 무쌍의 예쁘게 빠진 눈에 오똑한 코, 복숭아같은 분홍 입술, 날렵한 턱선.
진짜 완벽하게 생겼다는게 이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잘생겼다.
모든 여자 사원들이 입을 헤 벌리고 걸어오는 걸 바라보는데 나 혼자 정신을 차리고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2팀 팀장님이신가봐요. 1팀 팀장 겸 부편집장을 맡은 #김탄소라고 합니다."

"네, 김석진입니다."


악수를 청하며 내민 손을 힘있게 맞잡으며 살풋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에 여전히 속으로 감탄을 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잘생겼다.
피부도 좋다. 어려보이는데, 팀장이라니. 이 사람도 편집장 빽 낙하산인가.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손을 놓고 자료를 하나 더 나눠주며 인사를 시작했다.


"저는 1팀 팀장입니다. #김탄소라고 하고, 부편집장 역할까지 하고 있어요. 기사 컨펌은 2팀 팀장님 거쳐 저에게 제출해 주시면 되구요, 일 분위기는 자유로우니까.."


주절주절 얘기를 하며 일을 어떤식으로 진행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새 팀원들 얼굴을 익히려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있다가 석진과 눈이 마주치자 바로 예쁜 미소를 지어주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석진에 지지않고 눈을 맞췄다.


"궁금한 거 있으세요?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아니요, 설명 계속 하세요."


피하지 않는 것에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까칠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당황해서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생긴거랑 다르게 되게 까칠하네.

설명을 끝내고 각자 주제 컨펌을 하는데 역시 젊은 애들이라 그런가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얘기하는 하나하나 좋다고 얘기하는데 옆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석진이 그제야 입을 연다.


"1팀 팀장님은 기사가 어떻게 발전할지도 생각 안하고 무조건 주제만 보고 정하시나보네요."


뜬금없는 그의 말에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석진을 바라보니 묘하게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기분나쁜 그의 눈빛에 기분은 더러웠지만 다시 되물었다.


"무슨 말씀인지.."

"아니, 읽어봤거든요, 잡지. 제목만 보고 호기심 끌 순 있겠지만, 내용에서 다 식어버려요. 정보전달 위주인 거 좋은데,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들을 굳이 돈받고 팔아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던데. 그런 생각 안해보셨나봐요."


우리의 글들을 돌려까는것도 아니고 대놓고 까는 그의 말에 벙쪄있다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첫날부터 이렇게 삐그덕대서야.
새 팀원들 앞에서 밀리기도 싫었고, 이렇게 머리채를 잡힌 듯한 기분에 반박하려 입을 벙긋거리는데 그새 또 말을 가로챈다.


"판매율 점점 떨어지는 거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하는데. 계속 이런식으로 느슨한 컨펌이면 결국 똑같은 결과에, 하락세 타는 판매율은 멈추지도 않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에디터들은 각자 개성이 있는 글을 쓰는거고, 자기가 원하는 주제로 글을 쓸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요. 판매율은 떨어지고 있지도 않고, 가끔 1, 2위 엎치락 뒤치락하기만하고요."


판매율 생각 안하냐는 석진과 에디터를 존중해야한다는 내 사이 갈등이 고조되자 다른 팀원들이 슬슬 말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굉장히 더러워졌지만 끝까지 웃음을 유지하며 결국 먼저 굽히고 들어가 각자 주제를 정해 어떻게 발전시킬지 까지 생각해 간단히 문서를 작성해 각 팀장에게 제출하는 걸로 결론을 냈다.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석진에 작게 한숨을 쉬고 웃어보였다.


"다들 화이팅하고, 월 첫 날이니까 널널하게 해도 좋아요. 자리로 돌아가서 일 시작합시다."


늘 그랬듯 따뜻한 응원을 건네고 자료를 들고 자리에 가서 앉았지만 급히 피곤해진 느낌에 지갑을 챙겨 일어났다. 커피라도 안마시면 난 속에서 열불이 터져 익어버릴 것 같았다.


"어, 팀장님. 커피 사러가세요? 저는 아메리카노요."


전 라떼요- 바닐라프라푸치노요- 등등 주문을 걸어오는 팀원들을 보고 웃어주며 끄덕였다. 늘 마시던걸로 해올게.
뭔가 이상하게 바뀐 것 같지만 굳이 막내를 시킬 이유도 없고. 난 항상 좋은 팀장이여야 하니까.
첫 인상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이미지 관리를 위해 2팀 커피도 살까 싶어 물어봤더니, 그 팀에서는 막내가 일어나 주문을 받고 나에게 다가온다.
같이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름이 뭐에요?"

"박지민이라고 합니다! 저 잡지에서 팀장님 글 많이 읽었어요, 되게 좋던데. 저희 팀장님이 되게 까더라구요. 그쵸."


얼굴을 귀엽게 찡그리며 날 위로하는 듯한 귀여운 막내에 소심한 공감의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일 빡빡하게 해도, 능력있는 분인 거 저도 익히 들어서 아는데요. 괜찮아요."


역시 듣던대로 성격 되게 좋으시네, 하고 꺄르르 웃는 지민에 하마터면 속내를 비칠 뻔 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음료를 사 캐리어를 양 손에 가득 들고 부서로 돌아왔는데,
뭔가 구세주라도 만난 마냥 날 반기는 팀원들에 웃으며 커피를 하나씩 나눠줬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빠르게 눈을 굴려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우리팀 에디터 태형이가 나에게 귓속말을 해준다.


"저 팀 팀장님이 이제.. 2팀 컨펌은 자기가 전적으로 한다고, #김 팀장님한테 컨펌 받지 말라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윤기형이 김팀장님 약간 돌려깠더니.. 하튼 분위기가 약간 그래요."


그러니까, 나 없는데서 나한테 컨펌받지 말라고 했고, 날 무시하는 듯한 말에 기분이 나빠서, 윤기가 나 대신 돌려깠고, 서로 어색해진 상황인가.
기사 주제를 타이핑 하는 윤기에게 다가가 커피를 건네주며 어깨를 툭 치고 몰래 웃어보이자 저도 씩 웃어주는 것에 속에 조금 응어리졌던 더러운 기분이 풀어졌다.
역시 평소에 잘했더니, 진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좋아진 기분에 달달한 라떼를 쪽 마시며 자리에 앉았다.

그게 그와 나의 첫 만남이였다. 기분이 좆았다.


*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일을 슬슬 정리를 하며 사무실 분위기가 밝아지며 웅성거린다. 점심 뭐먹어요-? 하는 늘 얘기하던 태형의 말에 다시 뭐먹을까? 하고 되물었다가
어색한 각 팀과의 관계를 회복해 볼까 싶어 2팀 팀장에게 말을 걸어봤다.


"밥 시켜서 사무실에서 다 같이 먹을까요? 어떤 게 좋아요?"

"사무실에 음식냄새 배이는거 좋지 않아요. 앞으로 자제해주셨으면 하는데."


날 쳐다보지도 않고 모니터에만 시선을 박고 말하는 석진을 보다가 어색하게 웃다가 아니면 식당에 다 같이 가서 밥을 먹을까요, 하고 다시 되물었더니
대형 손님이 예약도 안하고 갑자기 가면 민폐라는 차가운 대답에 입술을 앙 물고 끄덕이며 눈으로 웃어보이고 뒤돌아 우리팀원들에게 손짓을 하니 조용히 일어나 다 같이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우르르 떠들며 도대체 저 팀 팀장은 멀쩡하게 생겨서 사람이 왜 저 모양이냐는 둥 성격이 어디서 배렸는지 글러먹었다는 둥 껌 씹듯이 신나게 김팀장을 씹어댔다.
속으로 폭풍 공감을 하지만 내가 거기서 같이 공감을 하면 또 소문이 걱정 돼 가만히 입을 다물고 핸드폰만 만지작대다가 말을 돌렸다.


"밥 뭐먹을까, 더운데 냉면이나 먹으러 갈래?"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회사를 나오는데 훅 더워진 공기와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일제히 인상을 찌푸리며 걸음을 빨리했다.
다들 신나서 냉면 식당으로 달려가는데 천천히 뒤따라 걷던 내 옆에 윤기가 발을 맞춰 걸었다.


"누나는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대놓고 맥이던지, 그렇게 호구같이 있으면 진짜 호구된다니까."

"뭐 어때,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냄새 배이는 거 맞는데 뭐."


답답해 죽겠는 듯 한숨을 푹 쉬며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 미는 행동에 눈을 부릅뜨고 팔뚝을  팍 때렸다.
힘없이 맞는 윤기에 괜히 또 미안해서 팔을 슥슥 문질러줬다.


"그런 식으로 휘둘리다가 부편집장 자리도 빼앗기면 어쩌려고 그래. 그 사람 까칠해 보여도 그만큼 되게 능력 있다던데. 밀리지 마. 1팀 자존심은 누나한테 달렸다."


잠시의 정적 후 또 나를 타이르는 윤기의 말에 할 말이 없어져 입술을 삐죽이기만 했다.
부편집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자칫 자신이 열심히 쌓아온 커리어가 무너질 지 모른다는 생각에 냉면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식사를 끝내고
팀원들과 카페로 가 커피를 사는데, 그래도 2팀 팀장에게 너무 아무 신경도 쓰지 않으면 까여서 꽁해있는거다, 이런 소리를 들을까 싶어 같은 아메리카노를 양 손에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 석진의 테이블에 하나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2팀은 전부 밥을 먹으러 간 듯 자리를 비워놓고 있었다.

어느 새 점심시간이 끝나고 2팀이 전부 들어와 석진까지 자리에 앉자 은근히 신경을 쓰며 곁눈질로 힐끗거리는데, 커피를 발견하고 날 쳐다보는 석진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보였더니
고개를 꾸벅, 인사를 하고 커피를 거부감없이 마시기 시작하는것에 뿌듯해져 다시 업무를 보고 있다가 1팀 팀원의 주제를 받아 두개씩 프린팅 해 모아들고 석진을 불렀다.

석진도 받아놓은 주제들을 프린팅 해 들고 와 같이 다른 회의실로 날 데려갔다. 마주보고 앉아 있으려니 아까의 기분나빴던 일 때문에 어색한 티를 일부러 냈더니
날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어보인다.


"아까 일 때문에 그래요? 팀원들 앞에서 기 안서게 대놓고 까서."

"..아니에요. 맞는 말 하셨는데요, 뭐."

"맞는 말이긴 한데, 말이 기분나쁘게 들렸을 거 같아서요. 표정이 안좋으시던데."


분명 기분나쁜 티를 낸 적이 없었는데. 잠시 비쳤던 내 본심을 읽었나보다.
이 남자, 보통 아니다.


"팀원들 앞에서 완벽한 팀장이여야 하는데. 제가 망쳐버린 것 같네요. 기분 나쁘셨어요?"

"나쁘긴요. 완벽한 팀장이여야 하는 건 석진씨도 마찬가진 것 같은데."


남 까내리면서 그러고싶으세요?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고 프린팅 해 온 주제들을 가지고 컨펌과 초이스를 진행하는데, 영 삐걱거린다. 또.
예상 못 한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더 기분이 나쁘다. 웬만해선 져 주는게 이미지에 좋을 것 같지만, 지금은 사실 지켜보는 제 3자도 없고.
굳이 이런 인간한테 밀리고 싶지도 않았고, 아까 윤기가 했던 말이 떠올라 일부러 평소보다 조금 더 강단있게 나갔다.


"발전 가능성만 보는 것도 별로라니까요. 주제의 화제성도 충분히 중요한 부분이고, 이걸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에디터의 역량이라구요."

"역량이 아무리 좋아도, 이건 발전의 한계가 있는 주제라서 힘들다고 말씀 드리는거고. 신경써야 할 다른 주제들도 차고 넘치는데 여기만 붙어서 계속 컨펌해주려고요? 전체적인 밸런스도 맞춰야 할 거 아닙니까."

"왜 이렇게 본인 의견만 고집하세요.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에디터 하기 나름이라고. 얘는 잘 하는 친구에요."

"본인 의견만 고집하는 건 #김 팀장님 같은데요. 왜 자꾸 에디터만 믿고 가세요, 주제가 반은 이끈다고 몇 번이고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하..."

"..하아."


동시에 한숨을 쉬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이래선 의견 차이가 좁혀질 것 같지도 않고. 어지간히 안맞는다. 서로 자존심 때문에 의견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
앞이 막막해져 제출된 주제 프린팅들을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는데 석진의 생각도 같았는지 먼저 굽히고 들어와 합의점을 제시했다.


"따로 합시다."

"..네?"

"따로 하자고요. 내가 그 쪽 팀 에디터 주제 건드리는 거 싫으신 것 같은데. 저는 저 팀 나름대로 알아서 하겠다는 뜻입니다."

"..저기, 김석진씨. 부편집장은 접니다. 최종적으로 제 컨펌 거쳐야 하는 거 알고 계실텐데."

"..먼저 굽히고 들어가면, 좀 받아주시면 어디가 덧납니까?"


....도대체 이 싸움은 언제 끝날 지 모르겠다.


"..아오!"


동시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답답한 듯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참을 밖을 보고 있다가 프린팅을 정리하며 말을 건넸다.


"..의견 대립되는 주제는, 그냥 그 주제의 에디터가 속한 팀 팀장 권한으로 전적으로 최종 컨펌 하는 걸로 합의 봅시다."


제발.

의외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석진에 한 시름 놓고, 합의 본 덕분에 순탄하게 일이 진행이 되었다.


"팀이 늘었고, 에디터도 늘었으니까 1인당 주제는 1개에서 2개 정도로 가고.."


프린팅을 정리하고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와, 각자 팀원들에게 선정된 주제를 전달했다.

이제 기사를 쓰는 일만 남았고, 오늘 하루의 트러블은 여기서 끝나는 듯 싶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칼퇴를 준비하는 팀원들을 보고 회사가 그렇게 싫냐며 놀리기도 하며 장난을 치다가 어느 새 어둑하게 해가 진
하늘을 보고 달큰한 맥주가 땡기는 날이구나, 하며 가방을 챙겨들었다.
 





-


첫인사네요. 안녕하세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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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이고 벌써부터 석진이와 여주가 저렇게 티격태격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싸울지....(환장)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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