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사이 아닌데요?
우리 친구에요.
W. 느리미
(프롤로그 있습니다.)
01
알 수 없는 수학 기호들로 가득 메운 칠판을 의미 없이 바라보는것도 질릴대로 질렸다. 옆에 앉은 녀석 또한 반쯤 풀린눈을 하고서 턱을 괸채 연신 꿈뻑꿈뻑 거린다. 2교시의 후반전을 향해 달리는 지금 아, 졸리다 졸려. 몇 살아 남아남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열변을 토하면서 가르치시는 선생님에게서 시선을 돌려 녀석을 쳐다봤다. 어이구 하품까지? 저러다 또 턱 빠지지.
" 다음 시간에 음악실 갈꺼지? "
" 응. "
" 열쇠 받아뒀어? "
" 옹이가 열어뒀다던데? "
다음 시간이 음악이냐고? 아니다. 다음 3교시는 영어 회화 시간인데 셀리라는 금발의 외국인 선생님과 함께 하는 프리토킹 시간이다. 니엘이와 내가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건 하이 바이 땡큐 앤쥬?정도. 한국말이 서툴러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지도 뱉지도 못하기에 출석률은 언제나 100%. 그말은 즉슨 나와 니엘이가 마음편하게 수업을 쨀 수 있는 황금같은 시간되시겠다.
학교에서 우리만의 아지트라고 하면 딱 한 곳있는데, 새로 지어진 음악실로 인해 이젠 발걸음이 뚝 끊겨버린 헌 음악실이다.꽁꽁 잠궈둔 문고리를 따낸건 옆반 옹성우. 학주 방에서 열쇠를 훔쳐서 몰래 복사를 했다고 한다. 무서움이라고는 없는건지 간이 큰건지. 학주가 알면 걘 진짜 죽음 목숨이다. 그치만 아직까지 들키지 않고 아지트로 잘 활용하고 있는 이유는 학교 본관과는 거리가 꽤 있어서 선생님들의 발걸음이 거의 없다는것.
" 앞머리가 눈을 찔러. "
수학쌤의 눈치를 실실 살피던 녀석이 자라난 앞머리 끝을 삐쭉 세우며, 자른지가 언젠데 벌써 길었냐며 작게 투정였다. 내가 책상 서랍에 박아두었던 문구용 가위를 꺼내들며 "내가 잘라줄까?" 라며 씨익 웃으며 묻자. 표정이 싹 굳는다. 뭐야 저 표정은. 상당히 기분이 나쁘네? 내가 녀석의 앞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 아주 조오금만 짜르면 앞이 잘 보일것같은데? "라고 하니 굳었던 표정을 풀며 "정말 조금만 잘라줄거..야? " 란다. 난 물론이라는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고, 녀석은 여전히 못미더운듯 끼잉 소리를 냈다.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한손엔 가위를 한손은 니엘손을 꼭 쥐어잡고, 우린 음악실로 곧장 향했다.
" 약속한거다? "
" 알았다니깐? "
" 봐 딱 여기. 눈썹 위로 안올라가게. "
" 그래 딱 여기까지. 이 누나만 믿어. "
녀석의 눈동자가 심히 흔들린다. 하긴, 자기 머리를 목숨처럼 여기는 녀석인데 불안할만도 하지. 녀석의 떨림이 나에게 까지 전달되어서 그런가 어설프게 가위를 쥐고 있는 내 손도 덜덜 떨려온다. " 괜찮아 괜찮아. 진짜 살짝만 다듬는건데 뭐.. " 말로 녀석을 진정시키며 나는 거침없이 싹뚝싹뚝 가위질을 해댔다. 눈을 꼭 감고 있던 니엘이의 높은 콧등위에 머리카락 뭉퉁이가 내려앉아 있다. 헐? 미안 그 약속 못지킬것같아 니엘아...
* * * * *
" 아, 미안하다니깐? 나 지금 사과만 101번째 하고 있다. "
" 됐어. 믿은 내가 등신이지. "
" 아 느낌은 나쁘지 않았.... "
" 이마 한 가운데 구멍 뚫어 놓고 뭐가 어쩌고 어째? "
" 아니 난...잘 해주려고 그런건데..자꾸 그렇게 화내면...나는.. "
녀석이 반찬으로 나온 미역국을 퍼먹으면서 까지도 투덜투덜거린다. 미역이 곧 튀어날올듯 말듯 아슬아슬한 상태에서 나는 어떻게든 녀석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타이르고 달래고 해봤지만 사내놈이 이렇게 소심해서야... 사과의 의미로 비엔나 소세지를 니엘이의 밥 숟가락 위해 올려주자 냉큼 받아만 먹었지 표정은 여전히 뭐씹은듯하다. 이럴땐 역시 눈물의 호소가 먹히지. 최대한 늘어뜨린 눈꼬리에 한껏 쳐진 입꼬리 그리고 금방이라도 흘릴것같은 눈물...이면?
" 야...왜이래..."
" 아니..나는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
" 우..울기만해? 진짜 용서 안해준다. "
" 안울면 봐주는거지? 봐 나 안운다. 이제 앞머리 얘기는 안꺼내는거야! 알았지? "
" 바로 안울기 있냐.. "
내가 냉큼 표정을 풀며, 비엔나 소세지 두어개를 입에 넣자 어이가 없다는듯 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짜증섞인듯 앞머리를 쥐어잡아 최대한 숨기려고 애썼지만 이내 옹성우,김재환으로 인해 강제 봉인 해제되었다.
" 야 니 앞머리 빵꾸났어!! 크큭 "
" 땜빵이다 땜빵..히힣 아 빵 땡겨. 재환아 좀이따 빵먹자. "
" 뒤질래? 조용히안하냐? "
어디선가 식판을 들고 나타난 둘은 눈치도 없이 니엘이의 성질을 빡빡 긁고 있다. 아나, 이것들이. 조금만 더하면 완전 풀리는건데.. " 야 총게임하러가자. 빵빵~ 어때 니엘아? " 깐죽거리는건 진짜 천재다 천재. 니엘이를 향해 총알을 싸대던 옹성우 자식의 마지막 말에 제대로 삔이 상한듯 식판을 들고 일어서려던 녀석의 교복 끝자락을 잡아 다시 앉혔다.
" 밥은 남기는거 아니랬지? 그리고 너네!! 눈치없이 진짜 조용히 안해? "
" 김여주 니 작품이지? 아주 참신하다 참신해 크큭 "
" 니엘아 나 봐봐. "
" 아 또 왜.. "
" 나 봐보라니깐? "
기가 죽어 축 늘어진 녀석과 강제로 마주한 나는 교복 주머니에서 실핀 2개를 꺼내들었다. " 임시방편으로 이거라도 해줄게- " 라며 녀석의 구멍난 앞머리를 살짝 잡아 넘겨 실핀으로 고정했다. 그것도 크로스로. 싫다고 발버둥 치며 실핀을 빼내려는 녀석의 손을 꼭 잡으며 빼면 이제 너랑 안놀아- 하고 으름장을 놓자 세상 다 포기한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다.
" 기집애가 따로 없네!!! 히히 "
" 고추 떼러 가볼까 니엘아? "
" 날 두번죽인거야. 김여주 "
피식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다. 빼지말란다고 진짜 안빼고 그러고 있는 녀석이 너무 귀여웠다. 녀석은 그랬다. 내 말이 곧 법에 가까웟다, 흰 쌀밥을 크게 밀어넣으면서 웃음과 함께 삼켜내려고 노력해지만.. 나도 모르게 풉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녀석은 얇게 뜬 눈으로 날 슬쩍 바라본다. 이럴땐 이게 딱이지.
" 니엘아 니엘아-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
* * * * *
" 다 풀렸지? "
" 응. "
" 머리는 금방 자랄거야. "
" 응. 머리가 다 자랄때 까지 나 아이스크림 사줘야해. "
급식실을 나와 곧장 매점으로 향했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월드콘을 손에 쥐어주고 나서야 툭 튀어 나왔던 입술도 들어갔고, 잔뜩 찌푸려 생긴 이마 주름도 풀렸다. 단순하긴 하다. 애도 아니고 아이스크림 하나에 이렇게 풀리다니. 아이스크림과 함께 입에 들어간 머리카락을 빼내어 주며 " 머리카락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냐? " 라고 시비를 터온다. 어디 그냥 빼주면 어디 덧나나. " 한번 같이 먹어볼래? 맛잇는지 맛없는지? " 내가 머리카락을 녀석의 입 가까지 가져다 대자 입을 아- 벌린다. 어라 가볼때까지 가보자고? 지지 않고 더 가까이 하자 이내 웃으며 입을 꾹 다물곤 고개를 돌려버린다.
" 다먹었다. "
" 돼지. "
" 나 그 동물에 예민한거 알아 몰라. "
" 알아. "
" 들어가자. 졸려 "
" 밥먹고 바로 자면..진짜 돼..ㅈ "
" 야!!! "
주먹 나갈뻔했네. 녀석이 능청스럽게 들어가볼까- 라면서 엉덩이를 털어내고 일어선다. 한칸 먼저 스탠트 밑을 내려가는 니엘이의 등짝을 유심히 살피다가 냅다 등에 올라탔다. " 악! 뭐야 " 놀라 빽 소리를 지르는 녀석은 성급히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내 다리 밑에 팔을 걸어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넓다 니엘이 등.
" 나 다리아파. 업어줘 "
" 업히고 싶으면 좋게 말로하지. 놀랬잖아 넘어지면 어쩔뻔했어? "
" 안넘어졌으면 됐지. 잔소리는.. "
"여주야. 너 살찐거 맞...는ㄱ "
"...당장 걷는다 실시 "
목을 감싸 안았다. 어릴때, 그러니깐 다니엘과 내가 10살일때. 녀석의 등에 업혔다가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그런 추억아닌 추억이 있었음에도 난 매번 니엘이의 등을 탐냈고, 그런 모습을 본 엄만 "너가 덜 다쳤구나? " 라며 귀여운 핀잔을 주셨다. 편하고 좋은걸 어떻게. 그리고 지금의 니엘이는 약하지 않는걸? 어깨도 넓어졌고, 등도 포근졌고 키도 많이 컸으면 변성기까지 거쳐 제법 남자다워졌는데.
" 하악하악...계단은 무리야 "
" 내려줘. 걸어갈게 "
녀석이 바로 날 내려준다. " 그렇다고 바로내려주냐? " 라며 녀석의 등짝을 가볍게 쳤다. 니엘이가 계단 기둥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좀 짠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하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보이자 손으로 닦아주려 까치발을 들어 손을 내밀자 " 됐어. 더러워 " 라며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더럽긴 뭐가 더러워. 넌 내가 토한것도 맨손으로 받아냈으면서.
" 더럽긴 뭐가. 이리와봐. "
" 그냥 세수하면돼 "
그러곤 계단을 다다다 쌩하니 올라가버린다. " 김여주 안와? " 손까지 흔들며 나를 찾는다. 녀석이 밟고 올라간 그 계단을 차근차근 올랐다. 혹여나 넘어질까 바닥만 보고 걷다가 고개를 탁 들었을때. 날 기다리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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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느리미 입니다.
비루한 글을을 읽어주시고 좋은 댓글 달아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ㅜㅜㅜ
매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최선을 다해 글을 연재 해볼까해요~ 응원 많이 부탁드립니다^^
과분한 암호닉까지~
헤니님
쿄쿄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