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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선배, 선배 ! B | 인스티즈






선배, 선배! B









진짜 오지 말았으면 하는 날이 왔다. 선배랑 만나기로 한 날이다. 이렇게 가시방석일 수가 없다.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데, 내가 아무렇지 않질 못한다. 아, 어떡해. 10분에 한번씩 그 무서운 얼굴을 봐야 한다는 사실에 공포감이 스멀스멀 몰려와 발작 비슷한 걸 하기 시작했다. 악! 머리를 쥐어 뜯는 나를 본 동기들이 미쳤나봐, 하며 웃기 시작했다. 너네가 내 사정을 알면 이러지 않을 텐데.







"밤아, 너 그 선배랑 같은 조 됐다며?"

"어떻게 알아? 그거 소문 났어?"

"내 친구가 너랑 교양 같이 듣나 보더라. 알려줬어. 부럽다고."

"오.... 그 선배 유명해?"

"엄청 유명하지. 잘생겼잖아. 키도 크고. 과탑 한 적도 있고, 집도 잘 살고."






아주 그냥 유정 선배 실사판이 따로 없구나. 너 진짜 부럽다, 라며 등짝을 때리는 동기들에게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기가 많다고.... 내가 그 선배한테 오바이트 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난 아마 썰리고도 남을 거다. 부럽다고, 선배랑 만나기 몇 시간 전이냐구 호들갑을 떠는 애들이 처음으로 밉상으로 보였다. 그러게.... 난 지금 벌써부터 오장육부가 꼬이는 것 같거든.... 






"이참에 한번 너가 꼬셔봐."

"야.... 미쳤냐? 내가? 허, 참....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 봐."

"밤이 남자 공포증 있대."

"근데 걔는 어떻...."

"싸우고 시펑?"







뭘.... 뭘 꼬셔! 말도 못 거는데! 그리고 그러고 싶은 마음 1도 없거든? 한번 꼬셔보라며 능글맞게 웃는 친구의 말에 얼굴이 폭발할 것처럼 빨개져 버렸다. 너 진짜 날이 더워서 그런지 미쳐 버렸구나. 내가 남자를 꼬시는 날에는 아마 남북통일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며 전세계는 인류애로 가득 찰 것이다. 그만큼 말도 안 된다는 소리다. 그러자 한 동기가 내가 남자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씨바.... 닥쳐 주라.... 응? 그러자 자연스레 누군가의 언급이 이어질 뻔했고, 난 닥치라는 눈빛으로 친구를 쏘아봤다. 언급 금지라구 했잖아. 응?







"그럼 밤아, 그 선배 여자친구 있는 거 같아?"

"몰라. 얘기를 안 해 봐서...."

"오늘 가서 한번 물어보면 안 돼? 궁금해서."

"그러면 내가 관심 있는 줄 알 걸...."

"얘한테 뭘 바라냐."

"야, 내가 뭐...."






물어보면 어쩔 거야. 사귈 거냐? 내가 그런 걸 어떻게 물어봐.... 고구마 19950809개쯤 처먹은 거 같은 표정으로 동기들이 나를 보았다. 미안해.... 나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찌질이야. 동기의 말대로 나는 남자 공포증이 심했다. 진짜 엄밀히 말하자면 나보다 나이 많은 잘생긴 남자 공포증이 심하다. 그냥,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게 어려웠다. 여자들은 괜찮은데.... 일단 오.빠. 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게 너무 큰 거부감을 주었다. 집에 남자라고는 매일 피씨방에 출첵하는 남동생 뿐이었고, 걔 마저도 여성스러운 성격이었기 때문에 남자 대하기가 어려웠다. 아빠랑도 엄청 친한 편도 아니구.... 그나마 김재환이랑 좀 친한 거지 따로 연락하는 남자인 친구들도 없다. 





"밤아, 너 선배가 카톡 보냈어. 부럽다, 진짜로.... 너 전생에 나라 구했냐?"

"왜, 왜...."

"이따가 중도 앞에서 보자는데. 야, 너 입술 좀 다시 발라. 색 없어졌어."

"알았어어...."





언제 내 핸드폰 가져간 거야. 지들끼리 아주 북 치고 장구 치고 신났다.... 카톡 알림이 뜬 걸 보고 자기들끼리 박수를 치며 부럽다고 난리를 피우는 게 웃겼다. 웃긴데 웃음이 안 나왔다. 오늘 만나면 무슨 말을 해 줘야 되지. 이어폰도 전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말해..... 그냥 이 자리에서 소멸해 버리고 싶었다. 






"나... 그.... 커피라두 사 갈까?"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아니.... 그냥.... 그래두 될까?"







그렇게 해서 지금 커피숍 안이다. 아, 도대체 뭘 사가야 되지. 선배가 이미 마실 게 있으면 어떡하지? 멀리서 대충 보구 나서 손에 뭐 들고 있으면 버려야 되나.... 한없이 작아지고 찌질해지는 내 자신이 미웠다. 그렇게 한참을 메뉴판을 바라보니 알바생이 뒤에 있는 손님 먼저 계산하는게 좋을 것 같다며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죄송합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줄에서 이탈했다.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그러면 진짜 안 되는데.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급하게 김재환한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음성만 나올 뿐이었다. 어떡하지.... 임시방편으로 문자를 보냈다. 선배 음료수 뭐 좋아하냐? ㅠ







"주문하시겠어요?"

"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랑요...."

"네에."

"그.... 자몽에이드 하나 주세요."








선배, 선배 !








"안녕하세요...."

"응, 안녕. 일찍 왔네."

"아니에요! 하하하...."

"손에 뭐야?"






너무 정 반대인 걸로 사왔나.... 자연광에 눈이 부셨다. 저 멀리서 선배가 걸어오는 게 보이자마자 몸이 얼어붙었다. 잔뜩 움츠러든 채로 홀더를 손에 꽉 쥔 채 인사를 하자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보이는 선배였다. 쓸데없이 친절하시네요.... 손에 든 음료수를 발견했는지 선배가 눈이 커지며 뭐냐고 물었다. 뭐긴요.... 음료수지. 이제부터 눈치 싸움이었다. 커피를 줘야 하는지, 아니면 자몽에이드를 줘야 하는지. 그게 문제였다. 너무 호불호 갈리는 걸 사왔나 싶어 갑자기 후회가 되었다. 아니야.... 내가 산 건데.... 괜찮겠지. 눈치를 살살 살피며 자몽 에이드를 선배한테 건넸다.






"드시면서 하자구.... 어, 사왔어요. 여기요...."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선배, 선배 ! B | 인스티즈


"......."

"아.... 이거 싫...."

"나 이거 완전 좋아하는데. 고마워."






거의 내 손에서 낚아채듯 자몽 에이드를 가져간 선배가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었다. 일부러 좋아하는 척 하는 거 아니죠....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어 계속 눈치를 살폈지만 아무리 봐도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진 않았다. 아이처럼 빨대를 입에 물고 음료수를 마시는 모양새가 진짜 같았다. 내 촉이 좋았구나. 싶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들어가자. 신난 것 같은 목소리였다. 쫄래쫄래 선배 뒤를 쫓아 안으로 들어갔다.







선배는 생각대로 열심이었다. 꼼꼼했고, 무임승차는 커녕 자기가 일당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같았다. 늘 나 혼자 팀플을 도맡아 했었는데, 협업할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내가 이걸 맨날 혼자 했었다니. 기구한 운명이었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다. 슬슬 능률이 떨어지는 시간대였다. 선배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핸드폰의 잠금버튼을 눌러 시계를 보았다. 벌써 세 시간이나 지났네. 동기들한테 카톡이 몇 개 와 있었다. 부럽다는 내용이 8할이었다. 부럽기는....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선배, 선배 ! B | 인스티즈


"재환이랑 많이 친해?"






정적을 깨는 물음이었다. 네, 라고 답하기가 참 짜증나는 질문이었다. 전 김재환 같은 사람 모르는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선배와는 농담을 주고 받을만한 그런 건 아니었기 때문에 친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말 한 마디 살갑게 붙이지 못하는 내 성격이 마음에 안 들었다. 다른 애들은 선배들한테 밥도 잘 얻어먹고, 살갑게 굴고 그러던데. 난 그러질 못했다. 성격이 목석 같아서. 





"재환이가 네 얘기 가끔 해."

"아.... 내 얘기를 할 게 있나...."






김재환 미친놈이 어디서 내 얘기를 하고 다닌 거야. 딱히 얘기할 게 없는데....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뒷머리를 긁적이며 미간을 좁혔다. 내 얘기를 할 게 없는데. 내가 자랑하고 다닐만한 애도 아닌데다가 서로 자랑할 만한 각별한 사이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웃긴지 선배가 하하, 하고 제법 호탕하게 웃었다. 되게 정직하게 웃으시네요. 이제 슬슬 집에 가고 싶어졌다. 정말루.... 김재환한테 연락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뭐라도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았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 맞다.







"저기이.... 지난번에, 이거 두고 가셨었거든요...."

"어쩐지 집에 가서 보니까 없더라. 찾았는데, 고마워."

"아니에요...."







자꾸 쭈글쭈글해 지는 내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선배에게 건넸다. 상투적인 말들을 주고 받고 다시 정적이 이어지기는.... 무슨. 갑자기 선배가 이어폰을 받더니 웃기 시작했다. 내가 뭐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물끄러미 선배를 바라보자, 선배 손에 들린 이어폰에 눈길이 갔다. 아....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선배, 선배 ! B | 인스티즈


"이거 너가 한 거야?"

"아.... 그.... 비싼 거 같아서.... 그냥 두면 안 될 거 같아가지구...."

"귀엽다."

"......네?"

"이거."






나 도끼병 같은 거 있나 봐. 귀엽다는 말에 갑자기 귀가 달아올랐는데, 역시나 내 얘기는 아니었다. 그럴 줄 알았지. 정신 차려, 이년아. 내가 해놓고 까먹었나 보다. 이어폰을 주운 날, 비싸 보여서 사놓고 죽어도 안 쓰는 이어폰 줄감개로 감아놨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큭큭 웃은 선배가 연신 줄감개를 만지작 거리더니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밤아."

"...네?"

"너 이거 어디서 샀어?"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선배, 선배 ! B | 인스티즈





그냥 길 가다가 보이길래 샀는데....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줄감개를 꼭 쥐고 있는 모습이 좀 웃겼다. 웃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어금니가 부서져라 웃음을 참고 구매처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지만, 사놓고 처박아 둔 지 3년이나 된 물건이라 기억이 날 리가 만무했다.






"너무 산지 오래 돼서요.... 전 그거 안 써서.... 선배 가지셔두 돼요...."

"진짜?"

"네에...."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선배, 선배 ! B | 인스티즈


"잘 쓸게.... 고마워. 내가 얘 엄청 좋아해서...."

"아하...."








선배, 선배 !






선배 음료수 뭐 좋아하냐? ㅠ 





전 날 고삐 풀린 말처럼 달린 재환은 일어나자 마자 지옥을 맛봤다. 내가 술을 먹은 것인지, 술이 날 먹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쓰라린 속을 붙잡고 떠지지도 않는 눈을 간신히 뜨며 핸드폰을 켰다. 부재중 전화가 왔다는 알람이 몇 개가 떠 있었고, 발신인은 다양했다. 김밤에, 민현도 있었다. 귀찮았기에 다시 전화를 걸고 싶지는 않았다. 문자 알람을 보니 김밤이 보낸 거였다. 너가 그런 센스도 다 있냐. 재환은 김밤이 낯설다고 생각했다. 





"와, 벌써 7시네...."

"시끄러워, 새끼야...."

"미친놈아. 저녁 다 됐다니까?"






같이 술에 떡이 된 성우가 소란스런 재환을 보며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닥치란 뉘앙스로 말을 건넸다. 한 살 형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없는 재환은 성우의 엉덩이를 발로 차며 일어나라고 말했다. 미친 새끼. 온갖 육두 문자들이 오갔고, 아랑곳하지 않은 재환은 계속 밤이 보낸 문자를 바라보며 짱구를 굴렸다. 민현이형이 좋아하는 게 뭐였더라.






"형, 민현이형 음료수 뭐 좋아해요?"

"왜, 사귀게?"

"아니, 음료수 뭐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사겨요?"

"엉."

"사귀려고 그러니까 알려줘요."

"걔?"






성우에게 물어본 건 실수였을까. 동문서답을 하는 성우의 엉덩이를 한번 더 차 주고 싶은 재환이었다. 한참 뒤에 으음, 하고 앓는 소리를 낸 성우가 걔가 뭘 좋아하냐.... 하고 뜸을 들이더니 우물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걔 그.... 자몽...뭐, 에이드? 좋아할 걸."

"형 되게 잘 아시네. 사귀나 봐요."

"재환이가 오늘 미쳤구나."

"응. 성우야."







자몽에이드 조아한대 ㅄ ㅋㅋㅋ 이미 샀겠지 미안

무려 4시간이나 늦게 답장을 보냈지만 재환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거의 운명의 장난 급이네요 ㅋㅋㅋㅋ

저 이어폰 줄감개 사진은 구글에 쳐서 찾았습니다. (출처: 쿠팡)

클리셰물까진 아니고 그냥 남자 공포증 있는 여주와 허술한 면이 있는 미년이 이야기애요.

수능 화이팅 읽어주셔서 감사함미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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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작가님 완전 좋아요 대학선배 황갈량이라니 트루입니까 ㅠㅠㅠㅠ 신알신 신청하고가요 퓨ㅠ
6년 전
독자2
옵티머스 줄감개 깨알 웃겨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고 민현선배님...진짜 설레요..ㅠㅠ
6년 전
비회원152.196
ㅠㅠㅠㅠ와 진짜 너무 재밌어요 미치고갑니다 민현이 저 실제모먼트들에도 치이고갑니다ㅠ자까님잘보고가요감쟈해여 하핳 혹시 암호닉은 안받으시는지..혹시몰ㄹ서 남기구가여[빵야]
6년 전
독자3
자몽에이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 최애 에이드지요 꿀맛이야 아주 최거시다
6년 전
독자4
작가님 너무좋습니다ㅜㅠㅜㅠㅠㅠ민현이 너무 귀엽고 설레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5
ㅋㅋㅋㅋㅋㅋ이어폰줄감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어워 죽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6
대박 자몽에이드를 맞춘 여주 빼박 선배랑 운명이네요.....줄감개도.... 사겨라!!! 사겨라!!!!!!!!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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