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님, 대학 로망을 이뤄줘요!
Written by. 지성요정님
Ants - 사랑은 예고 없는 드라마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싶었다. 만인의 요정님 윤지성 선배가 알고보니까 친하지는 않았어도 이미 나와 알고 있었던 사이였고, 심지어 오늘 저녁까지 같이 먹자고 하자니. 그 전에 윤지성 선배가 술집에서 늦게 들어와서 나와 단 둘이 집까지 갔던 것도 사실은 꿈이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뭐, 곧 유리의 쨍한, '뭐??? 오늘 저녁을 같이 먹어???' 라는 소리에 현실이라는 걸 알았지만."쉿, 쉿. 조용히 좀 말해.""와, 진짜 대박이다. 요정 선배랑 단 둘이 저녁이라니. 꿈 아니야?""꿈은 내가 꿔야지 왜 네가 꿔."꿈 아니냐며 제 얼굴을 꼬집는 유리에게 웃으며 '내가 꿔야지 왜 네가 꿔.' 라고 말하자, 아 그런가 하던 유리가 웃다가 다시 내 팔을 잡아오며 말했다. 부럽다, 부러워. 누군 요정 선배랑 저녁 먹고, 누구는 조별 과제 해야하고. 유리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왜 하필 걸려도 조별 과제에 걸려서는. 내 말에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한숨을 푹 쉬는 유리다. 아, 귀여워."이 참에 그냥 잡아."잡기는 뭐를 잡아. 뭐, 하늘에서 동앗줄이라도 내려온다니? 무심하게 대답하는 나를 보던 유리가 '요정 선배! 이 참에 확 잡으라고!' 라며 내 팔을 동앗줄 마냥 휘어 잡았다. 그에 내가 놀라 뭐, 뭐래! 선배를 왜 잡아! 라고 반문하자, 혀를 내어 제 입술을 한번 훑은 유리가 배시시 웃었다. 선배 잘생기고, 자상하잖아. 남자 친구로 딱이네. 남 일이라고 막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 한다, 너. 내 말에 유리가 웃으며 걷던 발 걸음을 멈추고서,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다가는 말했다."대박. 다니엘 선배다.""뭐?""나 먼저 갈게! 나 진짜 저 선배까지 오늘 보면 심장 터질 것 같아."뭐야, 이 뜬금 없는 소리는. 내가 유리의 팔을 잡고서 '무슨 소리야 그게.' 라며 고개를 갸웃해보이자, '연락해!' 라며 윙크를 해보인 유리가 내 손을 놓고서 멀리 달아나 듯 사라져버렸다. 아니, 대체 뭐를 봤길래 저래. 다니엘이 누구지. 코를 킁, 훌쩍이자, 내 앞으로 들이밀어지는 휴지다. 아, 괜찮은데요."안 괜찮은데요.""…어!""내가.""의건이 오빠!"아, 나 개명한지가 언제인데. 휴지를 내 주고서 빙긋 빙긋 웃는 그 사람은 나와 어렸을 때 부터 옆집 오빠 동생 하며 잘 알던, 강의건… 아니, 강다니엘 오빠였다.요정님, 대학 로망을 이뤄줘요!"같은 대학 다니는 지 몰랐어…."내 말에 오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 해줬는데 왜 까먹냐며 내 이마를 콩, 하고 때렸다. 이거 윤지성 선배도 꼭 이러는데. 갑자기 생각난 윤지성 선배의 버릇에 눈을 깜빡이며 혼자 실실 웃자, 나를 바라보며 어디 아프냐는 오빠다. 아까 코 훌쩍일 때 부터 알아 봤어야 했는데, 너 어디 아파? 저 완전 멀쩡하거든요;"남자친구는 있고?""아….""없어? 진짜?"오빠의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남자친구라고 말 할 사람은 아니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짜 없냐며 눈을 크게 뜬 오빠가 곧 측은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어이구, 나는 애인 있는데.' 어쩌자는 거지. 처음 다시 만났을때는 친절하게 행동해서 사람이 아주 변한 줄 알았는데 역시 변한 것 따위는 없네. 여전히 촐랑거리는 오빠다. 그에 내가 눈을 희번덕 뜨고서 '곧 생길 수도 있거든!' 이라고 말하자, 누구나 곧 생긴다며 코웃음을 치는 오빠다. 아오, 씨."그럼 너 좋아하는 사람은 있냐?"좋아하는 사람…. 되게 당연하다는 듯이 윤지성 선배가 머리 위로 떠다녔다. 베이비 로션 냄새가 항상 내 심장을 간지럽히고, 이마를 아프지 않게 콩, 때릴 때 마다 심장도 같이 쿵쿵거리는 느낌이 들게 하는 사람. 오빠에게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타이밍 좋게 딸랑거리며 열리는 카페 문이다. 원래 보통 소리가 나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나? 나도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는데, 그랬는데, 보인 건."야, 윤지성 너 뭐 마실거야.""아이스 아메리카노."하성운 선배와 윤지성 선배였다. 헐, 대박.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그러더니 말도 안 하고 상상만 했는데도 진짜 와 버린 호랑이다. 내가 입을 떡 벌리고서 헐, 대박이라는 말을 내뱉자, 카운터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던 오빠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저 미친 카페인 중독자들. 작작 좀 처 마시라니까.' 오빠의 말이 꼭 친한 사람을 대할 때의 말투 같아서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아는 사이야? 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는 오빠다. 끈끈한 사이지.소개시켜 줄까? 아니, 쟤네가 너무 아까운데.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중얼거리는 게 꼭 쥐가 찍찍거리는 것 같아서 고개를 저었다. 옛날부터 버릇이 저래. 속마음을 속으로 생각하는 법이 없어. 내가 한심하게 쳐다보자, 뭔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빠가 내게 찡긋, 윙크를 해 보였다. 우웩, 왜 저래."카페인 중독자들!""? 뭐야, 강다녤. 앞에는 여자친구?"존나 아닌데요. 하성운 선배의 말에 기겁을 하며 고개를 휙 돌리자, 나를 보며 어! 하는 하성운 선배다. 윤지성 선배는 그냥 카운터에 기대서 제 휴대폰만 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뭐를 저렇게 본담. 나를 바라보는 하성운 선배한테 어색하게 웃어주며 '여자친구 절대 아닌데요.' 라고 말하자, 내 목소리를 들은건지 무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서는 눈이 동그래지는 선배다. 너 왜 여기 있어? 선배의 커진 눈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그에 내가 대답이라도 할 겸 자세를 고쳐 앉자, 예쁘게 눈웃음을 지은 선배가 터벅 터벅 내 자리로 걸어왔다."안녕.""네? 아, 안녕하세요.""뭐야. 아는 사이야?"오빠의 물음표 가득 띄운 물음은 가볍게 무시한 선배가 내게 물었다. '수업 없어?' 네, 저 오늘 수업 다 끝났는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 시계를 한 번 대충 살펴 본 선배가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조금 이르긴 한데, 저녁 먹으러 갈래? 선배의 말에 오빠는 '뭔데, 윤지성. 너 그 멜로 눈깔 뭔데.' 라며 속사포로 말을 꺼냈다. 아, 진짜 시끄럽네. 내가 한 마디 하려고 하자, 나보다 더 빠르게 오빠에게 음료 빨대를 물려 준 선배가 오빠의 어깨를 두번 톡톡 쳤다."내가 대놓고 관심 있어 하는 후배.""….""데리고 간다. 하성운이랑 커피 마셔.""어디 가는데.""저녁 먹으러."남자 친구도 아닌 게, 왜 내 동생이랑 저녁을 먹냐. 오빠가 장난스레 웃으며 선배의 어깨를 톡 쳤다. '꼭 남자 친구여야만 같이 저녁 먹냐.' 윤지성 선배의 말에 오빠가 그런건 아닌데~ 라며 말했다. 어우, 왜 저렇게 얄밉게 행동하니. 한 대 확 때려주고 싶게. 나 같으면 한 대 때렸을 오빠의 촐랑거림에 넘어가지 않은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알아둬.""뭐를.""남자 친구 되려고 내가 열심히 치대는 중이라고."아, 선배…. 내 소심한 중얼거림을 들은건지 못 들은건지. 선배는 그저 씩, 웃고서는 내게 나오라는 듯 눈짓했다. 하성운 선배는 '와, 이제는 친구도 버리냐.' 라며 울망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빤히 바라보던 선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서는 말했다."너랑 내가 친구냐?"조금 얄미운 말을.요정님, 대학 로망을 이뤄줘요!"뭐 먹을래?""아, 저 아무 거나…."남자 친구 되려고 내가 열심히 치대는 중이라고. 아까 윤지성 선배가 오빠한테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올라 얼굴에 열이 몰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대 놓고 말 하시면 제가 막, 떨리고, 오해하고, 아무튼 그래요. 혼자 마음 속으로 웅변을 5분간 늘여놓고 있었는데, 그런 나를 힐끔 보던 윤지성 선배가 뭘 그렇게 생각하냐며 웃었다. 네, 네? 아뇨! 저 아무 것도 생각 안 했는데요! 저 생각 없어요! 아오. 마지막 말은 대체 왜 뱉은 건지. '아, 방금은 실수….'"머리에 대체 무슨 생각이 들었으면 자꾸 실수해?""…예? 아, 저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했….""내 생각해?"네? 당황해서 반 톤 높아진 내 목소리에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네? 말고 네. 선배가 한 타임 쉬고 말했다. 그렇게 대답하면 좋겠는데,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아, 자꾸 이렇게 저 쉴 틈도 안 주고 치대시면 제가 심장이 아픈데. 선배가 웃었다. '내 생각하는 거 맞아?' 선배의 말에 심장이 쿵쿵거리다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딸꾹질로. 딸꾹, 딸꾹. 놀라서 히끅거리는 나를 보던 선배가 푸스스 웃더니 내 이마를 톡 밀었다."아, 거짓말 되게 못 하네.""…딸꾹."내가 겨우 입까지 막아가며 딸꾹질을 참자,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다가 푸흐, 웃는 선배다. 아, 귀엽네, 진짜. 정말 평생 들을 귀엽다는 말을 올 해에 걸쳐서 다 듣는 것 같다. 그것도 한 사람한테. 내가 얼굴에 열이 몰리는 기분을 참으며 눈을 꾹 감자, 내 볼을 톡 치더니 당돌하게 말을 꺼내는 선배다."눈 감지 마.""….""위험하다, 위험해."아, 서, 선배…! 그 말에 내가 감은 눈을 팍 뜨며 소심하게 소리치자, 웃으며 장난이라더니 진짜 뭐 먹고 싶은 거 없냐는 선배다. 네, 저 지금 별로 배가 안 고파서…. 요정님이 내 앞에 있는데 배 고픈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안 되는데.' 선배가 제 턱을 만지작 거리며 안 된다며 고민을 했다. 왜요, 선배 배 고프면 저도 같이 먹어도 상관 없… 까지 말했다가 입을 닫았다. 같이 먹는대. 같이… together… 잠시 괜찮아졌던 심장이 다시 콩콩 일을 시작했다.선배는 내가 말 하다가 멈추자, 나를 힐끗 쳐다보며 웃었다. 같이 먹어도 상관 없, 뭐? 아, 선배, 저 그만 놀려요. 내 울망한 표정에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별로 배는 안 고파.' 뭐지, 나도 배 안 고프니까 각자 갈 길 가자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건가. 내가 눈을 깜빡이며 '그럼….' 까지 말 했을 때, 나보다 더 빨리 입을 연 선배가 말했다. '그런데.'"난 오늘 너랑 같이 있을 예정으로 왔으니까,""…어….""우리 거기나 갈래?"우리래, 우리…. 선배의 말에 침을 꼴깍 삼키고서는 물었다. 어디요? 내 말에 선배가 씩, 한 번 웃더니 말했다. 가 보면 알아.요정님, 대학 로망을 이뤄줘요!"아! 여기 왜 왔어요! 또 저 놀리려고 왔죠!"선배는 내 말에 해맑게 활짝 웃더니 '내가 너를 왜 놀려.' 라며 그네에 앉았다. 그러니까, 여기는, 거기잖아…. 내가 고등학생일 때 제대 한 윤지성 선배한테 아저씨라고 부른 곳…. 그래, 선배가 가보면 안다고 그럴 때 내가 알아챘었어야 했는데. 느린 내 상황 판단 능력에 내적으로 심한 욕을 해주고서는 왜 왔냐며 징징거리자, 웃으며 추억 팔이? 라는 선배다. 추억 팔이는 그냥 다른 곳에서 해도 되잖아요…. 흑역사 생각 난단 말입니다.맥주 한 캔을 들고서 나란히 서 있었는데 여기 도착하자 마자 떨칠 뻔 했다. 수치스러워서. 선배는 내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제 옆 그네를 팡팡 쳤다. 안 앉아? 예, 앉아요. 앉습니다. 선배는 울망한 표정을 짓고서 앉는 나를 바라보다 천천히 제 그네를 움직이며 말했다. '와, 진짜 추억 팔이 하는 것 같아.' 추억 팔이 하러 오셨다면서요. 원하시는 추억 팔이 재밌게 하세요. 고개를 푹 숙였다. 다른 게 있다면 우리는 서로 이제 둘 다 사복을 입고 있다는 것 정도? 아, 내가 캔 커피를 안 들고, 캔 맥주를 들고 있다는 것도. 괜히 한 모금을 마셨다.캔 커피 생각을 하자, 아까 교양 수업 때 내게 커피를 건네 주던 하성운 선배가 생각났다. '선배가 그거 커피 저한테 전달해달라고 그러셨어요?' 하성운 선배가 그러던데. 내 말에 선배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뭐지, 선배가 전해 달라고 그랬다고 그랬는데….' 킁, 코를 훌쩍이는 내게 선배가 잠시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다가 곧 웃었다. 걔가 나를 도와주려고 했나보지. 뭐를 도와줘요. 아, 근데 이 맥주 괜찮네. 내가 꼴깍 꼴깍 마시고 있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던 선배가 웃었다."뭐를 도와줄까. 대상은 너랑 나인데.""…과, 과거 회상…?"멍청한 내 대답에 선배가 웃었다. '응, 그래. 과거 회상.' 선배가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땅 바닥에 고정했다. 그 때는 내가 군화를 신고 있었는데. 선배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군복도 입고 있었잖아요.' 내 말에 선배가 웃었다. 너는 교복이었잖아. 자기 혼자 그렇게 말 하고서는 제 볼을 긁적이더라. '갑자기 교복 얘기 하니까 죄책감 느껴지려고 그러네.'"왜 죄책감 느껴져요?""너는 눈치가 없는 건지, 없는 척 하는 건지 모르겠어.""제가 눈치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없는 척 했으면 좋겠어요?"거침 없이 말이 나갔다. 왜, 그냥 취했다고 그러지 뭐. 꼴랑 맥주 반 캔 마셔놓고 취한 것도 웃긴데… 내가 말하고서는 다시 손을 저었다. '아, 저 취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취기도 아직 안 돌았는데, 선배에게 취했다며 거짓말을 치자, 선배가 웃더니 아직 안 튼 제 캔을 터, 조금. 아주 조금 마시고서는 내게 말했다. '나도 이제 취한 것 같아. 취한 셈 치고 대답해도 돼?' 선배의 눈을 바라보다 끙, 하며 웃었다. 안 취했잖아요. 내 말에 선배가 웃었다. 너도 안 취했잖아요."아, 이럴 때는 그냥 넘어가 주는 거예요…."뒤로 갈 수록 소심해지는 내 말에 선배가 웃으며 물었다. 왜 뒤로 갈 수록 목소리가 작아져? 그냥, 안 취한 거 들켜서 그래요. 대답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이러면 진짜 안 취한 거 말 해주는 게 되잖아. 선배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취, 취해서 그래요. 선배가 눈웃음 지었다. 안 취한 거 다 아는데, 넘어가 줄게. 우씨, 진짜. 이럴 땐 그냥 넘어가 주는 게 예의인데! 내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선배가 내 볼을 톡, 쳤다. 어, 선배, 뭐, 뭐하세요…? 내 말에 선배가 웃었다."나도 취해서 그래."거짓말. 아직 한 모금 밖에 안 마셨으면서. 선배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안 취했으면서…. 내 말에 선배가 짓궂게 웃었다. 내가 취하면 안 되지. 지금 너랑 있는데. 그 말 뜻이 뭘까 싶어 네, 네? 하며 어색하게 대답하자, 내 이마를 아프지 않게 툭, 민 선배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더니 말했다."열심히 고민 해 봐.""어, 어….""그런데 이미 다 알잖아, 너."뭐… 를요…? 침까지 꼴깍 삼켜가며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쿵쿵거려서 더 있다가는 꼭 토할 것 같이 울렁거렸다. 내가 뭘 다 안다는 걸까. 선배의 의미 심장한 말에 괜히 아까 오빠가 카페에서 했던 말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뭔데, 윤지성. 너 그 멜로 눈깔 뭔데.' 선배가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깜빡거렸다."내가 너를 어떻게 보는지.""메, 멜로 눈깔…?"아니, 김여주. 답도 없이 그렇게 덜컥 말 꺼내지 말라고. 내 대답에 예상치 못 한 말이었는지 눈을 깜빡이던 선배가 아, 하며 낮게 웃었다. 선배의 웃음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베이비 로션 향은 코끝을 간지럽히고. 선배의 눈빛이 내 심장을 간지럽혔다. 저, 그, 그…. 답답하게 계속 말을 더듬는 나를 보던 선배가 코를 찡긋하더니 말했다. 응, 그거. 그 멜로 눈깔, 그거.
Ants - 사랑은 예고 없는 드라마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싶었다. 만인의 요정님 윤지성 선배가 알고보니까 친하지는 않았어도 이미 나와 알고 있었던 사이였고, 심지어 오늘 저녁까지 같이 먹자고 하자니. 그 전에 윤지성 선배가 술집에서 늦게 들어와서 나와 단 둘이 집까지 갔던 것도 사실은 꿈이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뭐, 곧 유리의 쨍한, '뭐??? 오늘 저녁을 같이 먹어???' 라는 소리에 현실이라는 걸 알았지만.
"쉿, 쉿. 조용히 좀 말해."
"와, 진짜 대박이다. 요정 선배랑 단 둘이 저녁이라니. 꿈 아니야?"
"꿈은 내가 꿔야지 왜 네가 꿔."
꿈 아니냐며 제 얼굴을 꼬집는 유리에게 웃으며 '내가 꿔야지 왜 네가 꿔.' 라고 말하자, 아 그런가 하던 유리가 웃다가 다시 내 팔을 잡아오며 말했다. 부럽다, 부러워. 누군 요정 선배랑 저녁 먹고, 누구는 조별 과제 해야하고. 유리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왜 하필 걸려도 조별 과제에 걸려서는. 내 말에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한숨을 푹 쉬는 유리다. 아, 귀여워.
"이 참에 그냥 잡아."
잡기는 뭐를 잡아. 뭐, 하늘에서 동앗줄이라도 내려온다니? 무심하게 대답하는 나를 보던 유리가 '요정 선배! 이 참에 확 잡으라고!' 라며 내 팔을 동앗줄 마냥 휘어 잡았다. 그에 내가 놀라 뭐, 뭐래! 선배를 왜 잡아! 라고 반문하자, 혀를 내어 제 입술을 한번 훑은 유리가 배시시 웃었다. 선배 잘생기고, 자상하잖아. 남자 친구로 딱이네. 남 일이라고 막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 한다, 너. 내 말에 유리가 웃으며 걷던 발 걸음을 멈추고서,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다가는 말했다.
"대박. 다니엘 선배다."
"뭐?"
"나 먼저 갈게! 나 진짜 저 선배까지 오늘 보면 심장 터질 것 같아."
뭐야, 이 뜬금 없는 소리는. 내가 유리의 팔을 잡고서 '무슨 소리야 그게.' 라며 고개를 갸웃해보이자, '연락해!' 라며 윙크를 해보인 유리가 내 손을 놓고서 멀리 달아나 듯 사라져버렸다. 아니, 대체 뭐를 봤길래 저래. 다니엘이 누구지. 코를 킁, 훌쩍이자, 내 앞으로 들이밀어지는 휴지다. 아, 괜찮은데요.
"안 괜찮은데요."
"…어!"
"내가."
"의건이 오빠!"
아, 나 개명한지가 언제인데. 휴지를 내 주고서 빙긋 빙긋 웃는 그 사람은 나와 어렸을 때 부터 옆집 오빠 동생 하며 잘 알던, 강의건… 아니, 강다니엘 오빠였다.
"같은 대학 다니는 지 몰랐어…."
내 말에 오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 해줬는데 왜 까먹냐며 내 이마를 콩, 하고 때렸다. 이거 윤지성 선배도 꼭 이러는데. 갑자기 생각난 윤지성 선배의 버릇에 눈을 깜빡이며 혼자 실실 웃자, 나를 바라보며 어디 아프냐는 오빠다. 아까 코 훌쩍일 때 부터 알아 봤어야 했는데, 너 어디 아파? 저 완전 멀쩡하거든요;
"남자친구는 있고?"
"아…."
"없어? 진짜?"
오빠의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남자친구라고 말 할 사람은 아니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짜 없냐며 눈을 크게 뜬 오빠가 곧 측은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어이구, 나는 애인 있는데.' 어쩌자는 거지. 처음 다시 만났을때는 친절하게 행동해서 사람이 아주 변한 줄 알았는데 역시 변한 것 따위는 없네. 여전히 촐랑거리는 오빠다. 그에 내가 눈을 희번덕 뜨고서 '곧 생길 수도 있거든!' 이라고 말하자, 누구나 곧 생긴다며 코웃음을 치는 오빠다. 아오, 씨.
"그럼 너 좋아하는 사람은 있냐?"
좋아하는 사람…. 되게 당연하다는 듯이 윤지성 선배가 머리 위로 떠다녔다. 베이비 로션 냄새가 항상 내 심장을 간지럽히고, 이마를 아프지 않게 콩, 때릴 때 마다 심장도 같이 쿵쿵거리는 느낌이 들게 하는 사람. 오빠에게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타이밍 좋게 딸랑거리며 열리는 카페 문이다. 원래 보통 소리가 나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나? 나도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는데, 그랬는데, 보인 건.
"야, 윤지성 너 뭐 마실거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성운 선배와 윤지성 선배였다. 헐, 대박.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그러더니 말도 안 하고 상상만 했는데도 진짜 와 버린 호랑이다. 내가 입을 떡 벌리고서 헐, 대박이라는 말을 내뱉자, 카운터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던 오빠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저 미친 카페인 중독자들. 작작 좀 처 마시라니까.' 오빠의 말이 꼭 친한 사람을 대할 때의 말투 같아서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아는 사이야? 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는 오빠다. 끈끈한 사이지.
소개시켜 줄까? 아니, 쟤네가 너무 아까운데.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중얼거리는 게 꼭 쥐가 찍찍거리는 것 같아서 고개를 저었다. 옛날부터 버릇이 저래. 속마음을 속으로 생각하는 법이 없어. 내가 한심하게 쳐다보자, 뭔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빠가 내게 찡긋, 윙크를 해 보였다. 우웩, 왜 저래.
"카페인 중독자들!"
"? 뭐야, 강다녤. 앞에는 여자친구?"
존나 아닌데요. 하성운 선배의 말에 기겁을 하며 고개를 휙 돌리자, 나를 보며 어! 하는 하성운 선배다. 윤지성 선배는 그냥 카운터에 기대서 제 휴대폰만 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뭐를 저렇게 본담. 나를 바라보는 하성운 선배한테 어색하게 웃어주며 '여자친구 절대 아닌데요.' 라고 말하자, 내 목소리를 들은건지 무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서는 눈이 동그래지는 선배다. 너 왜 여기 있어? 선배의 커진 눈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그에 내가 대답이라도 할 겸 자세를 고쳐 앉자, 예쁘게 눈웃음을 지은 선배가 터벅 터벅 내 자리로 걸어왔다.
"안녕."
"네? 아, 안녕하세요."
"뭐야. 아는 사이야?"
오빠의 물음표 가득 띄운 물음은 가볍게 무시한 선배가 내게 물었다. '수업 없어?' 네, 저 오늘 수업 다 끝났는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 시계를 한 번 대충 살펴 본 선배가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조금 이르긴 한데, 저녁 먹으러 갈래? 선배의 말에 오빠는 '뭔데, 윤지성. 너 그 멜로 눈깔 뭔데.' 라며 속사포로 말을 꺼냈다. 아, 진짜 시끄럽네. 내가 한 마디 하려고 하자, 나보다 더 빠르게 오빠에게 음료 빨대를 물려 준 선배가 오빠의 어깨를 두번 톡톡 쳤다.
"내가 대놓고 관심 있어 하는 후배."
"…."
"데리고 간다. 하성운이랑 커피 마셔."
"어디 가는데."
"저녁 먹으러."
남자 친구도 아닌 게, 왜 내 동생이랑 저녁을 먹냐. 오빠가 장난스레 웃으며 선배의 어깨를 톡 쳤다. '꼭 남자 친구여야만 같이 저녁 먹냐.' 윤지성 선배의 말에 오빠가 그런건 아닌데~ 라며 말했다. 어우, 왜 저렇게 얄밉게 행동하니. 한 대 확 때려주고 싶게. 나 같으면 한 대 때렸을 오빠의 촐랑거림에 넘어가지 않은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알아둬."
"뭐를."
"남자 친구 되려고 내가 열심히 치대는 중이라고."
아, 선배…. 내 소심한 중얼거림을 들은건지 못 들은건지. 선배는 그저 씩, 웃고서는 내게 나오라는 듯 눈짓했다. 하성운 선배는 '와, 이제는 친구도 버리냐.' 라며 울망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빤히 바라보던 선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서는 말했다.
"너랑 내가 친구냐?"
조금 얄미운 말을.
"뭐 먹을래?"
"아, 저 아무 거나…."
남자 친구 되려고 내가 열심히 치대는 중이라고. 아까 윤지성 선배가 오빠한테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올라 얼굴에 열이 몰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대 놓고 말 하시면 제가 막, 떨리고, 오해하고, 아무튼 그래요. 혼자 마음 속으로 웅변을 5분간 늘여놓고 있었는데, 그런 나를 힐끔 보던 윤지성 선배가 뭘 그렇게 생각하냐며 웃었다. 네, 네? 아뇨! 저 아무 것도 생각 안 했는데요! 저 생각 없어요! 아오. 마지막 말은 대체 왜 뱉은 건지. '아, 방금은 실수….'
"머리에 대체 무슨 생각이 들었으면 자꾸 실수해?"
"…예? 아, 저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했…."
"내 생각해?"
네? 당황해서 반 톤 높아진 내 목소리에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네? 말고 네. 선배가 한 타임 쉬고 말했다. 그렇게 대답하면 좋겠는데,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아, 자꾸 이렇게 저 쉴 틈도 안 주고 치대시면 제가 심장이 아픈데. 선배가 웃었다. '내 생각하는 거 맞아?' 선배의 말에 심장이 쿵쿵거리다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딸꾹질로. 딸꾹, 딸꾹. 놀라서 히끅거리는 나를 보던 선배가 푸스스 웃더니 내 이마를 톡 밀었다.
"아, 거짓말 되게 못 하네."
"…딸꾹."
내가 겨우 입까지 막아가며 딸꾹질을 참자,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다가 푸흐, 웃는 선배다. 아, 귀엽네, 진짜. 정말 평생 들을 귀엽다는 말을 올 해에 걸쳐서 다 듣는 것 같다. 그것도 한 사람한테. 내가 얼굴에 열이 몰리는 기분을 참으며 눈을 꾹 감자, 내 볼을 톡 치더니 당돌하게 말을 꺼내는 선배다.
"눈 감지 마."
"위험하다, 위험해."
아, 서, 선배…! 그 말에 내가 감은 눈을 팍 뜨며 소심하게 소리치자, 웃으며 장난이라더니 진짜 뭐 먹고 싶은 거 없냐는 선배다. 네, 저 지금 별로 배가 안 고파서…. 요정님이 내 앞에 있는데 배 고픈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안 되는데.' 선배가 제 턱을 만지작 거리며 안 된다며 고민을 했다. 왜요, 선배 배 고프면 저도 같이 먹어도 상관 없… 까지 말했다가 입을 닫았다. 같이 먹는대. 같이… together… 잠시 괜찮아졌던 심장이 다시 콩콩 일을 시작했다.
선배는 내가 말 하다가 멈추자, 나를 힐끗 쳐다보며 웃었다. 같이 먹어도 상관 없, 뭐? 아, 선배, 저 그만 놀려요. 내 울망한 표정에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별로 배는 안 고파.' 뭐지, 나도 배 안 고프니까 각자 갈 길 가자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건가. 내가 눈을 깜빡이며 '그럼….' 까지 말 했을 때, 나보다 더 빨리 입을 연 선배가 말했다. '그런데.'
"난 오늘 너랑 같이 있을 예정으로 왔으니까,"
"…어…."
"우리 거기나 갈래?"
우리래, 우리…. 선배의 말에 침을 꼴깍 삼키고서는 물었다. 어디요? 내 말에 선배가 씩, 한 번 웃더니 말했다. 가 보면 알아.
"아! 여기 왜 왔어요! 또 저 놀리려고 왔죠!"
선배는 내 말에 해맑게 활짝 웃더니 '내가 너를 왜 놀려.' 라며 그네에 앉았다. 그러니까, 여기는, 거기잖아…. 내가 고등학생일 때 제대 한 윤지성 선배한테 아저씨라고 부른 곳…. 그래, 선배가 가보면 안다고 그럴 때 내가 알아챘었어야 했는데. 느린 내 상황 판단 능력에 내적으로 심한 욕을 해주고서는 왜 왔냐며 징징거리자, 웃으며 추억 팔이? 라는 선배다. 추억 팔이는 그냥 다른 곳에서 해도 되잖아요…. 흑역사 생각 난단 말입니다.
맥주 한 캔을 들고서 나란히 서 있었는데 여기 도착하자 마자 떨칠 뻔 했다. 수치스러워서. 선배는 내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제 옆 그네를 팡팡 쳤다. 안 앉아? 예, 앉아요. 앉습니다. 선배는 울망한 표정을 짓고서 앉는 나를 바라보다 천천히 제 그네를 움직이며 말했다. '와, 진짜 추억 팔이 하는 것 같아.' 추억 팔이 하러 오셨다면서요. 원하시는 추억 팔이 재밌게 하세요. 고개를 푹 숙였다. 다른 게 있다면 우리는 서로 이제 둘 다 사복을 입고 있다는 것 정도? 아, 내가 캔 커피를 안 들고, 캔 맥주를 들고 있다는 것도. 괜히 한 모금을 마셨다.
캔 커피 생각을 하자, 아까 교양 수업 때 내게 커피를 건네 주던 하성운 선배가 생각났다. '선배가 그거 커피 저한테 전달해달라고 그러셨어요?' 하성운 선배가 그러던데. 내 말에 선배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뭐지, 선배가 전해 달라고 그랬다고 그랬는데….' 킁, 코를 훌쩍이는 내게 선배가 잠시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다가 곧 웃었다. 걔가 나를 도와주려고 했나보지. 뭐를 도와줘요. 아, 근데 이 맥주 괜찮네. 내가 꼴깍 꼴깍 마시고 있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던 선배가 웃었다.
"뭐를 도와줄까. 대상은 너랑 나인데."
"…과, 과거 회상…?"
멍청한 내 대답에 선배가 웃었다. '응, 그래. 과거 회상.' 선배가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땅 바닥에 고정했다. 그 때는 내가 군화를 신고 있었는데. 선배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군복도 입고 있었잖아요.' 내 말에 선배가 웃었다. 너는 교복이었잖아. 자기 혼자 그렇게 말 하고서는 제 볼을 긁적이더라. '갑자기 교복 얘기 하니까 죄책감 느껴지려고 그러네.'
"왜 죄책감 느껴져요?"
"너는 눈치가 없는 건지, 없는 척 하는 건지 모르겠어."
"제가 눈치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없는 척 했으면 좋겠어요?"
거침 없이 말이 나갔다. 왜, 그냥 취했다고 그러지 뭐. 꼴랑 맥주 반 캔 마셔놓고 취한 것도 웃긴데… 내가 말하고서는 다시 손을 저었다. '아, 저 취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취기도 아직 안 돌았는데, 선배에게 취했다며 거짓말을 치자, 선배가 웃더니 아직 안 튼 제 캔을 터, 조금. 아주 조금 마시고서는 내게 말했다. '나도 이제 취한 것 같아. 취한 셈 치고 대답해도 돼?' 선배의 눈을 바라보다 끙, 하며 웃었다. 안 취했잖아요. 내 말에 선배가 웃었다. 너도 안 취했잖아요.
"아, 이럴 때는 그냥 넘어가 주는 거예요…."
뒤로 갈 수록 소심해지는 내 말에 선배가 웃으며 물었다. 왜 뒤로 갈 수록 목소리가 작아져? 그냥, 안 취한 거 들켜서 그래요. 대답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이러면 진짜 안 취한 거 말 해주는 게 되잖아. 선배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취, 취해서 그래요. 선배가 눈웃음 지었다. 안 취한 거 다 아는데, 넘어가 줄게. 우씨, 진짜. 이럴 땐 그냥 넘어가 주는 게 예의인데! 내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선배가 내 볼을 톡, 쳤다. 어, 선배, 뭐, 뭐하세요…? 내 말에 선배가 웃었다.
"나도 취해서 그래."
거짓말. 아직 한 모금 밖에 안 마셨으면서. 선배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안 취했으면서…. 내 말에 선배가 짓궂게 웃었다. 내가 취하면 안 되지. 지금 너랑 있는데. 그 말 뜻이 뭘까 싶어 네, 네? 하며 어색하게 대답하자, 내 이마를 아프지 않게 툭, 민 선배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더니 말했다.
"열심히 고민 해 봐."
"어, 어…."
"그런데 이미 다 알잖아, 너."
뭐… 를요…? 침까지 꼴깍 삼켜가며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쿵쿵거려서 더 있다가는 꼭 토할 것 같이 울렁거렸다. 내가 뭘 다 안다는 걸까. 선배의 의미 심장한 말에 괜히 아까 오빠가 카페에서 했던 말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뭔데, 윤지성. 너 그 멜로 눈깔 뭔데.' 선배가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깜빡거렸다.
"내가 너를 어떻게 보는지."
"메, 멜로 눈깔…?"
아니, 김여주. 답도 없이 그렇게 덜컥 말 꺼내지 말라고. 내 대답에 예상치 못 한 말이었는지 눈을 깜빡이던 선배가 아, 하며 낮게 웃었다. 선배의 웃음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베이비 로션 향은 코끝을 간지럽히고. 선배의 눈빛이 내 심장을 간지럽혔다. 저, 그, 그…. 답답하게 계속 말을 더듬는 나를 보던 선배가 코를 찡긋하더니 말했다. 응, 그거. 그 멜로 눈깔, 그거.
"그거 나 아무한테나 하는 눈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웩.............. (손발 오글) 여러분들 지성씨가 멜로 눈깔을 했답니다. 나도 지성씨의 멜로 눈깔 보고 싶다. 빨간 맛 추는 지성씨 보고 심장 박살남. 누가 그렇게 귀여우래........ 차암내.............. 누가 어? (저장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성씨 빨간맛 추는 거 보고 진짜 확정했다. 당신은 요정이 분명하다;;
꼴랑 맥주 반캔에 취했다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요정님 너 다 해. 남자 친구도 애인도 선배도 요정도 멋쟁이도 너 다해. 날 가져. 환불 불가 교환 불가니까 제발 가져주세요. 저 밥도 안 먹고 그냥 얼굴보고 살면 돼요. 진자임;;;;;
어째 글이 뒤로 가면 갈 수록 그지처럼 변하는데 봐주세요. 왜냐면 전 최강 깜찍이니까염 죄송해요 돌 던지지 마요 아파요 ㅠㅅㅠ. 6화 재밌게 써올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저 거의 거짓말쟁이인데... 맨날 이딴 글만 들고와?? 제 정신이야?? (책상 엎)
암호닉은 가장 최근 글에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락이 되었으면 꼭꼭 말씀해주세요!!
아, 그리고 댓글 달고 가시면 저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헤헤헤헤헤헤헤
암호닉
별빛, 애정, 3536, 너굴쨘, 0916, 은아, 구름, 윤녤, 모모피치, 샘봄, 017, 댕댕, rice road, 하감, 단잠, 바이달, 망고, 윤요뎡, 밍댕, 9916, 해피니스, 사용불가, 해령, 윤구리, 설, 애껴, 옵티머스, 하나둘셋, 치자꽃길, 수토끼 님
모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