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과_야구_경기를_보고_오면_생기는_일.txt
“다음에 또 보자, 연락해!”
“조심히 들어가, 다들!”
동창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가게를 나왔을 땐 어느새 밤이 깊었지만 거리는 여러 가게들의 간판과 건물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에 여전히 밝았다. 오랜만에 동창들과 만나 신나게 달린 탓인지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술기운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들어가서 자기엔 너무 아쉬운데, 다니엘이랑도 달려볼까. 한껏 알코올에 취해 정신을 못 차려 비틀거리며 겨우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나왔다.
“어어- 바닥이 움직인다.”
아마 지금 누가 내 모습을 본다면 아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혀를 쯧쯧 차며 지나갈 것이다. 바닥이 소용돌이를 치더니 점점 내 얼굴과 가까워지는 기분에 양팔을 뻗고 겨우 중심을 잡았다. 아, 왜 바닥이 움직이는 거야…. 혼잣말로 푸념을 내놓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짤랑짤랑- 맥주가 든 검은 봉지를 이리저리 흔들면 봉지 안에 들어있는 맥주 캔들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듣기 좋아 연신 봉지를 흔들어댔다. 얼른 집에 가서 다니엘이랑 맥주 마셔야지. 다니엘을 생각만 해도 슬슬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며 헤헤 웃음소리가 나욌다. 더욱 신나지는 기분에 나는 뛰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못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 쓰읍- 꽤나 크게 나버린 상처가 쓰라려 미간을 찌푸리곤 숨을 들이켰다. 다니엘이 보면 화내겠다…. 이 와중에도 다니엘이 생각나는 내가 웃겨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니엘을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보고 싶어지는 기분에 얼른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벽을 잡고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 ….”
“… ….”
다니엘을 생각하며 발을 뗀지 얼마 되지 않아 내 발걸음은 다시 빨라졌다. 어디서부터 따라온 건지는 몰라도 내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발걸음 소리에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뭐야, 나 따라오는 거야…? 빽빽하게 세워진 가로등이 밝게 비추던 골목길이 오늘따라 어두워진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일 것이다.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낯선 사람과 좁혀지는 거리에 얼른 핸드폰을 꺼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ㄴ, 니엘아, 나 그… 어떤 사람이, 계속 뒤에,”
―너 지금 어디야.
“나 지금 골목길인데…, 엄마!!!!”
바짝 내 뒤를 따라잡은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내 손목이 붙잡혔고 그에 핸드폰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리에 힘이 빠진 나는 바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고 핸드폰이 떨어진 쪽으로 기어가려 했지만 핸드폰을 발로 밟는 낯선 남자에 벌벌 떨며 남자를 올려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 어떡하지.
“씨발, 뭐야!”
“… ….”
남자가 가까이 오지 못 하도록 몸부림을 치며 버티고 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의 등장에 남자는 부리나케 도망쳤고 녀석은 나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괜찮아? 미안해, 늦게 와서….”
“나 진짜, 흐끅, 무서웠는데…, 그래도 너 와서,”
다니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우는소리를 내자 이젠 괜찮다며 말해주는 녀석의 목소리는 달콤했고 연신 뒤통수를 쓸어내리는 녀석의 손은 따듯했다.
*
똑똑-
“어…, 여기서 자게?”
“오늘 늦게 와서 나 걱정시켰으니까,”“아저씨가 보면 안 될 텐데….”
걱정 마, 새벽에 갈 테니깐.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려던 참에 들려오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방문을 열었더니 다니엘이 한 손에 베개를 든 채 서있었다. 무작정 내 침대로 향해 내 베개 옆에 제 베개를 놓고 눕는 녀석에 방문을 닫고 침대에 걸터앉자마자 하숙집 아저씨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꽤나 보수적인 하숙집 아저씨에 아직 우리 둘이 사귄다는 얘기도 못 했는데 만약 아저씨가 우리 둘이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을 보면 아마 까무러치게 놀라실 거다. 미간을 찌푸리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다니엘이 이내 긴 손가락으로 내 미간을 누른 뒤 나를 끌어안아 함께 침대에 누웠다.
“진짜 해뜨기 전에 갈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그래도….”
“그냥 안고만 잘게. 진짜 아무 짓도 안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내 표정에 정말이라며 눈을 크게 떠 보이며 말하는 다니엘을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쳐다보자 나를 제 따듯한 품속으로 끌어당겨 안은 다니엘이었다. 따듯한 품속에 안겨있자 금방 노곤노곤한 기운에 금방 잠에 빠져버릴 것 같았다. 아, 좋다…. 내 말에 다니엘이 푸스스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더니 이내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내가 많이 사랑해.
으음- 창문으로 환하게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비비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힘겹게 눈을 떠 보이자 옆에 보이는 건 뒤척이는 다니엘 … 다니엘?
“강다니엘 일어나, 아침이야.”
“으음- 조금만 더 자자”
아무리 흔들어대도 많이 피곤한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다니엘이 나를 제 품에 안아 가뒀다. 해 뜨기 전에 간다며? 졸려…. 내 물음에 대답은 않고 눈을 비비적거리며 졸리다 말하는 다니엘에 푸스스 웃음이 나왔다. 우리 일어나야 해, 지금 아줌마 아저씨 말고도 다 깼겠다. 내 말을 듣고 있기는 한 건지 다니엘은 얼굴에 미소만 띠고 있을 뿐 아무 대답도 없었다.
“저기, 여주학생, 어이쿠….”
“… 아.”
다니엘의 품에 안겨 따스히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눈을 감고 있었을까, 벌컥 문이 열렸고, 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하숙집 아저씨였다. 당황한 모습의 아저씨에 일말의 변명을 하기도 전에 다시 닫히는 문에 될 대로 되라 싶어 다시 다니엘의 품에 안겼다.
아무래도 하숙집 내 비밀연애는 어제부로 끝난 것 같다.
노잼 죄송힙니다... |
자고로 사람은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고,, 단편은 단편으로 끝내야했었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흑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