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버스 세계관)
가이드 미 (Guide me)
"야, 너희 그거 들었어? 3반 박지훈, 센티넬이래!"
어디서 주워듣고 왔는지 교실 문을 힘차게 열며 소리친 우리 반 한 아이의 얼굴에는 흥분이 서려 있었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의 주제라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가가 자세히 이야기해 보라며 오지랖 넓은 아이를 보채었다.
"그게 그러니까, 박지훈이랑 7반 강유빈이랑 시비가 붙었는데, 강유빈이 박지훈 털끝 하나 못 건드리고 쓰러졌다던데?"
"에이, 그냥 박지훈이 무서워서 그런 거겠지."
"그래도 강유빈 자존심 하나는 알아주잖아. 먼저 시비 걸고, 바로 항복했겠냐?"
"그거 어디서 듣고 왔는데?"
내용은 별 시답잖았다. 에게, 겨우 그거 가지고? 옆으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왔는지 내 옆자리를 차지하며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배진영이다. 그런 배진영을 흘겨보다 물었다. 배진영은 박지훈 친구니까.
진짜야?
"뭐가?"
"박지훈 얘기 말이야. 진짜 센티넬이냐고."
"너 설마 저 소문 믿는 거 아니지?"
"응, 당연하지."
"근데 네가 왜 궁금해하는데?"
"……그냥."
내가 가이드니까.
뒷말은 차마 뱉지 못한 채, 입안으로 삼켜야만 했다. 사람들은 센티넬과 가이드의 존재 자체는 인식하고 있다.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대해 알지 못했다. 우리는 아직 전쟁 중이며, 센티넬이든, 가이드든 국가에는 아주 귀중한 자산이다. 초능력을 가진 센티넬은 강력한 전쟁 무기이며, 가이드는 그런 센티넬들을 보호하는 방패인 셈이다.
15살, 가이드로 판정난 나는 그 이후부터 꾸준히 정부로부터 가이딩을 배워왔다. 하지만 직접 해본 적은 없다. 그러니까, 하는 방법만 알지 실천을 해보진 않았다는 뜻이다. 항상 센티넬의 존재를 궁금해하던 나이기에 아이들의 가십거리에 눈이 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다.
뭐, 진짜 박지훈이 센티넬이겠어?
***
"1반 반장?"
"네."
"1반 체육부장은 왜 안 왔어."
"아, 화장실 갔다 온대요."
"하여간, 1학년들이 빠져가지곤."
선도부장의 말에 괜히 눈치만 보인다. 그러게 오는 길에 화장실을 왜 들러. 몇 초 지나지 않아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 반 체육부장의 모습에 한시름 놓았다. 그래도 시작하기 전에 들어와서 다행이네. 순차적으로 2반의 반장과 부반장까지 체크를 하고 3반으로 넘어갔다.
"3반 반장?"
"네."
"체육부장은 어디 갔어?"
"그게, 사실 30분 전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석식 시간 때부터 없어졌단 말이야?"
"………."
"1학년들 똑바로 안 해? 대의원회가 장난인 줄 알아?"
결국, 한소리 들었다. 우리 반에 이어 3반 체육부장도 없으니, 혼날 만하다. 그러게 평소에는 반장 부반장만 부르다가 이번에는 반장이랑 체육부장을 불러가지고. 물론 체육 대회를 위해 열린 대의원회이긴 하지만 말이다.
옆에 가만히 앉아 있던 회장이 선도부장을 진정시키며 날 가리켰다.
"거기 문 쪽에 앉아 있는 너."
"네? 저요?"
"응, 1반 반장. 너 3반 체육부장 좀 데리고 와."
"ㅈ,제가요?"
"너희 반 체육부장 있으니까, 체육부장이 잘 들으면 되고, 3반은 반장이라도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네."
회장의 명령 아닌 명령에 터덜터덜 학생회의실에서 나왔다. 3반 체육부장은 대체 누구길래 이 시간까지 어디서 뭘 하는지. 애꿎은 나만 힘 빼게 생겼다. 한숨을 푹푹 쉬며 도착한 곳은 3반이었다. 야자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시끄러운 반에 인상을 찌푸리며 앞문을 열었다. 3반에 누가 있더라. 아, 배진영.
"야, 배진영."
"어? 네가 웬일이냐?"
"너희 반 체육부장 누구야? 대의원회 하는데 왜 안 와."
"체육부장이면, 박지훈?"
"걔 지금 어디 있는데. 네 친구잖아."
"몰라. 석식 때부터 안 보였는데? 찾아다니다가 우리끼리만 먹었어."
아, 미친다. 배진영까지 모르면 어쩌자는 거지.
거칠게 뒷머리를 흐트러트리며 학교 건물을 나왔다. 매점에도 없고, 급식실에도 없는데. 강당에 가보니 문은 잠겨져 있고, 성질은 성질대로 난 나이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짜증 나게, 진짜. 오늘 아침 학교를 시끄럽힌 장본인이 그 새낀데, 이럴 때만 안 보이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쿵쿵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이러다가 학교 구조 다 외우겠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향한 곳은 학교 뒤편 구석에 있는 쓰레기장이었다. 벌써부터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에 손등으로 코를 꾹 막았다. 원래 이렇게 냄새가 심했었나? 도둑고양이가 쓰레기를 헤집어 놓고라고 간 건지 넓게도 풍기는 쓰레기 냄새에 기분이 더 망가졌다. 여기 있으면 미친놈이지, 뭐. 그래도 확인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코너를 돌자 보이는 광경은 쓰레기 냄새조차 잊게 만들었다.
"박지훈?"
"…하……하."
"너, 너 설마."
"……하, 이 시발."
그러니까 쓰레기들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그중 힘겹게 숨을 내쉬는 박지훈의 주위에는 강한 힘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를 강하게 노려보는 박지훈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진짜 센티넬이었어?
힘이 드는지 박지훈은 눈을 감았다 떴다. 이미 머리는 땀으로 젖어 있고, 천천히 박지훈에게 다가가자 날카로운 캔 하나가 내 볼을 스친다. 작게 볼에 흐르는 핏방울을 그냥 두었다. 다시 다가가자 이번에는 그럴 겨를조차 없는지 힘겨운 숨만 내뱉는다.
그렇다, 박지훈은 지금 각성했다.
"너 센티넬이야?"
"하…, 꺼지라고."
"힘들어 보이는데."
"…하…하."
"보니까 각성 시작한 지 좀 지난 것 같은데, 폭주도 시작될 거야."
"……."
"폭주가 시작되면, 너 죽어."
나의 말에 박지훈은 다시 한번 나를 강하게 노려보았다. 그런 박지훈을 빤히 보다 무릎을 굽혀 앉아 있는 박지훈의 눈높이를 맞추었다.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눈. 내가 가이딩을 안 하면, 박지훈은 폭주하고 그 힘이 엄청나다면, 학교는 분명 날아갈 것이다. 고개를 내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박지훈을 보았다.
"근데 나도 죽기 싫은데."
"…하."
"급한 것 같으니까 그 자존심에 가이딩 거부하지는 말고."
말을 끝으로 힘없이 떨구어져 있는 박지훈 손을 천천히 잡았다. 정말로 급한 상황이었는지,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힘이 장난 아니다. 나도 처음인데. 갑작스럽게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힘에 놀란 눈으로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이내 박지훈도 내가 가이드라는 것을 몰랐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다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
"……."
"이정도면 된 것 같으니까, 이제 센터에 연ㄹ,"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박지훈은 재빨리 손을 뻗더니 나의 뒷목을 잡고는 그대로 입술을 부딪쳐왔다. 놀란 마음에 박지훈을 밀어내려 해도 이미 안정을 찾아버린 센티넬의 힘을 내가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물어져 있던 입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어오는 박지훈에 의해 열리고, 그의 혀가 깊숙이 입안을 헤집고 다녔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마냥 어지럽기만 하는 나는 눈을 꼭 감고 박지훈의 와이셔츠를 잡으며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뒷목을 잡은 손은 조심히 아까 박지훈이 제 볼에 남겼던 상처를 지분거렸고, 나머지 손은 나의 허리를 감았다. 나의 치열을 훑고 혀를 옭아매기도 하는 박지훈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빼꼼히 삐져나오는 신음 소리에 박지훈은 더 깊게 입을 맞춰오고, 나는 더 애절히 박지훈에게 매달렸다.
꽤 오랜 시간의 키스에 떨어진 박지훈과 나의 입에는 은빛 실타래가 이어졌다. 거의 모든 힘이 빠진 나는 나의 의지가 아닌 박지훈의 의지로 그에게 기대게 되었고, 박지훈은 이제야 살겠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지탱하였다.
"…미친, 새끼."
"말할 힘은 남아있나 봐?"
"…닥, …쳐."
"가이드가 우리 학교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
"앞으로 잘해보자, 가이드?"
나는 망할 센티넬 새끼한테 걸려버렸다.
박지훈 / 17세
SS급 염력
성이름 / 17세
SS급 가이드
***
아무도 모르셨겠지만, 장르는 로맨스 코미디요.
어느 부분에서도 로맨스 코미디인 장면을 찾을 수 없으시겠지만, 곧 나올 겁니다! 이건 프롤에 불과하니까요!
암호닉은 넉넉 잡아 3화까지 받을게요! 아직 1화,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히힛.
제가 세계관 되게 좋아하는데 센티넬 세계관은 잘 안 보여서 쓰는 거에요. 그러니까 너무 못 써도 뭐라하지 말아주세요.
암호닉은 [암호닉]으로 신청해주세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