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높은 너와
자존감이 낮은 나의
상관관계
01
오늘도 밝다.
오늘도 화창한 아침이다.
어제와 마찬가지의 아침이 또, 밝았다.
오늘만큼은 밝지 말아라고 수없이 빌고 빌었는데
역시 하늘은 언제나 심술쟁이다.
사실 나는 후회하고 있다.
어제 그 아이를 만났다.
괜히 그 길로 향했다 싶다.
정말 원치 않게 만났다.
어젯밤에는 도통 잠들 수가 없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만나길 바랬는데
이제는 그런 평범한 바람조차 가질 수가 없다.
이미 만나 버린 너는 환한 미소로 내 이름을 물었으니
다시는 너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가 없다.
나는 이제 너를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모른 척 할 수도
아는 척 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지금 내 발은 학교를 향해 뛰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각을 간신히 면할 것이다. 난 알고 있다. 지금 뛰질 않는다면 차후에 많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감당하며 입으로는 영양가 없는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뛸 수 없다. 그럼 엄두조차 나지를 않는다. 그냥 축 처지는 몸으로 터벅이며 걷고 있다. 오늘따라 나풀거리는 속치마는 제 분에 못이겨 발걸음 박자에 맞추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겁이 난다. 곧 1년을 향해가는 우리 반 아이들이지만 나는 덜컥 마음을 내주기가 쉽지 않다. 다들 착하고 밝다. 내게도 친절하며 자주 웃어준다. 그렇다고 하여 나의 깊숙한 곳을 후벼판 인물은 있을리가 만무했다.
난 못났다.
외적이며 내적이며 아름다운 구석이라곤 찾을 수가 없다.
유년시절부터 숨을 내쉬고 있는 지금까지.
예뻤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밝은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니 당연한 사실이라 생각한다.
간혹 들려오는 남자애들의 마음은 그저 꽃가루 알레르기와 같다고 여긴다.
간질거리다 이내 기침으로 뱉어내고야 마는 알레르기성 질환.
그들에게 나는 겨우 그 정도다.
나는 그랬는데
근데,
"안녕."
왜 너는 나에게 겪어 본 적도 없는 시련을 주는가.
문득 억울해졌다.
"왜 이름도 안 알려주고 가버렸어."
"오늘은 알려줘.
꼭."
뻔히 교복에 노란 색으로 물든 이름표가 있는데도 너는
내게 이름을 말해 달라 하였다.
나는 참 순식간에
미적지근 했던 땅이 화르륵 달아 오르는 기분에 휩싸여 버렸다.
인사말 |
안녕하세요! 1편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짧죠! 하지만 02부터는 조금씩 늘려갈테니 많은 기대 부탁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