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픈 사람
w. 빛으로
내 두 눈을 지워주소서
창공의 별들을 탐하지 않도록
세상의 모든 빛이 나를 찌르나이다
정한아 - 무정한 신
워낙에 보고 듣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정정하자. 좋아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모든 게 늘 신선하지만 유난히 그 쪽에 더 민감한 편이라고나 할까.
다른 건 아무래도 사는 데 지장 없고,
이러나 저러나 대체로 만족스러워 허허실실 웃어넘기곤 했다.
세상 만사 다 편해 보여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예민하게 구는 부분.
마치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들 속에 있으면 나도 그 속에서 함께 밤거리를 비추는 양.
쿵쿵 울리는 비트가 들릴 때마다 그게 내 심장소리라도 되는 듯이.
혹하는 게 있으면 쉽게 빠져들었고,
이런 내가 공연예술에 취하게 된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모든 게 그렇겠지만 예술이라는 게 더 그렇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간극,
좁힐래야 좁힐 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겁부터 준다.
워낙에 겁이 없던 나라서 괜찮을 줄 알았다.
재능이라는 게 뭐 별건가 싶어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남들이 말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의 첫 시작은 작은 예술제였다.
학생들의 이력을 위해 매년 열리는 의미없는 행사.
그러나 그 날만은, 내게만은 의미있는 행사였다.
나의 첫 독주회.
분명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들었는데,
환호성과 함께 켜지는 조명을 보았는데,
어느새 내가 서 있는 곳은 이제까지 내가 알던 곳 과는 다른 세계였다.
반주의 시작과 함께 비상하기라도 한 듯 떨리는 심장박동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내가 서 있기에는 너무나도 높은 곳.
실패라는 건 어렸던 나의 생각보다 고통스럽게 쓴 맛이었고 뼈져리게 아픈 감각이었다.
그 길로 무대에 서는 것을 관두었다.
그렇다고해서 무대를 관둘 수는 없었다.
내 삶의 시작과 끝은 모두 그 곳에 있었으니까.
무대 위에 서는 대신 그 밖에 있는 걸 택했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미친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그렇게 쉽지만은 않게 내 생각을 펼칠 기회를 줄만한 학교를 선택했다.
남들이 듣기엔 건방질만한 소리지만 '선택' 할 만큼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그렇게, 어쩌면 지난 날의 부풀었던 꿈은 가슴 속에 묻은채로.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이 것 밖엔 없으니까.
이상하게도 허망한 마음을 붙잡고서 간신히 발을 뻗었다.
학교에서 열리는 한 해의 첫 무대.
이 무대 하나로 누군가의 3년이, 아니 혹은 수십년이라는 세월이 달라지고는 한다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그 명성에 알맞게 취재진들이 객석 앞을 빼곡히 메꾸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의 주인공은,
아마도 저 앞에 서 있는 아이.
오늘부로 세간의 화두가 될 인물이었다.
어쩐지 긴장하는 낯을 띄던 그는 순식간에 표정을 감추고는 해맑게 웃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수석 입학이라함은 단 하나를 지칭했다.
천재, 혹은 괴물.
그도 둘 중 하나겠거니.
밑에서 보내는 박수에는 독기가 서려있었다.
아마도 위에 서있는 너를 향한 열등감.
벌써부터 이 안에 들어와 있는 자체로 숨이 차올랐다.
참 안쓰러울만치 마른 몸을 지닌 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커다란 무언가. 중압감.
시작과 함께
나는 또 보고 들리는 것에 빠져버렸고
이내 취해버렸다.
아름다운 소리의 향연,
부드럽게 이어지는 몸짓,
그리고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너의 잔동작 하나하나까지,
너의 모든 것에.
나의 모든 것을 삼켜버린 저 눈빛은,
아아, 너는 괴물이로구나.
*
안녕하세요! 처음 써보는 글잡이네요 //_//
현생도 있고 글을 쓰는 속도가 더뎌서 ㅠㅠㅠ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화부턴 포인트가 있을 예정이구요! 사랑해주고픈 우리 옹 그리고 여주도ㅎㅎㅎ 잘 지켜봐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